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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같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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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초반 30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나를 사로잡지 못하면 기약을 알 수 없는 다음을 위해 책을 덮어버린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 30페이지에 나를 사로잡지 못하더라도 뒤에 펼쳐지는 세계가 엄청난 책들도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초반을 잘 견디냐 못 견디냐는 책과 나와의 감정 교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데 이 책도 자칫 덮어버릴 뻔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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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초반 30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나를 사로잡지 못하면 기약을 알 수 없는 다음을 위해 책을 덮어버린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 30페이지에 나를 사로잡지 못하더라도 뒤에 펼쳐지는 세계가 엄청난 책들도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초반을 잘 견디냐 못 견디냐는 책과 나와의 감정 교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데 이 책도 자칫 덮어버릴 뻔 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콤마와 소설보다는 산문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해설과 저자의 생애를 통해 시인인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역시!’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초반을 잘 넘기고 나자 연애시절의 그 뜨거움과 황홀함, 생각의 차이에 따라 사랑이 달리 보이는 과정을 순식간에 만나버렸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약 일주일 정도 걸렸음에도 단 며칠 만에 쓴 소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연애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내면에 들끓는 당연하지만 이상한(?) 감정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설명할 순 없지만 사랑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에 대한 사랑의 감정, 질투, 순간적인 욕망, 함께 그려보는 미래 등등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연애든 짝사랑이든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게 되면 나타나는 감정들이 폭풍에 휩쓸리듯 이 소설을 쓸고 간 기분이었다.

1833년 저자는 조르주 상드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실제로 당시의 프랑스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었고 시간이 흐른 뒤 이 소설을 쓴 만큼 당시의 사랑을 기억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를 따지기 전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이자 저자인 뮈세와 조르주 상드의 사랑은 그야말로 열병처럼,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둘은 운명처럼 빠져들었고 연인일 때 느낄 수 있는 영혼의 통함이 당연히 내재한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의 들여다보면서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처음 느꼈던 운명적인 사랑 뒤에 감추어진 서로의 성정과 생각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이 사랑이 오래갈 수 없음을, 곁에 묶어두기엔 서로가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것을 알고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긋나는 과정은 좀 실망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국외로 떠난 여행에서 둘은 병을 앓고 상드는 자신을 간호했던 의사와 연인이 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랑이 옮겨가는 것도 대단한데 오래가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뮈세와 다시 연인이 되지만 한 번 깨진 접시를 붙여놓는다고 해서 완벽한 접시가 되지 못하듯이 그들의 사랑 역시 불안했다. 헤어졌다 그리워서 다시 만났더니 왜 헤어졌는지 이유가 명확해지는 것처럼, 그들 역시 더 이상 서로가 함께 할 수 없음을 처절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속의 욕망, 미련, 사랑이라 부르기도 뭣한 애증 때문에 완벽하게 헤어질 수 없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누군가가 결단하지 않으면, 독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헤어진 것만도 못한 관계가 지속될 걸 알기에 뮈세가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면서 그들이 사랑도 끝이 난다.

이런 열병 같은 사랑을 목도하면서 뮈세와 상드의 사랑을 뭐라 판단할 수 없었다.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이며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릴 수도, 그렇다고 당신들이 경솔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저자 또한 이 소설을 꼭 써야하는 이유로, 서투른 사랑과 심장에 품은 사랑을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사랑이라는 이름과 함께 따라붙는 온갖 감정들이 씁쓸했을 뿐, 연애하면서 겪은 모든 감정이 나를 휩쓸고 간 것 같았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후회하는 마음도 들지만 이제 와서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현재 하고 있는 사랑에 충실하면 될 것을!

s****m 2016.10.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