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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의 삶이란 살아보지 않은 이상 이상적인 부분만 보게 되는 것
"타국의 삶이란 살아보지 않은 이상 이상적인 부분만 보게 되는 것" 내용보기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라는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그간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재일동포, 좀 더 확대하여 이민자로서 타국에서 사는 고충과 갈등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서는 부산 사투리인지 전혀 알 수 없어 그 지역 특유의 어감이나 뉘앙스를 파악할 수 없다는게 아쉽긴 하지만, 번역서에는 부산 사투리를 잘 살려주신
"타국의 삶이란 살아보지 않은 이상 이상적인 부분만 보게 되는 것" 내용보기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라는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그간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재일동포, 좀 더 확대하여 이민자로서 타국에서 사는 고충과 갈등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서는 부산 사투리인지 전혀 알 수 없어 그 지역 특유의 어감이나 뉘앙스를 파악할 수 없다는게 아쉽긴 하지만, 번역서에는 부산 사투리를 잘 살려주신 대단한 번역가님들이 계시니 읽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소설은 크게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일제강점기 초 영도라는 부산 근처의 작은 섬에서 하숙으로 생계를 근근이 유지하던 선자의 엄마 양진으로 시작해서 선자, 아들 노아와 모자수(모세), 손자 솔로몬까지 4대에 걸쳐 재일동포로서 일본에 거주하며 받은 차별, 한국인으로서 절대로 깰 수 없던 다른 의미로의 유리천장 등의 슬프고 참담했던 당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삶은 사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미국으로 이민 간 수 많은 이민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에서 주름잡았다 하는 사람들도 이민 1세대가 되면 본인이 전문으로 했던 일을 타국에서 이어가기 힘든 실정이라 맨 땅에 헤딩하듯 편의점, 식당 등의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에서 종사할 수밖에 없다. 마치 선자와 경희가 김치를 팔거나 사탕을 만들어 팔았던 것처럼. 이민 1세대 본인들처럼 살게 하지 않으려고 그들은 자식 교육에 엄청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파친코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아는 노아 역시 일본인이 되고 싶을 정도로 일본 내 학교에서,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이겨내고 싶었고, 그래서 일본인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여 일본 명문 대학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려 재수까지 한것이 아닐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과거다보니 각각의 인물들이 현대의 관점에선 답답하거나 공감을 자아내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희생과 순정의 인물인 선자는 꿋꿋하고 강인하긴 하지만 한수의 도움을 조금도 받으려고 하지 않아 고생을 사서 한다거나, 도움은 되지도 않으면서 입으로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가부장적인 면모만 드러냈던 요셉이라던가, 경험이 없는 나이차도 많이 났던 어린 선자를 넘보고 당연히 두 집 살림으로 꾸려 나가려했던 한수 등 뒷목 잡는 포인트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작가가 당시 시대반영을 잘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데, 옛날이니까 다 저게 가능했지 라고 받아들이면 인물들의 선택이나 행동에 어느정도 수긍은 할 수 있긴 하다. 

 

소설에서 조금 아쉬웠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초반에는 서사가 천천히, 자세히 쌓여나가서 양진이나 선자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가 수월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의 스토리가 겹쳐지니 이야기가 산만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굳이 이런 인물에 이런 스토리가 들어갈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도 있긴 했다. 3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책 준비로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스토리를 모두 어떻게든 끼워 넣고자 했던 작가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혹은 중간에 스토리를 완전히 갈아엎었었다고 했는데 그 때 생긴 실수는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래도 원작이 영어고 미국에서 첫 출판이 이루어졌다보니 기존 한국작품이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도 출판이 되지 않는 한 재일동포의 어려움과 그들의 생존 실태가 묘사된 문학 작품을 대중들이 쉽게 접하기는 어려웠을거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나치만행이 전세계에 알려지는데는 영어와 가까운 유럽언어라는 점이 꽤 크게 작용했다고 보기에, 소수민족이 쓰는 한국어로는 그간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조선인들의 수모가 제대로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작품 내에서 수박 겉핥기식이긴 해도 식민지배국가 일본의 만행 및 잔혹성이 그려져 알려지게 되었다는 게 약간의 희열을 주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이 소설이 (적어도 북미에서만이라도) 유명해지면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한-일 애증의 양국 관계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기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셈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과거 한국이 배경이 되는 작품을 더욱 자주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파급효과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o************g 2022.09.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