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지는 물이 있는 땅이다. 사라져 가는 습지와 습지 생물을 보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체결한 람사르협약에 따르면 습지는 민물이나 6m 이하의 바닷물이 일시적으로 또는 항상 잠겨 있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물들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이나 먹이를 습지에서 얻고, 생활하며 휴식을 취한다. 습지는 그곳으로 흘러든 영양분을 모아 두는 기능도 하고, 오염물을 정화하기도 하며, 폭우로부터 홍수의 피해를 줄여 주기도 한다. 습지는 위치한 곳의 지형이나 기후 등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크게 바닷가에 있는 연안습지, 육지에 있는 내륙습지, 그리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인공습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강, 호수, 늪, 석호, 저수지나 논, 갯벌 등이 모두 습지다.
습지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어미 흰뺨검둥오리를 만나면서부터다. 일터 앞에 습지가 있고 온갖 철새가 날아들어도 몇 년 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봄에 아기 열한 마리를 꽁무니에 한 줄로 달고 물 위를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던 어미 흰뺨검둥오리를 보았다. 초록 물풀과 물빛, 아기 오리들과 어울려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 깊은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안개 자욱한 겨울날의 이른 아침에는 서로 어깨가 부딪칠 만큼 빽빽하게 습지를 채운 수천 마리의 철새 떼, 한꺼번에 수십 마리씩 끼룩 끼루룩 울음소리를 내며 물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던 모습도 보았다. 습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양분이 많으니 하구 쪽으로 내려올수록 생물들이 많지.” “영양분이요?” “연우아, 육지에 내린 빗물이 모여서 강으로 흘러가는 동안 퇴적물들이 하구 쪽에 많이 쌓이게 되잖니, 이때 함께 내려온 죽은 생물이나 식물 조각 등과 같은 유기물들이 여기에 함께 쌓여서 양분이 되는 거란다. 그리고 강과 바다가 만나니까 민물과 짠물에 사는 생물들까지 모여드니 종류가 다양해지겠지?” (32-33쪽)
일터 옆은 한강 하구다. 한강 하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이기 때문에 독특한 행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수역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어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일터 앞 습지까지 기수역의 특징을 갖고 있어 출근하면서 그리고 퇴근하면서 다양한 생물을 보고 있다.
책은 어린이들이 알아야 할 습지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 어린 연우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빠와 함께 습지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 물웅덩이를 자신만의 비밀장소로 정해 작은 도롱뇽이 커가는 모습, 잠시 목을 축이고 가는 새들, 벌레를 잡아먹는 개구리 등을 살펴본다. 인공습지인 염전에서 직접 소금을 모으고, 할머니 댁의 연못 속 생물들을 관찰하며, 아빠와 함께 인공 연못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시화호생명지킴이와 학교 선생님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임종길 선생의 오랜 관찰에서 비롯한 따스하고 깊은 그림도 볼 만하다. 아주 교육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