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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러시아는 [여행-러시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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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라는 이름은 아직도 낯설다. 나는 소련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했고, 소련은 늘 공산주의와 동일시되면서 막연하지만 근원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나라 이름이었다. 교육을 아주 잘 받은 탓이라고 나는 오래오래 생각해 왔다.   작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 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소련에서 러시아라고 이름을 바꿨다고 해도, 냉전이 끝났다고 해도, 여러 위성국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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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라는 이름은 아직도 낯설다. 나는 소련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했고, 소련은 늘 공산주의와 동일시되면서 막연하지만 근원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나라 이름이었다. 교육을 아주 잘 받은 탓이라고 나는 오래오래 생각해 왔다.

 

작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 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소련에서 러시아라고 이름을 바꿨다고 해도, 냉전이 끝났다고 해도, 여러 위성국가가 독립을 했다고 해도, 모크스바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무슨 행사를 벌였어도 내가 매력을 느끼지는 못할 나라였기 때문이다(톨스토이도 도스토예프스키도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만큼 나라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 보니 이 책도 꽤 망설이기는 했는데, 결국은 잘 읽었구나 여긴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년부터 읽어 온 셈이다. 주-욱 이어서 읽은 책이 아니다. 한 챕터씩 집중할 수 있는 시간만큼만 읽었다. 중간에 끼어 드는 책들은 모두 받아들였다. 며칠씩 건너뛰기도 했다. 앞 장의 내용이 금방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줄거리로 이어지는 글은 아니어서 따로 떼어 읽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은 금방 살아났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렇게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다니. 하마터면 러시아를 좋아할 뻔했다.        

 

작가는 1925년, 1927년, 1928년에 걸친 세 차례의 여행을 통한 경험을 이 책으로 엮었다. 이 시기 러시아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므로 나는 쉽게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이렇게 모르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텐데, 중요 단어들은 낯익은데 배경이나 실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니 나는 그만 이참에 공산주의의 역사와 배경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까지 겹치면서 얽히게 되니, 기행문 한 권 읽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는데, 공산주의에 대한 호기심은 싸그리 가라앉고 말았다.) 

 

그래도 이쯤에서 읽기를 끝내고 싶지 않도록 작가가 도와주었다. 당시 러시아의 사회적 분위기나 사상, 철학적 배경들에 따분함을 느낄 때쯤이면 색다른 일화로 기분을 바꿔주는 것이었다. 고리끼를 만나는 대목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러시아를 떠도는 단순한 여행객 신분이 아닌 점이 특별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정확하게 어떤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양국의 정치문화 교류단의 일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러시아의 관련 인사들과 만나고 인터뷰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물론 일반인을 만나 나눈 대화가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히기는 했지만.   

 

읽었다고는 하지만 내게 이 책은 다분히 인상만 남은 셈이 되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이 작가의 책은 시간이 좀더 흐른 다음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내게 한번 읽은 것으로 좋은 책과 한 번 더 읽고 싶은 좋은 책 중에 뒤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작가의 다른 책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까지. 내가 스스로 부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바로 지금이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3.12. 신고 공감 2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