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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문학, 역사, 경제 등 사회인문적 분야와 접목시키고 연계한 책은 은근히 많다. 당대 유행한 미술사조, 인기 작품,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대형 작품 등에는, 비단 작가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가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며,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입체적인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도 이처럼, 언뜻 보면 예술과 무관해 보이는 분야를 미술작품과 연계하여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다. 이 책이 주목한 테마는 바로 정치 및 권력이다.
이 책은 수많은 권력자들이 미술품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 사례와, 미술품 자체에 정치성이 짙게 반영된 사례들을 다룬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때로는 과시하기 위해, 또 어떨 때에는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그 외에도 다채로운 목적을 위해 자신이 지정한 주제의 미술작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주제를 그린 그림을 제작하도록 주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요소가 없는 작품에 유무형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는 이런 사례들을, 미술품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역사적 사건, 관련된 권력자의 상황 등과 총체적으로 연계하여 분석하고 있다.
미술의 정치적 요소라고 한다면, 흔히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는 작품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미술의 정치성이란,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사회에서 추종하는 가치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테마가 반영된 작품인 것이다. 미술작품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예술가와 주문자 내지 후원자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공공장소에 놓인 대형 미술작품의 경우, 당대 시민들도 그 작품에 동의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공공미술은 비단 주문제작된 대형 작품일뿐만 아니라, 당시 대중적 정서가 반영된 무대이기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대에 따라서,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두고 해석이나 평판이 달라지는 것이, 미술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특히 권력 기반이 취약한 권력자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역사적 인물이나 신화 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대거 제작하는 대목에서는, 대놓고 노골적인 욕심을 겉으로는 고상하게 치장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작품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되었으니 불순하다 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림만 보면 그냥 옛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니 예술성만 따져야 할까. 이 책은 관련된 사항을 상세하고 줄줄이 서술하면서, 그 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또한, 권력자에게 대항하는 정치적 요소가 반영된 미술품도 여럿 다루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 중에는 고야의 작품처럼, 역사적으로는 반쯤 잊혔던 사건이 그 작품을 다룬 명화 덕에 대대손손 기억되는 사례도 있기에, 더욱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례야말로, 허다한 정치선전예술보다도 미술의 역사성과 홍보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이 이용한 미술, 권력이 반영된 미술, 하지만 그 주문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자체적인 예술성도 성취하는 데 성공한 미술, 그리고 예술가 혼자서 오롯이 그 모든 것에 맞선 미술.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학다>는 이런 미술작품들을 다루면서, 옛 역사 및 사회와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