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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어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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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도록 조심했는데도, 나는 윤제림의 시집을 보면서 로맨틱한 공상에 빠져 그런 내용이 아닐까 하고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윤제림이라는 이름도 좋고, 굳이 그가, 걸어서, 온다는 말이 제목으로 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시집을 읽기 시작할때, 문학과 지성의 시인선을 천천히 읽어야지. 꼭 전부 다 읽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었어도, 그것부터 읽어야지. 하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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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지 않도록 조심했는데도, 나는 윤제림의 시집을 보면서 로맨틱한 공상에 빠져 그런 내용이 아닐까 하고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윤제림이라는 이름도 좋고, 굳이 그가, 걸어서, 온다는 말이 제목으로 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시집을 읽기 시작할때, 문학과 지성의 시인선을 천천히 읽어야지. 꼭 전부 다 읽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었어도, 그것부터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바가 있었다. 작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인선을 읽는 바람에 그것조차 허무한듸,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문학과 지성에서 나온 시인선을 중심으로 시집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윤제림의 이 시집도 그렇고 내 마음에 들 것이리라'생각하며 고르긴 했지만, 문학과 지성에서 나온 시집보다 그 외의 곳에서 나온 것들이 이렇듯 가끔 마음에 더 깊이 파고드는 때가 있는 것은 또 무어람. 횡단보도 흰선만 밟고 건너야지'하고 마음으로 혼자 생각했는데 까만 아스팔트 밟고 가니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마음처럼.

 

 윤제림의 시집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표제작인 그는 걸어서 온다'도 사실은, 나를 오해하게 만들었던 그라는 존재가 아닌, 죽음을 나타내는 그라고 해야되겠다. 그래서 그는 걸어서 온다'를 읽은 순간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건 기대와 달랐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느끼게 된 실망일 뿐, 시 자체에 대한 실망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들은 대부분 좋았다. 마음에 드는 시나 나로 하여금 다른 것에 생각이 미치게 만드는 시들을 하나씩 꼽아놓다 보니 꽤 많았다. 몇 편이나 되었다. 전문을 옮기지 않겠지만 마음에 들었던 시는 '당숙은 죽어서 새가 되었다'와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와 '친구 하나를 버린다'와 '손목'과 '입국과 출국'과 '봄 산행'이었다. 언젠가 누군가 이 시집을 보게 된다면 이 중 하나를 읽어보기를 혹은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아니 모르겠다. 이 시마다 다 나만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나와 같이 이 시들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당숙은 죽어서 새가 되었다'가 왜 좋은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한다는 말이 아버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면서 짧고도 인상이 깊게 남았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는 전문을 옮길 것.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강을 건너느라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 온다

옆자리의 노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 있던 손자를 흔들며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눈 온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젊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본다

눈 온다

만화책을 읽고 앉았던 빨간 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든다

눈 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가끔 다른 시집을 읽을 때, 시들이 너무 난해하면 별로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나는 이렇게 그려지는 시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시가 마음에 들어온 이유는 나도 느낄 수 있는 정서가 그려지기 때문인데, 거기다가 특히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의 노인에 대한 부분이 강렬했다.

 

 다른 마음에 드는 시 중 '입국과 출국'을 읽으면서 나도 전쟁이 난 먼 나라로 떠났던 사람을 떠올렸다. 그곳에 그 때, 내가 알던 사람은 아마 그 사람 하나였을것 같다. 그 사람은 나와 선후배사이로 어쩌다 만나면 인사하고 지나가고 언제는 같이 술도 마시고 노천에 앉아서 오후를 보냈던 사람이었다. 자연히 시간이 바빠지면서 서로 안부 물을 일도 없이 '아는 사람'으로 지냈는데 어느 날 핸드폰에 그 사람 이름이 떴었다. 반가운 마음도 반이고 의아한 마음도 반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그 나라로 떠나기 위해 신청했다고, 곧 떠난다고 두서없이 그런 말만 하다가 '간다'고 '잘 다녀오라'고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었다. 후에 만난 동기에게 지나듯 그 얘기를 했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전화를 했었던 것이었다. 그 뒤로 연락을 해본적도, 해온적도 없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 그 사람은 나에게 전화를 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친구 하나를 버린다'가 좋은 이유는, 내가 가끔 가까운 지인의 죽음에 대해 상상해보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상상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가까운 지인의 죽음에 대해 상상하는 일을 가끔 하는데 그때마다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감정이라기 보다는 비슷한 느낌의 심리 상태. 그런 생각을 하고 난 뒤에는 그런 좋지 않은 생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게 좀 미안해질 때가 있는데, 그 상대에 대해 악의적인 감정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가장 아끼는 지인일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하고 스스로 되묻는데 답은 없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연 떠올라서 꼽아놓았다. '손목'은... 누구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길어서 여기에 일부러 옮기진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봄 산행'의 전문을 올린다.

 

 

봄 산행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신발이 무겁다

 

몸이 무겁다

배에 붙은 살이 잘 떨어지지 앟았다.

 

 

이달의 사락 m******j 2013.02.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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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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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면 보통 하는 생각이 '어렵다'인 것 같다. 그림을 보듯 음악을 듣듯 그냥 편히 즐길 수도 있는 시를 어렵게 만든 건 어쩌면 시를 두고 정답을 골라내야 했던 중고등학교의 교육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이 시집에는 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숙달된 독자나 모두 즐길 수 있는 여백과 웃음이 있다. 시를 읽으며 눈을 부릅뜨거나 머리를 굴리지도 말자. 황석영 선생님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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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면 보통 하는 생각이 '어렵다'인 것 같다.

그림을 보듯 음악을 듣듯 그냥 편히 즐길 수도 있는 시를

어렵게 만든 건 어쩌면 시를 두고 정답을 골라내야 했던 중고등학교의 교육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이 시집에는 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숙달된 독자나 모두 즐길 수 있는 여백과 웃음이 있다. 시를 읽으며 눈을 부릅뜨거나 머리를 굴리지도 말자. 황석영 선생님이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고 하셨듯 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면 된다. 그냥 읽어보자. 그랬으면 좋겠다. 

k******l 2008.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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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어서 온다] 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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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시집을 추천하는 글을 읽고 나서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며 인터넷서점  위시리스트에 이 시집을 담아둔 지는 꽤 되었답니다. 그런데 한가한 시간들을 다 놔두고 바쁜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 지금에서야 이 시집을 펼쳐들게 되네요. 뭐... 바쁠수록 쉬어가라고 하잖아요. ^^; 아무튼 저에게는 여태 생소했던 시인의 이름, 윤.제.림. 그의 다섯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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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시집을 추천하는 글을 읽고 나서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며

인터넷서점  위시리스트에 이 시집을 담아둔 지는 꽤 되었답니다.

그런데 한가한 시간들을 다 놔두고

바쁜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 지금에서야

이 시집을 펼쳐들게 되네요. 뭐... 바쁠수록 쉬어가라고 하잖아요. ^^;

아무튼 저에게는 여태 생소했던 시인의 이름, 윤.제.림.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인 《그는 걸어서 온다》입니다.

 

싸리제 너머

비행운 떴다

 

 

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

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남양댁

소리치겠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공군소령 김진평> p.14

 

기대만큼 참 좋았던 시들.... ^^

 

윤제림 님의 시 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독자들을 향해 ‘걸어서 오고’ 있었습니다.

자식의 이름으로 가게이름을 짓는 우리의 어머니들,

고된 일을 마치고 아침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의 아버지들,

한 말을 하고 또 하는 누군가의 당숙처럼 친근한 이들도 있었지만,

밀입국을 하다가 붙잡힌 중국동포, 시어머니 학대로 집나온 베트남 여인,

손목이 잘린 스리랑카 소년처럼 먼 곳에서 온 사람들과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저승사자까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발걸음처럼 간결한 시어들이

우리 주위에 늘 함께 있었고 자주 보았던 익숙한 풍경들을 이야기해주고 스윽 지나가는데,

자꾸만 마음이 짠-해져서

다 읽고 난 후에도 손에서 쉽사리 시집을 놓지 못했습니다.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을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다

 

가을이다.

<습관을 생각함>  p.32

 

 

 

 

 

... (중략)어여뻐라. 한양성 가는 방자처럼 걸어서 날 찾아오는 사람. 아니면 어이 가리너. 혼자서 어이 가리너,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칠흑의 어둠 속에서 열나흘은 흐느끼겠지. 어이 가리너, 이정표도 없는 길을. 울부짖으며 맨발로 내닫겠지. 생각느니, 안개 속 구만리 벼랑길로 나를 데리러 오는 그이는 얼마나 착한 사람인가. 그 먼 길을 오토바이도 없이 걸어서 오는 사람.

<그는 걸어서 온다> 중에서 p.56

시집은 아무래도 다른 분야의 책보다는 서평을 쓰기가 힘든 것 같아요. ^^

하지만 날씨가 더울수록, 할일이 많아 바쁠수록,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외로울수록

이렇게 얇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집 한 권 찾아 읽고

그때 그때 조금이라도 위로 받고 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간단하게나마 서평을 써봅니다. ^^

문학동네 퍼냄/ 2008년 4월 21일/ 126쪽

 

 

느림보와 게으름뱅이의 눈에는 움직이는 것보다 서 있는 것들, 혹은 겨우 움직이는 것들이 더 잘 보인다. 이를테면, 돌이나 나무, 노숙자나 먼 데서 온 사람들이다. 내 시의 점포(店鋪)는 그런 이름들로 붐빈다.(중략) 시인의 말 중에서 p.125

 

n*****n 2012.05.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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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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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왜소해진 시기를 잘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이 빈약해지기 시작한 때를 가늠할 수 있다. 유렵이나 미국에서 시가 사라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고 그래서 시인이 퓰리처상 같은 걸 받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   한국에는, 희귀하게도, 아직 시가 유효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잘 살펴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시어와 시문은 얇아지고 연약헤서 거의 지워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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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왜소해진 시기를 잘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이 빈약해지기 시작한 때를 가늠할 수 있다.

유렵이나 미국에서 시가 사라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고

그래서 시인이 퓰리처상 같은 걸 받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

 

한국에는, 희귀하게도, 아직 시가 유효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잘 살펴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시어와 시문은 얇아지고 연약헤서 거의 지워질 지경이다.

오늘 인기를 얻고 있는 시집의 시들은 

아무리 들으려해도 들리지 않는 중얼거림이거나 

해가 뜨면 시꺼멓게 녹아내리는 눈사람 같다. 

영혼을 아프게 긁어내는, 그래서 영혼을 맑게 하는 진짜 시들은,

서구의 경우처럼, 사람들의 눈과 코와 귀 바깥에 있다.

 

*

 

<삼천리 자전거>에서 처음 맡았던 그 구수한 '냄새'는

온갖 얇고 반지르르한 언어에 가려져 버린 진짜 우리가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음을 가르켜준다.

가르쳐주었으니 찾아야 할 텐데, 

우리의 발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어쩌면, 그래서, 시인은, 그가 걸어오고 있다고,

안타깝게 소식을 알려주는지도 모르겠다.

 

 

R*****4 2010.05.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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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오는 이를 맞이하는 마음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
"걸어서 오는 이를 맞이하는 마음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 내용보기
카피라이터로 쓴 책을 읽고 다시 시인으로서의 작가와 글이 궁금해 이 시집을 구했다. 앞 시집<사랑을 놓치다>에 대한 기억에 좋게 남아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고.   작가가 카피라이터라는 것이 시집을 읽는 데 절반의 도움, 절반의 방해로 작용했다. 자꾸만 카피와 같은 글귀를 발견하고자 애쓰는 나, 그런데 정작 그런 구절은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
"걸어서 오는 이를 맞이하는 마음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 내용보기

카피라이터로 쓴 책을 읽고 다시 시인으로서의 작가와 글이 궁금해 이 시집을 구했다. 앞 시집<사랑을 놓치다>에 대한 기억에 좋게 남아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고.

 

작가가 카피라이터라는 것이 시집을 읽는 데 절반의 도움, 절반의 방해로 작용했다. 자꾸만 카피와 같은 글귀를 발견하고자 애쓰는 나, 그런데 정작 그런 구절은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그윽하고 따스한 시선만이 잡히고 있었으니. 따뜻하였다,

 

작가에게는 죽는다는 것도 그러한 모양이다. 무섭거나 차갑거나 무시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는 일의 하나로, 살면서 어깨동무하고 같이 걸어가는 친구 모양으로, 어디 그게 예사로운 경지이랴. 오늘 이 순간이 억울하지 않고 서럽지 않고 부족하지 않아야만 도달할 수 있을 텐데.


YES마니아 : 로얄 j***6 2012.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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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 쉬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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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하루를 살다보면, 그냥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가고, 그렇게 세월이 물같이 흘러간다. 감성적 글읽기와 멀어진 지 오래, 어느새 나는 육아서적과 어린이책과 또 정보와 지식을 담은 책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처럼 시집을 읽어본다.   시집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다. 그래서 100여권의 책을 읽어도 한권의 시집이 끼어들 틈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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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하루를 살다보면, 그냥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가고, 그렇게 세월이 물같이 흘러간다. 감성적 글읽기와 멀어진 지 오래, 어느새 나는 육아서적과 어린이책과 또 정보와 지식을 담은 책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처럼 시집을 읽어본다.

 

시집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다. 그래서 100여권의 책을 읽어도 한권의 시집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실실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또다시 모험을 강행하고자 윤제림의 시집을 손에 들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뭐랄까? 한 박자 쉬어가라고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어려운 시도 없다. 그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시어로 풀어내 놓았다. 나는 비평가가 아니니 그저 시에서 삶을 읽는 것으로 족하다. 시인이 풀어놓은 '죽음'도 무섭고 만나기 싫은 존재가 아니다.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과 앞으로 그곳으로 갈 우리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다 읽은 시집을 또 펼쳐들고 곱씹고 곱씹는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8 2008.05.07.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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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한걸음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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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를 소리 내어 읊었다. 동생 왈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 대한 시 같다.”  “어? 이 시가? 엄마들의 애환 같은데...” 내가 말했더니 다시 동생이 말하길, “그래? 난 공부하라는 마지막 말 때문인지 고3들이 받는 압박이 느껴지는데...” 하나의 시가 이토록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역시 시의 매력이겠지. ‘시를 감상한다.’에 대해서는 초짜이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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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시를 소리 내어 읊었다. 동생 왈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 대한 시 같다.”  “어? 이 시가? 엄마들의 애환 같은데...” 내가 말했더니 다시 동생이 말하길, “그래? 난 공부하라는 마지막 말 때문인지 고3들이 받는 압박이 느껴지는데...” 하나의 시가 이토록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역시 시의 매력이겠지.


‘시를 감상한다.’에 대해서는 초짜이다. 대표적으로 읽은 시집이라곤,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정도인데, 가재미는 감성적으로 다가와서 괜스레 우아한 척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묵직한 힘은 쫙 빼고 읽었어야 했던 시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반해 이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는 좀 더 복합적인 걸 요구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냥 곧이곧대로,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뒤에 해설을 읽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요소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느꼈다 기보다는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제림 시인의 이 시집은, 숨은 뜻이 많은 것 같기도 해서 조금 갸우뚱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동생과 느낀 점에서 상반됐던 첫 번째 시인 ‘제춘이 엄마’만 봐도, 어떤 특정 운율이나 깊은 의미를 지녔다기 보다는 단순히 하나의 상황 같은 걸 나열하고 있었다. 일명 보여주기 식을 택했다는 소리다. 이 특징은 이 시집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뜻은 정말 모르겠는 부분이 더 많았다. 도대체 왜 이 같은 상황을 제시한 걸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한계가 있어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오죽하면 처음에 시라기 보다는(시에 대한 갖고 있는 일련의 편견들 속에서) 오히려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하면 설명일 될까.


전체적인 느낌은 소박함이 이 시집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소박하지만 절대 단출하지 않다. 주변에 풍경들이 시속에서 그대로 보여 지고 있다. 재탄생 같은 건, 숨은 뜻인 것 같다. 단순히 자연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집안의 풍경 같은, 저자가 발길 닿는, 손길 닿는 곳의 익숙한 것들에 대한 시이다. 4부로 된 구성 중, 3부는 다른 부분과 조금 차별을 둔 느낌이 들었다. 한 눈에 주제의식이 뚜렷했던 것 같다. 3부 같은 경우 한국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시였다. 연변처녀가 등장하고, 외국인노동자가 등장하고. 그들에 대한 작가의 마음가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심청가, 홍보가, 춘향가 등의 제목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판소리계 소설들을 차용했는데, 아직까지 그 의미파악이 안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패스~! 세 번째 읽으면 좀 와 닿을까.  


그는 걸어서 온다를 메인제목을 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시 자체가 천천히 걸어오는 느낌이다. 그러다 순간은 조금 빠른 걸음을 걷기도 하지만 다시 본래의 걸음으로 온다. 각각이 걸음걸이에 특성이 있으나 전체적인 균형이 잡혀있다. 재독할수록 의미가 새롭고 다양하게 느껴지는 게 운문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처음은 항상 어렵지만, 자주 읽다보면 내 나름의 시적 의미를 느끼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아직까지는 겉멋 잔뜩 든 시감상이지만... 

 
 
 
YES마니아 : 로얄 k******r 2008.05.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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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섞지 않은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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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시인은 시 <詩>에서 이미 고백한 바 있다.   나는 결국, 죽을 때까지 失業이 못된다. 烈婦 춘향이처럼, 남산 소낭구처럼.   ..... 그만두겠노라고 흰소리하다가는, 눈 뜨면 또 이렇게 일 나오느니! 평생 직장, 시.   라고...   윤제림 시인이 평생 직장 삼은 시를 담은 시집이 한 권 나왔다. 7년 만이다. 전에 시집 <사랑을 놓치다>를 읽고는 시행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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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시인은 시 <詩>에서 이미 고백한 바 있다.

 

나는 결국,

죽을 때까지 失業이 못된다.

烈婦 춘향이처럼,

남산 소낭구처럼.

 

.....

그만두겠노라고

흰소리하다가는, 눈 뜨면

또 이렇게 일 나오느니!

평생 직장,

시.

 

라고...

 

윤제림 시인이 평생 직장 삼은 시를 담은 시집이 한 권 나왔다. 7년 만이다.

전에 시집 <사랑을 놓치다>를 읽고는 시행 한 줄 한 줄마다 꾸민 흔적 없는 솔직한 시어들이 묻어나는 걸 보고는 매운탕 먹은 듯 속이 후련하면서도 뜨뜻해짐을 느꼈더랬다.

 

이번에 낸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에 담긴 시들에도 기교는 없다.

요령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 요령껏 살지 않을 때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듯이

시를 평생 직장 삼는다는 그가 시어에서 멋을 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기도 하다.

"난 천성이 요령 피울 줄 모르게 태어났어." 라고 한다면야 할 말 없지만.

그의 시들은 얼핏 맛보면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조미료 전혀 안 들어간 음식 같다.

그런데 자꾸자꾸 곱씹을 수록 새 맛이 돋아난다.

씹어 삼켜 내 것이 되면 이렇게 정성껏 밥상을 차려준 손길이 고마워진다.

 

이번 시집에서 윤제림 시인은마치 뒷동네 박 노인이 어찌어찌했대. 라는 듯한 말투로 저승사자 이야기를 하고,

마치 그 절망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마냥 손목 잃은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이야기하기도 하고,

의뭉스럽게 현대판 심청이가 되기도 한다. 느닷없이 화장을 하고 베트남 처녀로 둔갑하기도 한다.

그의 말투에는 강렬함이 없어도 그 말 속에는 가슴을 치는 메시지가 있다.

저번 시집에서 생에 대한 관능이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초탈이 느껴진다.

 

옆에 두고 짬짬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시들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처럼.

배불러서 뒤돌아섰다가도 때 되면 다시 생각나는 밥처럼 말이다.

 

z******7 2008.04.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와 얼굴 (그는 걸어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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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얼굴[시를 말하는 시 22] 윤제림, 《그는 걸어서 온다》   - 책이름 : 그는 걸어서 온다- 글 : 윤제림- 펴낸곳 : 문학동네 (2008.4.21.)- 책값 : 8000원     어른 스스로 달라지면 아이는 스스로 달라집니다. 어른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는 스스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른은 스스로 달라지지 않더라도 아이는 스스로 달라지곤 합니다. 어른이 시키는 굴레에 갇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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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얼굴
[시를 말하는 시 22] 윤제림, 《그는 걸어서 온다》

 


- 책이름 : 그는 걸어서 온다
- 글 : 윤제림
- 펴낸곳 : 문학동네 (2008.4.21.)
- 책값 : 8000원

 


  어른 스스로 달라지면 아이는 스스로 달라집니다. 어른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는 스스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른은 스스로 달라지지 않더라도 아이는 스스로 달라지곤 합니다. 어른이 시키는 굴레에 갇힌 아이 가운데 참 많은 아이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으로 흐르지만, 새로운 삶 꿈꾸는 아이는 차근차근 힘을 기르고 사랑을 쏟아 굴레를 박차고 나와서 새 길을 걸어요.


  어린이나 푸름이가 어른들 흉내를 내어 범죄를 저지르면 청소년범죄라 일컫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범죄 아닌 어른범죄입니다. 어른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아이들이 보고 배웠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나 동네에서 따돌림을 한다고 혀를 차는 어른들 많으나, 어른들부터 마을과 회사에서 같은 어른을 따돌리며 살았기에, 아이들은 이 모습 고스란히 배워서 따라할 뿐이에요. 어른들은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행정에서도 문화에서도 문학에서도 예술에서도 교육에서도, 사회운동과 진보운동에서조차, 참말 서로서로 따돌리거나 해코지하거나 들볶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집단따돌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주먹이나 발길질로 윽박지르면서 돈을 울궈낸다지요. 그러면, 어른들은 이런 짓 안 하나요. 어른들이야말로 서로서로 밟고 올라서서 이녁 주머니에 돈을 더 많이 챙기려고 하지 않나요. 어른들 스스로 즐겁게 어깨동무하며 돈을 나누고 사랑을 함께하는 삶 안 짓는데, 아이들이 서로서로 즐겁게 어깨동무하기란 참 어려워요.


.. 아버지 한 사람이 /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 밥 좀 많이 퍼요 ..  (가정식 백반)


  어른들이 쓰는 말이 곧 아이들이 쓰는 말입니다. 어른들이 품는 생각이 고스란히 아이들이 품는 생각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는 ‘직업훈련’ 시킵니다. 실업계 학교에서만 시키는 직업훈련 아닙니다. 인문계 학교에서 대학바라기 내모는 짓도 직업훈련이에요. 앞으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도록 졸업장과 자격증 따게 내모는 직업훈련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꿈’을 꾸지 않고 대학교에 가도록 내몰 때에는 모두 직업훈련이에요. 그런데, 제대로 어느 직업 잘 건사하면서 꿈을 꾸도록 북돋우지 않아요. 어른들은 돈 많이 벌 일자리를 찾도록 닦달할 뿐이에요. 아이들이 직업 찾도록 꾀하면서도, 즐겁게 일할 자리나 기쁘게 일할 터 아닌, 돈 많이 벌 자리나 터만 헤아리도록 시켜요.


  연예인 되거나 기자 되거나 작가 되는 일은 ‘꿈’ 아닌 ‘직업’입니다. 미용사나 운동선수나 요리사 되는 일은 ‘꿈’ 아닌 ‘직업’입니다. 꿈과 직업은 다릅니다. 꿈과 ‘돈 버는 직업’은 다릅니다.


  가만히 살피면, 어른부터 스스로 꿈이 무엇이고 직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라요. 삶과 사랑을 제대로 모르는 어른이에요. 그러니, 이런 어른들 가운데 아이들한테 ‘직업교육’조차 제대로 시킬 만한 마음그릇 되는 이 매우 적어요. 직업교육을 직업교육대로 제대로 못 시키니, 꿈은 꿈대로 보여주거나 밝히지 못합니다.


.. 제아무리 잘 된 영화래봤자 / 별 다섯 개가 고작인데, / 우리들 머리 위앤 / 벌써 수천의 별들이 떴다 ..  (한여름밤의 사랑노래)


  어른들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아이들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어른들은 손전화나 스마트폰 끼고 자동차를 몰고, 아이들은 손전화나 스마트폰 끼고 자전거를 달립니다.


  잘 헤아려 보셔요. 아이들도 고장말, 이른바 사투리를 써요. 아이들이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면 부산말 쓰고, 아이들이 순천에서 나고 자랐으면 순천말 쓰지요. 어른들 쓰는 말이 하나하나 아이들 말이 돼요. 어른들이 사랑 담은 따사롭고 넉넉한 말 쓰면, 아이들도 사랑 담은 따사롭고 넉넉한 말 써요. 어른들이 보드랍고 살갑게 말을 나누면, 아이들도 보드랍고 살갑게 말을 나누지요.


  어른들이 교과서나 참고서를 비롯해, 신문과 잡지, 여기에 책과 문학에 아름답고 훌륭하며 착한 한국말 빛내면, 아이들한테 따로 말을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은 이런 글과 책만 읽으면서도 아름답고 훌륭하며 착한 한국말 물려받아요.


  그러나 우리 모습을 돌아보면, 이 나라 어른들 가운데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착하게 쓰지 않아요.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한국말 슬기롭게 빛내는 문학이나 예술이나 문화로 뻗어나지 못해요.


.. 한강에 눈이 내린다 /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주는 것은 / 고마운 일이다 ..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내 얼굴은 바로 내 아이 얼굴입니다. 내 어버이 얼굴은 바로 내 얼굴입니다. 어른 얼굴은 바로 아이 얼굴입니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만 같은 얼굴이지 않습니다. 내 얼굴은 내 동무 얼굴입니다. 내 동무 얼굴은 내 얼굴입니다. 내 이웃 얼굴은 내 얼굴이요, 내 얼굴은 다시 내 이웃 얼굴입니다.


  웃고 노래하는 얼굴로 살아가면, 다 함께 웃고 노래하는 얼굴 되지요. 웃고 노래하는 얼굴이란 웃고 노래하는 삶이에요. 따로 노래를 찾아서 불러야 하지 않아요. 삶이 하나하나 웃음이요 노래가 되면 돼요.


.. 황사먼지 속에 보이네. / 복사나무에 라디오를 매달고 / 밭갈이 하다가, / 괭이도 내던지고 / 마을로 달리는 / 농부 한 사람 ..  (또, 심청가)


  윤제림 님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2008)를 읽습니다. 윤제림 님은 어떤 얼굴로 살아가며 시를 쓰는가 생각합니다. 윤제림 님 얼굴에 어린 이녁 어버이와 이웃과 동무 얼굴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윤제림 님을 둘러싼 아이들과 젊은 벗들 얼굴을 곰곰이 헤아립니다. 모두 어떤 얼굴 되어 살아가나요. 서로 어떤 얼굴빛 함께 나누는가요.


  어떤 이야기로 삶꽃 피우나요. 어떤 몸짓으로 삶빛 밝히나요. 어떤 꿈으로 삶사랑 이루나요.


.. 봄꽃은 / 잎새 하나하나가 / 누군가의 얼굴이다 ..  (꽃잎)


  말 한 마디는 바로 얼굴입니다. 손짓 하나는 바로 마음입니다. 글 한 줄은 바로 생각입니다. 발걸음 하나는 바로 사랑입니다.


.. 저 / 나무 / 아래서 / 밥을 먹으면 / 꽃 / 밥 ..  (낙화)


  좋은 나라 꿈꾸면서 좋은 하루 누리고 싶습니다. 좋은 마을 바라면서 좋은 삶 짓고 싶습니다. 좋은 보금자리 빌면서 좋은 이야기 엮고 싶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좋은 웃음 지으면서 좋은 마실 즐기고 싶습니다.


  좋은 흙에 좋은 씨앗 한 톨 심고 싶습니다. 좋은 물 한 잔 마시면서 좋은 몸 지키고 싶습니다. 좋은 바람 좋은 이웃과 나란히 쐬고 싶습니다. 좋은 햇살 내리쬐는 좋은 숲길 거닐면서 좋은 노래 부르고 싶습니다.


  좋은 말 들려주는 좋은 얼굴 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쓸 수 있는 좋은 가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살림 알뜰살뜰 꾸리는 좋은 어버이 되고 싶습니다. 바라는 삶을 생각합니다. 꿈꾸는 삶을 입으로 읊으면서 흰종이에 정갈하게 옮겨적고 예쁘게 그립니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이달의 사락 h*******e 2013.05.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