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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것을 담고자 하고 내세우는 바가 묵직해 보이지만, 보는 이들한테는 조금 지루한 영화가 있다. 앤드류 도미닉 감독이 2007년에 만든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같은 영화다.
1880년대의 미국에서 몇 개주를 넘나들며 은행이나 기차를 털어 때로는 제 무리가 다 나눠 먹고, 때로는 못 사는 이들한테 조금씩 나눠준 제시 제임스를 다루었다.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이 뭐 잘났을까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 한다.
2. 잉글랜드에서 이름난 <로빈 훗>과 같지는 아닐지라도 그의 삶이 책으로 나오고 신문에 났으니, 이런 쪽을 높이 생각하는 사내라면 제시 제임스(브래드 피트)의 삶을 우러러 보았을 것이다.
그런 이 가운데 스무살이 채 안된 로버트 포드(캐시 애플렉)도 있다. 총으로 등쳐먹는 사람들...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도 머리가 어떻게 되었겠지...
나라에서는 어쨌든 제시 제임스 무리를 잡으려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남몰래 이곳저곳으로 집을 옮겨다니고, 남의 것을 털어갈 때는 얼굴을 가리고 나섰으니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는 무리 속에 누군가 들어가 잡아야 하는데...
제시 제임스 무리에 끼어 로버트 포드가 같이 다니지만, 책에서 본 사람과 다르다. 성도 자주 내고 어떨 때는 울기까지 한다.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데, 같이 다니는 무리들한테 보이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도 보이고...
영웅도 집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던가. 가까이서 보면 누구나 멀리서 볼 때의 빛은 사라지고 자잘한 잘못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남들과 같이 우러러 볼 때의 마음은 사라지고, 자꾸만 키가 낮아 보이고 사람이 싫어진다.
3. 남의 것을 빼앗으러 같이 다닐 때는 서로 도와야 하므로 잘 지내지만, 일이 끝나고 제 몫을 갖고 살아갈 때는 다툴 일만 생긴다. 끝내는 서로 죽이는 일만 남았다.
그러니 서로를 보면서 온갖 생각을 한다. 저 놈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털어놓지나 않을까, 내 아버지가 새로 들인 젊은 아내를 넘보지나 않을까, 아무도 믿지 않고 총만 믿는 제시 제임스가 나를 가만히 둘까...
제시 제임스의 형 프랭크 제임스, 사촌 아우 우드 하이트야 제시 제임스와 같은 핏줄이고, 에드 밀러와 딕 리딜은 생판 남이고, 찰리 포드와 로버트 포드는 형과 아우이므로, 다투면 누가 먼저 죽을지 뻔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살지만 제 핏줄은 챙긴다.
소설을 바탕으로 삼았는데, 영화 속에서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남북전쟁으로 남군을 물리치고 미국을 하나로 만든 링컨 대통령을 마구 깐다. "링컨 집안은 아버지나 어머니 핏줄이 모두 머리가 살짝 돌았어..."
인디언과 같이 사는 사내한테 무리들이 말한다. "인디언과 같이 사니 어때?" 그냥 웃기만 하는 사내한테 알지도 못하면서 낮추어 말한다. "머리 가죽을 벗기는 인디언과 같이 잠자리를 하면 오싹하지 않아? 인디언은 일어서서 아이를 낳는다며..."
4. 1881년에 깨끗이 손을 씻었지만, 그 전까지 총으로 남의 것을 가로챘던 제시 제임스와, 무리들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사내들을 하나씩 죽인 제시 제임스가 무서워 먼저 총을 쏜 로버트 포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영화 속의 사람들은 로버트 포드를 나무란다. 저를 아껴주었던 사람의 뒤통수를 쳤다며, 또 비겁하게 총도 안 가진 사람을 뒤에서 쏘았다며.
그런 소리를 듣는 로버트 포드는 마냥 억울하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지...이런 생각을 하리라. '제시 제임스가 죽인 사람들 때문에 그 피붙이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게 사는지 알아? 총을 든 제시 제임스를 앞에서 누가 이길 수 있어. 나쁜 놈을 뒤에서 쏘는 게 잘못한 일이야...'
영화는 긴 이름으로 로버트 포드를 꾸짖고 있으나, 제시 제임스도 편들기 싫고, 로버트 포드도 싫다. 그런 나쁜 짓을 하고 살았으면 로버트 포드가 아니라 누구라도 죽였을 제시 제임스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총으로 남의 것을 빼앗아가는 놈들한테 살길이 어디 있으랴.
5. 160분을 이어가며 보여주어야 할 영화인지 모르겠다. 90분짜리 영화도 깔끔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보여주는데, 질질 끌어야 할 까닭이 어디 있을까? 신나는 총싸움을 생각했는데, 영 아니다. 그렇다고 쌈빡한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조금 지겹다.
디브이디는 화면은 아주 깨끗하다. 소리도 좋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보너스라곤 예고편도 없다. 요즈음 만든 영화 디브이디인지 다시 보았다. 흑백영화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