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두 지음 / 아이 세움 출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 할 곳은 많고, 볼 것은 많다. 빼어난 자연경관이나 도시의 모습도 그러하려니와, 문화재나 박물관이 있는 곳이면 더더욱 우리의 눈동자와 발걸음이 빨라진다. 내가 유럽여행을 좀 유보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건축물을 봐도 그냥 멋있다라는 생각만 하고 사진만 찍고 돌아온다면 그것은 알짜배기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국내를 여행해도 그렇지만, 역사에 대한 책 한권만 읽고 여행을 가더라도, 그 지역이나 박물관, 인물 등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돌아오게 된다. 하물며 외국을 나가면서 하나도 모르고 가이드만 믿고 따라나선다면 그처럼 재미없는 여행이 또 있을까?
도서관에서 내가 자주 찾는 코너는 주로 여행, 역사, 지리 코너이다. 그런데 책 반납을 하면서 새로운 책을 고르던 중 코너 반대편에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긴 한데 막연한 그 앎이라는 것 때문에 이 책을 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졌다. 이전에 기껏해야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정도, 그리고 헬리곱터의 전 모델이었던 프로펠러를 그렸었다는 것 정도? 나중에 여행 다니면서 레오나르도가 남긴 몇 안되는 작품을 보고서도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가 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단순에 집어 들었다.
레오나르도는 대단한 정열가였다. 그리고 자유인이었다. 심지어는 결혼도 하지 않고, 학문과 예술에 정진했을 정도이다. 또한 수 만금의 돈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작업을 택했다. 그림 그리는 것이 그냥 손재주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직접 30여구의 시체를 들춰가며 근육과 인체해부에 대한 견해를 쌓고, 길거리에 다니면서도 계속 소묘를 했으며, 미술 이외에도 음악, 천문학, 군사무기,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근래 들어 나오는 말이지만,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는 말 까지도 나오고 있다. 그는 또한 이전의 미술에서 정석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 뒤엎어 버렸다. 무슨 말일까 싶겠지만, 그는 이전에 화가들에게 생소한 부조기법과 원근법 등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이전까지 성서에 나오는 내용을 경건한 모습으로 정갈하게 그려오던 것과는 달리, 인간의 모습을, 갈등상황, 심리상태를 묘사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최후의 만찬’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도 바로 이전 시대까지는 성스럽게 앉아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에서의 제자들은 예수의 한 마디로 겁에 질리고, 서로를 의심하고 다투는 아주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아마 그 시대 당시 르네상스 정신이 부활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레오나르도는 이 점 말고도 정말 특이한 발상을 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나는 석고소묘와 구성을 했었다. 석고 소묘의 가장 첫 작업은 얼굴을 분배하는 작업이다. 얼굴을 반으로 나누고, 다시 눈의 위치를 잡고, 이마를 잡고, 눈썹과 코, 이런 식으로 그리게 되는데 나는 이것을 일반인 얼굴 그릴 때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그런데 이 때 내가 왜 실제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못 그렸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레오나르도는 항상 추남, 추녀, 노인 등을 따라다니면서 얼굴 스케치를 했는데,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세상에 모든 것을 고정적 비율로 해서 나눌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생김새도 다르고, 정확히 관찰한 다음에야 각자의 비율이 나오는 법이다. 또한 사람을 그릴 때도 미남, 미녀만 그리면 좋겠지만, 추남, 추녀와 대비가 되어야 비교가 가능하고, 이것은 아이와 노인, 키다리와 난장이, 뚱보와 마른이에게도 동시에 적용되는 것이다. 모두 한 가지 틀에 넣고 생각할 수 없는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 구석구석에는 과학이 녹아있고, 함축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으며,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과 함께 잘 제시되어 있어서(부분도로 확대해 놓은 부분이 많아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이해하기가 쉬웠다. 앞으로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책들도 읽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