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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생존과 존엄을 위한 반어법
"[올가의 반어법]생존과 존엄을 위한 반어법" 내용보기
국내에 소개된 요네하라 마리의 저작 16권을 완독했다. (정확히는 15권 반. <대단한 책>을 1부까지만 읽고 포기했다) 마치 16봉 등정에 도전한 것 같다. 하산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취향에는 이 책이 최고봉이었다. 저자의 역사 문화 지식과 인간 관찰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연결해가는 구어체 문장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미칠지경으로 읽는 이를 몰아쳐간다.   일
"[올가의 반어법]생존과 존엄을 위한 반어법" 내용보기

국내에 소개된 요네하라 마리의 저작 16권을 완독했다. (정확히는 15권 반. <대단한 책>을 1부까지만 읽고 포기했다) 마치 16봉 등정에 도전한 것 같다. 하산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취향에는 이 책이 최고봉이었다. 저자의 역사 문화 지식과 인간 관찰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연결해가는 구어체 문장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미칠지경으로 읽는 이를 몰아쳐간다.

 

일본인 히로세 시마는 1960년,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서 무용교사 올가 모리소브나를 만난다. 나이 많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올가는 몸치 학생에게 "이런 천재를 보았나!"하는 식의 반어법을 구사한다. 또한 성적인 욕도 걸판지게 해 댄다. 그녀의 절친인 프랑스어 교사 엘레오노라 역시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구 러시아 시절 귀족 출신같아 보이지만 약간 치매기가 있다. 시마는 일본으로 귀국하고 30여 년 뒤, 러일 번역가가 되어 구 소련 체제 붕괴 후 모스크바로 날아가 올가의 생애를 추적한다. 이 시기 배경은 1990년대다.  소비에트 학교 시절 절친인 카챠와 함께. 올가는 스탈린 치하 ‘알제리 라게리(수용소)' 생존자였다.  시마와 카차의 추적에 의해, 스탈린 치하 숙청 역사와 가슴아픈 개인의 역사가 낱낱이 드러난다. 이  시기 배경은 1930년대. 이렇게 이 소설은 세 시대와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시마의 기억, 생존자의 수기, 증언 서적, 인터뷰 등등 이야기가 겹겹으로 등장한다. 어느 정도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 너무 쉽게 실마리를 제공해주며 술술 풀려가는 유치한 우연성도 있지만, 그런 단점도 소설 전체의 힘을 가리진 못한다.

 

이미 요네하라 마리의 전작을 읽었기에 어느 정도가 논픽션이고 어느 정도가 픽션인지 구별이 가능하다. 프라하 학교에 독특한 무용 선생님의이 존재했다는는 사실이다. 물론 스탈린 시대 배경도 다 사실이고.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도 꽤 나오지만, 다 읽고나면 남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비극을 견디는 힘'이다. 여성 수감자들을 강간하려는 고위 관리에게 '거세 돼지'라며 욕하고 덤비는 올가, 그러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작은 상자같은 징벌방에서 일주일간 음식 없이 갇힌다. 그러나 조금도 기죽지 않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한 올가. 그녀는 징벌방 안에서 단식과 요가수행을 했다고. 그런 그녀를 수용소의 관리들도 두려워했다고.  ‘욕설과 함께 권력과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삶을 배웠다’는 올가! 올가가 수용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시마는 그녀의 반어법을 이렇게 정의내린다.

 

올가의 모든 것이 반어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희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의상과 화장, 그리고 언동은 그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 429쪽

 

그 순간에 깨달았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은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 430쪽

 

그외에도 230쪽, 수용소의 여자들이 고통스런 현실을 잊기위해 밤이면 자신들이 읽었던 책을 각자 구연해서 들려주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래에 인용한다. 고된 수용소 생활, 책도 필기구도 금지되었다. 어느날, 배우 출신 수감자 여성이 과거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기해 보여준다. 다음날부터는 각자 책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뒤로는 매일 밤, 모두 기억 속에 있는 책을 생각해내고 소리를 내며 이렇다 저렇다 서로 보완하면서 즐기게 되었다. 예전에 읽은 소설이나 에세이, 시를 차례로 '독파'해갔다. 그처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나 허먼 멜빌의 <백경>과 같은 대장편까지 대부분 글자 그대로 재연했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빠져있던 우리가 안나 카타리나를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고 일리야 일프와 예브게니 페트로프의 <열두 개의 의자>에 우스워서 뒤집어졌다면 믿기지 않을 거예요.”

어깨를 움츠리며 갈리나는 조용히 웃었다.

매일 밤 열리는 낭독회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수면 시간을 크게 잡아먹었는데도 이상한일이 일어났다. 여자들의 피부에 다시 윤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의 몸일 때 마음 속에 새겨두었던 책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거죠."

- 230쪽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인 소녀>만큼이나 문학의, 이야기의 효용에 대해 잘 표현된 책이다.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담에 꼭 고인이 된 요네하라 마리 작가에게 이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겠다. 열 살 때 읽었던 <소공녀>만큼이나 내게 이야기의 힘, 문학과 역사의 힘, 부당한 현실에 개기고 버티는 힘을 알려준 멋진 소설이다.

 

강추!

 

m******n 2015.08.02.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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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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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라는 인물의 과거회상과 현재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소녀시절에 올가라는 무용선생님의 비밀을 풀어헤치는 과정인데 긴박감은 없고 잔잔하다.   러시아와 소련, 레닌과 스탈린시대, 사회주의, 강제수용소 등의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인물간의 대화속에 녹아있지만 시대적 배경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에 쉽게 빠져들긴 힘들었다.   역사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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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라는 인물의 과거회상과 현재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소녀시절에 올가라는 무용선생님의 비밀을 풀어헤치는 과정인데

긴박감은 없고 잔잔하다.

 

러시아와 소련, 레닌과 스탈린시대, 사회주의, 강제수용소 등의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인물간의 대화속에 녹아있지만

시대적 배경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에 쉽게 빠져들긴 힘들었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므로 ...

 

책의 제목에 끌려서 읽은책이지만

내용은 썩...

 

a*******g 2010.05.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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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법 같은 삶, 그 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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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가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소설가의 분신이라고, 소설 속 이야기가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소설가의 실제 삶과 허구를 착각하지 않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떤 소설은 소설가 본인의 생애와 너무나 닮아서 착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요네하라 마리의 장편소설 <올가의 반어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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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가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소설가의 분신이라고, 소설 속 이야기가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소설가의 실제 삶과 허구를 착각하지 않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떤 소설은 소설가 본인의 생애와 너무나 닮아서 착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요네하라 마리의 장편소설 <올가의 반어법>이 그렇다. 나는 이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읽고 소설이 아니라 저자의 수기인 줄 알았다. 1960년대 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 히로세 시마가 무용가의 꿈을 접고 현재는 러시아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점,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몇 명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는 점(이 이야기는 요네하라의 다른 책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담겨 있다) 등은 저자의 실제 삶과 똑같다.

 

 

하지만 저자가 '80%가 픽션, 20%가 논픽션'이라고 공언한 대로 비슷한 건 앞부분에 나오는 설정 정도이고 뒷부분은 기존의 요네하라 마리 책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인 무용교사 올가는 우아한 옷차림, 몸동작과 달리 입이 험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욕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졌다. 어른이 된 후로도 그녀의 욕을 기억하고 있었던 일본인 제자 히로세 시마는 불현듯 그녀의 삶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 길로 모스크바로 날아가 흔적들을 찾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가 선생님에게는 스탈린 독재 시절 '알제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전적이 있었으며, 러시아 국적을 숨기고 체코 프라하의 학교에서 무용선생으로 취직한 수상한(?) 이력이 있었다. 오직 무용만을 사랑하는 것 같았던 올가 선생님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누구일까? 시마는 점점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시마가 올가 선생님의 자취를 쫓는, 일종의 추리소설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올가 선생님의 이야기만 떼놓고 보면 과거 소련을 무대로 펼쳐지는 역사극이다. 이 시절의 이야기는 끔찍하기 짝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반정부 인사로 지목되어 목숨을 잃고, 남은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채 수용소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으며, 이렇게 끌려간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갖은 폭력과 고문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모른 채 고아원에서 살다가 입양되었다. 이렇게 독재 정권에 의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 기록으로만 수백만 명, 기록에 남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수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잔혹하고 끔찍한 현실에 쉬이 스러질 법도 한데 꿋꿋이 살아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올가 선생님이 수용되었던 '알제리' 수용소에서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비록 푸짐한 밥도, 따뜻한 이불도 제공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였지만, 매일밤 이른바 '수용소 낭독회'라는 것을 열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용소 낭독회란 책도 영화관도 TV도 없는 수용소에서 서로의 기억력에 의지해 <안나 카레리나> 등 과거에 읽은 책이나 보았던 영화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인데, 매일밤 수감자들끼리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연기와 노래를 하며 한바탕 웃고 울며 즐기고 나면 밥을 안 먹고 잠을 못 자도 다음 날 아침 피부가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가 돌았다고 한다.

 

 

올가 선생님이 구사하던 걸진 욕도 수용소에서 배운 것이었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분노와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수용소의 여인들은 구수한(?) 욕으로 풀었다. 한참 욕을 하고나면 어쩐지 힘이 솟고 무서운 것도 사라졌다. 역사상 수많은 정권과 정부와 권력자들이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이야기와 욕은 대대로 전승되고 있는 것은 다 이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무서운 일이 벌어져도 민중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고 욕으로 대신 억누린 마음을 풀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 회복의 힘을 믿게 해주는 소설 <올가의 반어법>.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라면 필독, 팬이 아니어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j****y 2014.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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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법과 욕설뒤에 감춰진 처절한 삶의 흔적
"반어법과 욕설뒤에 감춰진 처절한 삶의 흔적" 내용보기
처음 요네하라 마리의 이름을 접했을 때, 어느 나라 사람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처음으로 구매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바로 이 <올가의 반어법>이란 책이었고, 올가라고 하면 러시아쪽 이름인데, 요네하라 마리란 이름은 러이아쪽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제 처음으로 이 책을 펼치고 작가 약력을 읽어 가면서 작가가 일본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반어법과 욕설뒤에 감춰진 처절한 삶의 흔적" 내용보기
처음 요네하라 마리의 이름을 접했을 때, 어느 나라 사람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처음으로 구매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바로 이 <올가의 반어법>이란 책이었고, 올가라고 하면 러시아쪽 이름인데, 요네하라 마리란 이름은 러이아쪽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제 처음으로 이 책을 펼치고 작가 약력을 읽어 가면서 작가가 일본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일본 소설을 즐겨 보지만, 아직 내가 접하지 못한 작가가 수두룩하니 뭐 당연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이란 걸 알고 나서 더욱 커지는 위화감. 일본인이 러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썼다??? 그 의문도 곧 해소되었다. 요네하라 마리는 실제로 어린 시절 체코의 프라하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으며, 러시아 통역사로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올가의 반어법은 1960년대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서 유학하던 한 일본인 소녀 시마가 자신이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러 러시아로 간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가 프라하에 있을때 무용을 가르치던 올가 모리소브나는 뛰어난 무용 실력과 더불어, 비난하고 싶을 때는 칭찬을, 칭찬하고 싶을때는 비난을 하던 독특한 어휘를 구사하던 선생님이었다. 한때 시마에게 무용가의 꿈을 심어주기도 했던 올가를 늘 그리워하던 시마는 어린 시절에는 무심코 넘어 갔던 사실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더불어 올가와 친밀하게 지냈던 프랑스어 선생님 엘레노오라와 그녀들의 딸이라고 말하는 지나에 대한 수수께끼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차차 밝혀지게 된다.

시마가 회상하는 학창 시절의 올가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무용수이자, 반어법과 욕설을 사용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재미있고 독특한 선생님이었고, 엘리노오라는 마치 프랑스 귀족과도 같은 우아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마가 떠올리는 학창시절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의 연속으로 기억되고, 오히려 일본에 돌아가면서부터 시마는 일본의 교육제도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시마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카챠는 모스크바로 돌아가게 되면서 시마와 연락이 끊기지만, 소비에트 연방 붕괴후, 28년의 세월이 지난후 다시 재회하게 된다.

알제리란 단어와 바이코누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올가와 엘레노오라, 그리고 미하일코프 소령과 그 두 사람이 마주쳤을때 서로 놀라던 모습, 뭔가를 몸에 지니고 있던 모습, 그리고 얼마간 두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일을 비롯해,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는 딸 지나의 비밀까지, 올가의 반어법은 미스터리한 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시마가 추적하는 올가의 과거.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진실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도서관의 문서, 당시 올가를 기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수용소였던 리게라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수기 등, 이야기는 작은 사실에서 엄청난 사건으로 확대되어 간다. 특히 스탈린 정권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상황에 대한 내용은 너무나 자세해서 작가가 혹시 러시아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묘사를 하고 있다. 당시 스파이 혐의로 몰린 사람은 재고의 여지 없이 총살형, 그리고 그 가족은 수용소로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린다. 또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소비에트 연방 위정자들의 처사는 치를 떨게 한다. 스파이란 혐의만으로 자행되는 숙청과 수용소 격리, 강제 노역, 그리고 아이들은 이름이 말소된 채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런 이야기는 시마의 학교 친구인 지나와 레오니드의 이야기와도 연관되어 있었다.

질곡의 역사, 스탈린 치하의 광풍. 그 속에서 살아 남은 올가와 여타의 생존자들. 올가가 쓰던 욕설은 라게리에서 배웠던 것이었다. 수용소에서의 강제 노역과 가족과의 이별등으로 피혜해질대로 피폐해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도 희망은 움트고 있었다. 그곳에 수용된 여성들은 서로 도우며 격려했고, 끈질기게 살아 남아 가족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 

올가는 이런 말을 했다. " 욕설과 함께 권력과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삶을 배웠단다."(388P) 라고.   
즉, 올가는 욕설로 권력과 권위에 대항했고, 반어법을 이용해 말함으로써 죽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에 대한 기억을 극복해 온 것이다. 언제 자신의 신분이 탄로나 소비에트 연방으로 잡혀갈지 모르는 상황,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어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동생의 희생으로 새로 얻은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시마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는 다소 유머스러웠지만, 그후 밝혀지는 올가의 개인사와 스탈린 정권하의 압제로 인해 피로 얼룩진 역사는 충격적일 정도로 잔혹하고 처절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논픽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된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 자국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세한 역사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는지에 대해서는 새삼 말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실제 저자의 무용 선생님이었던 올가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녀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픽션이며, 그외의 역사적 사실은 진짜로 존재했던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올가가 그런 일을 겪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픽션과 논픽션의 결합이란 부분에 위화감이 전혀 없다. 이 소설은 올가란 한 여성의 삶에 대해 그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올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세이 작가로서 첫번째로 쓴 장편 소설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전개를 가진 이 책은 읽는 내내 눈을 뗄수가 없었다. 올가의 반어법은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크게 가슴을 치고 들어온 소설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소설이다.


y*****5 2010.07.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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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내용보기
러시아어 번역, 통역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그녀만의 번득이는 재치와 창의적인 소재가 가득한 에세이로 유명하다. 이미 마리 여사의 수필에 빠져버린 독자라면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소설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하고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이미 그녀의 수필 여러 편을 섭렵했기에 이 소설에 그다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읽는내내 생각했다. 첫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내용보기

러시아어 번역, 통역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그녀만의 번득이는 재치와 창의적인 소재가 가득한 에세이로 유명하다. 이미 마리 여사의 수필에 빠져버린 독자라면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소설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하고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이미 그녀의 수필 여러 편을 섭렵했기에 이 소설에 그다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읽는내내 생각했다. 첫 수필을 읽고 그 독특한 문체와 표현에 빠져버렸고 몇 편의 수필을 거치며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그리고 펼친 <<올가의 반어법>>의 주인공인 시마는 이미 내게 있어 한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요네하라 마리 여사 본인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올가의 반어법>>은 픽션이다. 마리 여사님께서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사실 20%와 허구 80%가 합쳐진... 분명한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동안 자꾸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어쨌든 마리 여사님의 소녀 시절이 소설 속에 녹아있고, 올가 선생님은 실존하시는 분이었으며 그들이 겪은 러시아의 역사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릴 적 체코의 프라하에서 소비에트 연방 학교에 재직했던 시마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다음해인 1992년 가을, 러시아를 방문한다. 오랫동안 그녀의 가슴 속에 묻혀있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어려웠지만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프라하의 소녀 시절은 시마에게 언제나 그리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잊을 수 없는 친구 카챠와 꿈을 심어준 올가 선생님, 선생님의 콤비인 엘레오노라 프랑스어 선생님에 대한 수수께끼를 러시아 방문 기간동안 풀어낼 수 있을지. 

소설은 러시아 방문의 현재와 프라하 시절을 시도때도 없이 오고가며 두 상황을 모두 이해하게끔 몰아가고 있다. 프라하 시절의 시마는 너무나 자유로운 교육을 받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이 보여서 올가 선생님의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 시절 당시에는 그저 독특한 차림새와 말투(아이들에게 비난을 엄청난 칭찬으로 둘러서 표현하던 그녀만의 반어법)로만 기억되었을 올가 선생님의 비밀스런 행동이 조금씩 아이들의 눈에 띄면서, 특히 시마와 카차에게는 오랜 궁금증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이 두 소녀들에 의해 선생님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소설 속에서도 마리 여사님의 뛰어난 사회 비판은 계속되는 듯하다.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의 교육(체코 프라하)보다 오히려 일본에서의 입시 교육이 더욱 말도 안되게 보였던 그녀의 시선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평소 그녀의 재치와 창의성은 어린 시절 받은 체코의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소박한 생활을 갑자기 짓밟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잡혀가서는 변명할 기회도 없이 고통스럽게 죽었어요. 얼마나 무서웠을까, 원통했을까 하고......"...161p

올가와 엘레오노라 선생님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던 시마와 카차는 라게리 강제수용소와 맞딱뜨리게 된다.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고통받고 사라져갔는지를. 나 또한 이들의 여정을 쫓아가며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몰랐고 알았어도 함구했었을 그 수많은 상황들이 스쳐 지나간다. 냉전체제의 러시아 상황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스탈린이 생존했던 공포의 체제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숙청하는 사람, 숙청되는 사람, 숙청을 면하는 사람이라는 세 범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숙청하는 사람도 숙청을 면한 사람도 언제 숙청될지 모르는 위험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덕에 숙청을 면한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해빙 후에는 성가신 양심과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다."...278p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미하일로프스키와 엘레오노라와의 관계가 그렇게 깨닫게 한다. 그저 버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또 살아가기 위해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올가의 모든 것이 반어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희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의상과 화장, 그리고 언동은 그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429p

요네하라 마리는 자신의 소재를 이 소설에 모두 쏟아부었다고 했다. 하나도 남김없이. 그렇기에 이리 완성도 높은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과 체코의 이야기가, 소녀 시절과 이혼녀로서의 시마의 현재 이야기가, 적절히 버무려졌다. 이야기는 이리저리 튀고 돌아오고 구분없이 계속되지만 독자가 길을 잃는 법이 없다. 그저 다음 궁금증이 풀리기를 기다릴 뿐이고 계속해서 읽어내릴 뿐이다. 

아직도 나는 이 소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하랴. 그 시절 그들이 그렇게 살아냈음을 알았고, 그 고통이 어떠했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누구 한 사람이나 지도부의 잘못이 아닌, 역사의 한 페이지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저 이 소설이 마리여사님의 마지막 소설임이 안타까울 뿐.


y****s 2010.07.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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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힘든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반어법
"올가의 반어법, 힘든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반어법" 내용보기
어린 시절을 프라하에서 보낸 주인공이 러일 번역가가 되어 프라하로 돌아와 학창시절의 수수께끼였던 무용선생님 올가의 행방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실제 저자 자신도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러일 동시 통역가로 활동을 하였으니, 저자의 실제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논픽션같은 픽션이다. 급박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어렸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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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을 프라하에서 보낸 주인공이 러일 번역가가 되어 프라하로 돌아와 학창시절의 수수께끼였던 무용선생님 올가의 행방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실제 저자 자신도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러일 동시 통역가로 활동을 하였으니, 저자의 실제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논픽션같은 픽션이다. 급박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어렸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무엇보다 편견이 없는 눈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 쪽 사회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녹인 것은 실제 저자의 경험없이는 나오기 힘든 수작이다.

 

 소설 초반에 받았던 이상한 선생님이란 인상이, 소설책을 덮을 때쯤엔 어쩜 이렇게 강하고 따뜻한 여성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특이한 반어법으로 학생들의 춤을 지적했던 무용교사 올가와 우아한 프랑스어 교사 엘레오노라는 어린 학생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두 사람만의 비밀이 있는 듯 했다. '알제리'라는 말에 보이는 반응과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았었던 2주간의 시기, 도대체 이 두 교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수수께끼는 주인공인 시마에게만 깊게 기억됐던 것이 아니었던 듯, 몇 십년만에 재회한 친구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발품을 팔며 학창시절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노력한다. 올가가 과거야 바랴라고 불리웠던 프리마 발레리나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더 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바랴라고 불리웠던 무용수가 사회주의의 체제아래 수용소로 10년형을 불려 끌려갔음을, 사실상 사형을 받았었음을 알게 된다. 바랴는 다행이 암에 걸린 동생인 올가와 신분을 바꿔치기해서 살아남게 되지만, 조국을 배신한 아내들의 수용소, 약칭 알제리로 끌려 가게 된다.

 

 그 안에서 올가와 프랑스어 교사 엘레오노라가 만나게 된 것이다. 엘레오노라는 과거 귀족이었지만, 남편과 아이를 잃은 너무 큰 충격에 정신을 놓은 채 올가에게 의지하게 된다. 지금은 본국에서도 듣기 힘든 너무나 우아한 프랑스어는 그녀가 귀족이었기에 배어나오는 기품이었던 것이다.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 시간을 견뎌내고, 체코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프라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켜 여생을 보내게 된 것이다.

 

 무용교사 올가 선생이 주로 인용하던 어구들이, 불알보다 더 높이 날 수 없다 라거나, 거세된 수퇘지는 암퇘지 위에 올라가서야 생각한다, 라는 말이 수용소에서 배운 말에서 온 것을 두 사람은 깨닫게 된다. 수용소에서의 장면은 열악하기 그지 없어,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이다 싶은데, 그럼에도 삶에 기죽지 않고 그 다음 세대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올가는 학생들을 혼낼 때 욕 대신 자신만의 반어법으로 말하곤 했었다. "아아, 신이시여! 이거야말로 신이 내려주신 천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기 수려한 용모의 신동이여! 나는 감동에 겨워서 떨림이 멈추지를 않는구나." 물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굴이 새빨래질 정도의 반어적인 의미의 극찬이다. 마지막에야 시마는 그 반어법이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올가만의 방법이었으면 깨닫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도 상당히 크고, 치밀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이야기 안에 등장했던 등장인물들의 삶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묘사해나가는 솜씨는 수작이라 칭할 만하다. 올가와 엘레오노라의 삶이 중심이지만 그것을 파헤치는 시마와 그 학교에 있었던 교직원들, 시마의 첫사랑,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딸이었던 지나에 대한 얘기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되고, 마지막엔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그런 책이다. 분카무라 두마고 상의 수상작으로 뽑게 되면서, 심사위원이 '올해에 책을 내줘서 감사한다'라고 말할 만하다.



a***a 2010.07.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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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 요네하라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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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외쳤다. "최고다.." 누가 픽션을 이렇게 논픽션처럼 쓸 수가 있을까? 그녀의 프로필을 다시 읽어봤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러시아 역사가란 이야기는 없는데, 러시아 역사가 뺨치게 러시아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올가 모리소브나는 작가의 프라하 소피에트 학교의 무용교사로 실존인물이다. 작가가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 재학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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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외쳤다. "최고다.."

누가 픽션을 이렇게 논픽션처럼 쓸 수가 있을까?

그녀의 프로필을 다시 읽어봤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러시아 역사가란 이야기는 없는데, 러시아 역사가 뺨치게 러시아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올가 모리소브나는 작가의 프라하 소피에트 학교의 무용교사로 실존인물이다.

작가가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 재학당시 소련 당국이 '그녀(올가)를 해고하라'고 명령하자 선생님들이 그녀가 얼마나 멋진 교사이며

그녀를 잃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하는 내용으로 전문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긴 장문의 탄원서를 내었다.

훗날 작가가 러시아 외무부 자료에서 그것을 보고 감동하여  올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논픽션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 이외의 다른 자료는 찾을 수 없어서 사실 같은 논픽션을 쓰게 되었다고 신문사 인터뷰에 실려있었다.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진짜 같은 거짓말을 할 수 없기에, 픽션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아주 챙피하기에 열심히 연구했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이 책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일본인인 제3자가 소비에트 시대를 경험하고 바라본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소련)와 라게리 수용소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 붕괴후 러시아에 대해

러시아의 역사가 못지 않게 적나라하고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언제나 예순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나이들어보이는 외모지만, 무용만큼은 최고인 반어법의 대가 올가 선생님의 미스테리한 삶.

그녀를 항상 따라다니고 항상 둘이서 속닥거리는  교양있는 백발의 프랑스 선생님 엘레노이어 선생님의 정체가 궁금한

일본인 '시마치카'가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 30년이 넘게 연락이 끊어졌던 가장 친했던 '카챠'를 찾기 위해 러시아에 왔다가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줄줄 미스테리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이 라게리 수용소와 알제리 수용소 생존자인 갈리나 예브게니에브의 수기를 읽고,

그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므로 커다랗고 중요한 뼈대가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그녀들이 찾았던 그녀들의 동창생 '지나'를 통해 모든 것들이 밝혀지게 되는데...

올가 선생님의 반어법은 그녀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고된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올가 선생님의 반어법은 민망하고 상스럽지만,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따라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맨 뒷장에 참고 문헌이 있는데, 갈리나 예브게니에브는 수용소 생존자인 실존인물이었다.

작가는 그녀를 찾아가 취재하고 기록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러시아의 역사가 눈 앞에 그려진다. 대충만 알고 지낸 스탈린 시대의 이야기들을 스펙타클하게 전개된다.

숙청을 통해 스탈린 독재정권이 확립되고, 스탈린 독재정권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했는지 낱낱히 밝혀낸다.

개인의 자유를 탄압하고 정치적 발언을 봉쇄하여,

외국간의 교류가 있거나 심지어 외국어를 사용하면 스파이로 간주되어 라게리 수용소로 끌려가는..

라게리 수용소의 삶과 알제리 수용소의 삶의 권력의 쥐고 있는 '악'에게 짓밟히는 '선의의 시민들'의 모습은 암담하다.

(나중 신문사의 인터뷰를 보면,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인들에 대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구분되어 있다고 하면서,

러시아인의 장점은 무엇보다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려하고 누가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라 표현했다.)

그 이후 스탈린 사망하자 혼란기를 겪으며  흔들흔들 하던 사회주의 체제가

1985년 고르바초프가 등장하여 냉전종식 정책으로 각각의 공화국들이 붕괴되어 1991년 소련이 해체되어 '러시아'라는 독립국가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한 편의 역사극처럼 다가왔다.

 

 

정말 여러가지 색색가지 실들이 한꺼번에 얽힌듯이,

몇 가지의 주제들이 얽히고 설켜있지만,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자세하게 그 얽힌 주제들을 풀어나가는 요네하라 마리의 문장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몇 가지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써내려간 그녀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신문사 인터뷰 중에 공산권학교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나도 공산권학교하면 북한의 학교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때 되면 머리에 꽃을 꼿고, 새 한복을 차려입고, 무조건 웃으며 국기를 흔드는 그런 자유없는 학교가 생각났는데...

 

요네하라 마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끝날 때 일본에 돌아왔는데, 벌써 입시 분위기여서 살벌하니 재미가 없었어요.

수업도 지루했고 학교는 온통 규칙투성이였고요. 그런데저를 둘러싼 반 친구들이 마리는 공산주의 사회에 있었으니까, 굉장히 자유롭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프라하의 학교는 이 곳보다 훨씬 자유롭고 다채로운 빛깔로 모두 개성있고 재미있었는데, 그 사실을 잘 전달하지 못했어요.

'알지 못하는 세상'을 모두들 한 마디로 정리하고 안심해버리죠. 하지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실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고민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그렇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한마디로 단정짓는다.

어차피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 곳마다 희노애락이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프라하에 있는 소비에트 학교에 다녔으니, 정말 사회주의였던 소련에서의 학교 생활과는 차이가 있었을 듯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찬유 o.s.t를 듣고 있었는데..

책의 절정부분에서 극적인 음악을 들으니까,

정말 영화를 보듯이 최고의 서스펜스를 느꼈다.

한번 읽을 때 써보시라.. 정말 최고였다..

 

 

 

 

 

 

 

"제 생각에는 이라니. 흥. 칠면조도 말이지, 생각은 참신하단다. 그래도 결국 수프 국물이 되어버렸지만."

p16

 

 

 

 

"잘 들어보세요.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으시면 곤란합니다.

이 학교에 편입해오는 비러시아어권 학생들이 처음에 하는 러시아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등신'에 '개새끼'면 그나마 낫죠.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썩어라 불알'에요, '다른 사람 손에 있는 고추는 더 커 보인다.'에요.'너는 변태자식이냐'에요.

… 아아, 불결해. 아아, 창피해. 이런 말을 입에 담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처음에는 러시아 아이들 짓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글쎄. 범인은 이 학교 무용선생님이 아니겠어요?

교장선생님은 감독 책임자로 올가 모리소브나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셔야 합니다."

p.22

 

 

 

시마는 어느새 1년 3개월 전의 자기 모습을 알렉스에게서 보고 있었다.

막 전학을 왔을 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세상에 갑자기 내던져져서 끝없는 공포와도 같은 고독과 불안에 떨었다.

선생님의 설명도, 학생들의 대답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업을 하루에 네 시간씩 매일같이 들어야하는 괴로움,

누군가 재미있는 말을 해서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는데도 혼자 쓸쓸히 남겨지는 외로움,

심술 궂은 아이들이 소중하게 다루는 책 표지를 더럽혀도 따지지도, 호소하지도 못하는 분함,

시마 자신도 분명히 알렉스처럼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p.60

 

 

"모든 춤의 기본은 같거든. 상반신이 하반신에서 분명하게 독립해 있어야 한단다. 특히 트위스트처럼 얼핏 보기에는 마음대로 추는 춤일수록 말이지."

p.74

 

 

갑자기 쿵하고 지구의 중력을 느꼈다. 공중을 떠다는 것 같았던 심신이 현실감각을 되찾았다. 그동안의 자신은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슬픔은 기체가 순간 냉동된 것처럼 아주 작은 덩어리가 되어 가슴 속 아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버렸다.

계단을 내려가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카챠가 뛰어올라와서 안아주었다.

"시마치카 괜찮아?"

딱딱하게 굳은 덩어리가 하마터면 해동 될 뻔 했다. 당황하여 다시 냉동시켰다.

p.101

 

 

아름답지만 싸늘할 정도로 냉소적인 초록빛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절반은 인생을 포기한 것 같은 피로감과 밑도 끝도 없는 쓸쓸함,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증오의 눈빛이 더더욱 깊어질 것만은 확실했다.

p.102

 

 

아이들은 모두 마음 속, 이해력,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제각각 다를 텐데도 외부에서는 무조건 최대한 동일하게 정리한다.

차이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외견상으로 모두 똑같다. 그것이 평등하고 공평하다.

모두 똑같은 것에서 벗어나는 일은 수치이며 공포다.

그런 일이 절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보장하는 일이 학교측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p.113

 

 

"나는 무용을 하고 싶어."

시마가 말을 해도 아무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입시를 위해 똘똘 뭉쳐진 동급생들의 바다에 떠서 당장이라도 물에 빠질 것 같은 돛단배의 심정이었다.

OX문제나 객관식 시험에 인격이 잘게 다져지는 공포를 느꼈다.

p.114-115

 

 

"시마치카, 그렇지 않아.

거대한 악이나 힘에 농락당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게 사소한 불합리에 맞서거나 견디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지도 몰라. 아냐. 분명 그럴꺼야.

당길 것인지 멈출 것인지, 그 남아있는 선택은 항상 자기 자신의 의지와 책임으로 정해야 하는 거잖아….

이런 말 하는 나도 잘난 척 할 수 없지만."

p.415

 

 

올가의 모든 반어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희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의상과 화장 그리고 언동은 그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걸까.

p.429

 

 

 

 

 

 

c*********2 2009.07.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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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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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은 에세이류를 주로 알고 있었는데, 누군가 그녀가 쓴 추리소설이라며 이 책을 건넸을 때, 그녀가 추리소설을? 와 같은 의아함과 과연 어떤 사건이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 에세이가 아닌 정통 ‘소설’을 그녀가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등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교차해 지나갔다. 독특한 발상과 거침없는 언행의 그녀였는지라, 통통 튀는, 새로운 형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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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은 에세이류를 주로 알고 있었는데, 누군가 그녀가 쓴 추리소설이라며 이 책을 건넸을 때, 그녀가 추리소설을? 와 같은 의아함과 과연 어떤 사건이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 에세이가 아닌 정통 ‘소설’을 그녀가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등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교차해 지나갔다.

독특한 발상과 거침없는 언행의 그녀였는지라, 통통 튀는, 새로운 형식의 추리 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가 러시아 정통 문학같은 진중함과 운명적인 삶의 묵직함이 담겨 있어 많이 놀라웠다.

 

1960년, 일본인 히로세 시마는 체코 프라하의 소비에트 대사관 부속 8년제 보통 학교에 편입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만들어낸 무용 선생님 올가와 프랑스어 선생님 엘레오노라와 만난다. 특이한 말투와 열정적인 무용을 가르치시는 올가 선생님께 받은 영향으로 시마 역시 무용가가 되려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게 되었고, 그 후 러시아 관련일을 하다 방문하게 된 모스크바에서 옛날 궁금하게 생각했던 일을 다시 한번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친구 카챠를 찾아내고 나서 올가의 과거를 찾는 일은 탄력이 붙는다. 올가의 딸인 지나이다를 찾게되고 드디어 알게 된 올가의 과거.

단순한 사람 찾기인줄 알았던 그 일에 그토록 많은 역사의 소용돌이가 숨어 있을 줄이야.

‘썩어라 불알’ ‘ 칠면조도 생각 끝에 수프 국물이 되어버렸단다’ ‘ 바로 저기 있는 놀라운 천재 소년 말이야!’ 와 같은 거침없는 욕설이나 반어법이 들어있는 문장은 그녀가 살아온 삶이 너무도 굴곡지고 고단하여 좀 더 삶의 희망을 갖고자 선택된 것이었다.

그것을 거의 3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른 사람의 수기와 지나이다의 이야기,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고백을 통해 알게 된 시마와 카챠. 그리고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은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p430)

그것을 알게 된 후 시마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다.

 

마리여사는 분명 일본인일진데, <올가의 반어법>을 읽고 있으면 러시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탈린 시대와 그 이후에 벌어진 대규모 숙청과 유배에 휘몰려 알제리의 라게리 수용소에 있던 올가와 다른 사람들의 상황 뿐 아니라 그 시절 지배자 계급의 용서 못할 행위, 그 이후 러시아 뿐 아니라 주변국의 자세한 상황 묘사가 아주 자세하다.

그런 시절이 어떻게 인물들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찬찬히 잘 서술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나 기대감으로 시작되었던 감정이 어느새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올가의 삶에 그저 찬사를 보낸다. 잘 참아냈고, 잘 견뎌냈고, 이겨내서 참으로 다행이다, 라면서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분명 희망을 전해 주고 있다.

그 희망이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름다운 이야기, 올가의 반어법이었다.

b****4 2010.07.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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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미시적 시각에서 보고 경험한 러시아 현대사의 단면
"이방인의 미시적 시각에서 보고 경험한 러시아 현대사의 단면"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글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이어 두번째다. 체코 소비에트 학교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 세련된 문장과 날카로운 듯 재치있고 부드러운 유머를 보여주는 작가. 뛰어난 러시아어 통역가. 나는 요네하라 마리가 일찍 생을 마감하여 새로운 글을 더 만날 수 없음이 아쉽고 마음 아프다. 이 소설은 그녀가 겪은 소비에트학교 시절의 경험에 소련의
"이방인의 미시적 시각에서 보고 경험한 러시아 현대사의 단면"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글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이어 두번째다. 

체코 소비에트 학교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 
세련된 문장과 날카로운 듯 재치있고 부드러운 유머를 보여주는 작가. 
뛰어난 러시아어 통역가. 
나는 요네하라 마리가 일찍 생을 마감하여 새로운 글을 더 만날 수 없음이 
아쉽고 마음 아프다. 

이 소설은 그녀가 겪은 소비에트학교 시절의 경험에 소련의 현대사 그리고 상상력 등을 더해 쓴 글이다.

그녀 특유의 유머와 냉정함 속에 보여지는 사람에 대한 신뢰에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스탈린 통치 시절의 냉혹했던 정치상황을 미시적인 시각에서 흥미로운면서도 
진지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올가 선생님의 과장된 언행과 독설이 가장 재미있고 

이야기의 전개도 매끄러워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비교적 자연스러운 번역 덕에 유쾌함이 잘 살아난 점도 좋았다. 


a***s 2015.11.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