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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pawn은 '장기(체스)의 졸'을 가리키는 영단어다. 이게 동사로 쓰이기도 하고 다시 ~ing가 붙어 형용사로 바뀌면 '알랑거리는, 굽신거리는'의 뜻이 된다. 이 단어는 다른 기원을 갖고 '볼모, 인질'의 의미를 갖기도 하는데, 과연 영화에서 어느 함의가 더 짙게 배어나는지는 보는 이들이 직접 겪고 판단할 일이다.
세계 체스 챔피언이자 그랜드마스터 캐릭터인 주연은 토비 맥과이어가 맡았다. 십여 년 전 처음 헐리웃 블록버스터로 기획된 '스파이더맨'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바로 그 배우임은 물론이다. 당시 돈깨나 만졌는지 이 영화에 주연으로 나섬은 물론 제작비까지 댄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면서도 여전히 '단정하면서도 살짝 nerd끼를 보이는 유쾌한 총각'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가 판판이 망하는 걸로 봐서, 대중에 각인한 맥과이어판 서사가 아직도 강한 효력을 남기고 있나 보다.
서양인들은 요즘 바둑이란 스포츠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인공지능 연구의 가열찬 레이스가 벌어지는 현대의 산업 동향과도 무관하지 않다(체스가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르자 이제 바둑으로 필드를 옮김).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한결같이 거론하는 게, 인공지능 성공 척도로서 '얼마나 다양하고 빠르며 적확한 수를 인간 챔피언에 맞춰서 둘 수 있느냐'이다. 그런 수준의 컴퓨터 개발을 꿈도 꿀 수 없었던 1970년대라면, 체제의 대표 격인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어느 쪽이 더 쎈가를 주고 자존심을 겨루는, 일종의 인공(?) 지능 대리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냉전 시대의 각 진영은 기묘한 방식의 일기토로,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아바타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셈이다.
냉전은 과연 그 시대를 몸으로 살아 온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직근 직계 후손인 우리들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왔고 어떤 암시와 과제를 던져 주는가. 이는 어쩌면 체스처럼 뻔하고 진부한 책략 pool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듯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직도 수가 남아 있었던가?' 같은 놀라움을 안겨 주는 근원이다. 하드디스크와 램 메모리 안에서 즉시의 도구로 자유자재 꺼내 쓸 단계까지 기술은 발전했다. 이제 그 바닥이 빤히 보이는 체스를 넘어 바둑으로 필드를 옮길 차례이다. 취미나 두뇌 훈련 뿐 아니라, 인간이 제 역사를 향해 주시하는 안목의 성숙도 면에서도 그러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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