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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 때 심한 시집살이를 겪으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 먼 길을 내 손을 잡은 채 동생은 들쳐업고 무거운 새참을 나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지나친 주사로 인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모욕을 받으셨을 때 몰래 떠나시려다 나를 부둥켜안고 우시던 장면도 간간이 떠오른다.
이 때문인지 어머니는 분가를 하신 후에도 할아버지에 관한 험담을 자주 내게 늘어놓으셨다. 그리고 때론 화가 나시면 내가 행동하는 모습이 할아버지를 꼭 빼다 닮았다는 이유로 때리시기도 하셨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어렸을 때의 나는 동생에게 상당히 폭력적이었고 비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다행히도 난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친한 녀석이 하는 나의 험담을 엿듣고는 내가 험담하면 그것이 부메랑처럼 내게도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그 후로는 남의 비난을 되도록 하지 않는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상황묘사나 표현이 너무나 세세해 저자의 상상에 의해서 쓰였다고 믿기 힘들만큼 한 소년이 겪은 삶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마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 이야기를 전개시켜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소년의 사상, 느낌, 생각, 상상 그리고 감정 등이 고스란히 글에 잘 녹아 있는데 이로 인해 허구를 읽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한 소년의 어린 시절에 그 상황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편 하지만이란 단어 뒤에 숨겨진 주인공의 솔직한 심정은 소년의 감정과 동화되게 만들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소년의 어린애답지 않은 생각이다. 5살 소년이 “아빠 스스로 그토록 경멸하던 ‘보통 사람들’의 무리에 끼지 못해 저토록 안달하다니, 뭔가 한참 잘못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조숙의 범위를 한참이나 뛰어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빨리 세상을 깨우쳤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아이가 생각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주인공 소녀의 영특하지만 아이다운 순수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소년을 좀 더 아이답게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소년의 세상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이다. 아버지의 주사로 인한 폭력과 폭언, 힘센 녀석에게 굴복해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 가난하단 이유로 멸시받아야 했던 지난날. 이와 같은 안 좋은 장면을 너무 많이 봐버려서 그런지 즐겁기만 해야 할 어린 시절의 아이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서 가정환경과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부모들은 이를 대충 보아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소년의 이중적인 태도다. 소년은 아버지를 좋아하다가도 싫어하고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다가도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친다. 이것도 역시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에게 끼친 영향으로 보인다. 맨 정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훌륭하고 멋져서 존경스럽게 여기지만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는 악마로 취급해 경멸하기 때문이다. 한 대상을 통해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소년이 세상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도 있다. 자식이 삐뚤어진 행동을 보인다면 학교교육이나 사회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 모든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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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자라고 생활하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가정이고 영향주는 사람들은 가족 특히 부모 형제들이다
평상시에는 지극히 정상적이며 무한한 상상력과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아버지이지만 술만 먹었다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이중적인 아버지 그런 상황에서 굳굳하게 가족을 지켜가며 조용히 책을 읽는 어머니
한바탕의 사건으로 할아버지에게 고발되어 소년은 위탁가정에 맡겨지고 그 안에서 깔끔하고 전형적인 가정이지만 침묵속에 묻혀있는 그곳을 못견디며 그러한 아버지라도 아버지가 있고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넘쳐나는 집을 그리워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예전의 생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한 소년
그것이 집인 것이다.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도 있는 환경 그안에서 행복과 불행을 오가며 서로 부대끼고 감싸고 상처를 주고 치유해가면 살아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와 상상속에서 그들은 백작이 될 수도 있고 사업가도 될 수 있고, 잡화점의 주인도 될 수 있고 새집을 짓고 행복해할 수도 있었다.
한 소년의 눈을 통해서 본 또 한번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었다.
여느때보다 책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소년의 마음 한자락 한자락을 짚어가며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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