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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그냥 이야기면 좋겠다. 이야기가 되어 독자가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으면 그만이겠다. 동화가 어떤 목적, 특히 마음 치료 같은 것을 목표로 창작될 때 이야기는 도구로 전락한다. 도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저 동화는 독자에게 즐거운 이야기가 되어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린데 폰 카이저링크는 일곱 아이의 엄마이자 아동심리학자라고 한다. 집필 활동과 함께 라디오 방송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있다. 이 책 또한 어린 친구들을 위해, 특히 어른들도 읽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13편의 짧은 글이 있는데 두 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좋아」는 자동차에서 살아가는 안덜레가 주인공이다. 아빠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길 고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예 자동차를 집 삼아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안덜레는 친구들과 다르다. 머리카락이 까맣고 꼬불꼬불하며, 왼손으로 서툴게 글씨를 쓰고, 음식 이름을 아빠와 둘만이 아는 용어로 쓴다.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말하며, 다르게 먹고, 다르게 살고, 다르게 글씨를 쓰는 것이다. 그런 안덜레가 홍수가 나는 바람에 길이 끊어져 발이 묶였다가 길이 뚫려 다시 떠나려 한다. 그러자 안덜레와 친하게 지내던 요켈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길이 다시 망가졌으면 좋겠어.” 옆에 있던 요켈의 아빠가 깜짝 놀라 요켈을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요켈이 덧붙였습니다. “길이 다시 뚫려서 안덜레가 떠나는 거잖아요. 안덜레가 없으면 너무 심심해요. 뭔가 조금 다른 친구가 있어야만 한다고요.”(42쪽)
「우리는 모두 왕이야」는 작은 왕국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 작은 왕국의 왕이 자식 없이 죽자 백 명의 왕이 생긴다. 당연히 왕비도 백 명이나 된다. 이백 명의 왕과 왕비들은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먹고, 마시고, 춤추고, 웃고, 노래한다. 어느 누구도 일을 하지 않는다. 모두 하고 싶은 일만 한다. 불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자 조금 불편해진다. 우유가 떨어진 것이다. 암소들은 아무도 젖을 짜 주지 않자 풀밭 위를 울부짖으며 몰려다닌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왕비 두 사람이 젖을 짜려고 앞치마를 두른다. 그러자 왕 두 명도 우유 통을 들고 나온다. 네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우유를 짜기로 한다. 우유 왕비와 우유 왕인 셈이다. 사흘이 지나자 빵 왕과 빵 왕비가 생긴다. 나흘이 흐르자 소시지 왕이 탄생한다. 닷새가 지나자 왕국에는 누군가 채소를 가꾸고, 낚시질을 하고, 닭을 키워야 했다. 뜨개질하는 사람, 옷 만드는 사람, 신발 만드는 사람, 우체부, 가구 만드는 사람, 집을 짓고 수리하는 사람, 술 빚는 사람, 의사와 수학 선생님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모든 왕과 왕비는 저마다 일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사실은 왕족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