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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찾아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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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님! 어느 날 그녀가 저를 찾아 왔어요. 젖먹이를 안고 ...퉁퉁 부은 눈으로 들어 와선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더니 국물까지 들이키고 나서 힘줄이 퍼런 젖무덤을 헤쳐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그녀가... 그런데 갑자기 꺼이 꺼이 울어 제끼기 시작했어요. 퍼런 젖무덤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라니...그녀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했어요. 아이는 젖을 먹는게 아니라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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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님! 어느 날 그녀가 저를 찾아 왔어요. 젖먹이를 안고 ...퉁퉁 부은 눈으로 들어 와선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더니 국물까지 들이키고 나서 힘줄이 퍼런 젖무덤을 헤쳐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그녀가... 그런데 갑자기 꺼이 꺼이 울어 제끼기 시작했어요. 퍼런 젖무덤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라니...그녀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했어요. 아이는 젖을 먹는게 아니라 엄마의 눈물을 ....아니 설움을 먹는 듯 했어요.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창가로 돌아섰지만 우린 해가 뉘엿 뉘엿 해지도록 말없이 그렇게 앉아 있기만 했어요. "라면 국물이라도 먹어야지 젖이 돌잖아..". 한참 후에 그녀가 꺼낸 첫 마디는 그것이었어요. 참 우습죠 . 女子들이란. 미운 사람의 아이라면 그 아이도 미울 것 같간만...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그 상황에서 아이에게 먹일 젖 걱정을 했다니. 女子의 모성이란 바로 그런 것일까요... 그녀에게 당신이 쓴 글을 주었어요. 『풍금이 있던 자리』 그녀..그러니까 남편이 만난다는 그 女子를 찾을 수 있다면 그녀에게 이 글을 주라고 했어요. 조금은 바보 같은 짓이지만 친구에게 그 女子를 만나 머리끄댕이라도 잡고 악을 쓰며 싸우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싶었어요. 그녀는 대거리를 할 만큼 모질지도 억세지도 못하답니다. 그녀는 당신의 글을 읽고 나더니 의자에서 내려 앉더군요. 땅바닥에 폭삭 무너지듯 주저 앉아 죽은 사람처럼 또 그렇게 몇 시간을 앉아만 있더군요. 그녀의 남편의 女子... 『풍금이 있던 자리』 에서 어질머리가 날 정도로 칫솔질을 하던 그녀...나물 같은 아이의 이름에 한 남자를 놓아 주던 그녀.... 그들을 보며 그 女子도 그렇게 자신을 바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햇어요. 한 아이의 소중한 아빠이자 남편인 사람을 사랑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할지 모를 거라고 . 그러나 제가 어리석었을까요. 친구의 가슴에 더 큰 상처를 ,더 깊은 슬픔을 얹어 준 건 아닐까요.... 경숙님! 지치고 고단한 삶의 한 귀퉁이를 찾아가 그녀를 위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당신의 글을 오래 동안 지녀온 사람으로 부터.
i******s 2002.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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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그녀는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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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일욜이다.110만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고 빠져 나가지 못한 나는 저런 사람들은 뭔 복이래? 하며 물끄러미 테레비를 본다.진짜 조상 잘 만난 사람들은 해외 여행가고 조상 덕 1도 못 본 사람들만 차례상 준비하느라 전 디비고 나물 무치고 설거지 통 앞에서 벗어나질 못하다 집에와서 부부싸움 하는거라는 밴드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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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일욜이다.

110만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고 빠져 나가지 못한 나는 저런 사람들은 뭔 복이래? 하며 물끄러미 테레비를 본다.

진짜 조상 잘 만난 사람들은 해외 여행가고 조상 덕 1도 못 본 사람들만 차례상 준비하느라 전 디비고 나물 무치고 설거지 통 앞에서 벗어나질 못하다 집에와서 부부싸움 하는거라는 밴드에 올라온 글을 보며 씁쓸히 웃는다. 맞는말이네ㅠ 


올해 추석상은 간소하게 차리자는 시어머니의 전화가 있었으니 혹시 모르지 진짜 시간이 남아 틈틈이 책 읽을 시간이 있을지도-

추석에 읽을 책을 골라 봐야겠다...싶어 책장을 훑다가 신경숙의 책에서 눈이 멎었다.

아,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외 22개국으로 번역이 되어 출간이 되었다, 연극으로 발표되었다, 한국 문학사에 드문 100만부 판매를 올린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린 베스트 셀러라는 문구들이 시들해 질 무렵, 그녀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 나오는 문장과 흡사하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신경숙은 우국을 읽어 본 적도 없는 책이라도 했고 창비는 신경숙을 두둔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누가봐도 문장은 비슷했고 미시마 유키오가 먼저 출판한 책이었기에 신경숙의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후, 신경숙의 문학은 갈갈이 해부되어 이것도 저것도 표절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었고 신경숙도 창비도 사과를 하는 선에서 일단락 되긴 했다.

그리고, 마지막 사과를 하는 신경숙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절필은 하지 않겠노라고, 글쓰는 일이 전부이고 생명인데 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것과 같다고 한 말을 읽었다.

그때가 2015년 이맘때쯤이었으니 2년이 지났다. 내가 관심있게 보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 후, 어디서도 신경숙의 근황이나 가십성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절필은 하지 않겠노라 했으니 발표를 하고 있지 않을 뿐, 글을 쓰고 있으리라 믿는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1993년 신경숙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 샀던 책이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 '겨울 우화'로 등단하긴 했지만 우리에게 신경숙의 신화를 알리기 시작한 책은 '풍금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서서 훑어 보리라 생각하며 넘기던 책을 어느새 쇼파로 자리를 옮겨 푹 파묻혀 읽고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불륜의 이야기다.

가정있는 직장 상사를 사랑하게 된 나와 어렸을 적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

말 줄임표와 소녀 취향적 문장이 난무 하지만, 읽다보면 불륜이라는 게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가? 뭉클해지고 만다.

신경숙의 미려한 문장은 윤리의 벽을 흐물흐물 허물어버리고 불륜의 처지에 서있는 화자의 입장에 동화되어 쥐었던 돌을 슬그머니 놓게 한다.


다리를 다친 후 뚱뚱해진 점촌댁이 다른 여자를 본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절뚝이며 줄넘기를 하는 것과 에어로빅 저녁반 운동 도중 폭삭 무너지며 바람난 남편 때문에 자주 울던 여자의 이미지, 어머니와는 다른 그 여자를 좋아한(아버지와) 내가 그 여자처럼 되려할 때 기억한 '나...... 나처럼은......되지 마.' 하던 그 여자의 말. 인물들의 중첩이 봄이 오기 시작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게 전부다.

큰 사건도 없고 반전도 없는 밋밋한 불륜의 이야기에서 미당의 시처럼 어떤이는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이는 천치를 읽고 가기도 하겠지만, 신경숙의 문장들은 느린 듯 깊고 아련한하지만 스며들어 털어지지 않는다.

개인의 불편한 슬픔을 타자에게 이토록 아름답게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30년간 써 온 신경숙 작품 대부분을 읽어왔다. (빌려 준 책을 돌려받지 못한 게 더 많다. 엄마를 부탁해도 안 보이는군 ㅠ)

톤이 높지 않고 거칠지 않아 답답을 읽기도 했도 거사를 논하거나 시대를 평하는데 약간씩 비켜서있어 비겁을 읽기도 했으나,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의 파장을 신경숙만큼 섬세한 필치로 옮겨 쓸 수 있는 이는 드물다고 본다.

한국인이 가진 한의 정서를 가장 잘 옮길 수 있는 문체를 가진 작가라고 생각한다.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를 찍어낼 수 있었던 까닭도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았다기 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가진 정서를 신경숙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이 덧입혀져 내 얘기로 읽히게 하는 감정의 동화가 가져 온 감동의 쓰나미 덕분이었을 거라 혼자 추측했다. (나는'엄마를 부탁해' 보다는'외딴방'이 신경숙의 대표작이라 본다.)


썰이 길었다.

추석이 목전이고 몸이 아파 아무것도 못하는 엄마 생각이 났고 엄마를 부탁하던 신경숙 작가는 지금은 무얼하고 있는지 뜬금없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표절 시비는 작가에게 치명타이고 오명이다.

그렇지만, 궁형을 견뎌낸 사마천이 사기를 썼고 과하지욕을 견딘 한신이 유방을 도와 중국을 통일했듯 지금의 힘든 시간이 언젠간 전화위복의 시간이었음을 말하게 될 날이 올것이다.


신경숙의 글은 우울이 스며있고 맥이 빠져 - 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깊은 심연을 건드릴 줄 알고 남모르게 토하는 한숨을 쓰다듬는 글이었다고 급수정하고 싶다.

어디서라도 부디 건강하고 무슨 글이라도 꼭 쓰고 있어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a********3 2017.10.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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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그녀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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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씨의 이 글을 읽고서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글쓰기의 초기의 나온 글이였기에 웬지 글이 때뭏지 않은 듯 하였고, 소근 소근 자신의 아픔을 감동있고 재미있게 적어놓은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를 퍽 마음에 들어했다. 내용은 편지글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한 유부남에게 보내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이다. 그렇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편지쓰는 그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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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씨의 이 글을 읽고서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글쓰기의 초기의 나온 글이였기에 웬지 글이 때뭏지 않은 듯 하였고, 소근 소근 자신의 아픔을 감동있고 재미있게 적어놓은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를 퍽 마음에 들어했다. 내용은 편지글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한 유부남에게 보내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이다. 그렇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편지쓰는 그녀. 결국 편지의 마무리에서는 자신은 이제 떠나야 함을 암시한다. 비난을 가져올 사랑이였지만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줄수 있다는 것, 이런 글은 신경숙 씨이기에 가능한 글이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수록된 <직녀들> <배드민턴 치는="" 여자=""> <해변의 의자=""> 모두 간결하게 잘 지은 글이며, 여성 심리를 가장 잘 자극하는 작가가 신경숙 씨 같다.

[인상깊은구절]
당신, 저를, 용서하세요.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제 말이 모두 당신에게 오리무중 일 것만 같으니. 점촌 아주머니를 혼자 살게 한 점촌 아저씨의 그 여자, 그 중년 여인으로 하여금 울면서 에어로빅을 하게 만든 그 여자...언젠가, 우리집...그래요, 우리집이죠...거기로 들어가 한때를 살다간 아버지와 그 여자.... 용서하십시오....제가...바로, 그 여자들 아닌가요?
s******1 2003.08.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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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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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신경숙 지음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1985년 중편 '겨울 우화'로 등단한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집으로 내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이미 절판된 낡은 책이었다. 표제 외에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여자의 이미지' 등 모두 9편을 싣고 있는데, 새로 출간된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19 『풍금이 있던 자리』 도 그닥 산뜻해보이지는 않는다. 표제작이자 굳이 읽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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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1985년 중편 '겨울 우화'로 등단한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집으로 내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이미 절판된 낡은 책이었다. 표제 외에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여자의 이미지' 등 모두 9편을 싣고 있는데, 새로 출간된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19 『풍금이 있던 자리』 도 그닥 산뜻해보이지는 않는다. 표제작이자 굳이 읽어보고 싶었던 「풍금이 있던 자리」는 199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인 『1992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숨은 꽃』  에 포함되어 있기에 아주 오래전인 옛날에 읽어보기는 했는데, 오래전 일이라 기억조차 흐릿하다...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갈등하는 모습이었다는 정도...

「풍금이 있던 자리」,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女子의 이미지」, 「저쪽 언덕」, 「배드민턴 치는 女子」, 「새야 새야」, 「해변의 의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중에서 다 읽지는 못했다. 『엄마를 부탁해』와 『외딴방』에 이어서 연속으로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탐색하고 있으니까, 고3인 딸아이가 '왜 굳이?'하는 표정으로 투덜댄다. 작가 신경숙과 표절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듯 하다. 표절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그렇고, 아이가 불만스러워할 때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세 작품을 연달아 읽고 나니, 『엄마를 부탁해』와 『외딴방』그리고 이번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마저도 작가 자신의 가족과 가족사를 매번 우려먹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침울해졌다. 왜 매번 굳이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계속해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아버지의 바람과 열흘 동안 엄마를 내쫓고 집 안을 차지하고 있던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와 나의 불륜을 한 선상에 놓고 집착하는 걸까?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고3 딸을 기다리며,「풍금이 있던 자리」와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女子의 이미지」까지 읽었는데, 여기에서 저기에서 계속 가족의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

2016.5.14.(토)  두뽀사리~

i***2 2016.05.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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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풍금은 슬픈 소리를 낸다
"모든 풍금은 슬픈 소리를 낸다" 내용보기
‘시월이 오면 저는 이모가 됩니다. 이모. 세상에서 처음 받아보는 칭호입니다.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작가 후기의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나의 가슴 속에는 신경숙이 조율해낸 풍금 소리가 마치 책 표지의 화사한 봄빛처럼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울림이 끝난 자리에, 국민학교 시절, 방학 내내 빈 교실을 지키고 있는 풍금 위에 쌓여 있던 먼지처럼, 부피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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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오면 저는 이모가 됩니다. 이모. 세상에서 처음 받아보는 칭호입니다.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작가 후기의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나의 가슴 속에는 신경숙이 조율해낸 풍금 소리가 마치 책 표지의 화사한 봄빛처럼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울림이 끝난 자리에, 국민학교 시절, 방학 내내 빈 교실을 지키고 있는 풍금 위에 쌓여 있던 먼지처럼, 부피가 없는 슬픔이 떨어져 쌓인다.

그 슬픔은 부피가 없는 만큼 쉽게 눈에 띄지는 않으면서도 삶의 구석구석에 낮게 가라앉아 있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무명(無明)을 깨치는 어린 아이의 인식처럼, 삶의 전면으로 떠올라 우리 삶을 한꺼번에 흔들어 놓고, 때로는 우리 삶의 지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까지 한다.

 

신경숙의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바로 그러한 삶의 내밀한 슬픔들이 어떻게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가를 매우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는 화자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그’와의 사랑의 도피행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직녀들」에서는 이숙의 죽음이 야기한 죄책감이 결국은 그들 모두의 죽음을 초래한다. 또한 「그 女子의 이미지」에서 미자는 하얀 질경이꽃(사산한 아이가 환생한 꽃이 아닐까?)에 반하여 다른 삶을 살게 되며, 「배드민턴 치는 女子」에서는 어린 시절 미나리밭에서 체험한 최초의 사랑이 거부당했던 기억이,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결벽증 내지는 편집증을 유발하여, 결국은 그녀의 순수한 사랑은 ‘최’로 대표되는 현실의 폭력 앞에서 유린당하고 만다. (어느 면에서는 사진기자 이세호의 무책임한 언행이 그녀에게는 더 큰 폭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보통사람들이라면 그저 가슴 깊이 묻어두거나 애써 외면함으로써 지나쳐버리고 말 이러한 지난 삶의 추억들과 그것들이 환기시키는 슬픔들은, 신경숙의 소설들에서는 주인공들의 삶을 방향 짓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거의 얼굴이면서도 동시에 현재의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추억들은 끊임없이 현재의 삶을 간섭하고 뒤돌아보기를 요구한다. 현재의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그 추억들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지금의 삶의 모습이 허망할수록 그 추억들은 더욱 충만한 의미로 다가온다.

「해변의 의자」는 실연의 상처를 가진 두 여자의 해변 여행을 ‘나’가 회상하는 방식으로 아주 내밀한 마음의 움직임까지도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추억의 현재화를 극한에까지 밀고 나가고 있다. 그러나 화자(話者)는 계속 자문한다. ‘꿈이었나?’ 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나, 모래 위에 남아 있네.’ 라고 현재의 마모된 일상의 모습을 압축하여 말하고 있다. 즉 작가는 추억을 통한 글쓰기의 방식에 대해서, 그것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하나의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회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집의 맨 마지막에 위치한 「멀리, 끝없는 길 위에」는 그러한 회의를 작가가 훌륭하게 극복했음을 보여주는 전환기적인 작품으로 매우 주목된다. ‘그녀에게 바친다. 그녀 삶의 기미에게’ 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숙에 대한 추억을 중심 모티브로 하면서도, 외국으로부터 걸려오는 낯선 전화,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회의와 갈등, 기형도로 추측되는 한 시인의 죽음, 80년대 변혁운동을 지켜본 느낌 등 현재의 화자(話者)의 다양한 삶의 모습도 깊이 개입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소통 불가능한 세계에서의 삶과 소설 쓰기의 관계 등 다양한 의미망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추억의 얼굴을 가진 과거와 ‘지금, 여기,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놓여 있는 현재의 표정은 이제 동등한 자력을 가진 자석으로 서로의 자장권을 주장하며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라졌기 때문에 이숙의 관심 대상이 되었던 공룡(과거의 추억 또는 순수한 유년시절)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의 삶도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작가는 다가올 미래까지도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인용한 작가 후기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그 증거라면 억측일까?)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슬픔들을 추억에서 건져내어 그것을 견뎌내야 했을까. 슬픔이 너무 커서 차마 말하지 못한 추억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래서 그녀가 조율하는 모든 풍금은 슬픈 소리를 내는 모양이다.

c*****t 2009.03.24. 신고 공감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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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기존 이미지를 타파한 수작...
"불륜의 기존 이미지를 타파한 수작..." 내용보기
사촌 언니에게의 짐정리를 도와 주다가 이 책의 본사본을 발견 했다. 사촌 언니는 짐정리를 도와 준것이 고맙다면서 이 책의 본사본을 주었는데 왠지 정품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품을 사서 읽었다. 조금은 난해한 듯한 내용으로 초반에는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 나갈 때마다 점점 소설 안으로 빠져 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가 있었다. 특히 수없이 펼쳐진
"불륜의 기존 이미지를 타파한 수작..." 내용보기
사촌 언니에게의 짐정리를 도와 주다가 이 책의 본사본을 발견 했다. 사촌 언니는 짐정리를 도와 준것이 고맙다면서 이 책의 본사본을 주었는데 왠지 정품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품을 사서 읽었다. 조금은 난해한 듯한 내용으로 초반에는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 나갈 때마다 점점 소설 안으로 빠져 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가 있었다. 특히 수없이 펼쳐진 줄임표... 그 줄임표와 느낌표, 쉼표등을 통해 나에게 있어 한없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독자를 배려했다는 것을 알 수가있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불륜이라는 의미를 조금은 무겁고 어렵게 생각했다.하지만 이 소설은 그 불륜이라는 감정을 어린날 자신의 모습에 대비시켜서 너무도 애절하게 그려냈다. 또한 편지형식의 소설의 진행이 다른 사람의 러브레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흥미를 유발 시켰다. 불륜이라는 조금은 까다로운 주제를 우리들의 사각과는 다르게 본 신경숙님의 수작이었다. 특히 글의 첫 부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동물의 사랑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 소설과의 연관성으로 더욱더 쉽게 접근이 가능 하였다. 지금까지 2번을 읽은 이 소설을 얼마전에 꺼내서 다시 읽고 있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소설은 4번을 읽고 5번을 읽어도 내게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어제 당신과 제가 꼭 그랬습니다. 제 마음을 당신은 느닷없이 왜 그렇게 고고해졌느냐며 할퀴었고, 저는 당신 이외의 모든 감정을 모두 뭉개려만 드는 이기주의라고 당신을 물어뜯었습니다. 당신은 출국 날짜를 일러주고 가셨습니다. 그 날짜에 맞쳐 제가 돌아올 걸 믿는다고도 하시면서도 당신은 석연치 않은 얼굴로 새벽 기차를 타고 다시 도시로 가셨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진 마루에 앉아 계셨습니다. 당신의 팔을 붙들고 황급히 도망치 듯 집을 나섰던 저를 보고 짐작하신 게 있으신지 저를 바라보는 표정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져계셨어요.무슨 말씀이든 다 들으려고 아버지 곁에 엉덩일 붙히고 앉았으나,얼마 후에야 아버진 그냥 방으로 들어가시며 힘없이 중얼거리시더군요. 그놈, 그 수송아지가 눈뜬 봉사여야,
4****7 2001.05.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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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단면을 엿보다
"다양한 삶의 단면을 엿보다" 내용보기
독서가 일과 관련된 책에 국한되어온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편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책을 사들일 때는 쉽지가 않습니다. 아내의 책장에서 발견한 신경숙작가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펼쳐들었습니다. 까까머리 학생시절부터 소설을 가까이 하였고, 읽기에 버거운 소설과 씨름하는 일도 사양하지 않았
"다양한 삶의 단면을 엿보다" 내용보기
 

독서가 일과 관련된 책에 국한되어온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편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책을 사들일 때는 쉽지가 않습니다. 아내의 책장에서 발견한 신경숙작가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펼쳐들었습니다. 까까머리 학생시절부터 소설을 가까이 하였고, 읽기에 버거운 소설과 씨름하는 일도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가벼운 추리소설류로 넘어가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고를 요하는 글로 관심을 옮기는 등, 저의 독서편력도 나름대로는 다양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소설에 빠졌던 탓인지 신경숙작가의 소설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가 뽑은 후기에서 “제 글쓰기가 대체로 저의 비사회성을 전시해놓은 것 아닌가, 여러 가지 결험들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켜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삶은 사랑이라고 일러주었던 것이기에,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반추해보고 지키고 살게 해주는 통로이기도 하기에, 멈추지 못했습니다.”라고 적고 있는 것처럼 작가의 내면의 흐름을 대화체를 거부한 채 독백하듯이 써내려가고 있어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기억에 <기차는 7시에 떠나네>가 신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작가의 작품에서 가끔 부딪히는 사회운동의 단면들은 제가 살아온 시절이었기에 조금은 실감이 나는 듯합니다. 물론 의학을 공부해온 저로서는 직접 경험하지 못해 아무래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신경숙작가의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감정은 어둡다, 현실도피적인 것은 아닌가, 등장인물에게 희망을 건네는 결말은 없는가, 하는 등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죽음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인 듯 합니다.


단편 <그 女子의 이미지>에 나오는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 윗옷 앞주머니엔 만년필이 꽂혀 있었지. 파카. 잉크만 채워놓고 한번도 써본 적이 없지만 백수인 내게 그 만년필은 그냥 백수가 아니라는 위세용이었지. 더구나 파카가 아니었던가. 선명하게 뚜껑에 패어져 있는 피이에이알케이이알.” 요즘 세상에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싶어 속웃음이 나면서도 “아무래도 파커만년필을 사러 나가야 할 모양”이라고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신경숙작가는 참 예민한 모양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야 새야>라는 제목의 단편에서 “아아- 소릴 질렀는데 혀밑에선 헛바람만 말려나올 때면 작은놈은 마을 외곽을 걸렀다. 걸으면서 들었다. 바람 소리를, 물소리를, 기차가 지나가고 새들의 날개치는 소리를, 그러면 시리고 자욱한 마음이 조금 갈아앉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어서 속을 채우면 말을 못 해 공허한 자리가 메워질 것만 같았다. 어느 날 받에서 씨감자를 묻고 있는데 저쪽 고랑에 먼저 심어놓은 것에서 호로로 소리가 났다. 가만 땅의 어둠에 귀를 대보니 감자에 붙어 있는 시눈이 눈뜨는 소리였다. 씨눈은 캄캄한 데서 호로로 눈을 떴다.”


<해변의 의자>에서는 “모래 위에 촛불을 켜놓은 무리 쪽에서 웃음소리가 흩어졌다.”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쌩뚱맞게 해면이 아니라 강원도 산골짝에 있는 어라연을 떠올렸습니다. 모래사장에서 하트 모양으로 모래를 파낸 다음에 그 안에 촛불을 켜면 바람에도 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면 정말 아름답답니다. 그날 동강 속 어라연에서 촛불을 켜고 보낸 하룻밤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어제처럼 남아 있는 것은 같이 한 사람들 모두 통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 끝없는 길 위에>의 주인공은 대학에 들어가 묘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는 친구와의 단단한 인연의 밧줄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런 친구는 하나 있기 마련이지요. 따라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친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친구.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런 친구도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니겠습니까? 멀어졌다고 원망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 친구가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면 말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등장인물들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박혜경님이 쓴 <추억, 끝없이 바스라지는 무늬의 삶>이란 제목의 해설을 보면 해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경숙의 소설에서 삶은 거의 언제나 외부적인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작중인물의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내면적인 사건으로 나타난다. 그녀의 소설에서 외부의 사물들이나 사건들은 대부분 그것들이 작중인물의 의식에 불러일으킨 일련의 심리적 동요, 혹은 연상의 긴 내면적 여운으로 감싸여지면서, 작품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분위기, 혹은 독특한 정서적 빛깔로 모아진다.… 작가는 마치 레이스를 뜨듯이, 작중인물들이 겪는 고통의 매순간순간들을 담담한 삶의 무늬들로 엮어나가는 것이다.”


어떻든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삶의 단면을 읽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y*****2 2010.05.20. 신고 공감 0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치지 않는 연민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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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신경숙씨는 내게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이었던게...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숨이 멎는 듯한 경험을 하고 나서였다. 책 속 여주의 아련한 슬픔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험. 갓 스물의 내게 다른 사람의 남편이며 애아빠인 사람을 향한 사랑은 심히 불유쾌한 도덕의 불감이며 윤리의 몰락이어서 용납되지 않는 감정이었건만...여주의 무너질듯 기우뚱하는 감정의 흐름이 내내 와닿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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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신경숙씨는 내게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이었던게...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숨이 멎는 듯한 경험을 하고 나서였다. 책 속 여주의 아련한 슬픔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험. 갓 스물의 내게 다른 사람의 남편이며 애아빠인 사람을 향한 사랑은 심히 불유쾌한 도덕의 불감이며 윤리의 몰락이어서 용납되지 않는 감정이었건만...여주의 무너질듯 기우뚱하는 감정의 흐름이 내내 와닿는 거였다. 물론 여주의 사랑을 받는 남자는 뻔뻔한 바람둥이 유부남에 불과하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의 변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 작품 이후 신경숙씨의 글을 무던히도 열심히 읽었다. 코끼리 거북을 향한 공작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나의 그치지 않는 연민이려니...
p********4 2003.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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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송아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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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소설은 느리고 한없이 더듬거려지지만 다 읽고 난후엔 영화의 한컷 한컷처럼 문득 소설의 한구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묘한 힘이있다. 를 처음 접한건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이었다. 처음으로 하게된 원고지 필사 과제에 난 를 선택했었다. 얼마나 지겨웠던지 도대체 책속에 말줄임표가 몇개나 되나 세어보던 기억이 난다. 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운 불륜, 처연하고도 세밀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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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소설은 느리고 한없이 더듬거려지지만 다 읽고 난후엔 영화의 한컷 한컷처럼 문득 소설의 한구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묘한 힘이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처음 접한건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이었다. 처음으로 하게된 원고지 필사 과제에 난 <풍금이 있던="" 자리="">를 선택했었다. 얼마나 지겨웠던지 도대체 책속에 말줄임표가 몇개나 되나 세어보던 기억이 난다. <풍금이 있던="" 자리="">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운 불륜, 처연하고도 세밀한 심리 묘사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리고 소설의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알레고리... 화자는 눈먼 송아지의 맑은 눈에 자신의 눈을 씻어버리고 싶다고 한다. 사랑에 눈이 먼 주인공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과거 자신과 같던 여자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사랑을 접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통속적일수도 있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격이 바뀔수도 있다는 것을 이ㅣ 작품은 나타내주고 있다고 본다. 더듬거려지는 문체,무수히 많은 말줄임표와 함께 독자는 어느덧 주인공과 함께 느끼며 호흡하게 된다.
s*****7 2003.0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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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마음의 고향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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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고향 혹은 시골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릴 적 회상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도 같고... 고향이 전북 정읍이라 그런지 작품 속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쓰인다. 곧잘 서로 비교되곤 하는 은희경의 작품들이 세련되고 도시적이라면 신경숙의 작품들은 푸근하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고 할 것이다. 아홉 편의 글 중에서 가장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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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고향 혹은 시골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릴 적 회상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도 같고... 고향이 전북 정읍이라 그런지 작품 속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쓰인다. 곧잘 서로 비교되곤 하는 은희경의 작품들이 세련되고 도시적이라면 신경숙의 작품들은 푸근하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고 할 것이다. 아홉 편의 글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글은 역시 표제작인 '풍금이 있던 자리'인데 그 글에서는 신경숙 문학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문체 속에 유난히 많이 쓰인 말줄임표로 글의 템포가 느리게 진행되고 등장인물의 망설임, 수줍음 또는 애절함을 부수적으로 표현한다. 신경숙 내면의 슬픈 추억이랄까, 그런 것들이 나타난 작품들도 많이 눈에 띈다.그녀의 예전 작품들은 내면의 슬픈 기억들에 붙잡혀 헤어나지 못한 것이 많았지만 요즘 작품집에서는 새로운 경향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그녀의 세계가 많이 확대되고 외부로 향하는 발전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언젠가 삶이 지치고 고될 때 우리의 마음을 훈훈히 덥혀줄 한 권의 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그 여자가 남겨놓은 이미지는 제게 꿈을 주었습니다. 제가 더 자라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면 담임 선생님은 개인 신상 카드를 나눠주며 기록을 해오라 했습니다. 그 개인 신상 카드 어느 면에 장래 희망을 적어넣는 칸이 있었지요. 장래 희망, 저는 그 칸 앞에서 오빠 볼펜을 손에 쥐고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어요. ......그 여자처럼 되고 싶다...... 이것이 제 희망이었습니다. 그 여자가 우리집에 와서 심어놓고 간 일들을 구체적으로 간추려서 뭐라고 써야 하나? 이것이 고민스러워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던 것입니다. 끝끝내 그걸 간추릴 단어를 저는 그때 알고 있지 못했어요.그래서 다른 아이들처럼 어느 때는 은행원, 어느 때는 학교 선생님, 어느 때는 발레리나라고 써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렇게 표현되는 그때그때의 희망들은 모두 그 여자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l*****3 2000.10.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