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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0만년 전 육상의 포유류 한 그룹이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수중
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고 겨우(?) 몇 백 만 년이 지난 후였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 동물 그룹은 진화를 거듭하여 지금의 대양(大洋)의 지배자, 고래가
되었다. 그런데, 바다에 사는 포유류의 존재는 다윈에게는 골칫거리였다. 동시에 창조론자에게는
진화론에 대한 중요한 공격 포인트였다. 그럼 육상에서 바다로 간 증거가 뭐냐?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걷는 고래’를 보여줘라.
그러나 실제로 ‘걷는 고래’는 있었다. 육상
생활과 수중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었던, 즉 지금의 고래와는 다르지만, 분명히 비슷한, 멸종된 화석을 찾아낸 것이다. 인도히우스, 파키케투스, 암블로케투스, 레밍토노케투스, 프로토케투스, 바실로사우르스로
이어지는 고래 조상의 계보를, 과학자들은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고래의 조상들은 점점 수중 생활에 적합한 형태로 몸이 변해갔고, 드디어는 뭍에서는 살 수 없는, 진짜 수중 생물이 되었다. 고래가 되었다. 창조론자에게는 매우 불행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견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또한 고래의 예를 생략해버리는 것으로 해결책을 삼는 것 같다).
이러한 발견들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과학자가 바로 한스 테비슨이다(저자 이름이 G.
M. ‘Hans’ Thewissen’이라고 되어 있는데, Thewissen을 테비슨이라고
적은 사정은 옮긴이가 밝혔지만, 왜 Hans에 따옴표가 붙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걷는 고래』는 바로 그, 1990년
초반부터 전운이 감도는 파키스탄에서의 발굴을 시작으로 고래 조상의 화석을 찾아낸 인물이 그 과정들과 그가 찾아낸 고래 조상들에 대한 생태에 대해
쓴 책이다. 저 앞의 읽기도 힘든 고래 조상들과 현생 고래와 하마를 비롯한 고래와 가까운 생물들의 해부학적
특징과 생태적 특징을 쓴 부분은 상당히 지겹지만, 그가 화석들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흥미진진하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딱 절반은 무척
재미있는 과학교양서이고, 또 딱 절반은 매우 유익한(?) 과학교양서인
셈이다.
그런데, 왜 그가 고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쓰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짐작은 간다. 힘들게 뭍으로 올라온 동물이 왜 다시 물로 돌아갔는지는 많은 사람들의 어릴 적 관심사가
아닌가? 그 관심사를 커서까지 간직한 사람이 바로 한스 테비슨 같은 고생물학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 관심사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는 사람이 과학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냥 질문만 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 깊게
고민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지만, 한스 테비슨
같은 과학자는 그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고, 또한 각고의 노력을 한다. 그 결과가 암석 더미에서 찾아낸 뼈조각이고, 그 뼈조각으로부터 걷는 고래를 발견하고, 그것들의 생활을 복원해낸
것이다. 과학은 경이로운 것이다.
*한스 테비슨은 왜 고래가 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지만(당연하다!), 모든 세부사항에서 물러나 눈을 가늘게
뜨면(너무 세부에 집착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흐릿한 영화
한 편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너구리만한 우제류들(고래의
조상이 처음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이 꽃과 이파리를 뜯어먹다가, 위험을
피해 물 속에 숨었다. 이들의 후손들은 포식자로서 물 속에 숨어 먹잇감을 정찰하며, 물 속에 머물렀다. 뒤이은 후손들이 빠르게 헤엄치는 법을 알아냈고, 새로운 먹잇감을 쫓았고, 땅 위에서 돌아다니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버렸다. 다양한 방식의 헤엄을 실험한 뒤,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몸을 미끈한
유선형으로 바꾸었다. 따라서 육지에 대한 모든 유대가 끊어졌다. 한
집단이 먹잇감의 위치를 찾아내려고, 이미 고도로 발달된 청각계에 소리 방출계를 추가했다. 바로 반향정위를 하는 이빨고래다. 다른 집단은 크릴 들판에서 크릴을
뜯는 데에 쓰이는 수염을 진화시켰다. 바로 수염고래다. 뭍에서
물로 보내는 단 하나의 동인 따위는 없다. 고래목은 일직선이 아닌 작은 단계들을 밟았고,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섭식 및 식습관과 관계가 있었다. 그러한
단계들은 각각이 우발적이었고, 실패한 실험들이 허다했다.” (266쪽)
진화의 장엄하고도 지리한 역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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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관련 책들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런데 가끔 아~주 재미나게 과학을 설명한 책들이 있다. ㅋㅋ)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이었다.
고래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 화석을 발굴하는 어려움 그리고 발견하고 나서 뼈만 온전히 손에 넣기 위한 기다림 등 우리가 박물관에서 그냥 보고 지나가는게 그게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15 앞으로 나아갈 길 ~ 고래의 진화가 얼마나 극적인가를 적시하기 위해, 나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두 가지 환상적인 탈것을 떠올리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탄환열차와 핵잠수함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덜 무서운 배트모빌과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을 떠올리라고 한다. 고래는 매우 정교하게 완성된, 육상생활에 적응된 몸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약 800만 년 만에, 대양에 완벽하게 조율된 몸으로 바꾸었다. 나는 청중에게 공학자 한 팀을 모아서 배트모빌을 해체한 다음, 그것의 부품들로 노란 잠수함을 짓는 상상을 해보라고 한다. 땅 위에서 잘 작동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물속에서는 비참하게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동기관을 비롯해 감각기관, 삼투압 조절 기관, 번식기관에 이르는모든 기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물론, 진화 과정에 있던 모든 중간 종은 자신의 환경에서 제구실을 했다. 이 조건을 보탠다는 것은 공학자들이 퇴근할 때마다 그래도 여전히 작동하는 탈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일일테고, 그래서 이것은 정말로 얼마나 놀라운 전이였는가를 암시한다. 그리고 이제는, 놀랍게도, 그것이 화석들에 의해 전부 입증된다. ~
고래의 진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의 한 부분 오래간만에 본 재미있게 잘 읽히는 과학(?)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