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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i********2 2025.1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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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퇴근〉, 소름이 돋는다, 나는 오늘도 출근하였고, 아직 퇴근 전이므로...
"천명관 〈퇴근〉, 소름이 돋는다, 나는 오늘도 출근하였고, 아직 퇴근 전이므로..." 내용보기
천명관의 〈퇴근〉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계간 문학동네〉 20주년 기념호인 2014년 겨울호에서였다. 기념호였으므로 김훈을 비롯해 성석제, 은희경, 김연수, 손보미 등의 쟁쟁한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이 꽤나 많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기념호에 실린 여러 글들 중 단연 압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내게는) 천명관의 〈퇴근〉이었다. 한 번이라도 회사원이라는 호칭으로 일해본
"천명관 〈퇴근〉, 소름이 돋는다, 나는 오늘도 출근하였고, 아직 퇴근 전이므로..." 내용보기

  천명관의 〈퇴근〉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계간 문학동네〉 20주년 기념호인 2014년 겨울호에서였다. 기념호였으므로 김훈을 비롯해 성석제, 은희경, 김연수, 손보미 등의 쟁쟁한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이 꽤나 많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기념호에 실린 여러 글들 중 단연 압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내게는) 천명관의 〈퇴근〉이었다. 한 번이라도 회사원이라는 호칭으로 일해본 자라면 이 소설 읽고나면, 이 소설을 다시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 담요는 국가운영부에서 지급하는 바우처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들은 아무데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고 아무 소득이 없었으며 태반은 일정한 주거지도 없는 노숙자들이었다. 그들을 담요 혹은 블랭킷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늘 넝마 같은 담요를 두르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p.10)


  소설 〈퇴근〉의 시간적 배경은 특정되어 있지 않다. 단지 소설 속의 사회는 구십 퍼센트가 넘는 실업률로 피폐화되어 버렸다. 그저 현재 일을 가지고 있는 회사원이라는 사실만으로 특권 계층이 되어버리는 사회이다. 그리고 회사원이 아닌 이들은 이제 담요를 둘러쓰고 돌아다니며 나라에서 제공하는 바우처로 연명을 하는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였다. 주인공인 남자 또한 이러한 담요의 일원이고, 아들과 함께 바우처를 받기 위한 대열에 서서 조정관의 노골적인 모멸을 견뎌야 한다.


  ”안경을 쓴 젊은 조정관이 자판을 두드리며 으스스하게 웃었다. 주변에 서 있던 담요들은 자신을 조롱하는 끔찍한 농담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눈치만 살폈다. 자칫 조정관의 비위를 잘못 건드려 바우처를 못받게 된다면 앞으로 한 달간은 끔찍한 지옥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p.12)


  물론 옥상옥이니 구십 퍼센트 노숙자 위의 십 퍼센트 회사원 위에는 슈퍼리치라 불리는 극소수의 이들이 있다. 이들은 담요들에게 건네지는 약품의 수요를 조절함으로써 담요들의 목숨값을 산정하는 게임을 할 정도로 비인간적이다. 슈퍼리치, 회사원, 담요라는 피라미드의 어느 계층에 속해 있든 모두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간적인 속성을 (스스로) 몰수당하였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그런 사회이다.


  “슈퍼리치들은 더 이상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자본소득에만 열을 올렸다. 공장도 기계도, 골치 아픈 노동자도 까다로운 소비자도 필요 없었다. 돈을 굴리는 일은 소수의 전문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어서 고용도 문제가 아니었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메바처럼 스스로 증식을 거듭해 괴물처럼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갔다. 반면에 한때는 성실한 노동자였고 순진한 소비자였던 이들은 이제 짜봐야 똥밖에 안 나오는 쓸모없는 담요로 전락하고 말았다.” (p.28)


  소설 속의 남자는 인도 출신의 아내에게서 아들을 얻었지만 그 아들은 병이 있다. 아내는 먹고 살기 위하여 남자와 아이를 버렸으나 이미 죽었다. 남자는 받은 바우처로 아들에게 줄 약품을 구입하려고 굶는다. 하지만 약품의 가격은 슈퍼리치의 농간으로 배가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오래 전 회사원이었지만 자신들을 버리고 사라진 아버지를 만난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위해 들른 회사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였다.


  『―도대체 뭐가 오해라는 거예요?

   ―난 사실 집을 난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아버지의 목소리엔 어딘가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집에 들어오신 적이 없잖아요.

  남자가 계속 몰아붙이자 아버지는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집을 나간 게 아니라······!

  그의 노기 서린 목소리엔 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어느새 눈시울도 붉어졌고 주름 잡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울음을 참기 위해 앙다문 이 사이로 남은 말을 힘겹게 뱉어냈다...』 (pp.76~78)


  소설 〈퇴근〉의 백미는 위에 옮겨 놓은 부자 지간의 대화 뒤에 등장하는 남자의 아버지의 한 마디에 있다. 독자는 바로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하여, 그리고 전율하기 위하여 이 짧은 소설을 읽은 것이다. 소설 〈퇴근〉의 이 한 마디야말로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인간에서 수동적인 노동의 인간으로 옮겨간 현대 사회의 회사원(노동자)을 극명하게 특징 짓는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인데도 다시금 소름이 돋는다. 나는 오늘도 출근하였고, 아직 퇴근 전이므로...



천명관 / 퇴근 / ㈜아시아 / 105쪽 / 2015 



ps. 단편소설 〈퇴근〉은 K-Fiction Series 중 ’K-픽션 한국 젊은 소설‘의 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흥미로운 국내 작가들을 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한 기획이었고, 우리의 소설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글과 영어 두 개의 언어로 소설이 실려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4.1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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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천명관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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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천명관의 디스토피아!천명관의 소설은 언제나 마성의 매력이 있다.좋게 얘기하면 마성의 매력이지만 단점은 작가의 말빨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소설의 결말을 다가 갈수록 결말이 궁금했지만, 역시나 결말은 뭐지? 이렇게 마무리한다고?아쉬움과 한탄은 어쩔 수 없다.'이것이 남자의 세계이다'도 사실 천명관의 약빤 문장력이 여실이 들어난다.천명관 작가의 장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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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천명관의 디스토피아!

천명관의 소설은 언제나 마성의 매력이 있다.

좋게 얘기하면 마성의 매력이지만 단점은 작가의 말빨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소설의 결말을 다가 갈수록 결말이 궁금했지만, 역시나 결말은 뭐지? 이렇게 마무리한다고?

아쉬움과 한탄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남자의 세계이다'도 사실 천명관의 약빤 문장력이 여실이 들어난다.

천명관 작가의 장점이라면 아마도 죽은 글도 재미있게 살려내는 말빨일 것 이다.

퇴근은 천명관이 바라보는 한국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자본주의의 종말 혹은 이후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미래 가상소설이라 보는게 옳다.

산업화가 자리잡은 나라는 극악의 실업률을 겪게 된다. 

어느새 실업률 90프로를 넘기고, 10프로만 남은 회사원과 슈퍼리치들로 나뉜다.

주인공은 실업자이며 실업자들을 일명'담요'라 부른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바우처'로 살아간다. 

그에게 '바우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 바우처를 통해 천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약을 구하기 때문이다.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그는 거의 굶다시피 해서 아껴둔 바우처로 암시장에서 스테로이드를 구입해 아이를 치료한다. 아버지와 아내는 도망갔다.

세상의 통제는 어느덧 '슈퍼리치' 상위권 사람들에 의해 사회는 통제되고 움직인다.

'슈퍼리치'들의 취미생활인 아이를 입양하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반면에 담요인 주인공은 아이하나 보살필 수 없는 형편이기에 살리기 위해 입양을 결정한다.

그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는 먼 옛날 도망간 아버지를 재회한다.

퇴근에서는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의 잔상들과 많이 닮아있다. 

실업률이 극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처럼, 계급간의 빈부격차를 전면으로 배치한다.

계급을 나눔으로써 빈부격차는 더욱 실감나게 보여진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본을 더욱 불리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욱 나락으로 빠진다.

여기서 '퇴근'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의 주체를 희미하게 나마 알려준다.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에서 알려주듯 '난 아직도 퇴근을 못 하고 있는거야'라는 말처럼

성공하기위해 퇴근하지 못하고 일만해야되는 회사원들의 모습들을 통해 한탄한다.

쉬고 싶어도 쉬지못하는, 쉰다면 도태되는 사회이다.

산업화가 본격적인 지금 시점,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인간의 노동력은 이제 더이상 인간의 몫이 아닌 기계로 대체가 가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자본은 자본을 낳는다 처럼,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인력을 대신해 자동화를 선택할 것이고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층의 인간은 생산을 해내지 못한다.

그럼 '퇴근'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세상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실업률을 올라갈 것이고 인간의 범위는 기계가 대체한다.

그렇다면 중간 계급인 회상원 같은 존재들은 퇴근한다면 바로 '담요'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일만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이 소설은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지극히 현실적이여서 더 암울하다는 생각이다.

천명관의 위트를 기대하고 봤지만, 책을 덮는 순간 우울하다.




j*****y 2020.06.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