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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인간의 탄생, 인간의 삶
"기계 인간의 탄생, 인간의 삶" 내용보기
<K-픽션> 시리즈를 통해서 대니를 만났다. 대니는 아이를 돌보는 24세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청년의 모습을 한 기계다. 언뜻 보기엔 사람들보다 더욱 정감적인 모습을 보이는 설정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감정보다는 계산이 앞서고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구조물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사람보다도 더 사람의 일을 잘하는, 심지어 감정까지를 좌우할 줄 아는 기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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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픽션> 시리즈를 통해서 대니를 만났다. 대니는 아이를 돌보는 24세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청년의 모습을 한 기계다. 언뜻 보기엔 사람들보다 더욱 정감적인 모습을 보이는 설정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감정보다는 계산이 앞서고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구조물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사람보다도 더 사람의 일을 잘하는, 심지어 감정까지를 좌우할 줄 아는 기계와 함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끔찍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리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언제 이렇게 기계와 대화를 하고 기계에게 어려운 일들은 모두 맡기는 세상이 올까? 공상을 할 수 있는 것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아마 그러한 세상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으랴? 참으로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대니다. 이런 문제를 생각하고 꿈을 꾸는 자들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자들이리라.

 

자녀들을 대신해서 아이를 맡은 할머니가 나온다. 오늘의 세태가 적나라하게 잘 제시되는 소재인 듯하다. 자식들이 어려운 일은 부모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행태, 오늘의 보여주는 서글픈 사회의 한 단면이다. 이 내용에서도 아침에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도 직장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아이를 받아가는 가정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내용 중에 일어나는 일화들을 가지고 창의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글이다. 그러기에 현실의 문제점도 그것을 해결해 보는 시도도 함께 거론된다. 물론 그 해결책이 환타지성이 강하지만 말이다.

 

할머니는 아이를 돌보는데 참으로 힘겹다 아이가 하는 대로 놀이터에도 가야하고, 슈터에도 시장에도 가야한다. 혼자 돌아다니는 일은 편한데 어린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무거운 짐이다. 감정이 있는 어린아이이기에 순간적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모른다. 울면 그 원인을 찾아야 되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때로 놀이를 함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를 먹은 입장에서 그러한 일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러다 놀이터에서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할머니와 그 아이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 대니를 만난다. 대니는 보육교사들이 유치원에 불을 지르고 많은 아이들의 사상자가 난 후에 나라에서 시범적으로 만들어 50여 곳에 보낸 아이 돌봄이다. 대니는 할머니가 자신과 같은 돌봄이가 아닐까 처음 보는 순간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가가게 되었고, 할머니가 힘들어할 때 아이도 봐주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할머니와 아이에게 정이 들고 같이 살 수 있는 길이 없나 문의하게 된다. 그 때 할머니는 돈이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 후 대니에게서 소식이 없다. 그러다 경찰이 찾아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대니와의 관계에 대해 자초지종을 묻는다. 대니가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간에 들통이 나고 경찰에 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취조에서 할머니는 대니와 함께 인간과 기계가 나누었던 얘기를 한다. 그리고 결국 대니는 폐기된다. 아프고 슬픈 장면이다.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서글픔이 제대로 된 인간들의 감정이이리라.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폐기되는 인간들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많은 자연 재해, 인재 등이 그것을 부추기도 있는 듯하기도 하다.

 

이야기는 간단하게 흐른다. 기계 인간의 탄생과 폐기가 그 전부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정이 담긴 기계의 긍정적인 자세, 그것은 인간들이 지녀야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동을 힘겨워 하지 않고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삶도 또한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다. 환타지적 요소만 빼고 나면 우리 인간이 살아가야할 덕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며 이타적인 삶, 우리 인간이 지녀나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K-픽션> 시리즈, 영어와 함께 편찬한 이 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이 읽혀 한국 문학의 실제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참신과 열정으로 그리고 능력으로 이끌어져 나가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모습들이 여과 없이 알려 졌으면 좋겠다. 책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번역하고 편찬한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이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좋은 향기가 세계 도처에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j****3 2018.04.07. 신고 공감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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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아닌 엄마들에게 위로를 주는 글
"기계가 아닌 엄마들에게 위로를 주는 글" 내용보기
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SF적 상상력.이 말에 끌려 서평단을 신청했다.남자가 엄마의 세계에 대해서 감히 뭐라고 말한다는 거지... 싶기도 했는데,어머 작가님은 여자분이시다.죄송해요. 사진과 이름으로 그만...이 책은 한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한 페이지가 함께 있다.영미 소설을 한글로 옮긴 건 봤어도, 우리 글이 어떻게 그 느낌과 의미를 살리며 번역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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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SF적 상상력.

이 말에 끌려 서평단을 신청했다.

남자가 엄마의 세계에 대해서 감히 뭐라고 말한다는 거지... 싶기도 했는데,

어머 작가님은 여자분이시다.

죄송해요. 사진과 이름으로 그만...





이 책은 한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한 페이지가 함께 있다.

영미 소설을 한글로 옮긴 건 봤어도, 우리 글이 어떻게 그 느낌과 의미를 살리며 번역될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참 신선햇다.



읽어보니 사실 엄마 자체보다는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 같다.

주인공은 일흔이 넘은 할머니로, 딸의 복직으로 인해 손자를 맡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도 힘든 육아, 할머니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천사 같은 손주 키우기가 유일한 소일거리이자 낙인 늙은이, 그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아무도 내가 울 만큼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p.42)


나는 기계가 아니다.

집이 비는 주말이면 나는 가게에서 소주를 사다 한 병씩 마시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다음에는 차라리 기계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란 건 웃기고 요망한 덩어리라 음식물처럼 혼자만의 시간도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제대로 일을 하겠다고 우아를 떨어댔다. (p.40)


물론, 아이는 예쁘다.

하지만 아이를 책임지고 매일 돌보는 것이 고되고 괴로운 일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는 아름다웠다. 곱고 사랑스럽고 반짝반짝 빛났다.

내 핏줄이 뻗어간 가지 끝에 이런 것이 맺혀 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뭉클한 존재였다.

흩날리는 벚꽃잎 같고, 밤새 쌓인 첫눈 같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들만 모아 정성껏 세공해서 만든 귀한 그릇 같기도 했다.

그 빛나는 그릇에 매일같이 담기는 타는 듯이 뜨겁고 검은 약을 남기지 않고 받아마시는 것이 내 일이었다. (p.36)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놀이터에서 대니를 만나게 된다.

대니는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줄 수 있는 스물넷의 청년이다.

3명의 보육교사들이 작정하고 자신의 직장을 불태워 아이를 죽인 사건 이후, 아이들은 가정으로 내몰리고

그 대안으로 나온 시범형 로봇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대니는 친구가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러나 대니는 폐기되고 마는데, 그 과정은 직접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대니가 할머니에게  다가가게 된 과정,

그렇게 건넨 첫 마디가 의미있다.

사실 대니는 기계처럼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를 자기와 같은 로봇으로 생각하고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사람이었고, 자기와는 다르게 그 일을 견디고 있으면서도 순간 순간 아이와 함께 즐기는

그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 것이다.


할머니는, 견디고 있었어요. 저는 견디지 않아도 되거든요. ...

할머니의 어떤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견디는 거죠.

할머니는 행복한 순간에도 견딜 때가 있었고,

견디는 순간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은 표정일 때가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게 의미가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문장들.

어떻게 이렇게 육아로 젊음을 바꿔가는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멀리서는 봐도 가까이 다가가진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아마도

무심히 상처 입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자의 질투였을 것이다. (p.24)


마흔 이후로는 거울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어느 날 마주 본 거울이 텅 비어 있었다 한들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노화해가는 육체를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라는 사실이 내 추레함에 당위를 부여해주었다.

나는 아무거나 집어먹고 손에 닿는 대로 대충 입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그와 나를 함께 비추던 그 거울이 나를 놀라게 했다.

거울은 그런 몰골을 한 내가 허깨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눈에도 비치는 존재이며,

따라서 자신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p.44)



이 책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를 돌보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을 의미 있게 봐준다는 환상적 설레임이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엄마들에게 진짜 위로를 주는 것은

나는 기계가 아니다, 이 한 문장인 것 같다.

육아 로봇과의 대조를 통해

기계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긍정적인 반응만은 할 수 없다는 것,

사람이라서 힘들고 견디면서도 아이와의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참 공감가는 글을 만나 좋았다.


s******2 2015.05.1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황혼 육아와 SF상상의 결합
"황혼 육아와 SF상상의 결합" 내용보기
얇은 책이다. 단편 하나를 그대로 책으로 묶어내 창작노트와 해설, 비평을 다 포함해 133 페이지밖에 안 된다. 하지만, 국문과 영문을 동시에 수록한 한영대역본으로 읽는 방법에 따라 금방 읽을 수도, 한참이 걸릴 수도 있다. 영한대역본이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면, 이 책은 우리말 문장을 영어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이 책은 황혼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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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다. 단편 하나를 그대로 책으로 묶어내 창작노트와 해설, 비평을 다 포함해 133 페이지밖에 안 된다. 하지만, 국문과 영문을 동시에 수록한 한영대역본으로 읽는 방법에 따라 금방 읽을 수도, 한참이 걸릴 수도 있다. 영한대역본이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면, 이 책은 우리말 문장을 영어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은 황혼육아를 떠맡게 된 할머니와 육아를 담당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에서도 어린이집 폭행 문제가 터지며 아이들의 육아가 위기로 떠올랐지만, 이 책에선 더 하다. 유치원 교사 세 명이 각자 자신의 직장을 불태워 수많은 아이들이 사망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정으로 몰리게 되고, 대인으로 나온 게 육아 로봇, 대니다.


대니는 매력적이다. 24살의 젊은 외형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잘 돌본다. 어떤 아이도 대니의 앞에선 울지 않는다. 대니가 아이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고, 그대로 수용해주기 때문이다. 로봇이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을 힘들어하지 않으며, 지치지도 않는다. 자신의 쓸모가 소용있음에 기뻐하고, 오히려 남는 에너지를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 어른에게도 나눠준다.


이 책의 화자인 할머니가 늙은 육신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어린 손자를 감당하지 못해 차라리 로봇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과 대조적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손자를 안고, 유모차를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며 할머니는 힘에 부친다. 넉넉하지 않은 돈, 해야할 집안일,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손자.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겐 시련이다.


그래서일까. 대니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다. 할머니를 대신해 울고있는 손자를 안아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런 친절이 부담이 된다. 응당 받았어야 할 친절과 배려를 받지 못해 쌓여있던 상처가 대니에게 표출되는 것이다. 대니는 오히려 그런 할머니의 상처까지 감싸안지만, 문제는 대니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는 것에 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대니가 부럽고, 갖고 싶었다. 가끔 나도 로봇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아이 옆에 24시간 붙어서 아이의 칭얼댐을 다 받아주고 싶을 때 말이다. 그러나, 나도 사람이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울고 있는 아이 옆에서 물에 만 밥을 입에 떠넣어야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로봇인 대니가 옆에 있으면, 나에게도 차 한잔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텐데.


육아를 할 때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간절함을 녹여 만든다면 대니가 생기지 않을까. SF적인 상상력이 필요와 간절함에서 나온다고 할 때, 대니는 정말 이상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래서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것은 행복해질 수 없으니 말이다.


모든 소설은 첫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첫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문장에서 달콤한 커피 향이 나는 것 같다. 


기름기가 동동 뜬 뜨거운 믹스커피 속에 얼음덩어리 몇 개가 녹으며 돌고 있었다.

A few ice cubes were floating around and melting on the hot, grease-floating, mixed coffee. 


a***a 2015.05.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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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엄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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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자리는 참 신기할 정도로 자주 소진이 찾아온다.잠든 아이를 보며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소리지르지 말아야지, 다짐해도잠에서 깨며 대책없는 투정과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짐은 사라진다.그리고 자꾸 나를 자책한다.더 잘 해줄 수 있었는데, 더 잘 할 수 있는데,이것이 더 엄마를 지치게 만든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육아서를 뒤적거리며 마음을 다잡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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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자리는 참 신기할 정도로 자주 소진이 찾아온다.

잠든 아이를 보며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소리지르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잠에서 깨며 대책없는 투정과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짐은 사라진다.

그리고 자꾸 나를 자책한다.

더 잘 해줄 수 있었는데, 더 잘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더 엄마를 지치게 만든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육아서를 뒤적거리며 마음을 다잡고 아이 다루는 기술을 흉내내어봐도

아이도 엄마도 다 제각각이라 같은 모양으로 통하는 방법이란 없다.

그래서 자꾸 또 꺼내어보고 싶은 글, 바로 윤이형의 대니.

아래는 지난 번 썼던 리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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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사실 엄마 자체보다는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 같다.

주인공은 일흔이 넘은 할머니로, 딸의 복직으로 인해 손자를 맡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도 힘든 육아, 할머니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천사 같은 손주 키우기가 유일한 소일거리이자 낙인 늙은이, 그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아무도 내가 울 만큼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p.42)

 

나는 기계가 아니다. 

집이 비는 주말이면 나는 가게에서 소주를 사다 한 병씩 마시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다음에는 차라리 기계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란 건 웃기고 요망한 덩어리라 음식물처럼 혼자만의 시간도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제대로 일을 하겠다고 우아를 떨어댔다. (p.40)

    

 

물론, 아이는 예쁘다.

하지만 아이를 책임지고 매일 돌보는 것이 고되고 괴로운 일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는 아름다웠다. 곱고 사랑스럽고 반짝반짝 빛났다. 

내 핏줄이 뻗어간 가지 끝에 이런 것이 맺혀 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뭉클한 존재였다. 

흩날리는 벚꽃잎 같고, 밤새 쌓인 첫눈 같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들만 모아 정성껏 세공해서 만든 귀한 그릇 같기도 했다. 

그 빛나는 그릇에 매일같이 담기는 타는 듯이 뜨겁고 검은 약을 남기지 않고 받아마시는 것이 내 일이었다. (p.36)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놀이터에서 대니를 만나게 된다.

대니는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줄 수 있는 스물넷의 청년이다.

3명의 보육교사들이 작정하고 자신의 직장을 불태워 아이를 죽인 사건 이후, 아이들은 가정으로 내몰리고

그 대안으로 나온 시범형 로봇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대니는 친구가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러나 대니는 폐기되고 마는데, 그 과정은 직접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대니가 할머니에게 다가가게 된 과정, 

그렇게 건넨 첫 마디가 의미있다. 

사실 대니는 기계처럼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를 자기와 같은 로봇으로 생각하고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사람이었고, 자기와는 다르게 그 일을 견디고 있으면서도 순간 순간 아이와 함께 즐기는

그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 것이다.

  

할머니는, 견디고 있었어요. 저는 견디지 않아도 되거든요. ...할머니의 어떤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견디는 거죠. 

할머니는 행복한 순간에도 견딜 때가 있었고 

견디는 순간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은 표정일 때가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게 의미가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문장들. 

어떻게 이렇게 육아로 젊음을 바꿔가는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멀리서는 봐도 가까이 다가가진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아마도 

무심히 상처 입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자의 질투였을 것이다. (p.24)

 

 

마흔 이후로는 거울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어느 날 마주 본 거울이 텅 비어 있었다 한들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노화해가는 육체를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라는 사실이 내 추레함에 당위를 부여해주었다. 

나는 아무거나 집어먹고 손에 닿는 대로 대충 입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그와 나를 함께 비추던 그 거울이 나를 놀라게 했다. 

거울은 그런 몰골을 한 내가 허깨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눈에도 비치는 존재이며 

따라서 자신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p.44)

    

 

 

이 책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를 돌보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을 의미 있게 봐준다는 환상적 설레임이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엄마들에게 진짜 위로를 주는 것은 

나는 기계가 아니다, 이 한 문장인 것 같다. 

육아 로봇과의 대조를 통해 

기계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긍정적인 반응만은 할 수 없다는 것, 

사람이라서 힘들고 견디면서도 아이와의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참 공감가는 글을 만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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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보다 대니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특별한 감정적 반응 없이 기계적으로 아이에게 미소짓고 돌보는 것이 과연 그에게 행복한 일일까 

그냥 일이라서 하는 거지, 자기 자식이라서 느낄 수 밖에 없는 특별함을 과연 알까 

어쩌면 기계가 아니라서 행복하다.

아이도 기계처럼 키우지 않아서 좋다.

사건과 상황에 반응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내 자식이라서 화도 나는 것 말이다.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잘 견디어내보고 싶다.

위로가 되는 소설, <대니.


s******2 2015.08.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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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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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SF적 상상력. 엄마들 아니 황혼 육아를 담당하고 계시는 분들은 상상이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조롭다기 보다 짜여진 시간속에 다양한 상황에 직면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최신 한국 문학의 트렌드를 선도하는〔K-픽션〕시리즈를 통해서 만난 『대니』의 주인공이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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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SF적 상상력.

엄마들 아니 황혼 육아를 담당하고 계시는 분들은 상상이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조롭다기 보다 짜여진 시간속에 다양한 상황에 직면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최신 한국 문학의 트렌드를 선도하는〔K-픽션〕시리즈를 통해서 만난 『대니』의 주인공이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황혼 육아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나는 기계가 아니다. 중얼거린 다음에는 차라리 기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40쪽) 

아무도 내가 울 만큼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42쪽)

 

이 책에서 72살의 할머니 '나'는 지금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황혼 육아 문제의 주인공이다.

오랜시간의 직장생활로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서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명퇴를 하여 친구들과 여행하며 유유자적 살아왔으나, 복직해야 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아기를 맡게된 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아기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지쳐가는 몸에 따라 마음도 점점 굳어져서 이젠 황폐화되어 가던 어느날 놀이터에서 '대니'라는 스물넷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한 돌보미형 로봇을 만나게 된다.  대니가 할머니에게 "아름다워"라는 말을 건네는 순간 귀를 의심하게 될 만큼 굳어있던 마음을 깨웠고 긴긴 여운으로 메아리쳤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에게 크나큰 위로의 메시지이다.  과연 대니는 할머니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말의 표현에 감정까지 담아낼 수 있을것인가.  또한 힘든 육아로 차라리 기계이기를 원하는 엄마들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대니는 미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졌고, 우리 상황에 맞추어 개조를 거친 뒤 전국 50개 가정에 시범적으로 파견되었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왔던 것이다.  로봇이 어떻게 하루에도 수백 수만번의 변화를 가져오는 아이들의 감정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딘가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50명의 대니를 상상한다.  똑같은 얼굴의 대니들...어쩐지 이 세상의 것 같지않은 끔찍한 풍경같기도 하다.

결국 대니라는 기계적 인간의 마지막을 바라보면서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또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짧다면 짧은 내용 하지만 깊이있는 글이다.  창작노트와 해설 그리고 비평을 함께 볼 수 있고, 우리말의 내용에 무한한 공감, 상상 때때로 깊은 침묵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한 영어로 표현된 내용에 다시한번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젊은 작가분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감탄을 하게 되며 독특한 느낌 그리고 기발한 창조성이 해외 독자들에게 큰 호응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기대와 희망을 해본다.

 

j****a 2015.05.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