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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설의 효시라 불리는 이인직의 귀의성을 현대어로 옮긴 책이다.. 현대어로 옮겼다 하지만 지금껏 읽은 책들과는 달라 몹시 낯선데, 이 책이 발표된 그 때 당시의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낯선 이야기였을듯 하다..
'귀' 의 '성' 이라 하길래 난 전설의 고향을 상상했다.. 아버지 강동지의 복수극이 시작 되기 직전까지, 이야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데도 춘천댁 길순이와 그의 어린 아들이 죽은지 한참이 지나도록 귀신 같은것이 나타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나타날 기색조차 보이지 않길래, 귀신이 나타난 척 하며 영감 김승지의 본부인과 점순이가 죄악을 토로하도록 만들 줄 알았다..
헌데 그렇지가 않아서 무척 신선한 충격이였다.. 200년 전에 이런 이야기가 쓰여지다니..
경성에 투기 심한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버젓이 알면서도 '붙어 먹을' 라고 딸을 첩실로 들이 밀고, 뱃속에 아이를 남긴채 김승지가 경성으로 돌아간 후에 조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저 내키는 대로 술이나 얻어 먹고 다닐줄 알았던 무심한 강동지..
제 술배 채우고자 딸을 첩으로 팔아 먹고 버림 받았다는 부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우발적으로 거짓말을 하고서는 경성으로 데려가 본부인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두 눈으로 보고서도 그 악의 구렁텅이에 딸을 두고 와 버린 무책임한 강동지..
그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한량이로 묘사되던 아버지가 막바지에 가서 갑자기 멋지고 노련한 해결사로 등장해, 딸을 죽이는데 가담한 일당을 죽인 뒤 유유자적 러시아로 떠난다는 점이 좀 웃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몹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젯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참 새로운 소설에 적잖이 자극이 되었는지 이야기에 관련된 꿈을 참 많이도 꾸었다.. 배경이 한일합방 직전의 조선이다 뿐이지, 요새 나오는 그 어떤 드라마 보다도 훌륭한 구성이다.. 뿐만 아니라 온전히 한글로 쓰여진 책이라, 국적 불명 각종 외래어가 남발하고 정작 사용되는 한국어의 어휘는 점점 옹색해 지는 이 시대에 참 다양한 한글 표현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막판에 강동지의 변신만 빼 놓고는..
그 시절 신문에 연재되었을 적에 참 획기적이었을 이 소설은 내게도 획기적이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가부장에 대한 존경은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우습다.. 아버지 강동지는 갑자기 철두철미하게 딸의 원수를 갚아줌으로써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되었으며 그 좋아라 하는 돈을 마다 하고 영웅처럼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모든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영감 김승지는 벌도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눈은 멀었으나 지혜롭기 짝이 없는 어머니를 둔 침모와 재혼까지 하는 축복을 받았다.. 두 남자 모두 마지막 1/4 정도를 남기기 전까지의 시점에서는 천하에 한심한 남자로 묘사가 되어 있었는데도 그렇게 된거다..
안타까운 것은, 신분제 사회였던 그 시절에 배운것 없는 무지하고 굶주린 촌 사람들, 신분 낮은 사람들의 무식에서 벌어진일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명분이 있었기에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면, 요즘 드라마들은 밑도 끝도 없이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막장 코드를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다는거다.. -> 21세기인 지금도 아버지는 첩을 둔다.. 본처는 표독스럽거나 멍청해서 자식을 오냐오냐 길러내어 자식은 멍청하고 못되처먹었다, 첩은 예쁘고 불쌍하고 착하고 헌신적인데 본처 소생 아들과 또래의 아들을 낳는다, 첩의 아들은 똑똑하면서도 착해서 여주인공과 바람둥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아버지만 믿고 높은 자리 차지해서 민폐작렬인 망나니인 본부인 아들을 누르고 회사를 물려 받는다..
드라마 작가님들!! 무려 200년 전의 인물설정 무한반복 사용하지 말고 참신한것 좀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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