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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부산에서는 2군데의 오래된 향토서점이 문을 닫았다. 한곳은 50년이 넘는 세월, 또 한곳은 30년의 세월 가량 부산의 대표 대형서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었는데..(한곳은 자리를 옮기며 주춤하긴 했다.) 두곳 다 큰 시내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지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 한곳은 종종 그 근처를 지날때마다 한번씩 들러 책구경도 하고 구매도 하곤 하던 곳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게 올초였는데...(그러고보니 오래 잊고있긴 했다.)온라인서점을 주로 이용하게 되다보니 자연적으로 오프라인서점과는 멀어졌나보다. 연이어 9,10월 문을 닫았고, 나는 왜?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도 그럴것이 유동인구도 엄청나게 많은 곳이었고 항상 들를때마다 오고가는 사람들로 북적댔기 때문이다..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업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니 역시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나보다. 그 소식을 접했을때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비단,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이었을 적만해도 동네에 한군데씩이라도 있던 작은 서점조차 이제 찾아보기는 하늘에별따기 수준인듯하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이동네도 서점 찾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 프랑스 로렌의 '퐁트누아 라 주트'마을로터리에 있는
전세계 책마을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의 들판.
우리의 실정은 이런데, 외국은 어떨까?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연적으로 간편하고 손쉬운 구매욕구로 사람들이 끌리기 시작하면서 외국도 마찬가지로 시내의 오프라인서점들이 문을 닫고 온라인서점이 속속들히 생겨나고 이것은 출판의 비다양성으로 이어져 출판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런 문제로 유럽쪽에서 부흥시키고 있는 것이 이 책마을이라는 브랜드다. 책마을은 시골마을을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점점 쇠퇴해가는 농촌의 부흥도 함께 도모하고 있기에 1석2조의 효과를 누릴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대부분의 책마을은 적게는 몇백명 많아야 2천명 내외의 인구의 시골마을에 자리하고 있고, 이곳 책마을들에는 10~40곳 정도의 다양한 고서적,중고서적들을 판매하는 서점들이 있다. 그외에도 유럽 책마을 각지를 때마다 순회하는 행상들도 있다 한다.
![]() 프랑스 아키덴의 '마스 다주네' 가장 인상깊었던 사진이다.광장 바닥에서 박스채로 고서적이나,중고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렇게 꾸미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야 말로 진정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곳 아닐까? 그리고 더 놀랄만한 것은 이 네모난 자갈포장도로의 역사가 2000년도 더 되었다는 사실~
![]() 프랑스 오드의 '몽틀리외' 마을 아랫동네의 왕립 나사공방을 개조한 서점의 실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꼬맹이의 모습이 인상깊다...
![]() 역시 몽들리외 마을..우측은 수백년의 세월이 지난 돌집을 개조한 서점모습. 이 서점엘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에 와있는거 같은 기분일듯하다. 대체적으로 유럽의 책마을들의 서점 외관이 옛날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다. 좌측 고양이가 눈에 띈다..대부분의 책마을들 주변에는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하거나 늘어져있다..
저자는 스위스,프랑스,베네룩스3국(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칸디나비아(노르웨이,스웨덴),독일,영국,아일랜드 등의 나라에서 총 24곳의 마을들을 2년여에 걸쳐 여행하고 사진을 찍고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공감하고,또 우리의 출판현실에 대해 느끼는 점을 책 속에 담았다. 처음 접해보는 다양한 미술사 서적들과, 이름도 생소한 문인들에 대한 해박한 저자의 지식과 독자가 있는 그대로를 느낄수 있게끔 꾸미지 않은 듯한 사진들에는 깊은감명을 받았다.(아마도 베스트컷을 위해 여러번 셔터를 누른게 아니라 한두번에 그냥 찍은 사진들 같았다. 흔들린 사진들이 꽤나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이것이 더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와닿아 나는 좋았다.) 허나 이 책을 보기 전에 단순히 유럽의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책마을을 상상하고 그것만을 느끼고 찾기위해 보려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꽤나 낭만적인 상상에 부풀어 있었으나 읽으면서는 저자의 딱딱한 문체에 쉽게 집중이 않되는 불상사도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출판업계나 현실들에 대해서도 퍽이나 냉철하게 쓴소리를 해주시니 한번씩은 평화로운 사진을 감상하다가 글로 돌아오면 눈살이 찌뿌려질때도 간혹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다 옳은 소리이니 왜 좀더 유럽의 이미지와 맞게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글을 써주시지 않았나요? 하고 대놓고 뭐라하기도 그렇다. 그러니 꿈에 부풀어서 아름다움만을 보려 이책을 찾지는 말라 이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나름 유익하게 볼수 있는 책이었다.
![]() 프랑스 비엔의 '몽모리옹' 좌:생트 마리 그라드 성당 우:생틸레르 성당 성녀상 이외에도 눈을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사진이 상당히 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사진의 양이나 내용이 약간 부족하다 싶은 감이 있는데 이는 시간에 쫓겨하는 그당시 저자의 모습을 반영해주는 듯도 해 약간은 아쉬웠다.
시골의 책마을이라 그런가..어쩜 그리 살고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여유있어 보이는지(실상은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익과 상업성만을 쫓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기에, 책을 사랑하기에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아도 상관없는듯해 보이는 평화로워보이는 서점주인들의 마인드는 참으로 본받을만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유로움만을 가지고는 살아갈수 없는 터.. 책마을 본연의 축제라던지 몇달에 한번씩 중고장터를 연다던지, 또 시에서도 체계적으로 관심과 지원도 뒷받침(물론 지원이 잘 되지 않는 마을도 있었다.그런곳은 책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다.)해 주는것을 보고는 역시 유럽이라 그런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찾아본 결과 파주에 책마을이라는게 있다고는 하는데..알아본바로는 책마을이라기 보다는 출판사들이 모여있는 정도라는 말을 들은거 같다.. 우리나라에서 출판업계에 이렇게 지원이 미미한 것을 보면 정말 저자의 쓴소리도 백번 이해가 되고 책마을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외국이 부럽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큰 깨달음을 주는것 없이 돈 되는 책만 찍어댄다고 꼬집어 말하는 저자의 말을 새기며 책이란게 지식과 배움의 장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변모해가는 수단에 불과한듯한 현실에 반성을 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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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서점이 딱 한 군데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나름 번화한 도로변에'00서적' (정확한 상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판을 걸고 있었던 자그마한 서점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책을 사러 서점에 간다기 보다 참고서를 사거나 잡지류를 기웃거리는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처럼 책을 빼들고 구석에 앉아 무엇인가를 읽어본다는게 그 좁은 공간에서 주인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었기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것 같다. 점점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책을 구매하는 일이 빈번해지고는 있지만 이런 주변의 서점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는 듯 하다. 대형서점들이 다양한 책들로 중무장하고는 책을 사는 공간뿐만 아니라 읽을 수도 있는 공간을 허용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집안에 가만히 앉아 읽고 싶은 책을 두 손에 넣을 수도 있는.. 이 편리함들이 동네서점의 추억과 낭만을 잠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끔 찾아가는 헌책방, 그리고 그안에서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책 냄새와 빛 바랜 책들.. 책을 구입하러 간다기 보다 그 책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느끼기 위해 가끔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정말 갖고 싶었던 책을 찾았을때는 마치 무슨 보물을 캐서 돌아오는 듯한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그저 무작정 떠나보는거야... 하며 발걸을을 떼어놓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무엇때문에 어디로 떠나보자.. 라는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더위를 피해. 휴식을 얻기 위해. 맘을 정리하기 위해.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누군가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기 이 책은 유럽에 있는 책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난 저자 정진국의 책마을 순례기 이다. 유럽의 책마을.. 책마을이란 말이 참 예쁘다. 입에서도 곱게 맴돈다. 유럽도 유럽연합이 점점 커지면서 대도시의 서점과 출판사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투기꾼들이 부동산을 공략하면서 책방은 제일 먼저 희생량이 되었고 컴퓨터와 휴대폰등이 책을 몰아내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또한 농촌은 농촌대로 작은 마을들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고 이런 상황하에서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고서점과 농촌의 결합 이었다.
유럽 10나라의 곳곳에 있는 책마을 24곳의 책마을을 소개한다. 프랑스. 영국, 동일. 베네룩스 3국, 북유렵... 익히 알고 있는 유럽이지만 책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자그마한 시골은 그 지명조차도 매우 생소하다. 서점 또한 그 형태나 취급하는 책들도 다양하고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동네에서 봤던 '00서적'이 아닌 특이한 책방의 이름들 .. 그리고 밖에서 언뜻 봤을때는 저곳이 서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듯한 외관..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많은 중고서적들과 자신의 서적에 대한 자부심을 자기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 다양한 주제로 책에 관한 많은 이벤트를 기획하여 작은 시골마을에 해마다 책과 관련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자신의 마을을 명소로 만들어 가고있었다. 또한 책방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가지고 나와 판매도 하고 또 다른 책을 구매하기도 하는 시골 장터에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장터만을 돌려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과 함께 두루두루 이곳 저곳을 다니는 어떤 노부부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내가 만일 이런 책마을에 간다고 해고 그저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색다름만을 보게될 뿐 그 안에 있는 책들속에 빠져 그것들을 공유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 다양한 책들에 대해 공감을 하고 그 책으로 인한 기쁨을 느끼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극히 미비하다는 생각에 약간은 씁쓸한 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과 관련된 그 무엇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공감과 호기심 그리고 부러움을 갖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다른 문화의 외국인이라도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기에 따뜻한 차 한잔을 내미는 책방 주인들과 자신의 책들에 관심을 가져 주는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나의 이런 의기소침을 잠재워줄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컴퍼니>.. 그 책을 읽고 나서는 파리에 가게 되면 꼭 그 서점에 가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고는 기차를 타고 구석구석 시골에 있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된다. 책에 대한 , 그리고 그 책들이 숨쉬고 있는 서점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안에 있는 나를 상상하게 하며 가슴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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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있는 '책마을'이라는 표현이 정겹게 다가온다. 온 동네에 책이 널려 있다니 일단 기분이 좋다. 그런데 책마을이라니? 한 동네에 책방 하나가 있어도 장사가 잘 안돼 쩔쩔매는데 온 동네가 책방인 마을이 있다니? 저자가 찾아가 본 곳만 해도 24곳이나 된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작은 시골마을의 여러 책방에선 각자 어떤 책들을 판다는 것일까? 모두 책방이라면 누가 그 책들을 사 가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 책은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유럽 구석구석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24곳의 책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난 수 많은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럽이나 우리나 시골 농촌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농촌에 문화인 책을 접목해 리노베이션 하고 있는 유럽의 마을들이 신기롭게 다가온다.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곳이어야 하고, 지방 정부차원의 적절한 지원이 함께 해야만 굴러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어렵게 찾아간 책마을에서 130년 전 고흐가 쓴 편지, 140년 된 미술사가 라파엘로의 전기, 200년 전 셸리의 편지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책자들을 발견한다. 소장가치가 있는 귀중한 책들을 만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지만, 책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보석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길게 늘어선 헌책방과 주민들이 직접 책을 들고 나와 벌인 수많은 좌판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여정 그 자체가 나에겐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사실 개별 동네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은 별로 남지 않는다. 불어와 독어로 쓰인 마을 이름부터 서툴러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미술이 전공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림관련 책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시골에서 책을 좋아하고 읽고 팔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마음씨 좋고 인품이 넉넉한 그런 인상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방 이름만 봐도 재치있고 재미있다. '너 뭐 읽니’ ‘밤이 새도록’ ‘붉은 자고새’ ‘디오게네스’ ‘잠꾸러기 코끼리’ ‘달팽이’ ‘사파이어’ .... 가끔씩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유럽 책마을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파주 출판단지는 있지만 이런 의미의 책마을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유럽에 가는 일은 있지만 이런 시골마을에 가 볼 기회는 사실 거의 없다. 책마을의 풍경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지금으로선 책을 통해 간접경험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언젠가는 유럽의 책마을을 찾아 수많은 장서를 가진 책방에서 사다리를 타고 자신이 원하는 오래된 헌책을 찾아 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책 마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기 전이라도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서로 만나는 5일장 같은 것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공상도 해본다. 이 책에 소개된 네델란드 책마을에도 비슷한 개념의 자유시장 개설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책이 꽃피는 멋진 동네가 우리나라에도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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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방랑을 꿈꾼다. 스쳐 가는 곳들에 나의 자취를 남기고 싶은 욕심은 없는데 배낭을 메고 낯선 곳을 헤매는 상상은 해도 해도 행복하다. 자유로운 에너지가 벌써 전해지는 것 같다. 숨통이 확 트이는 것 같다. 내내 미소 짓는 얼굴로 낯선 땅을 마주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여행서를 한 번씩 읽으면 대리 만족을 하게 된다. 여행 작가라는 호칭까지 붙인 저자를 볼 때면 마구 부러움도 밀려오지만 이렇게 사진과 글로라도 여행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샘물을 선사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그 부러움을 이내 덮어버린다. 실컷 책 읽는 삶을 꿈꾼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 같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또는 종이냄새 가득한 곳에 파묻혀 눈이 시릴 때까지 책을 읽고 있는 상상. 해도 해도 즐겁고 행복해진다. 막상 그런 공간과 시간이 주어지면 상상하고 있는 지금보다 행복지수가 낮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꿈꾸고 상상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행과 책은 목마른 내게 샘물 같은 존재다. 두 개의 공통점은 자유와 상상이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 크겠지. 책이 가득한 곳을 찾아 낯선 땅을 헤매는 여행 작가라면 더더욱 나의 부러움을 사겠지. 그 사람, 여기 있다. 정진국. 미술평론가라고 한다. 미학 쪽을 공부하다보니 파리에서 공부를 했고 아무래도 유럽과 친숙한 사람이다. 평론가이니 책은 또 얼마나 읽고 탐구했을까. 그래서 그는 유럽의 책마을을 찾아 다녔다. 농촌 살리기 프로젝트 형식으로 책마을이 만들어진 경우가 많지만 거기에서 만나는 전원과 인간다움, 자연, 소박함이 좋다. 그런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더 좋다. 인문학자 답게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책을 번역하기도 해서인지 글 솜씨도 문학 작가 못지않다. 어쩔 땐 모르는 작가와 작품 이름이 많이 나와서 눈은 글만 인식하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의 시적인 언어들에 여행에 대한 로망과 갈망은 커져만 간다. 저자가 주로 프랑스에서 공부해서인지 프랑스의 책마을이 가장 많다. 책마을이 만들어진 연유와 그로 인한 마을 변화를 만날 수 있다. 주로 농촌 지역을 테마형 마을로 만드는 일환, 또는 마을 사람들 주체적으로 나서서 마을로 꾸민 경우 등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든, 자발적으로 만들던 간에, 책 마을이 형성되고 책에 대한 애착과 책을 소중히 다루는 그네들의 책을 향한 사랑이 향기롭고 따스하다. 경기도 파주의 출판단지와는 전혀 다른 목적과 분위기, 정말로 쉬어갈 수 있는 마을이 유럽의 책마을이다. 주변의 관광자원을 활용하기도 하고 지역의 문인을 볼모삼아 만든 경우도 있지만 책마을 주민들의 자긍심만큼은 농촌 지역이 소외되지 않을 힘의 원천으로 발휘되는 것 같다. 책과 출판문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도 곳곳에 배여 있어 단지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수준에 머물던 내게 책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다. 북컬렉터로 머물지 않고 책을 공유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과 철학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형태의 유럽의 도서문화는 자꾸 상업성으로 물들어 가는 우리네 도서문화와 비교하게 된다. 동네의 서점 이름도 어쩜 그렇게 발랄하고 친근한지. ○○문고, ◊◊서점 식의 천편일률적인 이름이 아니라 ‘너 뭐 읽니’, ‘미래의 책’, ‘모음(母音)’, ‘수집가의 창고’, ‘시선’, ‘푸줏간’, ‘문고판’, ‘작은 행상’, ‘당신의 책’, ‘뒤집힌 세상’, ‘장화 신은 고양이’, ‘잠꾸러기 코끼리 서점’ 등 아기자기한 서점 이름들 때문에라도 그 집 문턱을 넘나들고 싶어진다. 고서적상인들이 장돌이처럼 책마을에서 열리는 경매 장터를 찾기도 하고 일반 시민들도 책을 찾아 책마을을 일부러 들르다 보니 이미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마을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서점과 대형 서점에 판로가 막혀버릴 것 같은데도 이렇게 작은 서점들이, 그것도 한적한 교외의 서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돈이 아닌 책에 대한 애정때문이다. 몇 백 년 넘은 건물들이 서점으로 변신하고 수도원이나 성당도 서점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단독주택을 서점으로 만드는 등 유럽인들의 자유로운 발상이 내심 부러워진다. 그 중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가장 부러워진 것이 있다면 바로 남아있는 많은 사진집이었다. 특히 향토사를 사진으로 이야기 해주는 지역의 사진집만큼은 지역 문화뿐만 아니라 역사가 담겨 있기에 우리나라처럼 짜여진 예산에 맞게 돈을 쓰기 위해 두껍고 큰 판형으로 제작되는 인위적인 사진집과는 확실히 다르다. 읽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많은 문인들과 작품명이 등장해서 저자가 비유하고자 하는 명확한 의미를 해석할 수 없는 나의 무지함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역으로 보면 저자가 조금 쉽게 써주었더라면 대중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아직 1쇄인 것을 보고) 그래도 거기서 거기인 여행서가 아니어서 좋다. 책과 여행이 결합되었다는 그것 자체에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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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웠다. 시골의 작은 마을이 책을 매개로 전 세계의 관광객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그것은 어쩌면 책 하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잘 보존된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후대에 와서 책과 함께 꽃을 피우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의 변방이었던 우리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부러움과 약간의 시기심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파주 출판단지가 그것인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마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또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람 삼아 파주 출판단지를 가보았겠지만 그곳에는 몇몇 출판사가 들어서 있고, 각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아울렛과 갤러리, 그리고 외지인들을 유혹하는 북카페가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특색 있는 현대식 건물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숨결과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쾨쾨한 곰팡이 냄새는 맡을 수 없다. 결국 파주 출판단지는 출판사가 밀집한 소도시에 불과한 것이다. 하기에 역사와 문화 유산을 배경으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유럽의 책마을에 비하면 파주 출판단지는 다른 나라의 관광객을 유혹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뜻있는 작가들이 모여 강정마을에 책마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주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바로 그 마을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극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 강정마을에 대규모 책마을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위로하겠다는 취지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유럽의 책마을과는 성격도 다르고 모양도 다를 것임에 분명하다. 아무튼 우리가 책을 통하여 다른 나라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어떤 획기적인 유인책이 있어야만 하고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마을 주민 전체가 중심이 되어 책마을 잔치를 여는 스위스의 생 피에르 드 클라주를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 위치한 24곳의 책마을을 돌며 저자가 만난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의 세파에 밀려났던 중고, 중소 서적상들이 책이 설 자리를 되찾으려는 이런 현상은 지방문화의 활력을 도모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사회운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우리 유년기의 기억을 가장 강렬한 냄새로 물들인다. 아마 엄마 젖 냄새 다음으로 강렬하지 않을까. 본능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야만적인 젖 냄새가 가장 깊은 자연의 냄새라고 한다면, 책은 가장 해묵은 문명의 냄새를 풍긴다. 엄마 품에서 떨어져, 아니면 엄마 품 안에서도, 처음 책장을 넘길 때 고약하게 우리의 콧구멍을 파고들던 그 종이와 잉크 냄새......" (p.9)
책마을을 소개하는 글은 가족 모두가 산보를 나온 듯 가볍고 경쾌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스위스 마스 다주네에서 우리도 남과 북이 매년 단 하루라도 모여 책마을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기를 소망기도 하고, 독일의 뷘스도르프에서는 아픈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1962년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온 영국의 헤이 온 와이에서 저자는 이제는 책을 주제로 한 관광촌의 전형이 된 헤이 온 와이를 아쉬워 하기도 한다.
"어쨌든 출판 관광으로 완전히 자족하는 이 마을에서 보낸 하루는 아주 잘 짜인 한 편의 '트릭' 속에 빠진 날이었다. 마주치던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맞잡으며, "헤이 온 와이를 즐기고 가시게"라고 덕담을 던지곤 했다. 제법 그럴싸한 책을 진열장에 내세운 '더 북 숍'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어정대고 있자니 점심을 차려준 식당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그 말이 참 걸작이었다. "아니, 여기서 돈 다 쓰고 갈 참이구려!"" (p.289)
저자는 책마을을 돌며 시골의 그 작은 마을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하며 우리의 현실을 시시때때로 생각하곤 한다. 한번은 '윌슨 런'이라는 16킬로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는 한 무리의 소녀들을 보며 '밤늦도록 학원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아무리 눈을 반짝여도 풀이 죽을 수밖에 없는, 입시 지옥의 가마솥 속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우리 딸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2007년 봄에서 2008년 초 겨울까지 유럽의 책마을을 돌며 책과 더불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저자가 느꼈을 마지막 소회는 역시 진한 아쉬움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책이 잘되자면, 우선 책을 다루는 사람이 잘되어야 한다. 책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만들고 전하는 모든 사람이 중시되어야 한다. 엘리트도 적지 않게 투입된 요즘의 출판계에도, 일반이 생각하기에 책은 필자와 독자만 있고, 그 사이에 있는 편집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런 날이 언제일까. 중매쟁이들이 어느 출판사 다니는 총각이나 색싯감을 잡으려고 난리를 피우고, "책 만드는 놈한테 딸을 보내야 할 텐데......"라든가, "아무개 서점 아들 없소?"하면서 수소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p.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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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여행이란 건 대부분 관광이란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때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여행기를 비롯해 관광이란 목적에 맞게 편집된 여행기들이 우후죽순처럼 발행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기를 보면 특수한 목적 - 책, 그림같은 예술품, 혹은 고양이같은 동물을 만나기 위한 - 을 가지고 떠난 여행에 관한 여행기가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해외 여행이란 것이 달나라 여행만큼이나 특수한 사람들이 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진국 작가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는 책이란 것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에 관한 에세이이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활력을 잃은 농촌 마을과 문명의 발달로 자신의 자리를 내주게 된 책이 만나 만들어진 책마을. 이 책은 총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유럽의 다양한 책마을을 돌아 보며 저자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옮겨 놓았다. 스위스,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의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칸디바비아 반도의 노르웨이와 스웨덴, 독일, 영국 & 아일랜드 편으로 나뉘어진 이 여행은 2007년 봄에서 2008년 초겨울까지 2년간 다닌 여러번의 여행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스위스의 책마을은 두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프랑스어권, 독일어권, 이탈리아권 마을을 이어주는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의 경우, 여름에 책마을 축제가 열리고, 고서적상과 특수서적 출판인만을 위한 큰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위 사진은 스위스 주네브의 플랭팔레의 모습이다. 좌판 가득 놓여있는 책 사이에서 화집을 고르고 있는 한 신사의 모습이 너무나도 정겹다. 우리 나라같으면 양복을 쫙악 빼입은 신사가 자신의 가방을 저렿게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책을 고를 여유나 있을까. 사실 이런 좌판이란 것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이젠 보기 힘들다. 가끔 버스 터미널 근처에 좌판을 벌이고 책을 파는 사람들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해적판 책이나 조잡한 책이 대부분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중에 두번씩 이렇게 열리는 책 시장의 장점은 늘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어떤 책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이런 책시장의 쏠쏠한 재미가 아닐까. 위 사진은 프랑스의 아키텐 마스다주네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이렇게 박스채로 거래된다고 한다. 1년에 딱 한번 열리는 책시장. 전국 각지에서 책과 골동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펼치는 책마을 축제는 그날을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한다. 프랑스의 책마을은 총 8군데가 소개된다. 그중에는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인 브르타뉴 베슈렐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4계절에 따른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책쟁이들을 불러 모으는 니에브르의 라 샤리테 쉬르 루아르도 있다. 또한 서점과 예술 공예 관련 공방을 함께 모아 책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을 뿐더러 다채로운 공방 체험을 할 수 있는 비엔의 몽모리옹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브루고뉴 퀴즈리의 한 할머니 이야기였다. 폴란드 수용소 모형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지난 역사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분이었다. 베네룩스 3국에 소개되는 책마을은 총 다섯군데. 그중 플랑드르의 담이란 곳은 연간 다섯차례의 도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뤽상브루의 르뤼는 유럽 최초의 책마을로 1984년에 만들어진 곳이라 한다. 유럽 최초라고 해도 30여년도 안되었으니, 책마을의 역사는 인간의 긴 역사에 비추어 볼때 아직 신생아 단계라 봐도 무관할 듯 하다. 룩셈부르크의 비안덴의 좌판 모습과 상자에 들어있는 책들의 모습은 여느 다른 나라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릭텐스타인의 작품을 복제한 판화일 것이다. 책마을이라고 해서 책만 팔지는 않는다. 그들은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 아닐까? 네덜란드의 유일한 책마을인 헬데를란트의 브레더보르트에는 무인 판매대가 있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의 양심을 믿고 내놓은 무인판매대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시골마을이라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는 기후적 특성때문인지 여름에만 책마을을 연다고 한다. 게다가 습기가 많은 기후탓에 책은 튼튼한 양장본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습한 기후도 아닌데, 양장본이 쏟아져 나온다. 무겁고 가방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 양장본을 보며 난 늘 한숨이 나온다. 문고판 사이즈라면 휴대하기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스웨덴의 책마을인 쇠데르만란드의 멜뢰사는 평화의 책마을이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에디오피아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안주인의 바람이 담긴 명칭이 바로 평화의 책마을이다. 아직은 이웃나라에 비해 당국의 지원이 미미한 실정이라 어렵게 꾸려가고 있지만, 부부의 열정과 염원이 이 책마을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독일의 경우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인 만큼, 건물에 전쟁의 역사와 흔적이 남아 있다. 1미터에 달하는 두꺼운 벽, 방공호와 붕커(벙커)들은 여전히 그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브란덴부르크의 뷘스도르프의 고서적은 전쟁의 역사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듯 수없이 쌓여 있는 전쟁관련 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곳곳은 여전히 내전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이는 독일의 책마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독일 책마을과 출판 시장의 장점은 단연코 다양한 번역서들이란 것에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좋은 책들을 번역한 책들이 많은 독일은 프랑스조차도 따라갈 수 없으리 만큼 많은 번역서를 내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영미, 일본 문학이다. 그외에 간간히 프랑스나 독일 문학이 소개되긴 하지만, 사실 거의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일부 인기 작가들의 책이 주로 번역이 되다 보니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책은 그대로 묻혀버리기도 한다. 요즘은 여러나라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미나 일본 번역서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나도 큰 게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영국 & 아일랜드 편은 웨일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책마을을 각각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는 1964년에 세계 최초로 책마을을 만든 곳으로, 책 마을을 만든 리처드 부스는 아프리카 말리의 제 2의 책마을을 조성하는 중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덤프리스 앤드 갤러웨이의 윅타운은 '스코틀랜드 국립 책마을'로 불리운다. 이 정도면 정말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지 않을까. 특히 'FAB'라는 음식 · 예술 · 책을 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지고 책마을을 부흥시킬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는 책마을이라고 해서 단지 책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란 걸 보여주는 듯 하다. 윅타운의 사진중 인상깊은 것은 두가지. 하나는 타다남은 책으로 세워진 기념비를 찍은 사진이고, 또 하나는 응접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진 서점이다. 응접실다운 편안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듯한 바이올린을 켜는 해골의 모습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 아일랜드. 그곳은 개개인이 운영하는 서점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책마을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마을 주민들 간의 친목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닌가 한다. 시골 마을과 책마을이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날로그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농촌과 책이란 생각이 들어 묘하게 궁합이 잘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인쇄되어 나오는 책이 아니라 전자 서적의 형태로 나오는 책도 많아졌다. 새책 냄새, 바스락 거리는 종이 소리가 없는 전자 서적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편리함이겠지만, 책 자체가 주는 책의 향기는 풍기지 않는다. 방법이 어떻든 책을 읽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반문도 하겠지만, 역시 난 책은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농촌마을도 요즘 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체험마을 정도에 그친다. 물론 그것도 환영할 일이다. 이미 도시와는 별개의 외부 세상으로 단절된 농촌마을에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니까. 우리 나라의 출판 문화는 다양성을 추구하며, 색다른 변모를 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수도권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유럽쪽이 책마을을 먼저 시작한만큼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건 사실이고, 사실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본문 중간중간 우리나라의 책문화나 출판문화를 폄하한 문장에서는 마음이 좀 불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풍성한 사진과 다양한 책마을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책마을 문화가 얼른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32~33p, 48~49p, 192~193p, 200~201p, 312~31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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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보수동 중고서점 거리나 아니면 파주 출판단지 쯤 되려나... 어디로보나 그 성격이 다른 유럽의 책마을이다. 여기가 정말 서점 맞나 싶게 그냥 보면 작은 시골 마을의 일반적인 가게 같은 곳인데 서점이라고 한다. 그 분위기가 너무 예뻐서 왠지 기념으로 책 한 권 사서 인증샷이라도 찍고 싶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유럽의 책마을 24곳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이다.
사실 이 책이 출간된 지가 2008년이니 이미 16년이 지난 셈이라 과연 지금도 이 책에 소개된 서점들이 책마을에 존재할까 싶은 의문은 든다. 특히나 요즘은 여행 관련 도서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소나 인스타그램 주소나, 연락처 등의 정보가 없다보니 더욱 그렇다. 어쩌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보면서 가보고 싶어지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공간의 분위기 때문이다. 원래 다른 곳이였던 곳을 개조해서 서점으로 바꾼 가게도 있지만 그런 서점들조차 마치 처음부터 서점이였던것마냥 주변 분위기와 어울어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들이기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그 서점이 유럽의 어느 지역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책들을 파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소개되며 또 외관이 사진으로 담겨져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가 촬영된 모습도 있다.
전형적인 유럽 시골이나 소도시를 연상케하는 건물의 분위기가 서점과도 참 잘 어울려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의 책마을들이라 가만히 산책하듯 주변을 둘러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 화가, 유명 문학가와 연계해서 가볼 수 있는 책마을도 있어서 그런 곳들은 왠지 아직도 존재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곳들이라 실제로 보았을 때도 이런 느낌일까 싶어 더욱 궁금해진다.
그곳에서 찾아낸 책 이야기, 그 공간을 지키고 있는 사람 이야기도 한데 어울어져 여행과 서점 순례기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가 여행한 유럽의 책마을도 스위스를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영국 등 여러 곳이라 만약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해당 지역이나 그 근처로 유럽 여행을 갈때 한번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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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톤먼트>에서 서재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가득했던 책들. 또 다른 영화에서는 아주아주 기다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책을 꺼내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고 그 많은 책에 압도했고 너무 부러웠었다. 거의 2년간 직접 유럽의 책마을을 돌아 사진과 함께 나온 책마을의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 여행을 함께 한 느낌이었다. 목포에 가면 차 안다니는 거리에 '국제서림'이란 곳이 있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있던 서점인데 일종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던 곳이다. 그 서점 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하고 춥거나 비가 내리면 책방 안으로 들어가 책을 훑으며 기다리곤 했었다. 어느 까페이름을 대고 약속장소를 정하는게 아니라 예정된 약속처럼 늘 '국제서림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했던 정다운 곳이 생각이 난다. 지금이야 서점엔 아이들 학원 교재를 사러 가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 동화책이나 내가 읽을 책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고는 한다. 저자가 여행한 유럽의 책마을은 농촌에서 오래된 책을 사고 파는 곳의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 이다. 집에 쌓인 책이나 자료를 주체할 수 없고, 바람도 쐴 겸 해서 주말이면 책을 내다 팔고 사기도 하고 주말을 즐긴다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퀴즈리에서 어느 대학 교수님의 말처럼 꼭 집에 보관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장할 만큼 책을 쌓아놓고 싶은 내 마음과는 틀리지만,,,,, 유럽의 건축양식이 멋스럽기도 하지만 시골마을의 정경과 아름다운 건물에 멋스럽게 장식되어진 서점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진다. 그 장면들을 사진으로 보니 더욱더 그러하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가 벨기에에서 만난 비닐에 싸여진 '반 고흐의 편지'를 만나 반가워했을때 '반고흐의 편지'를 읽은 나도 반가웠다. 거기에서 발견했을때의 감동은 어떠했을지. 우리나라에도 책마을이 있기는 하다. 파주에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그곳은 유럽의 책마을과는 달리 새책을 만든다는 것. 새 책들도 좋지만 고서적들을 만나는 기분은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것 같다. 물론 우리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책이 있는 곳. 책마을을 사진과 함께 볼수 있어 좋았다. 유럽 시골마을을 구석구석 책을 찾아 여행하는 느낌이어서 더욱 좋았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해도 개인이 손해가 되면 어쩔수 없이 사양되어버리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멋스러운 시골에 국가에서 나서서 이런 책마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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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아이들과 함께 '책행사'가 진행되는 곳엔.. 물어물어 찾아다니는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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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음아트란 서점을 발견하고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 곳엔 베스트목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음악들이 마음에 여유를 준다. <시간의 여울>이란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몇 달을 헤매고 난 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이렇게 하나의 좋은 서점을 발견하고도 행복한데, 마을 전체에 책향기가 가득하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래서 아마도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란 책을 마주하면서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게 이음아트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음아트와 같은 서점들이 모여모여 된 하나의 책 마을이 내가 사는 이곳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떠나기만 해도 마냥 좋을 나라들이 유럽인데, 저자는 유럽 속의 책마을을 소개 해 주고 있었다. 책방을 가져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나는,이 책을 보면서 책마을이란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변하고 말았다. 고서들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책마을이 있다면, 희귀본의 책들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책마을이 있다면, 책마을을 들어 서는 순간부터 책향기 가득하지 않을까, 상상 해 본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향기가 묻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했다. 그렇게 책향을 맡으며, 저마다 특색있고 개성있는 나라들의 책마을을 순례했다. 책 마을을 순례하다 보고 싶었던 책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미술관을 찾아나서는 여행책을 보면,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유럽의 책 마을 역시, 그렇게 모두 손을 꼽아 보며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는 곳들이었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고서적 거리를 걸으면서 지적허영심을 내 보고도 싶고, 세상에서 가장 운치있는 책방거리라는 노르웨이 쇠를라네의 트베어스트란드도 가 보고 싶다. 그러나 더 큰 바람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책향기 가득한 곳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거다. 개발이되면서 헌책방 거리조차도 많이 위축되고 있는 걸 보면 그래서 더 안타깝다. 부디, 책향기 가득한 책마을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지길 바라며 책순례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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