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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시절의 난 연애에 관해선 아주 쑥맥이였다. 중학교때 남녀공학을 다녔는데 그 당시 같은 학교 여학생들에게 난 단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초등학교 동창이 있어서 인사정도는 건넬 수 있었지만 그것조차 수줍어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겐 십대시절의 연애추억이 없다. 연애를 전혀 해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무척이나 활달하고 개구장이였는데 왜 여자 앞에선 그리도 약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10대들의 연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10대들의 연애심리를 잘 대변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동성과의 사랑이나 유부녀와의 사랑이 과연 일반적인 10대들의 사랑이야기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 십대들에게는 이런 연애가 대표적이고 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책 제목이 왜 분홍빛 손톱으로 붙여졌는지도 또한 의문이다. 주인공인 루리의 손톱이 분홍색이라는 것만으로는 제목으로 하기엔 부족해보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난 분홍빛 손톱이 10대의 심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발견하지 못했다. 제목을 붙이는 것이야 저자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책 내용을 암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심리를 묘사한 부분에 있어서도 모자람이 느껴졌다. 형용사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저자 특유의 표현기법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0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선 시점의 이동이 잦은데 왜 이렇게 했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관찰자 시점과 주인공 시점을 넘나들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이것 때문에 난 도통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이런 장치를 한 것이라면 책에 몰입을 못하게 하는데는 성공한 듯 싶다. 그냥 하나의 시점으로 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은 제법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난 비판을 가할 수 밖에 없었다. 십대의 연애심리를 잘 알려준다는 책소개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으로는 현시점의 10대들의 연애심리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무득이하게 책에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것이다.
보통 십대들의 연애심리가 아닌 일본 10대들의 연애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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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깊은 사랑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표지에 분홍빛 속지가 상큼한 예쁜 책이라 생각했다. 10대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곤경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슈코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첫눈에 빠져버리는 루리의 모습을 보고 감이 딱 잡혔다. 아.. 이거 동성애구나.
우리와 다르지만 더 깊은 그녀들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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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에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가장 예뻐보이는 부분이라면서 분홍빛 손톱을 보여주는 열일곱 살의 루리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예민한 아이다 남과 다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격하는 또래들에게 상처입을까 두려워 유난히 방어적이다 돈을 받고 몸을 판다는 소문이 돌지만 반박하지 않고 무시해버리고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원하는 루리는 어느날인가 슈코를 알게된다 열여덟살로 루리의 일년 선배인 슈코는 말이 없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소녀다 슈코 또한 루리처럼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특이한 아이였다 동물과 자연의 소리를 알아듣는 초능력을 가졌다면서, 누구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루리와 슈코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서로를 변화시켜준다 미숙하고 예민한 십대들의 감정은 극적이다 느끼는 감정마다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시기가 그 무렵이 아닐까 한다
루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슈코에게 강하게 끌리고 슈코는 루리의 올곧음에 반응하면서 서로에게 꾸미지않은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다른사람들앞에서는 스스로를 보호하듯 방어적이던 두 사람이 서로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진지하기만 하다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서로간의 내면을 본다는 면에서 남녀간의 사랑보다 훨씬 절실하게 느껴진다
서로를 숨김없이 드러낼수 있고, 더 성숙하게 변화할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로도 루리와 슈코가 한없이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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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아사노 아츠코의 <배터리>를 읽었었는데,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배터리와 달리 <분홍빛 손톱>은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제목도 예쁜 <분홍빛 손톱>은 어떻게 보면 문란하다고 오해받는 루리와 초능력을 가졌다고 사람들이 특이하게 바라보는 슈코의 이야기으로 어딘가가 현실과 많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 때도 친구들 무리에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물위에 뜬 기름처럼 떠 있던 친구들이 있었다. 아예 무리에서 떨어져 생활하던 친구도 있고, 함께 어울려 과제도 하고 청소도 하며 놀았지만 가끔씩 멀리 있는 것같은 느낌의 친구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쁘게 살면서 잊고 있었던 그 친구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사노 아츠코가 왜 인기작가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사람들은 이해받고 싶어하지만, 어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고, 사물과 현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다르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살아가는게 외로워질까 아니면 편해질까 가끔씩 생각해봐도 잘 모를 문제다. 어쩌면 적당히 어울리고, 적당히 오해하면서 사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그런 것을 생각하면 타인의 생각을 바로 느끼는 능력을 가진 슈코와 사귀는 사람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슈코는 앞으로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행복하다. 푸르름이 남아있는 학창시절과 젊음이 활력이 되어 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용기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서로간에 느끼는 친밀함은 앞으로 겪을 인생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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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어떻게 사랑할까? 사랑하면 가까워지고 싶기 마련인데 다가갈 때마다 서로의 가시가 아프지는 않을까, 혹여 상처입지는 않을까. 분홍빛손톱을 읽으며 그 답이 무척 궁금해졌다.
분홍빛손톱에서 의문이 비롯되어진 것처럼 루리와 슈코의 첫인상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였다. ‘남자에 헤픈’이란 수식어가 붙은 루리와 ‘이상하고 꺼림칙한’이 붙은 슈코. 각자 가시가 돋아난 이유는 달랐지만, 타인의 접근을 완고히 막는 그 가시는 어눌하지 않았다. 그런 고슴도치 둘이 만났다. 본연의 모습을 가리던 소문들은 대화 사이에서 흩어지고 손톱을 가꾸는 루리와 독특한 매력의 슈코만이 남았다. 루리는 슈코에게 다가가면서, 더 가까워지면서 많이 망설였다. 중학교 때 처음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사랑을 느낌을 알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라는 허울 아래 고독하게 방치했고, 결정적으로 질 나쁜 소문이 돌게 된 동기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했기 때문이었다. 루리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동년배와 가족이 할 반응과 그 결과를 두려워했고, 슈코와 또래처럼 어울리는 것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뭉글뭉글 솟아났기 때문이리라. 슈코도 남들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지녀서인지 그녀를 필두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에 서서히 고립되고 있었다. 슈코가 다른 이들을 멀리한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녀를 멀리했다. 그렇게 가슴과 머리의 싸움을 거듭하는 루리에게 손을 내민건 다름아닌 슈코였고, 내색하지 않았지만 고독했을 슈코에게 다가온 건 루리였다. 둘은 굳이 친해지자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그들 사이의 색채는 십대소녀의 발그레한 볼처럼 소담스럽게 물들어갔다. 사람들은 당연시하며 이질적인 것들을 배척한다. 태어나면 누군가 머릿속에 틀을 박아주는 것인지, 다수에게 휩쓸리는 다수의 경향 때문인지 사회는 고정관념으로 점철되어있다. 이런 보수적인 사회에서 사실은 슈코와 루리가 고슴도치가 아니라 색안경을 낀 다수가 고슴도치가 아닌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수는 무심한 듯 그들에게 가시를 찔러넣지 않았는가. 더 이상 고슴도치가 어떻게 사랑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서로를 보호하듯 껴안은 그녀들은 서로의 가시로 고통받지 않았으니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다. 젖으면 곤란할 것을 잔뜩 지닌 학생으로써는 마냥 비가 반갑지 않다. 희미한 어린시절에는 노란 장화를 꺼내 신으며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발은 더 이상 장화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자라버렸다. 이렇게 무언가 계기가 되어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비 내리는 거리에서 찰박거리며 걷는 행인은 어느 새 내가 되어 슈코와 루리와 함께 걷고있다. 찰박,찰박,찰박.. 마른 길보다 장애물이 많고 불편하지만 우산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정취가 있지 않는가. 나는 슈코와 루리가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쩐지 젖은 바짓단과 흙발보다, 웅덩이에 그려지는 동심원과 우산을 쥔 분홍빛 손톱에 여느 때보다 시선이 가는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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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열일곱 살을 맞는 루리의 여름이, 평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열일곱 살의 여름이 눈부심 속에 시작되고 있었다. (p.43)
아사노 아츠코의 장편소설 ‘분홍빛 손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교정에 내려앉은 꽃잎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이야기다. 여름을 시작으로, 가을과 겨울을 지나 새로운 봄을 맞는 두 주인공의 계절들은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 따라 점차 변화하고 다른 색깔을 덧입는다.
루리와 슈코 두 사람은 모두 학생들 사이에서 터무니없는 소문에 시달리거나 뚜렷한 개성으로 인해 소외당하고 배제되는 인물들이다. 사람에게서 동물의 이미지를 보거나 까마귀와 대화하고 동식물과 친구인 슈코, 그리고 남자를 몸으로 유혹하고 다닌다는 각종 소문에 시달리는 루리. 주위 아이들은 끊임없이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 사람을 판단한다. 그러나 루리와 슈코는 다르다. 오직 서로에 대해 진심을 볼 줄 알았던 것, 그것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서로의 독특함이나 남다름이 이상한 것으로 해석되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매력이자 다른 방식의 소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응. 그래도 휴대 전화 때문에 코가 막히는 건 좀 이상하잖아.” “이상하지 않아요.” 루리는 이상하지 않다고 다시 한 번 말하고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멋있어요.” (p.73)
약간은 신비롭고 종잡을 수 없는 선배, 슈코를 알게 되면서 루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일견 두 학생의 풋풋하고 달달한 학창시절 연애이야기로만 읽히기 쉽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루리의 성장담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아 보인다. 작품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산뜻한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분홍빛 손톱’안에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는 고민, 커밍아웃에 대한 고민과 가정 문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자기방어와 보호막 등에 관한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이 두려웠다.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엄마가 살이 찌기 시작한 것도, 언니가 한숨을 쉬는 것도, 다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이 두려웠다. (p.147)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고 로맨틱한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에는, 약간의 당혹감은 있었으나 감정 자체에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 ‘이래도 괜찮을까?’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답습된 생각일 뿐,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성 지향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과거의 루리에게도 있었고, 슈코는 도모야라는 이전 남자친구를 정말로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거들이 모여 지금의 슈코와 루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는 감정은 그들을 가끔은 걱정케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자유롭게 해준다. 이들에게 있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란 자신을 내보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고, 이것은 가로막히지 않아도 되는 것에 의해 막혀 있는 것일 뿐이다. 둘의 설레는 마음과 서로를 향한 감정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자유 그 자체였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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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조금 비극적인 냄새가 풍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한 절망, 쏟아질 비난에 대한 두려움, 다수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괴리감. 퀴어를 소재로 하는 많은 작품들이 내뿜는 이 음험함 때문에 계속 읽다보면 자꾸만 기분이 찜찜하고 우울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간질간질하고 가슴 설레는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그럴 때면 다시 펼쳐보고 싶어지는 책 《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츠코의 장편소설 《분홍빛 손톱》(2008)은 평범한 여고생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 다카토 루리의 특별한 일 년간을 담은 이야기다. 어느 날 방과 후 옥상으로 불려나간 루리는 세 명의 선배들에게 둘러싸인다. 불러낸 이유는 이전에 루리를 찾아온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너 내 남자친구랑 잤지?” 으르렁대며 사이좋게 따귀 한 대씩 주고받는 소녀들 주위로 까마귀들이 까악까악 신나게 모여들어 구경한다. 그리고 그 순간 돌연 옥상으로 올라온 한 소녀, 아야메 슈코. 루리는 이 까만 안경을 쓴 보기 드문 미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같은 나이대의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엄격할 만큼 직선적이고 담백한 루리와 엉뚱하고 특이한 감수성을 지닌 슈코는 흘러다니는 소문들의 주인공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공통적인 단어―평범과 이단. 소문을 따라 이어지는 마녀재판에 동성애자와 초능력자는 진절머리를 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문과 진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주체할 수 없이 술렁이는 마음, 아무렇지 않은 척 포개는 손, 귓불을 간질이는 귓속말. 읽는 사람까지 두근두근 긴장되는 상황을 전하는 어조는 의외로 담담하다. 대신 넘치지 않는 간결함 속에 반짝이는 묘사가 가득 들어차 있다.
“기다려요. 왜 화를 내요?” “화 안 냈어.” “화났잖아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 화났어. 그것도 아주 많이.” “왜요, 갑자기?” 슈코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동백 꽃잎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던 햇살이 슈코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빛나는 머리칼은 아련한 향기를 머금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격정이 잘 어울린다. p.252
‘동백 꽃잎’처럼 절기에 따라 나뉜 장(章)마다 계절감이 뚜렷하다. 감각적이고 생명력이 느껴지는 묘사는 십대의 요동치는 마음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준다. 게다가 주인공 루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때때로 주변 인물로 시점이 옮겨가기 때문에 그다지 길지 않은 작품 내에 많은 이야기를 빈틈없이 담고 있다. 여백이 있지만 불필요한 공백은 보이지 않는 짜임새, 부드럽고 둥근 문체, 읽는 사람까지 가슴 떨리는 심리묘사. 루리의 분홍빛 손톱처럼 은근한 아름다움을 가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성자: 모글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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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홍빛 손톱은 너무나도 평범한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가는 이야기.
분홍빛이 도는 동그란 손톱이 예쁜 루리와, 긴 검은 머리칼과 그와 같은색의 뿔태 안경을 쓴 슈코.
그저 성별이 같을 뿐, 그녀들의 사랑은 이성끼리 느끼는 소위 말해 '평범한 사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두 소녀의 마음에서 잔잔한 설렘과 속삭이는 듯한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저녁노을진 하늘, 화창한 날의 벚꽃. 무의식 중에 그런 것들이 떠오르는 아름다움.'
동성애에 관련된 소설이지만, 원래 그런 쪽에 편견같은 것이 없었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나 '반짝반짝 빛나는' 등으로 동성애 관련 문학작품 등도 접해보았기에, 별 부담감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따사롭고 기분좋은 문장들과 표현들로 두 소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 소설이 좋았다.
유명하게 쓰이는 말 중.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말이있는데, 다름에서 오는 독특함과 개성 넘치는 사랑을 존중해주어야 할 떄가 오고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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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밌게 읽고 있는 No.6 시리즈의 작가인 아사노 아츠코가 쓴 책이었다. 미래 공상 과학 소설을 쓴 사람인데 이 책은 무슨 책일지 궁금했다. 많은 소설에 등장하는 10대 청소년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 거의 같은 구조에 사건 전개만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 분홍빛 손톱은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조금 고정관념 때문인지 꺼림칙 했지만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