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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문과 같이 구입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었는데, 결과적으론 태극문에서 받은 실망감을 어느 정도 보완해 주었다.
첫 몇 장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네 명이 언급되는데 이 중에 3명은 원수에 대한 분노가 확대되면서 소설에서 악당의 역할을 하게 된다. 도입부가 평이하나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필요한 복선을 다 깔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은 잘 살려 놓았다. 이런 식의 구성은 작가의 특성으로 소설이 끝날 때 까지 이어지는데, 이야기 자체는 풍성하진 않지만 할말은 하면서, 세부적인 묘사나 감정은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술이 긴 형태이다.
글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잡히지 않을 정도로 인물이 부각되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은 무당의 제자 사마진명이고 스토리도 그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가 약하고, 좋게 말하면 정통적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주인공은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났고 조연급 인물에도 캐릭터를 부여해서 독자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여러 군데 두었다는 점에선 좋았으나, 그것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방법이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을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감정의 선이 가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은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그 외의 사람에게도 크게 정을 줄 수 있는 깊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약간은 어눌한 듯 우직한 곽정을 주인공으로 하되 악당들에게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풍성하게 갖추게 한 영웅문 1부와 같은 작품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내겐 낯선 표국이라는 소재로 풀어 가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인 것이 아쉽다. 특히 마무리 부분이 그랬는데 3권 쯤에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도왕 종리수가 제원표국의 본가로 쳐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터뜨리는 감정의 충돌도 절정이었고 총 4군데의 전투 현장에서 수십 명이 얽힌 격투를 짜임새있게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싸움 이후의 내용은 악당 역할을 하는 금룡장의 몰락 과정으로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서서히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총 4권 중 1권을 할애한 것이 의아했다.
아직 한국의 신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 지식도 부족하지만 내게는 잘 맞지 않는다. 다만 잔잔한 재미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