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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목사의 딸로 태어나 19세기 초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요절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으로는 단연 [오만과 편견]을 꼽는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작품은 1815년에 출간 된 [에마(Emma)]다. 실수만 연발하는 사랑스런 소녀에서 아픔을 딛고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이 과거 내 모습의 단편을 엿보며 너그러워지게 하기 때문이다.
언니가 결혼 한 후 노처녀였던 가정교사마저 마을의 홀아비 신사와 결혼하고, 나이든 아버지와 거대한 저택에 남겨진 에마는 풍요의 그늘아래 결혼 따윈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중매 실력을 한껏 발휘하고자 마음먹는 순간부터 온갖 희비극의 전조가 넓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비록 엄마가 일찍 죽고 없지만,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게 없는 에마는 세상물정 모르는 부유한 아가씨기에 말이다.
이런 아가씨가 사생아로 태어나 여학교 기숙사에 얹혀사는 친구 헤리엇을 위해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어엿한 신랑감을 찾아주기 위해 나선다. 친구를 위해 온갖 상상을 하고 비전을 찾는 에마의 모습은 읽는 내내 폭소와 미소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하며 읽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주범이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은 철없는 아가씨 에마의 풍부한 상상력과 미흡한 자기 성찰이 빚어내는 희극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 희극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에마의 친구와 에마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짝을 찾아 유유상종하는 과정이 교묘하고 치밀하게 얽혀있다. 에마만 모를 뿐이다. 실수를 연발하다 마침내 상처를 받고 자신을 성찰하게 된 그녀에게 멋진 배우자가 나타나는 극적인 반전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다. 에마는 자신의 짝보다 친구의 짝을 찾아주느라 왜 그리 동분서주하는 걸까. 자기는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맺어주려는 그녀는 혹시 자기 마음대로 친구를 조종하고 싶어 하는 지배 본능이 강한 아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걸려 넘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에마를 통해, 저자는 진실한 사랑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우리 가까이에 있어 눈에 띄지 않으니 잘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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