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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란하루키님의 댓글을 통해 알게 된 <성의 미학>. <춤추는 죽음>만큼 깊은 사색을 요하지는 않지만, 시원한 도판배치와 어렵지 않은 서술로 도상학적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면면히 이어지는 도판만으로도 충분히 두고 볼 가치가 있기에 구입코자 했는데 이게 웬걸? 문고본으로 새로 출간되고 규격판은 일시품절 상태다.
2.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고본 출시는 더없이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편집이다. 문고본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도판의 축소를 불평함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라리 규격판의 원색을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모조리 흑백으로 처리된 도판들은 생기를 잃고 답답해 보인다. 규격판에서도 작품 속 세부적인 장치들을 찾아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문고본에서는 아예 이를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3.
애초에 <춤추는 죽음>과 더불어 <성의 미학>은 문고본으로 출판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가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도판의 원색보존은 어려운 것일테니. 그러나 도판이 단지 텍스트의 참고자료가 아닌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책에서 왜 이렇게 무리한 시도를 감행한 것일까? 게다가 규격판을 품절시키며 행한 조치라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도서관에서 빌린 규격판을 들고 대형서점에 들렀다. 양자를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여 문고본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한 눈에 보고자 한다면 두 책 209p를 나란히 펼쳐보라)
다소 까탈스럽게 군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규격판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임을 먼저 알아주셨으면 한다. 문고본만을 읽은 독자들은 <성의 미학>이 주는 즐거움을 반밖에 얻지 못하실 것이라 생각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사실 바뀐 표지도 못마땅하다. 서문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진중권 선생도 동의하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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