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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B Minor Waltz>에서부터 빌의 전매특허인 단순하지만 명료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이런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빌은 음표를 낭비하지 않는다. 세세하게 음표를 나열하기보다는 빈 공간을 남겨두어 그 공간을 감상자들이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빌 에반스의 방식이다.
두 번째 곡인 <You Must Believe in Spring> 에디 히긴스의 연주로 익숙한 스탠다드인데, 센티멘탈한 에디와는 달리 빌은 의외로 담담하다. 에디는 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색색의 꽃, 꽃내음, 산들거리는 봄바람으로 봄을 묘사했다면 빌은 그저 아지랑이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봄을 보여줄 뿐이다. 그 어느 날 어디선가의 봄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사색에 잠겨본다.
<The Peacock>과 영화 '야전병원'의 주제곡인 <Theme from M*A*C*H>도 귀에 잘 감긴다. 피아노의 빈 공간을 베이스가 잘 치고 들어간다. 드럼도 힘차면서 섬세하다. 세 악기가 조화롭게 빚어내는 음의 향연에 빠져든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보너스 트랙 세 곡은 경쾌하다. [Kind of Blue]에서 빌 에반스가 유일하게 연주하지 않았던 <Freddie Freeloader>는 윈튼 켈리의 피아노와는 너무 달라서 이게 같은 곡이 맞나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조금 심각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익숙해지면 좋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베이시스트 스캇 라파로의 부재이다. 에릭 고메즈도 뛰어난 베이시스트이기는 하지만 스캇 라파로의 빈 자리가 커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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