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에로스에 대한 감각적 보고서
"에로스에 대한 감각적 보고서" 내용보기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어느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사랑의 속성에 따라 아가페, 필리아, 플라토닉, 프라그마, 에로스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사랑하기 좋은 책》은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답하기 위해 저자 김행숙이 사랑을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쓴 사랑에 대한 매우 감각적인 보고서이다. 김행숙이 보고하는 사랑은 에로스이다. 이 책에서 에로스는 인어공주와 동일시
"에로스에 대한 감각적 보고서" 내용보기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어느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사랑의 속성에 따라 아가페, 필리아, 플라토닉, 프라그마, 에로스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사랑하기 좋은 책》은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답하기 위해 저자 김행숙이 사랑을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쓴 사랑에 대한 매우 감각적인 보고서이다. 김행숙이 보고하는 사랑은 에로스이다. 이 책에서 에로스는 인어공주와 동일시된다. 저자는 인어공주에게 사랑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말을 못하는 그녀에게 펜을 쥐여준다. 인어공주는 저자가 소개해 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깊이 알아가기 시작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 저자는 사랑에 대해 자신이 직접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인어공주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방식의 구조는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며 그녀의 감각적 문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책의 저자 김행숙은 시인이다.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사춘기》, 《이별의 능력》 등 다수의 시집과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yes24에 소개된 '작가한마디'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흔히 우리는 문학작품을 논할 때 주제나 의미를 기준으로 해설, 소개하는 경향이 강한데 저는 감각, 의미, 내용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진 않거든요. 감각이 격렬하게 발생하는 순간에 의식도 같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사유와 감각은 연동되기 때문에 감각적 경험이 저한테는 중요해요."

 

'감각'을 중요시하는 그녀의 철학은 《사랑하기 좋은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만질 수 있고 만져질 수 있는 거리’를 서로에게 허락했고, 그 ‘안쪽’에서 서로를 애타게, 애타게 찾았다. 그 ‘안쪽’에서 서로의 떨림을 느끼며 우리는 포개지고 뭉개졌다. 거리가 점점 사라지는 거리, 시력視力이 무화無化되는 거리를 우리는 서로에게 허락했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당신을 만졌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내 살갗에 당신을 필사筆寫했다."

 

에로스는 남녀 간의 사랑, 흔히 육체적인 사랑이라고도 한다. 김행숙은 이 책에서 감각 중에서도 특히 '촉각'을 강조한다. "우리는 포개지고 뭉개졌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당신을 만졌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내 살갗에 당신을 필사했다."와 같은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에로스의 본질을 감각하게 한다. 이 책의 부제 인 "포개지고 번져가는 이야기"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에로스는 곧 남자와 여자가 서로 "포개지고 번져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새소리에 관해서는 ‘운다’는 표현과 ‘노래한다’는 표현이 서로 뒤섞여 쓰인다. 인간에게도 간혹 그런 용법이 허용되는 것 같다. “어떻게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더니 밥 말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시작이라…… 울음. 그래요, 울음과 함께 시작되었죠.” 밥 말리의 이 말을 자신의 시집 『눈물이라는 뼈』에다 의미심장하게 옮겨 써놓은 김소연 시인은 또한 이런 말을 시집에 써놓았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는 그 울음에 순교한다.”"

 

서로가 '포개지고 번져가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몸이 완전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어공주는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인어공주가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눈물을 갖게 된다. 눈물을 흘리는 것, 운다는 것, 그것은 에로스의 시작이다. 시는 울음에서 시작하고, 에로스 역시 사람의 울음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내가 아닌 타인을 내 안에 들일 수 있는 것은 그의 울음을 내가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인어공주가 공기 방울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인어 아가씨는 바람처럼 멀리에서 불어오며 숨결처럼 가까이에서 빠져나가는 존재가 되었다.

이 세상은 인어 아가씨로 가득하게 되었다.

공기 방울 인어 아가씨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가 허공이 아니라는 것. 내게로 걸어오는 당신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는 저 허전한 골목길이 텅 빈 것이 아니라는 것. “구름과 구름 사이, 산과 산 사이를 채우고 있는 대기는 분리의 심연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연결해주는 전도체이며, 나지막이 변화되는 이행”이라는 것.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의 로댕』)"

 

인어공주는 공기방울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인어 아가씨로 가득하게 되었다". 즉, 이 세상은 에로스로 가득하게 되었다. 우리가 내쉬는 숨결이 공기 중에 섞이며 에로스는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된다. 이 책에 따르면 에로스는 우리 서로를 연결해주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 그러한가?

 

공기방울이 된 인어공주는 더 이상 에로스가 아니다. 그녀가 왕자를 죽이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녀의 사랑은 에로스와는 다른 차원의 사랑이 되었다. 원작에 따르면 공기방울이 된 인어공주는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즉, 공기방울이 된 인어공주는 육체를 버리고 영혼이 되기를 소망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촉각적 감각을 느낄 수 없고 누구와도 포개지고 번져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기방울이 된 인어공주는 더 이상 에로스가 아니고, 우리를 연결해주는 공기에는 에로스가 아닌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많은 책들이 나온다. 책 뒤에는 '사랑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란 부록으로 저자가 읽고 참고하고 인용한 책들의 목록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책들을 읽고 인어공주를 초대하여 사랑(에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사랑하기 좋은 책들》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를 여러 책을 빌려 아름다운 문장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 것이다.

 

원문: https://blog.naver.com/fogv_lv/222225484625

YES마니아 : 플래티넘 m******i 2021.01.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