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월 초에 옛 사람들이 큰물섬이라 불렀던 덕적도에 다녀왔습니다. 작은녀석이 태어나기 전에 다녀온 흑산도 여행이 워낙 아름다운 여행이었기에 우리 식구 여름 여행의 목적지는 대개 섬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여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곳을 찾다가 정한 곳입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뒤에 다다른 덕적도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몰릴 뿐 한갓진 바닷가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게다가 소나무는 얼마나 울창하던지요. 아이들은 바다에서 제 몸에 꼭꼭 숨겨 두었던 야성을 마음껏 내지르며 뛰어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소나무 숲에 들어 솔방울을 갖고 놀기도 했습니다. 바다와 솔숲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연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세상을 만든다면 콘크리트 건물로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바다와 솔숲이 어우러진 시골 마을일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볼게요. 들어 보세요, 엄마. 마을 사람들은 아주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솔숲에서 솔방울 무더기를 만들며 놀던 아이들은 어렸을 때 놀았던 마을이 너무너무 그리웠답니다.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나돈만 아저씨 식당을 샀어요. 그리고 난더만 아저씨 가게도, 제일만 아저씨 놀이공원도, 엄청만 부인의 호텔도 모두모두 샀어요. 그러고는 모조리 허물어 버렸죠. 전처럼 멋진 솔숲마을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어른이 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도...... 그래서 마침내 아이들은 솔숲마을을 처음처럼 만들었습니다. (「솔숲마을 이야기」, 110쪽)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뤄 솔숲마을이라 불렀던 마을을 아이들이 이야기 세계 속에서나마 복원하는 장면입니다. 엄마의 원래 이야기에는 솔숲마을이 '울트라나이스수퍼골드타운'으로 바뀐 것으로 끝나는데 반해 아이들은 엄마에게 그게 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솔숲마을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외지의 돈 많은 어른들이 솔숲을 파괴하고 나머지 어른들은 그 세상에서 체념하듯 살아가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야기 세계에서 솔숲을 살리듯이 현실 세계에서 솔숲을 복원한다는 것이 그리 쉬울 리 없습니다. 이야기 세계에서조차 솔숲을 살리는 데는 '꼭 백삼 년이 걸렸다고' 하니 현실 세계에서는 더 많은 세월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가 어렵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 세계에서라도 솔숲을 살린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아이들은 동물도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얼룩 고양이」의 주인공은 도둑고양이 '얼룩이'와 우정을 나눕니다. '내가 먹을 것을 놓아두면 다가와서 먹고, 내가 쓰다듬어 주면 가르릉 소리를 내며 내 손에 머리를 비'빌 정도로 친한 사이입니다. 집에서 키우고 싶지만 아파트같이 좁은 곳보다는 실컷 놀 수 있는 넓은 곳이 고양이에게 좋을 것이라는 의젓한 생각까지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를 따라온 강아지」의 주인공은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 역시 집 잃은 개를 돌볼 뿐 집에서 개를 키우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동화책에는 숲과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이들 이야기 세 편과 동생에 대한 시샘을 다룬 「나 찬밥 아니에요」가 실려 있습니다. 솔숲과 동물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으며 형식 실험도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동생에 대한 시샘을 다룬 글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아이들 심리를 너무 단순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