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아>라는 낯선 단어의 제목으로 이뤄진 이 책의 표지에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시리즈로 출간된 ‘우리 시 그림책’ 가운데 한 권이기에, 당연히 원작인 시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원작자이자 이름도 낯선 ‘천정철’이라는 시인은 1920년대 방정환과 더불어 활동했던 동요 시인이라고 한다. ‘1925년 열네 살 아이로 안국동에 살았다는 기록’이 전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잡지 <어린이>에 현상 응모한 작품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작품을 발굴해 그림책으로 형상화한 내용으로, 고추잠자리의 죽음과 주위에 몰려든 개미를 보고서 느낀 아이의 솔직한 심정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하겠다.
책의 뒷부분에 적시된 해설에 제목의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작품은 ‘뜰 앞에서 쨍아가 / 죽었습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인의 눈에 비친 쨍아는 ‘과꽃 나무 밑에서 / 죽었습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에는 이내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 준다고’ 모여드는 모습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작은 개미 앞뒤서서 / 발을 맞추고 / 왕개미는 뒤에서 / 딸랑딸랑’ 요령을 치고 가는 듯, 마치 장례 행렬처럼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림책에 형상화된 것처럼 잠자리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가지는 않았을 터이니, 옮기기 쉽게 잘게 나누어 옮기는 행렬을 목격했을 것이다. 마침 ‘가을볕이 따뜻이 / 비추이는데 / 쨍아 장례 행렬이 / 길게 갑니다.’ 이렇듯 마무리되는 시는 가을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편집자들은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로 ‘죽음과 햇볕의 대비, 자연 현상을 넘어서는 문화적 시각이, 애잔하지만 아름다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에 맞춰 그림을 그린 화가는 ‘죽음을 바라보던 시각’에 기대어 형상화했다고 밝히고 있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