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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햇살이 아름다운 유럽의 4월, 전세계에 라이브중계된 영국왕자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은 대지에 흩뿌려진 봄꽃처럼 아름다웠다. 어떤 결혼식이든 사랑을 이룩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고 그 결실을 온 천하에 선포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이론상 아름답고 철학적인 행위이다. 그래서 그들은 포에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같은 결혼식을 어릴 적부터 읽어온 탓에 다 그런 줄 알았지만 동화속의 왕자님은 내 현실의 어디에도 없었고 왕자라고 생각하면서 사귄 남자친구도 없었다. 아마 그가 멋진 城(Schloss슈로스)을 소유한 사람이었다면 또 모를까.
일명 신데렐라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바질레(1575~1632), 프랑스의 페로(1628~1703), 독일의 그림형제(1785~1863, 1786~1859)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모두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이는 중세시대,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기의 잔혹과 엽기로 넘치던 줄거리를 방금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처럼 바삭한 어린이용으로 다듬는 공정과 과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내려져 온 것이다. 철저히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던 로시니(1792~1868)는 그런 판타지적 요소가 넘치는 이야기를 현실적인 텍스트로 재현했고 오페라 부파(일명 코믹오페라)로 무대에 올렸다. <세빌랴의 이발사>를 작곡한 지 꼭 1년 후인 그가 가장 원숙했던 시기의 작품으로 친근한 멜로디를 갖춘 신선하고 특징적이며 등장인물의 성격도 확실하고 재미있는 오페라이다.
197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콘트라알토의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운 콜로라투 악구를 선보이는 체네렌톨라(재투성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이태리어발음)역 연주의 테레자 베르간자, 돈 라미로(우리의 왕자님) 역의 리릭 테너 루이지 알바의 수려한 연주를 들어보길 바란다. 빠르고 복잡한 기교의 아리아와 앙상블의 그 규모가 무척 커서 연주하기 힘든 그런 오페라로 이는 상연 횟수가 현저히 적은 이유중의 하나이다.
동화와는 약간 배역이 다른데 어머니가 두 딸이 있는 가난한 남작과 결혼해 낳은 딸인 안젤리나는 그 어머니가 죽자 의붓딸이면서 하녀로 전락한 주인공 체네렌톨라이다. 그녀가 연일 부르는 아리아 <왕의 신부감 고르기>의 가사와 멜로디는 듣기도 좋고 그냥 풋풋하기만 하다. "옛날 옛날에 한 나라의 왕은 외로운 혼자였답니다. 자부심과 아름다움을 갖춘 한 여인을 기다렸다지요. " 못난 것들은 얼굴만 봐도 흥겨운 지.... 체네렌톨라의 언니들과 남작인 아버지는 심술궃게도 그런 체네렌톨라에게 잔소리만 해댄다. 어느 날 거지로 변장한 왕자의 스승이자 철학자인 아리드로는 체네렌톨라의 동정에 반하고 그녀를 끝까지 도와주는 요정할미가 된다. 그즈음 나라의 간택령이 내려 무도회의 초대장이 날아오는데 몰락 직전인 남작은 이번에 한 번 제대로 가문을 일으킬 계획을 세운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그 말은 맞지만 남작의 딸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무개념 여성들이라 미래성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래도 둘 중의 하나라도 어찌 되겠지 싶다. 초대장에 딸 세명이라고 명기되었지만 죽었는지 아니면 하녀인지 모르겠다고 모른체 하는 남작의 변명은 가관이다. 가짜 왕자를 내세워 딸들의 진심을 엿보고 싶은 아리드로의 영리한 계획과 한 시간만이라도 성에 가고 싶다는 체네렌톨라의 마음을 알고 그녀에게 세계는 넓은 극장임을 노래하며 위로와 초대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아름답게 그녀를 치장시킨다. 이제 대충 줄거리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 전에 하인으로 변장한 진짜 왕자와의 진심어린 마음을 건넸던 체네렌톨라는 무도회에서의 진짜 왕자와의 랑데부와 이어지는 결혼식과 못난 언니들을 용서하는 권선징악의 행복한 결말을 내세우는 페어리테일의 진수를 맛볼 것이다.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면 호박으로 변하는 마차는 없지만, 그 유명한 유리구두를 대신하는 체네렌톨라의 마음이 담긴 팔찌는 하인으로 변장한 진짜 왕자님의 손에 걸려있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존중한다. 그 다음 그들의 인생은 상상에 달려 있다.
2막 6장의 오페라 부파의 기분 좋은 결말과 화려한 앙상블이 무척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가수들의 음성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점, 귓가를 현란하게 만드는 멜로디에 가해지는 가속도, 로시니 음악에 충실하게 임할 수 있는 음반이다. 5월 초 체네렌톨라 오페라 시사회는 음악에 충실하지는 않았지만 연출과 상상력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공연으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로시니의 다른 면모를 보게 해 준 이 음악에도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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