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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여자』, 천운영, 아시아, 2014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작품의 두 권이다. 아시아 출판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나온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의 선별해 '바이링궐 에디션'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저자들 대부분의 책이 출간됐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별로 묶었다. '분단' '산업화' '여성' '자유' '사랑과 연애' '아방가르드' '금기와 욕망' 등등. 주제별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또 영문판도 함께 수록돼 있어, 영어공부하기에도 좋다. 최근 읽은 두 권의 책은 '금기와 욕망'이다. '젓가락 여자'는 발칙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인칭으로 시작한 '나'와 '서진'작가가 등장한다. '나'와 '서진'작가는 대학시절 자매처럼 어울린 사이다. 그러나 '나'는 소설가가 되지를 못했다. '서진'은 유명한 작가가 됐다. 대학을 졸업한지 한참 지난 후, 우연히 다시 연락이 닿아 '나'가 소설을 써서 '서진'에게 보여줬을 때, 서진은 '아줌마 글쓰기 하지 말라고, 그런 글 경멸한다고' 라고 말한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복수를 꿈꾼다. 파워 블로거가 돼 '서진'의 글이 자신이 '서진'작가에게 했던 일화를, 작가가 함부로 도용해 글로 썼다고 폭로한다. 글은 인터넷으로 널리 퍼지고. '나'는 추종자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이것만 보자면 '나'가 너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보기 드물까? 이런 관계는 도처에 깔려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서진'에게 무시당한 말, 전복 반찬을 싸서 불쑥 집 근처에서 전화 했지만 바쁘다고 만남을 거절한 '서진', 그러나 그때 중년 남자와 팔짱을 끼고 집으로 가는 서진을 발견한 나. 이런 조그마한 일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을까? 저 사람을 좋아하고, 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동경도 가지고 있지만, 또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저 사람이 폭삭 망해버리면 좋겠다는 심정. 이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의 면을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겠단 생각을 한다. 물론 일방적인 폭력은 나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내가 상대방을 짓밟거나, 그의 자존감(존재)에 크게 상처를 냈다면? '나'를 보고 있으면, 정말 우리는 '나'를 비난하면서, 잘못했다고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김미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아시아, 2014 김미월의 글은 명랑하다. 정말 금방 읽히고, 또 읽고 싶다. 지구가 하루뒤면 멸망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날에 사기, 범죄, 강간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똑같은 일상을 유지한다. 택배기사는 택배를 배달하고, 아랫집 여자는 피아노를 치고, 엄마는 밭에 나가 식물을 가꾸고.. 지구가 명말하는 마지막날이 온다고 상상했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상황은 좀 허황되니까 우리는 맘껏 상상을 펼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날이 오면 묵묵히 그냥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주인공은 마지막날, 좋아하는 남자와 "몇 시간 남았냐?" "음, 열네 시간 정도?" 라는 대화를 나누며 보낸다. 남자는 모르지만, 주인공은 대학교 수업에서 좋아하는 남자를 주제로 발표했던 일을 생각한다.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추측하며 통조림 캔을 만지작거린다. 참 단순한 하루다. 멸망이라는 상황이 오히려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멸망, 파괴, 종말 같은 단어들은 거창하지만, 절대 그러면 안되겠지만 실제로 그런일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그저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기이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주인공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도, 사람들의 모습도. 되게 재미있게 쓰였다. 정말 읽고 나면 즐겁고 명량해지는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