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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인생 한 그릇이 준 깨우침과 행복
"고귀한 인생 한 그릇이 준 깨우침과 행복" 내용보기
"누군가를 먹이는 일은스스로 복을 짓고덕을 쌓는 일인지도 모릅니다."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밥하는 것이 제일 귀찮았고, 설거지는 더 귀찮았다. 나에게 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등의 영양소 덩어리일 뿐이었고, 그것만 골고루 채워먹고 채워 먹이면 된다고 생각했다.살림 또한 그랬다. 일 하느라 힘든데 왜 살림까지 잘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하지만, 요리 뿐 아
"고귀한 인생 한 그릇이 준 깨우침과 행복" 내용보기
"누군가를 먹이는 일은

스스로 복을 짓고
덕을 쌓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밥하는 것이 제일 귀찮았고, 설거지는 더 귀찮았다.
나에게 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등의 영양소 덩어리일 뿐이었고, 그것만 골고루 채워먹고 채워 먹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살림 또한 그랬다. 일 하느라 힘든데 왜 살림까지 잘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요리 뿐 아니라 야무지게 청소, 빨래, 바느질 등의 살림을 기쁜 마음으로 하며 행복을 느끼는 그녀를 보며 내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살림을 잘 하는 것이 가족을 향한 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마음먹자,
댓가 없는 노동으로만 여겨지던 집안 일도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여자의 삶.
과거 한국여자의 정석과도 같은 삶.

내가 극도로 기피하는 삶을 살아온 옥수동 요리연구가 심영순 할머니의 삶에서, 나는 내 삶에 빠져있던 ‘기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기본’은
사랑이고, 가족이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었다.


"우리 딸들은 남편과 아이들을 다 끌고 친정에 찾아오고 자기들끼리도 열심히 만납니다.

가만히 보면 늘 그 가운데에 요리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이 글을 읽고서야 깨우쳤다.
돌이켜보면 정말 그랬다.

우리 부부가 친정에 방문할 때면, 아버지는 질 좋은 한우를 공수해 손수 손질하고 숙성시켰다가 구어주셨고, 나는 세상에서 아빠표 소고기가 최고라며 맛있게 먹었다.
이제껏 아버지의 기분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자신이 만든 요리가 최고라며 맛있게 먹어주는 딸을 보며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난 정말 맛있어서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
또, 남편은 여름만 되면 시골외가댁에 가지 못해 안달이다. 어릴 때의 추억, 시골의 정겨움도 있지만 남편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느즈막한 오후부터 마당에서 온 식구들이 다 모여앉아 석쇠에 구어먹는 빨간고기 (고추장 양념한 돼지목살 직화구이). 그리고 냇가에서 직접 잡아온 피라미들로 만든 삼촌표 어죽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의 친정이라 불편할 법도 했는데, 나 역시 그 빨간고기와 삼촌표 어죽맛을 기대하며 남편의 외가댁에 즐겁게 가곤했다.

가족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음식은, 가족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
나는 그것을 겪으며 살아오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이 주는 행복과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음식을 생명과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영양소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었다.


옥수동 독선생, 옥수동 즙선생, 한식대첩 할머니 등의 별명을 가진 심영순 요리연구가.
처음부터 그녀가 요리에 꿈을 갖고 요리연구가가 되리라는 목표를 세워 자신의 삶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주워온 아이일거라 생각될 만큼 구박받던 어린 시절에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를 받았고, 살림할 줄도 모르면서 시집을 가는건 무책임한 일이라는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장 담그기며 반찬 만들기에 공을 들였으며, 어느 순간 그것이 실력이 되었다.
그 실력으로 남들에게 밥을 해먹이니 그 만족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고, 오로지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더 맛있는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하게 된다.
요리선생이 된 것은 그녀가 계획했던 꿈이 아니라, 요리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찾아온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되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꿈을 강요당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어릴 때부터 꿈이 뭐냐, 커서 뭐가 될거냐는 질문을 받으며 마치 미래에 뭔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강요받고, 겨우 이십대가 되었을 뿐인데 꿈이 없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생각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TV에는 청년CEO들이 나와 자꾸 도전하라 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없는 꿈이라도 만들어야 될 것 같고, 꿈을 찾는척 뭐라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나 역시도, 늘 뭔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20대를 보낸 기억이 있다.

헌데 이 분의 삶을 엿보고 있자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받은 구박과 설움을 맛있는 반찬으로 위로받았던 소녀.
남들이 자기가 한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 새댁.
일을 하면서도 아이 넷의 아침상과 도시락, 생일상만큼은 끝내주게 차려내며 만족을 느낀 엄마.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한 집에서 15년 이상 모시며 하루세끼 정성 담은 밥상을 올렸던 딸.
나에게, 내 가족에게, 내 집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그녀는,
그 행복에 충실하며 살다보니 저절로 존경받는 요리연구가가 되어 있었다.

꿈이란, 이렇게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모습으로 살아갈 때에, 비로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얼마 전, 꽤 오랜 기간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다. 오래 앉아있는 것도 무리라서 누워만 지내야했다. 언제까지 무엇 무엇을 해야지 계획했던 것들은 무기한 연장되었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처음에는 하지 못한 일들이 마구 떠오르며 걱정이 되었다.
어떡하지...?
...어떡하긴.

괜찮았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난 늘,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무엇이든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아왔다는 것을.
그것을 깨달은 시점에 이 책을 만나 더욱 확고히 다짐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 지금 내가 행복한 일을 하자고.
나를 다그치지 말고, 현재의 나에게 충실하자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고.
그렇게 나의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 흘려보내자고.

그러다 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비록 뭔가 이루지 못해도, 나답지도 않은 것을 찾아 이루려고 아둥바둥한 세월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으로 채운 세월 앞에서 후회 없이 눈 감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누군가를 맛있게 먹이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자 건강과 생존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먹는 이를 위한 마음이 없으면 모두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는 매일 부엌으로 들어갑니다.”


옥수동 심영순 할머니가 써내려간 인생 이야기를 통해, 나는 늘 나와 함께 해왔으나 보지 못하고 있던 행복을 발견했다.
또한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었다.

곧 아기가 태어난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엄마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귀한 인생 한 그릇과 연을 맺게 됨에 감사한다.
p********e 2016.07.31.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