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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그러니까 중학교2~3학년 때쯤 인것 같은데, 큰댁의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 당시 소식을 듣고 가긴 했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크게 와닿을 만한 감성을 지니지 않을 때였을까, 내게는 그다지 이렇다 할 슬픔이 전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었다. 큰어머니께서는 살아 생전 오랜기간을 온전한 상태의 모습으로 계신 분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듣기로는 무엇을 잘못 드신 후로 평생을 걷지 못하시고 앉아만 계셔야하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그당시 내가 궁금했던 것은 입관은 어떻게 했을까 하던것이다...장례절차를 하는 사람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려 입관처리를 했을 것임에 틀립없겠지만...
살아계실 제 큰댁에 놀러가면 큰어머니가 계신 방으로 인사를 하러 가는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거동을 못하시는 관계로 아무래도 방안 아니 집안 전체에서 풍기는 참기힘든 냄새에 후각을 지나치게 자극한 것이 어린시절 꽤나 고충이었던 것일게다. 거동이 온전하실 적엔 여느 가정에서처럼 집안일을 하셨을테고 사촌형이나 누나들의 뒷바라지와 남편의 내조를 하셨을 테지만 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엔 애증 섞인 주변의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을 홀로 감내 해야 하셨을 게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고 좀더 잘 해드릴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린시절에는 그러한 존재 자체에 다가서 접근하는것이 나로서는 두렵기만한 상태였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론 사촌형과 큰아버지의 그녀에 대한 태도가 가장 냉담했던 것 같다. 일찌감치 가정의 안쪽일을 도맡아 해야했던 딸들이야 이래저래 수다도 떨고 그나마 살갑게 대하겠지만 남자들의 무뚝뚝함은 뚱하다 못해 무관심하고 아예 대놓고 그러한 상태(?)를 나무라는 식으로 보이기 까지 했다. 그야 물론 당사자들의 확실한 감정을 파악할 수야 없었지만 적어도 그당시 내게는 그리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돌아가실 때에는 슬프고 서러운 감정을 억누루지 못하고 목 놓아 통곡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당연하겠지만...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어느날 아침 자신이 기괴한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꿈인가 하여 이내 뒤척여 보지만 그는 이미 흉측스러운 생물체로 모습이 바뀌어있다. 단단한 등 껍질에 부풀어 오른 갈색의 배 옆으로 달려있는 6개의 다리들...흡사 바퀴벌레를 연상시킨다. 집안의 생계를 혼자 도맡아야만 했던 외판원인 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바쁜 일정을 시작하려 하지만 도저히 말을 안듣는 이미 변신한 육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급기야 가족들과 지배인까지 와서 그의 출근을 재촉하지만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경악해 마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원래의 모습으로 재변신-나는 그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했던 가족들에게 실망감을 폭로할 줄 알았다- 에 성공하지 못하고 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생을 마감한다.
그레고르처럼 꼭 흉측한 벌레로 변신하지 않아도 살면서 우리는 종종 '변신'한 누군가를 겪는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일 수도 있고, 병에 걸려 몸져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온갖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당해서 일 수도 있고...변신한 그들은 주위로 부터 연민과 동정을 받는다. 하지만 제아무리 온정 있는 가족이라 한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서서히 무뎌지는 감각에 차갑고 싸늘한 시선마저 던지게 되고 점차 무관심과 냉정으로 일관하게 된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이 한 것 처럼...물론 당연히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또는 또다른 이유로 인해 중압감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삶에서 서서히 그들의 존재를 지워간다. 그리하여 운명의 순간에는 그레고르의 아버지처럼 성호를 긋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오래전 돌아가신 큰어머니는 그러기엔 너무 이른시절 '변신'한 온전치 못한 상태로 오랜기간 가족들에게 애증어린 서글픈 애물단지 역할만 하다 돌아가신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비로소 다시금 온전한 상태로 가셨겠지만 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그리 온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실존과 고독에 대해 되새겨 보고 물음을 던지는 기회를 준 한 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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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의 작은 책이다.
'카프카' 하면 어려운 이미지가 떠올라서 쉽게 읽히지 않겠다 생각했었는데, 여행길에 들고다니면서 읽어보고 싶어 구입했던 책이다.
꽉 막힌 공간에서 답답히 읽었다면 잘 읽히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탁트인 자연에서 이 책을 만나서였을까, 굉장히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이 가장 처음에 실려 있고 5편쯤의 짧거나 긴 가볍거나 무거운 단편들이 차례로 실려있다.
중간에 오타도 보이고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도 더러 있지만, 카프카의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어투는 느낄 수 있다.
인간 본질의 내면에 대한 그의 멋스러운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
카프카에 대해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가벼이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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