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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이상과 맞닿아 있는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문학적 이상과 맞닿아 있는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내용보기
소설가가 쓴 산문집에는 정형화되지 않은 특질이란 게 있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있는 사유의 세계와 브랜드화 된 작가 자신의 문학적 개성이 희석되지 않은 채 산문의 활자 속에도 오롯이 내재되어 있다. 굳이 격이 다르다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산문과 수필에서도 드러나는 소설가 특유의 아우라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끔 독특하다. 전부 다 그렇지는 않지
"문학적 이상과 맞닿아 있는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내용보기
소설가가 쓴 산문집에는 정형화되지 않은 특질이란 게 있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있는 사유의 세계와 브랜드화 된 작가 자신의 문학적 개성이 희석되지 않은 채 산문의 활자 속에도 오롯이 내재되어 있다. 굳이 격이 다르다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산문과 수필에서도 드러나는 소설가 특유의 아우라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끔 독특하다. 전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가 그렇다.  

  여행은 대략 좋은 것이다. 여행 자체에 대해 나쁘다고 하는 이는 드물다. 물론 여행이라는 고도의 열정과 극한 정신력이 필요한 작업에 대한 인간의 호오는 대개 여행의 목적에 따라 가름되곤 한다. 뚜렷한 목적과 동기를 갖고 떠나는 것과 아무런 의미없이 무작정 떠나는 것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바로 여행의 내밀한 속성이 숨어 있다. 그저 아무런 계획과 의미없이 떠난다 할지라도 여행은 반드시 무언가를 인간에게 선사한다. 왜냐하면 그 어떤 여행이든지 내가 있던 자리를 떠나 내가 있던 자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쓴 산문, 그리고 여행이라는 가슴 두근거리는 작업. 이 두 가지 조화에 김연수의 산문집 『여행할 권리』가 있다. 언제나 유머러스한 활자를 만들어내는, 하지만 결코 가벼운 문장을 완성하지 않는 그가 여행을 권리화한 내면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잘나가는 한 소설가의 내면속에 존재하는 '여행'의 속성에 대한 수많은 의문들은 내 머릿속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일렁였다. 

  작가 김연수는 러시아, 일본, 독일, 미국, 중국에서의 얘기를 풀어놓는다. 특유의 재치있는 글담으로 편안하고 부담없이 자신의 여행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하지만 김연수에게 여행은 공간의 이동을 의미하는 외연적 정의가 아닌 자신의 삶과 문학의 세계를 곱씹고 입체화하는 기회의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연수에게 여행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다. 바로 그 욕망으로써 자아와 문학을 재조명·재해석하고자 하는 작가 김연수의 갈망이 책 속에 잘 녹아 있다. 

  이 책에는 김연수의 문학적 이상想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작가 차학경의 『딕테(Dictee』 중 어머니의 생애를 다룬 「칼리오페 서사시」를 읽다가 "당신은 움직입니다. 당신은 옮겨집니다. 당신이 곧 움직임입니다.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의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고정된 어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단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목도한다. 그리고 이 문장을 윤동주의 시 「길」과 연결짓는다. 김연수는 문학의 본질을 여기서 발견한다. 뭔가를 찾아 영구 운동하지 못하는 문학, 영구 망명을 꿈꾸지 못하는 문학은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문학이 될 수 없음을 피력하는 작가 김연수. 바로 여기에서 그의 문학적 이상과 맞닿아 있는 '여행할 권리'의 속성을 풀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너무 장황하고 산만하게 산문집의 구성력을 비통일화시킨 점은 아쉽다. 소설가로서의 여행할 조건과 권리는 대중의 그것과는 성질이 다르기 마련이다. 러시아의 우스리스끄만, 일본의 나고야와 도쿄, 독일의 밤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 미국의 버클리와 옌지, 중국의 룽징과 후쟈좡 등 '국경' 바깥쪽의 리얼리티를 사모한 김연수 자신의 내면 세계의 계속된 열창은 '여행할 권리'보다는 '문학의 의무'에만 일관하며 한 부분을 접사화시킨다. 그렇기에 '김연수'와 그의 '문학'에서 모두를 조건없이 포용할 수 있는 독자가 아니고서는 비공감될 수 있는 문장일 수 있다.  

  더욱이 책의 마지막 일본 도쿄에서 작가 이상((李箱, 1910~1937)의 죽음을 재조명하며 거대한 분량을 할애한 부분에선 고개가 심히 갸우뚱거린다. 마치 취재파일의 기사를 쓰듯 이상의 작품과 주변인물들의 고백을 수차례 인용하면서 그의 의문사를 다큐멘터리화한다. 게다가 동시대 시인이었던 박인환(朴寅煥)과 김수영(洙洙暎)을 교차·대조시키며 산문집의 거시적 통일성에서 일탈하기도 한다. 작가 이상의 죽음과 당시 도쿄에서 그가 실망했던 본질에 대해 논하고 있는 김연수의 지나친 활자 할애는 한 천재 작가에 대한 후배세대 작가로서의 경외와 동경 이상의 의미를 넘지 못하고 있어 깊이가 덜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누구든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김연수의 일탈 예찬은 충분히 고개가 주억거린다. '역'과 '휴게소'와 '공항'은 언제라도 나를 매혹시킬 세 개의 공간이라 고백하는 작가 김연수의 모습에서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권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여행은 나를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준다.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이 바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김연수의 심정을 내 마음속에 품는다. 그리고 긍정한다. 세상의 모든 여행은 내가 있던 자리를 떠나 내가 있던 자리를 볼 수 있는 광시야각을 <반드시> 제공하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YES마니아 : 로얄 g*****o 2008.06.05.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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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고 진지한 그만의 매력
"썰렁하고 진지한 그만의 매력" 내용보기
학부 때 일이다. 내가 자주 다니던 길에 택시회사인지 기사식당인지가 있어서 버스 안에서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시는 걸 자주 보곤 했다.   조금은 지쳐 보이고 피곤해보이는 그들은 봄날의 햇살만큼 환한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기가막히게 언발란스한...   유치원생 아이들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면 그들의 앙증맞고 사랑스러움을
"썰렁하고 진지한 그만의 매력" 내용보기

학부 때 일이다.

내가 자주 다니던 길에 택시회사인지 기사식당인지가 있어서

버스 안에서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시는 걸 자주 보곤 했다.

 

조금은 지쳐 보이고 피곤해보이는 그들은

봄날의 햇살만큼 환한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기가막히게 언발란스한...

 

유치원생 아이들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면

그들의 앙증맞고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겠지만,

 

식구들의 생계를 두 어깨에 짊어진 가장들일

택시 기사 아저씨들의 노란색 유니폼은...

뭐랄까? 그들의 삶의 무게와 반비례되며 희화화되는 느낌이랄까?

 

'어쩌자고 노란색 유니폼을 입힐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요즘 내가 좀 멍한 상태라... 생각을 글로 드러내는 게 참 힘들다.

내가 전달하려는 게 뭔지 타인에게 잘 전해지면 좋겠다.)

 

요즘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해서 그런지

책 표지들이나 책 디자인들이 기본적으로

'상큼발랄해지는' 추세인 듯 한데,

(예전에 이어령씨의 [생각의 탄생]을 읽을 때도 조금은 헉! 했다.

디자인 자체는 참신하나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책도 그랬다.

물론 책 표지나 책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나

적어도 작가의 스타일이나

글의 분위기에 맞게

책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노란색 원피스가 잘 팔린다고

40대 아저씨한테 노란색 원피스를 입힐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담배를 피는 아저씨를 보며

마음 한 쪽이 아려오는 것처럼,

글을 읽는 내내

좀더 '김연수다운' 옷을 입었다면

글이 좀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글 자체는 참 좋다.

 

여전히 썰렁한 농담을 하고,

매우 진지한...

우리 남편같기도 하고, 나같기도 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을 닮은...

 

솔직히 내가 이번에 한국에 와서 제일 많이 생각한 것도

'경계인'이었다.

 

미국에 있을 땐 한국에 한 번 나오는 게 그렇게 소원이었는데,

정작 한국에 와서는

미국에 있을 때보다 더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거다.

 

이러다 나는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아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약간의 두려움과 외로움같은 것이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위로를 얻었다.

어쩌면 '경계인'이기 때문에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내 내면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고,

나라는 한 인간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경이라는, 경계라는 틀을 넘음으로 해서 말이다.

정체되지 않음으로 해서 말이다.

 

어차피 인생이 나그네와 같다고 할 때,

인생 자체가 여행이 아니겠나?

굳이 어디에 머물고, 정착하고, 그런 게 무에 그리 중요하겠나?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사유하고 그러면 되는 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나누고 그러면 되는 게지.

그래서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고, 더 큰 내가 될 수 있다면 되는 게지.

 

그리하여 이 세상을 떠날 때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웃으며 눈감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게 아닐까?

안 그래요? 연수형.

(감히 형이라니. 배짱 한 번 좋다.)


 


 


* 김연수는 쇼핑 호스트같다.

그가 책 속에 언급하는 것들은 너무너무 사고 싶다.

 

이번에도 책 읽다가 말고 중간중간 예스24에 들어와

검색한 책만 4-5권 된다.

그중에서 추리고 추려 3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제 책 좀 소개해주세요,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물론 나는 작가가 아니니 부탁할 일도 없지만. 하하.


 



c*****g 2008.09.07.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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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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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세계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이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면, 한 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연수의《여행할 권리》중에서 -* 세상은 넓습니다.자기가 경험한 세상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엄연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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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세계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이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면,
한 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연수의《여행할 권리》중에서 -


* 세상은 넓습니다.
자기가 경험한 세상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자기 울타리를 넘지 않아 모르고 살았을 뿐입니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면
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가 어느샌가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y***o 2010.01.02.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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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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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향이 각 다른 것처럼 독자의 성향도 각기 다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쨌든 여행하는 사람 본인이 원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작가의 성향과 독자의 성향이 일치하면 감동적인 여행기가 되는 것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시시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엄청 좋은 여행기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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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향이 각 다른 것처럼 독자의 성향도 각기 다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쨌든 여행하는 사람 본인이 원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작가의 성향과 독자의 성향이 일치하면 감동적인 여행기가 되는 것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시시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엄청 좋은 여행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게 무얼' 하는 실망만을 남기기도 하고.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내 감성에 딱 맞았다. 읽고 있는 동안 시간 가는 게 아까웠고 빨리 읽어버릴까봐 안타까웠다. 나도 여행지에서 이런 생각을 할 능력이 있다면, 이런 글을 쓸 수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며 읽었다.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 그 부러움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부러움을 안고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가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내게는 큰 위로가 되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연수라는 소설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랬는데 몇 년 전에 나는 이미 이 소설가의 소설 두 권을 읽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마도 내 기억 속에 이 작가가 맺히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이제라도 다른 가치를 알게 되었으니 새롭게 읽어보아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8.05.27.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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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내용보기
김연수 산문집책이 묵직하다. 가끔 내용도 묵직하지만 그보다는 책 자체가 좀 무겁다. 사진이 가끔 있는데, 어쨌든 좀 괜찮은 종이를 사용했나보다.이 책은 "오래전부터 나는 국경을 꿈꿨다. 왜냐하면 나는 국경이 없는 존재니까. 내게 국경이란 곧 바다를 뜻했다." (p.11)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국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적인 국경과 문학적인 국경. 작가가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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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산문집

책이 묵직하다. 가끔 내용도 묵직하지만 그보다는 책 자체가 좀 무겁다. 사진이 가끔 있는데, 어쨌든 좀 괜찮은 종이를 사용했나보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나는 국경을 꿈꿨다. 왜냐하면 나는 국경이 없는 존재니까. 내게 국경이란 곧 바다를 뜻했다." (p.11)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국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적인 국경과 문학적인 국경.
작가가 처음 글을 쓴 시점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이제 국경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친일파 세력의 반대만 아니라면, 어쩌면 바다와 하늘을 통하지 않고 육지로 국경을 넘어 저 멀리 유럽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기차를 타는 것이 몸은 힘들겠지만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세계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그런 기회가 바로 저기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는 국경이라는 것을 조만간 아니면 몇 년내에 체험할 수 있을까?

책의 2/3 정도는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행지에서의 겪은 일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다른 소설들에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와 신국판과 멸치 사이에 흐른, 그 참으로 오랜 침묵" 편을 읽으면서 잠깐 <나는 유령작가입니다>(http://blog.yes24.com/document/11144890)의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가 떠올랐다. 위장결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편은 이상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기에,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이 시기에 작가는 <꾿빠이, 이상>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그리고 버클리에 관한 글을 보면서, 금문교가 있은 샌프란시스코, 주로 머물렀던 산호세 등이 생각났다. 추억 돋는 글들.

그러나 나머지 1/3은 조금 무겁고 어렵고 그랬다. "내 피를 물만큼이나 묽게 만들지 않으면"과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편은 문학의 국경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여행기라기보다는 무슨 평론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는 글들. 작가가 아니기에 그만큼 공감을 할 수 없었다고 할까.

여행기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책이다. 웃음짓게 만들기도,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는 책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여행할 권리"처럼 우리도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저 멀리 프랑스, 영국까지 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친일파가 다시 날뛰고 있는 이 시기에,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i 2019.03.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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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내용보기
_ 여행기, 라는 것은 술자리에서 듣는 군대 이야기 같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테니스장 관리병도 금방 특전사가 되어버리는 술자리 군대이야기 같이, 여행작가가 간 곳은 금방 지상천국이 되었다가 세상의 둘도 없는 오지가 되기도 합니다. 지나가다가 식당을 찾아서 밥 한끼 먹은 것조차 뭔지 모르게 대단한 일이 되어버리곤 하는 "여행기"는 그래서 전 딱히 좋아할 수 없는 종류의 글인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내용보기
_ 여행기, 라는 것은 술자리에서 듣는 군대 이야기 같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테니스장 관리병도 금방 특전사가 되어버리는 술자리 군대이야기 같이, 여행작가가 간 곳은 금방 지상천국이 되었다가 세상의 둘도 없는 오지가 되기도 합니다. 지나가다가 식당을 찾아서 밥 한끼 먹은 것조차 뭔지 모르게 대단한 일이 되어버리곤 하는 "여행기"는 그래서 전 딱히 좋아할 수 없는 종류의 글인 듯 합니다.

_ 그래서 글쟁이가 쓰는 여행기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읽었던 김경주의 "패스포트" 는 결은 좀 달랐지만, 여전히 술자리의 군대 이야기였습니다. 여행지나 혹은 여정에 대한 과잉과 지나친 경탄, 부끄러운 감상주의는 그나마 없었지만, 대신에 문장과 작가에게만 의미가 있을 개인적인 의식과 사유, 이해할 수 없거나 혹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감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네, 개인적을 감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가 되겠지요.

_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는 서점 구경을 갈 때마다 이상하게 눈을 잡아 끌었습니다. 저 책도 별반 다를게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 편엔 이상하게 보고싶단 마음이 남아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한 번 지나가면서 책을 들춰서 앞부분만 읽어볼만도 한데, 멀찌감치 표지만 바라보다 몸을 돌리곤 했습니다.

_ 아마도 '김연수'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여행 때문이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입사를 하고 처음으로 휴가를 내서 가게 된 여행에서 김연수의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뭐랄까 다소 일반적은 삶의 방향을 선택했고, 그래서 두 해 쯤 참 열심히 적응하고 살았던 나에 대한 선물같았던, 혹은 이러단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 뭐 그게 호들갑이라면 펑하고 터져버려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싶어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보딩패스를 발급받고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져온 책들이 모두 부쳐버린 배낭에 들어있다란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짧지 않은 다섯시간의 비행시간이 두려워 부리나케 서점으로 달려 갔고, 책을 둘러보다 우연찮게 눈에 띄어 샀던 책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남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남극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고, 그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썼던 사람이 바로 "소설가 김연수"란 사람이었습니다. 헌데, 비행이 끝나고 그 남극의 북쪽, 구비구비 산길을 서너시간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의 까페에서, 가져갔던 다른 책, 김훈의 "강산무진"을 읽다가 역시 추천사에서 "소설가 김연수"란 두 단어를 찾아 냈는데, "이 책에다가 제가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습니까?" 란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_ 아마도, 그 때, 그 남국의 북쪽 작은 마을의 까페에서부터 여행하면서 읽은 두 권의 책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연수"가 궁금해졌던 것 같습니다.

_ 물론 제 장점이자 단점은, 궁금한 걸 궁금한 채로 놔두거나 혹 잊어버린다는 데 있기 때문에, 그 여행 이후 내내 "소설가 김연수"는 그냥 궁금한 작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아무래도 김연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그래서 다시 궁금해했었다, 라는 사실이 기억이 나서 소설을 사볼까 싶던 차에, 소설은 좀 미뤄두고 이 "소설가 김연수"는 여행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가 궁금해 소설보다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_ 아, 내가 꼭 알았어야 할 글쟁이를 모르고 있었구나, 란 후회를 했습니다.

_ 엄밀히 말하면 이 "여행한 권리"는 여행기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여행에 관한, 아니 그러니까 경계를 넘는다라는 의미의 여행에 관한 산문집입니다. 경계란 것이 무엇이며, 그러한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문학의 지평 안에서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김연수는 담백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여행기마냥 여행지별로 나눠진 챕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된 주제 안에서 하나의 산문"集"을 만들어내고, 흩어지거나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가듯 경계와 경계를 넘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무겁지 않고, 책의 편집 디자인처럼 경쾌하고 산뜻합니다.

_ 글쟁이의 여행기, 라는 것이 어때야 한다라는 규칙이나 모범 답안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글쟁이가 여행에 관해서 쓴다면 이 "여행할 권리"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군대 이야기 같이 잘 와닿지도 않고, 딱히 공감하고 싶지도 않은 글들로 허풍을 떨기 보다는 여행을 통해서 글쟁이로서 해야하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고 담백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글쟁이가 쓴 여행기 혹은 여행 산문집으로 부끄럽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딴사람도 아니고 글쟁이가 딴 사람과 똑같은 여행기를 만들어낸다면, 사실 글쟁이로서 부끄러운 일이지요.

_ 늘 그렇듯, 좋은 글쟁이를 찾아냈으니, 이제 이 '글쟁이 김연수'가 출간한 책들을 모두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왜 아직까지 이렇게 필력 좋은 사람을 외면했었는지 모르겠어요.

_ 아, 그나저나 이 책은, 서점 여행기 코너에서 좀 뺐으면 좋겠어요. 거기 있을 책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YES마니아 : 골드 s********7 2009.11.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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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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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추천한 책.   김연수, 내겐 낯선 이름의 작가.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런 저런 상타기 행사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이 그저그런 신변잡기적 잡문을 내 달라는 출판사의 권유로 그저 그렇게 내 놓게된 여행기 정도로 생각을 하고 가볍에 책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의 중반쯤에 느끼고 작가에 대한 오해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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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추천한 책.

 

김연수, 내겐 낯선 이름의 작가.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런 저런 상타기 행사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이 그저그런 신변잡기적 잡문을 내 달라는 출판사의 권유로 그저 그렇게 내 놓게된 여행기 정도로 생각을 하고 가볍에 책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의 중반쯤에 느끼고 작가에 대한 오해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작가와 같은 학교의 선배가 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이름을 안다고 했다. 물론 서로 자주 보고 인사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이므로 다른 작가의 삶의 행보를 추적해 들어가보는 여행의 목적. 그래서 그를 좀 더 잘 이해하고, 보다 깬 정신으로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가지려는 작가의 노력. 그것이 김연수를 신뢰하게 만드는 힘 인 것 같다.

 

TV 토론에 나와 하루나 이틀정도만에 누군가의 책을 읽고 주둥이로만 나불 나불 하던 뭐 시덥잖은 평론가나 작가와는 한참 다른 그 만의 강줄기를 찾는 투쟁에 가까운 여행. 그런 권리를 가졌음에 뿌듯함을 느껴도 될 만하다.

 

때론 특정 작가에 대한 시시콜콜할 정도로 매달리는 모습. 때로는 무소유적 유유자적의 모습을 함께 보이며, 치열과 관망의 줄다리기를 능란하게 해내는 모습.

 

습작으로 부터도 너무나 멀리 도망쳐나온 나를 비웃는 것 같아 좀 더 치졸하게 책을 읽었다. 무슨 꼬투리라도 없나하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그런 나의 모습이 민망해 약간 웃으며 권리를 가질 여행을 한번 떠나 볼까하고 여행 사이트를 뒤진다.

s******4 2008.11.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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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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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을 사양한 적이 한번도 없으며, 한편 그 일을 제대로 해낸 적도 한번도 없었다. p23 거기에 내가 꿈꾸던 국경이 있었다. 국경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해를 향해, 석상이 될 때까지 외쳐 묻고 또 묻고 싶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떤 곳인가. p29 자기자신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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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을 사양한 적이 한번도 없으며, 한편 그 일을 제대로 해낸 적도 한번도 없었다. p23

거기에 내가 꿈꾸던 국경이 있었다. 국경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해를 향해, 석상이 될 때까지 외쳐 묻고 또 묻고 싶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떤 곳인가. p29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내게 되려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 p100

 

 

#01

두번째로 읽은 여행서.

그러니까 나는 여행서를 별로 즐겨 읽지 않는다.

그런데 김연수가 낸 여행서라니... 궁금할 수밖에.

 

그닥 많은 곳을 다닌 것도 아니고, 여행에서의 별별 특이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미고,

그렇다고 사진이 멋드러진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책이 좋다.

왜냐하면 김연수는 뼛속 깊은 곳에까지 글쟁이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고,

그의 글발은 '위트'를 무기로 삼는다.

그래서 그는 진지하지 않은 듯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지만

진지하고,

진지한 듯 차분히 이야기하지만

너스레를 떨고 있다.

 

나는 그런 김연수 스타일이 좋았다.

 

 

#02

김연수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연수 특유의 위트를 돋보이게 한다.

다만 김연수가 해방 전후의 문학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나는 수업 시간에 흘겨 들은 게 고작이어서

책을 읽는 데 힘들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김연수가 일본인 히피 할머니, 후사꼬를 만났을 때다(100페이지 전후).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여행할 권리>라고 한 것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를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김연수가 그랬듯, 후사꼬가 그랬듯, 아스트리드가 그랬듯.

 

#03

이상의 흔적을 찾는 챕터는 대학교 문학평론 시간으로 돌아간 듯했다.

음, 이상, 김수영, 김기림, 박태원 등 머리 도리도리 흔들면서 피하고만 싶었던 옛사람들의 소리.

지나고나서 아쉬운 것은 '김수영 문학론'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상'은 나도 참 좋아했는데,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천재거나 미친 사람이니까, 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이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04

소설을 쓰기 위해 중국 땅까지 간 김연수의 열의를 보며 반성했다.

나는 얼마만큼 글 쓰기 위해 노력했던가. 고작 인터넷 뒤적이기? 반성은 참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김연수가 여행 중에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했던 말

'사람의 본심을 믿어야 해'...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든 결국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니까.

 

 by pEPe+

 

s********4 2008.07.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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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속에 담겨있는 김연수의 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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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여행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 업무와 관련된(밥벌이와 관련된) 여행은 의무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여행이라고 말하지 않고 출장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행할 권리라면 순전히 개인적은 목적으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창비.2008년)에서 보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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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여행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 업무와 관련된(밥벌이와 관련된) 여행은 의무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여행이라고 말하지 않고 출장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행할 권리라면 순전히 개인적은 목적으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창비.2008년)에서 보면 내용에서 많은 부분이 그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여행에서 자신의 문학적인 소재를 얻고, 자신의 문학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여행을 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반어적인 의미로 ‘여행할 권리’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책 처음에 나오는 문장 “‘겨우 이것뿐인가‘ 라고 질문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여행할 권리’라고 한 그의 말은 이 책의 서문 역할을 한다. 즉 그는 기존의 일반적인 여행(낯선 곳에서 만나는 풍물과 사람, 음식, 문화, 언어를 만나는 여행)에 대해 ‘그것뿐인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그는 여행에 있어서 ‘그것’ 외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연수의 여행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연수는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간다. 우리가 보통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는 의미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의문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함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본능적인 의문을 풀기위한 것이다. 보통 남한 사람의 경우 아버지의 고향이라고 하면 반나절이면 다녀 올 수 있는 곳이다. 멀다고 한다면 북한일 것이다. 사실 북한은 지리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우리가 가 볼 수 없기에 심리적으로 아주 먼 곳이라 느낀다. 그런데 김연수 아버지의 고향은 지리적으로도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아주 먼 곳이었다. 그 먼 느낌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의 고향은 일본하고도 나고야하고도 타지미하고도 카사하라”. 또한 심리적으로 먼 느낌은 아버지의 말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났기에 그곳에 항상 가고 싶었지만 남들에게 그 이야기를 30년 동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일 간에는 심리적인 거리차가 있는 것이리라.


그 심리적인 거리차를 저자는 이 글이 담긴 장의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경 너무 도끼로 이마까라 상들의 나라로”. 저자는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에서도 항상 자신의 문학과 연결시킨다. 그는 아버지의 슬픈 삶에 빗대어 자신의 문학관을 내비친다. “왜 글을 쓰냐고 하면 바로 그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리얼리티는 이 현실에서 약간 비껴서 있는 셈이다.”


2006년8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그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한다. 즉 자신의 모국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금문교를 바라보면서 나는 문학이란 그들을 대신해 소리를 내어줌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문교가 있는 한 누군가는 이민자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을 드러낼 것이다.”


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스웨덴으로 입장을 가서 그곳에서 성장한 아스트리드 트롯찌를 만나서 그는 ‘민족 문학’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는 문학은 ‘민족’이나 ‘피’와 같은 생물학적인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문학은 민족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바로 이 장의 제목인 “내 피를 물만큼이나 묽게 만들지 않으면”이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부분은 작가 ‘이상’에 대한 글이다. 김연수는 이상이 사망하기 전까지 살았던 일본 도오꾜오로 향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이상에 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마치 이상의 전기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이상에 대해 엄청난 공부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공부의 결과가 김연수의 다른 책 <굳빠이. 이상>인 것 같다.


마지막 장은 김연수는 자신을 ‘매혹시키고 있는 세 개의 공간’을 말한다. ‘역’, ‘휴게소’, ‘공항’에 관련된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특히 공항은 그에게 가장 매혹적인 장소로 보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글은 앞부분은 유머러스하게 시작을 한다. 어떤 부분은 마치 빌 브라이슨의 글처럼 웃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책의 느낌은 무겁고 어둡다. 또 김연수가 천착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김연수가 다음에는 이런 책을 내겠구나’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집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의 구석구석에 그는 자신의 문학관을 내비치고 있다. 즉 그의 여행은 자신의 문학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문학을 완성하기 위해 공항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그는 중국어를 배우고, 미국에서는 영어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부하는 작가라는 말이 결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n 2008.06.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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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문학 얘기로 초여름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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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작년에 은희경 황석영 김연수 정이현 등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나와 버렸기 때문에 올해는 저들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던 중 김연수의 산문집이 나왔다. 여행산문집이라지만 여행 얘기 반, 문학 얘기 반이 알찬 알곡처럼 들어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의 여행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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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작년에 은희경 황석영 김연수 정이현 등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나와 버렸기 때문에 올해는 저들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던 중 김연수의 산문집이 나왔다. 여행산문집이라지만 여행 얘기 반, 문학 얘기 반이 알찬 알곡처럼 들어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의 여행 얘기가 더 흥미로웠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보는 세상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점점 뒷부분으로 갈수록 문학적인 얘기가 많아져서 여행기라기보다는 문학 사색이 더 맞을 것 같다. 물론 작가의 세계관이나 문학관 등을 소설이라는 1백퍼센트 창작이 아닌 좀 더 실제적인 얘기를 직접 엿볼 수 있어서 작가 김연수의 생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한 느낌이다. 그의 작품이 간혹 읽기 어렵고 한번 읽어선 뜻도 제대로 새길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이 산문집은 작가 김연수의 개인에 더 초점을 맞춰 그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여행이란 일단 국경을 넘어서는 것이다. 내가 속해있던 곳에서 나와 금을 넘어가는 것, 그래서 새로운 곳엘 간다는 뜻이다. 김연수는 여행을 하면서 겪은 그의 일상에 대한 얘기에서도 문학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아버지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그는 아버지의 리얼리티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자신의 리얼리티 사이의 이야기를 한다.

 

‘생은 다른 곳에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일단 그 ‘다른 곳’에 다녀오자, 잊었던 육체의 기억이 완전히 복원됐다. 아버지는 일본노래를 들었고 일본책을 읽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일본차를 마셨으며 우메보시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 갑자기 아버지가 도끼로 이마까라 상처럼 보인다면 그걸 환영할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의 육체는 더 이상 국경선 안쪽의 리얼리티를 인지할 수 없게 됐다. 아버지의 리얼리티와 나의 리얼리티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다른 리얼리티는 작가들의 서로 다른 인식의 지평으로 얘기를 발전시킨다. 작가의 세계관 속에는 그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의 지평이 고스란히 담기는데, 그 지평에는 인식의 지평도 있고, 현실의 지평도 있고 지리적 지평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김사량과 이광수 등의 얘기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라면 본질적으로 그 어떤 지평에도 속하지 않고 그 지평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경계에도 갇히지 않는 문학’, 이런 소설을 꿈꾸지 않겠는가 하고.

 

‘또오꾜오에서 이상이 과연 무엇에 실망했는지를 찾기 위해 헤매던 나는 또오꾜오 칸다구 진보쬬오 3초메 101의 4번지 앞까지 이르렀다. (...) 이상의 임종을 지켜본 김소운에 따르면 “진보초 뒷골목, 햇살이 들지 않는 좁은 이층 방”이다.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떨어대면서 온몸으로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그 어두운 방이란 바로 문학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 천당과 지옥의 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환상의 공간이 바로 내가 꿈꾸는 국경이다.’

 

향년 28세에 덧없이, 그것도 일본에서 둑어버린 이상을 찾아 일본으로 갔던 여행에서 작가가 느낀 점이다.    

 

역과 휴게소 그리고 공항은 언제라도 작가를 매혹시킬 세 개의 공간이라고 한다. 역마살로 인해 숱하게 다닌 곳들, 지금도 여전히 다니는 곳들, 그곳에서 작가처럼 ‘질문하고,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다.

g******i 2008.06.10. 신고 공감 1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