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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제국' 김홍기씨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읽었다. 나 어릴 적 옷에 대한 관심이 참 많았다. 여섯 형제들 속에 섞여 지내며 가난했기에 옷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길이 없었던 나는 누가 갖다 버린 마로니 인형을 주워다 옷을 만들어 입혔다.낡아서 버리게 된 덧버선을 가위로 오리고 실로 꿰매 마로니 인형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누추한 옷을 만들어 입히면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시절,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서 벼랑끝까지 내몰린 집안 사정 때문에 생활비를 거의 지원받지 못했던 언니와 나는 키로에 5000원 하던 웃도리 몇 벌을 동대문 시장에서 사서 함께 입었다. 아, 그 누추하던 옷에 빛나던 젊음이여! 왜 그 젊은 나이에 옷탐이 없었겠는가?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게는 옷에 절박했던 기억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그것이리라. 밥을 먹고 학교갈 차비를 얻어야 하는 구차한 일상에서 입성까지 감히 바라지도 못했던 현실이 옷에 대한 욕구 자체를 거세시켜 버렸던 것이리라. 그런데 사실 나는 옷을 좀 밝힌다. 아이쇼핑도 좋아하고,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에 내리면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다리 아픈줄 모르고 그저 행복하다. 스팽클이 달린 반짝이 옷도 좋아하고, 베레모와 쫄티, 때론 자루처럼 헐렁한 히피같은 옷도 좋아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즐겁고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마리 로랑생<코코 샤넬의 초상>1923 저자는 이 책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패션이란 옷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명한 하늘과 거리, 우리들의 생각, 삶의 방식 모든 곳에 있다."고 믿으며 평생을 살았던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샤넬, 미술관에 가다>로 붙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샤넬은 1920년 여성의 신체를 억압한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폐기하고 남성용 저지를 이용해 편안한 옷들로 대치하는 혁명을 일으킨다.---중략---미술로부터 패션의 영감을 훔쳐 낸 여인, 그녀는 기능주의 건축, 구성주의와 바우하우스 등 근대예술의 움직임을 읽어내 자신만의 패션에 녹여낸다.-본문 중- 그의 책에는 화가의 눈을 사로잡은 눈부신 여인들과 그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 시대 첨단의 패션이 어우러져 있다. 내겐 좀 생소한 직물의 물성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소개도 흥미로웠고, 빅토리아 시대 여인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사용된 머리 장식과 부채, 모자, 그리고 코르셋과 페티코트와 크리놀린 등 다양한 복식의 명칭과 변천사도 흥미로웠다. 오도레 도미에의 겨울 스케치 연작 중 첫 번째 드로잉인 <매력적인 숙녀, 쓸어버려야 할 것인가?>를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눈 오는 겨울, 파리 시내를 지나다가 크리놀린이라는 낙하선처럼 부풀려진 드레스 자락이 바닥에 딱 붙어버려 꼼짝달싹을 못하는 여인을 빗자루를 든 노파가 한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제임스 티소<리셉션-정치적 여인>1883-85 풍속화가인양 파리의 군상들을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 제임스 티소의 그림들은 그림 한장에 담을 수 있는 시대상과 사람들의 생활행태와 복식까지 보너스로 담겨 있어서 더욱 그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리셉션-정치적 여인>이다. 매력적이고 상품가치가 높은 여인이 이러한 무도회에서 한껏 치장하고 남편의 부와 덕을 대리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높은 지위와 경제력을 가진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일생을 외모를 가꾸고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진 미를 내면화하는데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내 눈을 잡아 끈 제임스 휘슬러의 <레이디 뮤즈의 초상>은 정말 오늘날 내어 놓아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 준다. 술집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천민 출신의 여인은 런던에서 가장 큰 양조장을 운영하던 준남작 집안의 아들과 결혼하여 단번에 영국 상류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그 이름, 레이디 뮤즈. *제임스 휘슬러<핑크와 회색의 조화-레이디 뮤즈의 초상>1881-82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한 젊고 아리따운 여인의 다소 건방져 보이면서도 차가운 눈빛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옷 속에 감춰진 사람들의 욕망과 시대적 흐름을 새롭게 느끼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다. 일단 눈이 즐겁고(아름다운 여인들과 더없이 화려한 의상들의 향연),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때론 애정어린, 때론 시니컬한 시선을 읽어내는 저자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몇 번이고 다시 책을 들춰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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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패션과 모델들이 미술작품 속에 있다 ?!
아담이 금단의 사과를 한 입 깨뭄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알게되고, 출산의 고통을 얻게 되고, 땀의 결과로 생명을 이어가게 되며, 그럼에도 유한한 생명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면서 깨문 한 입의 사과가 아담과 이브가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특혜를 잃게 만들었지만, 그 덕에 인류는 태어나고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와 함께 '노출의 수치감'으로 인해 성기위에 가려진 나뭇잎은 또한 최초의 의복이 되었고, 지금껏 우리 인류와 함께 하고 있다.
![]() ![]() ![]() ![]() 의복(옷)은 인간의 육체의 보호라는 원초적 기능에서 탈피해 나아가 의복을 착용한 주체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하나의 코드로 발전하여 자리잡고 있는데, 한 개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사람의 옷차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의복은 상대방의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하고, 성격을 짐작하게 하며,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복은 때때로 그보다 더욱 은밀한 것을 속삭이며,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깊은 마음속의 비밀을 의복을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인류에게 역사가 있듯이, 의복의 변천 과정 역시 역사를 갖는데, 여기 미술과 패션을 좋아하여 본업도 아닌 '미술을 통한 복식사의 재조명'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한 남자가 기존의 미술사에 복식사의 시각을 더해 이 두 분야의 서로의 옷을 벗겨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자 펴낸 한 권의 책이 있다. 다음 블로거 김홍기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가 그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투자수단으로서의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문외한인 내가 그것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어려움을 겪던 중에 '패션으로 들여다 본 미술작품' 이라는 시각에 흥미를 느꼈다. 작품의 이해방법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주로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을 주로 다룬 이 책은 앵그르와 휘슬러, 티소 등 70여 명의 유명화가의 작품 120여 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에 소개된 작품들 만으로도 유명 화가의 작품전을 보는 듯 했는데, 저자는 작품 속에 나타나는 복식의 작은 디테일이 그림 전체의 의미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카메라와 사진이 없던 옛날 당시의 패션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미술작품을 통해서 일텐데, 최고의 화가와 최고의 모델 그리고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의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현재의 의류화보를 버금가는 듯 했다.
![]() ![]() ![]() ![]() ![]() ![]()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나? 작품과 화가 그리고 모델, 그리고 모델이 입은 의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좌우측으로 패션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를 옆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전공을 하지도, 본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고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내공을 책에서 마음껏 발산한다. 작품이 표현된 당시의 흐름과 미술가에 대한 디테일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된 참고문헌만 국내외 단행본은 100여 편에 이르고, 논문도 20여 편에 달하니 이 책에 들인 저자의 공력과 복식사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그의 현란하고 자세한 설명은 미술작품과 그림속 패션을 한층 빛나게 했다. ![]() ![]() ![]() ![]() ![]() ![]()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미술작품에 있었는데, 손에 잡힐 듯한 의상들의 표현력과 모델들의 표정 그리고 포즈는 한참동안 넋을 놓게 만들었다. 클로드 모네의 [일본 여인-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에서는 손에 잡힐 듯 튀어나오는 듯한 기모노의 묘사나 금박을 뿌린 듯 빛을 발하는 듯한 표현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제임스 티소의 [옷 가게의 젊은 점원]은 마치 점포의 안에서 점원에게 말을 걸어야 할 만큼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검은색 새틴 소재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도발적인 포즈로 정면을 응시하는 콜렌 캠벨 부인의 모습(조반니 볼디니作)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매력적이고, 마치 헐리우드 배우같은 미모를 지닌 마리 루이즈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의 작품들은 시간을 잊은 채 시선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뿐인가? 금방이라도 바스락 거릴 듯한 벨벳의 감촉이 느껴지는 [세농부인의 초상]이나 모피의 풍성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검정의 배열- 아치볼드 캠벨 부인의 초상] 작품 속에 살아 숨쉬는 의복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녀들에게도 안겨있었다.
피부를 덮는 제 2의 피부라 불리는 의복은 그 단순한 기능을 넘어 의복을 입는 주체의 사회적 지위와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나아가 시대의 흐름과 사조를 반영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아름다워 지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단순히 유행을 넘어 시대성에 대한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사물이나 관념에 미치듯 몰두하고 있는 사람'을 들어 우리는 '매니아'라고 한다. 저자의 '미술을 통한 복식사의 재조명' 에 대한 매니아적 사랑은 전문가의 그것을 뛰어넘는 지식과 열정이 이렇듯 훌륭한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저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뿌듯함마저 느꼈다. 미술 또는 패션에 관여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지식과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책이다. 무더운 여름밤에 더위를 잊고 갤러리를 걸은 기분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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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의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는 것은 무척 좋아했지만 실제로 미술관에 간 기억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봐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으로 그림에 대해서라면 그다지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차라리 조각이 더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제껏 살면서 특별히 미술관이 가까이에 있다더나 하지도 않았었고, 주변의 어른들 중에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 가기를 즐기는 분도 없었으니 어린 시절의 나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변명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진 예술적인 지식이라거나 문화적 소양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예술 작품등을 접할 기회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그제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할 계기가 되었다.
.. 이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미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림은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장면을 자신이 가진 기교를 다해 그린 작품이다. 특별히 누드화를 그리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그림속의 등장인물들은 옷을 입고 있다. 이전에는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점이었는데, 이 점이 이 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림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시대에 자신의 신분에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 그것에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점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다. 책의 소제목중 하나처럼 '패션은 삶의 모든 곳에' 있는 것이고 그림속에는 당시의 '알파걸을 위한 패션'도 '기모노를 사랑한 파리'도, '여성 신체 잔혹사' 등 모든 것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 이제까지 몇 권의 미술책을 보아왔지만, 때때로 뛰어난 그림에 비해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부족한 내용이라고 느껴지는 책들도 많았는데, 이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주제에 맞는 많은 그림도 흥미롭고, 저자의 설명 또한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주는 글들이었다. 책의 주제가 미술속 패션에 관한 것이다 보니 상세한 부분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전체 그림보다는 그림의 부분들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점도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책속의 그림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책의 두께상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이해될 정도이다.
.. 나로서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매우 뛰어난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찰칵찰칵 사진만 찍으면 현재의 모습을 기억에 남길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수련을 거쳐서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캔버스라는 평면에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감촉이 느껴질만큼 보송보송해보이는 모피며, 매끄러워보이는 실크등의 그림도 좋았고, 모자, 구두, 악세사리 등 당시 사람들의 의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화가들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화가들마다 사람을 그리는 스타일도 무척 다르다는 것을 바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책 속의 풍부한 내용은 곁에 두고 몇 번이고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양하다. 앞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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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위한 미술 서적들이 꽤 많이 나와 있는 이 시점에도 아직 흥미로운 테마가 남아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의 부제인 ‘미술 속 패션 이야기’이다. 누가 보아도 혹할만한 대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상다리가 휘어질 만찬에 공연히 이반찬 저반찬 건드려본다. 이렇게 그림과 사진들만 이리저리 넘겨다 보는 날이 보름을 넘어선다. 그래도 아직… 저자의 해설 들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하며 나의 무지를 탓해봐야 그 준비가 어느 세월에 되겠는가. 저자는 패션이 업이었고, 분야를 정해 그림을 보러다닌 것만 5년이란다. 그저 감복하며 그 내공을 받아먹을 밖에.
휘슬러의 검은색부터 시작해볼까.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그림을 도판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검정이 검정을 잡아먹어 그림이 떡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휘슬러의 재능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검정의 배열 No.2 – 루이즈 허스 부인의 초상> p.139에서 무심한 듯한 표정에도 부인을 고혹적으로 만드는 앙상블, <검정의 조화-레이디 뮤즈의 초상> p.205 검은 이브닝 드레스와 흰 망토, 티아라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세심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 <검정의 배열 – 아치볼드 캠벨부인의 초상> p.221 마음속으로만 꿈꾸는 럭셔리 아이템 모피- 모두 오랜시간 내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오랜 세월을 거쳐온 그림들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이 번쩍 나는 아르마니 정장 차림의 남자 모델 p.181, 보어만을 스타덤에 올렸다는 사진 <코르셋>, 그밖에 설명 보조자료로 인용된 사진들도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다. 왓!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현대의 하이힐이라니.. 그저 감탄사와 함께 멍해 있는 나 – 역시 우리나라 대표 펄럭귀. 빈약한 지갑에 감사해야지. 이 책에서 알게 된 키워드 중 지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화가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속화가였다는 비제 르브룅이다. 책에는 흑백으로 나왔지만 어떻게 보아도 정말이지 아름답다. 자화상 많이 그릴만하다.
책표지가 유난히 얇긴했지만(why?) 저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 올리며 사족 한가지. p.72 짓꿎은 à 짓궂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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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에서 세세한 요소를 꺼내어 들춰보는 일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다. 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진이든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의미적 구성을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 깨닫는 것은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작품을 다시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하나의 작품에는 수많은 의미적 요소가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작품을 만들어 낸 작자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자신의 생각, 사상, 취향, 시각등이 녹아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성이 함축된 시대상과 은밀할 수 밖에 없는 욕망과 고발이 담기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서경식씨는 미술작품을 통해 인간의 폭력과 잔인성을 고발하고 설명한다. 동시에 그런 인간의 역사적 실체와 만행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말하자면 그는 작품속에서 시대의 폭력을 읽어내며 되살아날 수 있는 폭력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홍기씨는 작품속에서 복식의 모양, 즉 패션을 읽어낸다. 역사속의 패션을 읽어냄으로서 삶의 역사적 변천을 설명하고 현재의 삶을 투영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작품속 패션의 역사를 읽어내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패션 속에 들어있는 시대적 취향, 인간의 욕망, 말로 표현되지 않는 언어의 교류, 시대적 정치사회상 등을 읽어낸다. 그것은 시대적 사건과 정치적 흐름을 읽어내는 역사서와는 또다른 인간상의 역사서와도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대적으로 인간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표현은 옷을 통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렇게 하게 만들었던 그시대 사회의 정치사회 경제는 어떠했는지를 시간적 흐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서 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는 미술을 매개로 한 패션의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삶의 역사책이라는 생각을 자주 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모든 행위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얽혀있다. 누군가의 음악, 미술, 패션, 글, 행동등이 마냥 하나의 분야로만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음악속에는 미술적 영감이 작용했을 것이고, 패션에는 입는 사람의 사상과 사회성에 바탕을 둔 취향이 존재할 것이며, 글 속에서는 음악과 미술과 사회적 영감과 사상이 함축되어 있을 것이고, 행동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미적, 사회적 판단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것을 역으로 하나하나 뽑아내는 것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섬세한 면모를 돌이켜보는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인데 이 책이 조금 새롭고 흥미로웠던 느낌은 그래서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패션은 어떤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을까? 경기가 안좋으면 치마가 짧아진다는 식의 유행은 실제하는 경제사회상의 반영일까? 물론 시대마다의 패션에는 계급성과 자본이 많이 느껴지긴 하는데, 점점 자본의 영향력이 거품처럼 커지는 시대의 패션은 혹여 거품처럼 불거져버린 자본의 모습을 좀 더 많이 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언제나 편함과 단순함만을 추구하며 옷을 입는 나의 패션에는 어떤 현시대의 모습을 담고있는가 문득 돌아보게 된다. 흥미로우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