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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반가운 가을비가 내립니다 풍년 들길마다 밥그릇 넘치게 일렁이던 황금색 물결들이 시야에서 차츰 사라져갑니다
텅비어버린 빈 그릇처럼 휑함 마음들이 조금씩 허허로움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가까워진 걸 감지 하네요
겨울나기 준비가 살기 어렵다는 우리네 이맛살을 함숨으로 채워지는 걸 봅니다
더워서 힘겨웠던 여름날들이 좋았던건 고유가 시대에는 연료걱정 시름 덜어준 계절이였기 때문입니다
황금물결 들길이 비워질 때 마다 넉넉함으로만 채워질 기대감으로 수확의 계절을 기다렸었지요
가을비가 내려 조금 더 움추려 들때 마다 서민들의 시름골이 깊어질 겨울나기가 마음 아려옵니다
건너집 탱자나무 울타리안의 주인공이 겨울되면 떨어진 잎새 사이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등굽은 할머니모습, 아들내외의 무책임으로 손자까지 떠 맏게 된 탱자울타리가 있는 주인의 고달픈 겨우살이가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유난히 열매 농사가 풍작인 올해 그 집 울타리의 탱자도 풍작입니다
탐스러운 탱자의 향기로움과 참새들의 재잘거림으로 지나가는 길손들마져 발걸음을 멈추는 곳 그 집안의 주인공이 언제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 내리는 아침 대롱대롱 물기 머금은 탱자나무를 내려다 봅니다
가뭄에 시달려 생기 잃었던 나무들이 누렇게 잘 익은 탱자빛으로 가을비에 젖어 상큼함을 더해줍니다
가을비 한번에 속옷 한벌 껴입는다던 속담이 예외이길 오늘은 간절 합니다
갑자기 추워지면 탱자울타리의 주인공 모습이 삶에 겨워 쾡한 얼굴빛이 더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탱자나무
자식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리는 어버이처럼 귤나무 위해 밑동만 남기고 잘리는 탱자나무 있네
땅속 깊이 내린 뿌리 유충들로부터 귤나무보호하고 물과 영양분 공급하며 자신의 몸 받쳐 귤이 잘 자라길 기도하네
혹시 잘못될까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과수원 둘레 돌아가며 가시 세워 보초 서고 세찬 비바람도 막고 섰네
주렁주렁 잘 자란 귤 사랑받으며 팔려나가도 혼자된 탱자나무 걱정은 오직 하나
자식들 잘되기만 바라는 어버이처럼 하얀 꽃 짙은 향기로 피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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