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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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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옷차림,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길거리를 걷는 일은 즐겁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장애인을 거리에서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0%가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걷고 있는 사람들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우리의 삶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은 극히 드문 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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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옷차림,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길거리를 걷는 일은 즐겁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장애인을 거리에서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0%가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걷고 있는 사람들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우리의 삶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은 극히 드문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이 사회와 충분히 맞닿아있지 못한 탓이리라. 일례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아주 작은 문턱 앞에서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지라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에 비해서는 그 비율이 많이 줄었다곤 하나 여전히 몇몇 이들은 마치 감추어야 할 치부 마냥 가족들에 의해 은폐된 삶을 살기도 한다.

물론 우리보다 못한 나라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있는 많은 나라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속한 곳과는 전혀 다른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은 그 나라들이 부러워지곤 한다. 아마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위해 그 나라들의 국민들은 우리보다 많은 희생을 하였을 것이다. 시장에 기반한 경쟁이 사회의 주요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현 세태를 비추어볼 때 그들 나라가 지난 날 걸었던 길을 향하는 것은 힘들 것도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을 걱정해야 되고 수익을 고민하는 흐름 속에서 가뜩이나 빈약한 사회복지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정치적 결집력이 약하기에 여타 다른 분야보다도 큰 폭의 복지 축소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가 함께 어울리는 데에 장해물이 되지 않는 사회는 특정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확고히 자리잡는가에 앞서 실현되어야 할 지향점 중 하나이다.

 

본 책의 저자들은 해외의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들을 방문했다. 선진 사례를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실에 접목시킬 때 비로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저자들의 이러한 시도는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걸음마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지역에 장애인복지시설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많은 주민들이 나서서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시설들은 입지 조건이 비교적 좋았다. 일반 사회로부터 장애인들을 격리시키는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우리 사회의 시설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할까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환자 아닌 고객으로 대우 받는 점도 눈에 띠었다. 단순히 장애인의 몸을 돌보는 차원을 뛰어넘어 남은 인생 설계까지 책임지는 컨설팅 역할까지 병원이 해내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의 벨리콘 병원, 환자가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에 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독일 쿠어하우스 쾨니히 요양원 등을 우리 사회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른 나라라고 하여 무조건 긍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일본의 사례들은 적지 않은 부분이 우리와 흡사했다. 일본인들 역시 자신의 지역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우리나라의 장애 학생들이 그러하듯 일본의 오리타 군 역시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현재와 같은 교육기회를 제공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로쿠유, 메이유 취로센터의 경우 장애인의 실질적인 취업 실적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였고, 기술을 익혀 취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시설의 목표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평균 입소기간이 길었다. 장애인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대가 부족한 것은 아시아 사회의 취약점인 것일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장애인이 편해야 모두가 편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흔히들 복지국가라고 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을 떠올리곤 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은 점은 다소 의아스럽다. 하지만 각국의 사례들은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자본이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요즘, 그래도 인간을 제1 의 가치로 내세우는 것이 장애인복지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각 시설들은 실천하고 있었다. 고가의 가격,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우리나라에선 구매를 포기했던 보행치료기가 무려 4대나 있는 취리히 어린이 재활전문병원, 경비를 전적으로 국가에서 부담하기에 비용 부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독일 희엔리트 병원 등의 사례를 보며 나는 돈 때문에 사람이 소외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병원에서는 환자 치료만 잘 하면 되지, 왜 우리가 병원 재정을 걱정해야 되느냐? 는 라이문트 박사의 물음이 자꾸만 내 가슴에서 메아리 쳤다.   
이달의 사락 q*****2 2008.09.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