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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퀴리는 '부인의 이름이고 라듐이라는 원소를 발견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위인적인 여인이다' 정도였다. 어려서 읽게 되는 위인전이 그렇듯이 인간적인 면은 뒤로하고 영웅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교육용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점에서 이런 평전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위인으로 자리 매김하기 까지의 과정을 알려준다. 그 안에서 그들을 본받고싶어지고 인생에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역사상 마리 퀴리가 과학에 이바지한 공적은 실로 놀랍고 위대하다 할 만하다. 그녀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으로 이룬 놀라운 발견을 과연 인류가 건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그녀도 한 여성이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처럼 자랐고 공부했고, 사랑했다. 다르다싶은 것은 그녀의 열정이 아니었을까? 지적능력을 차치하고도 그녀의 꺼지지 않은 열정은 그녀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었을 거라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아쉬운 것은 비록 뒤늦게 그녀의 능력과 발견을 인정해준 과학계였지만 시대상 여성이 남성을 뒤로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두려움으로 철저히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못난 사람들 소리와 함께 같은 여성으로서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들었다. 소위 과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현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아집과 관습에 억매이다니 한심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과거는 늘 그랬다. 차별과 불평등, 그것을 넘어선 마리 퀴리의 초연한 자세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라듐으로 얻게 되는 막대한 부와 권력을 그녀는 과감히 포기했다. 어차피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평범치 않은 비범함이 그녀에게 깃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1,2차 대전 중에 그녀가 보여준 용기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나라면...나라면 해내지 못할 일들을 편견과 무지와 싸우며 당당히 한 몫을 해냈다. 그녀는 남편 피에르를 운명처럼 만난다. 하지만 그것도 운명일까? 운명에 정해져 있었던 것 처럼 그렇게 그와 이별을 하고 홀로 두 딸을 자랑스럽게 키워낸다. 큰 딸은 엄마처럼 과학도로써 부모의 뒤를 잇고 둘째 딸은 예술가로써 또한 부모를 자랑스럽게 해주었다. '학자 집안에 학자 난다'라는 속담이 새삼 그 의미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두 딸들이 어떻게 그릇되게 자랄 수 있을까? 콩 심은 곳에 콩이 나는 것인데. 방사능에 노출된 그녀는 떨리는 손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다 6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인류의 해가 지는 듯한 슬픔을 뒤늦게 느꼈다. 이 책에는 퀴리 가문과 인연이 있던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슈타인이 그렇고 간디와 루즈벨트의 등장도 의외였다. 한 시대에 이름을 남겼던 여러 사람이 하나의 연결 고리로 묶여진것 같았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한 가문의 길고 긴 역사는 다소 딱딱한 문체와 사실에 근거한 다큐멘터리 형식이라 읽는 재미가 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 퀴리와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 그리고 그녀의 업적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결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사람을 만난 흐뭇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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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 가문'은 퀴리라는 이름을 지녔던 이들-마리와 피에르 퀴리, 이렌과 프레데릭 졸리오-퀴리, 이브 퀴리, 그리고 그들과 같이 시대를 헤쳐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리 퀴리가 책 전체를 지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리 퀴리라는 인물이 이룬 과학적 업적이 훌륭해서도 있겠지만, 아마도 과학적 업적보다는 여리면서도 강했던 마리의 인간적인 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하고, 방사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며, 두 번의 노벨상을 받고, 결국은 연구 중 피폭된 방사능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위대한 과학자- 이것이 우리에게 알려진 마리 퀴리의 모습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딸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인간-여성으로서의 마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마리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자식 교육이나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1세대 퀴리부부와 그들의 연구,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당시 태동하던 핵물리학의 세계를 얼핏 볼 수 있다. 사실 20세기 초반 핵물리학이나 양자역학과 관련된 책은 대부분이 보어나 러더포드,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등등이 나오는 영국, 독일 등의 과학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프랑스가 주축이 된 이야기는 나름 꽤 신선했다(핵물리학에서 프랑스의 위치나 피에르 퀴리, 졸리오-퀴리가 이렇게 뛰어난 인물인지는 몰랐다).
2세대라 할 수 있는 이렌과 졸리오 퀴리, 이브의 이야기에서는 여전한 과학계에서의 여성의 차별받는 위치, 그리고 전쟁-2차대전과 이어지는 냉전-에서 과학자의 고민, 아니 평화를 바라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동정심을 가진 평범한 이들과 부조리한 사회가 부딪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가끔은 퀴리 가문 이외의 사람들이나 사건에 대한 작가의 평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만은 했다.)
'퀴리 가문'은 한 과학자 가문에 대한 평전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과 2차례의 잔인한 전쟁과 어리석었던 냉전이 지배했던 엄혹한 20세기 초중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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