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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는 사회, 이 세계, 인류 전체는 모두 알파벳 속에 있다…… 알파벳은 모든 것의 원천이다." ─ 빅토르 위고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부정하고 싶은 말이지만 오늘날 세계는 영어, 영어, 영어. 온통 영어의 천국이다. 사실상 세계 공용어가 영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인에게 영어는 필수 장비가 되어버렸고, 토익 토플 텝스 등 영어 자격증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자격증은 눈에 보이는 실력이고 곧 스펙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스펙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 스펙 가운데서 영어 자격증은 당연한 기본인 것이다.
그 기본 중의 기본인 영어와 단절의 벽을 높이높이 쌓고 살던 나 또한 요즘 젊은이 중 하나인지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 시련을 뛰어넘으면 영어로 된 재미있는 책들을 읽을 수 있어!'라는 다소 불순한 동기를 꾸역꾸역 부여하면서 말이다.
영어, 영어, 그 근간이 되는 알파벳! 이 꼬부랑 글자는 왜 우리들을 초·중·고·대학까지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인가. 도대체 알파벳이 뭐기에!
이번에 읽은 <알파벳의 신비>가 바로 알파벳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책이었다. 알파벳을 문자고고학적으로 접근해서 풍부한 이미지를 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표지부터 세련됐다. 400페이지라기에는 조금 두껍지만 가벼운 재질의 종이로 책 전체의 무게도 무겁지 않았다. 그라데이션 처리된 표지의 디자인 알파벳이 멋지다.
먼저 책을 펼칠 사람들은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 분야에 직접 관련이 있는 일을 하거나,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책을 펼친 순간 별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그 이름도 신기한 문자고고학! 새로운 분야를 접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①도망친다 ②매력에 사로잡힌다에서 나는 ②번을 선택했다. 도전하는 자만이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내가 그토록 가까이 하길 꺼리는 영어와 이 책의 소재인 알파벳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알파벳은 영어를 포함한 여러 서구언어의 근간이 되는 '글자'이다. 그 알파벳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장대한 내용이 이 책의 주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문자의 기원과 변화라는 주제로 알파벳의 기원과 다른 고대 문자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다음 2부에서는 사전적 형식을 취해 26개의 알파벳 각각의 역사와 변형과정을 자세히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문자고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입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책을 단단히 잡고 한 번 휘리릭 넘겨보자. 너무 빨리 지나갔다면 다시 아까보다는 천천히 팔랑팔랑 넘겨보자. 보인다. 와우! 이 책은 온갖 이상한 이미지로 꽉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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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유물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이다. 텍스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의 이미지가 읽는 내내 눈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아주아주 먼~ 옛날에는 저런 이상한 게 글자였단다. 인용한 고대 문자는 기존의 텍스트와 헷갈리지 않게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읽기에 단조롭지 않아 좋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건 생소한 분야에 대한 무지였다. 역사는 좋아하지만 고고학은 제대로 접하지 못했고, 하물며 문자고고학이라니! 서른 살 이내에 7개 국어를 마스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언어의 근간이 되는 문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니! 그러나 저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문자들의 기원과 그 변화를 설명해준다. 2부의 사전적 형식에서는 아예 알파벳 하나만 붙들고 주구장창 설명을 하니, 종반에 가서는 그 신기함에 탄복한다. 고작 알파벳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니. 무지는 즐거움으로 바뀌었고, 나도 '잃어버린 알파벳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영어 공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영어 공부를 하다 지겨워졌을 때! 꼬부랑 글씨의 존재가 저주스러울 때!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는 건 어떨까? 머리 아픈 것도 잠시, 재미있는 고대 문자 세계에서 꼬부랑 글씨의 손을 잡고 탭댄스를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