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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깊이를 표현한다면 어떤 것에 비할 수 있을까? 때로는 너무 하찮게 느껴지는 그 가벼움에 서러움을 금할 길이 없고, 때로 너무 무거운 무게에 질식할 것같은 사랑... 그렇게 가벼운 사랑을...또 그렇게 무거운 사랑을...과연 우리는 어떻게 느껴야 하는 것일까? 처음 "와인이 있는 침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무척 신선한 느낌이었다. 요즘 우리사회에 점점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 상징성이나 그에 대한 비유는 많이 있어왔다. 나는 이 글을 보고 작가가 얼마나 많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또 얼마나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 솜씨가 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작가는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글을 쓰는 능력보다 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리랜서 독신녀인 나, 다현은 유부남 세호와의 내연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좋지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 사촌오빠의 세번째 손가락에 빼앗긴 순결..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단상이 다현을 쫓아 다닌다. 때로 퇴폐적으로 타락하는 것을 추구하는 다현의 모습은 그것들의 파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던 다현은 우연히 잡지에 쓸 글을 위해 취재하게된 항공관제사 연우를 만나며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그는 와인 마니아였고, 다현을 만날때마다 와인을 함께 하곤했다. 그는 와인에 그들의 사랑을 비유하며 다현과 사랑을 이어가지만, 연우는 왠지 비밀이 많은 것같은 남자다. 다현은 와인 마니아인 그를 "와인"이라 애칭하며 자신도 점점 와인에 빠져들게 된다. 가볍거나 무겁거나, 또는 퇴폐적이거나 고급스럽거나...모든 사랑은 와인과 함께 향기를 지닌다. 가슴 아픈 과거의 사랑과 얽힌 가족사으로 힘들어하던 연우는 결국 잠적하지만 다현에게 보낸 편지로 하여금 돌아갈 것을 약속한다. 다현은 깊은 상처에도 사랑으로 기꺼이 그를 기다리기로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을 깊이 즐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와인에 대해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상류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 또한 와인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고, 워낙 고가의 와인이 많은지라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와인을 직접 초이스 하는 일은 없다. 와인의 종류는 너무나 많고,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잘 못 고르면 곤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보졸레누보, 쇼비뇽 블랑등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와인도 많아 조금은 친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 와인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와인이라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와인의 종류만큼 많은 색깔을 입은 사랑에 대한 글이 내 가슴 깊이 다가 온다. 와인을 한잔 하며 읽기에 아주 좋은 그런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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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운 여자다. 거리를 떠도는 갈색 시츄 유견을 보면서 어쩌면 정처없이 떠도는 내 인생의 자화상'같은 불안함으로 핸드백을 휘두르며 쫒아 버리지만 한쪽 눈이 충혈된 병든 모습으로 나의 잠자리까지 졸졸 따라오던 유기견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외로운 여자다. 나는 세호라는 유부남 엘리트 변호사 애인을 만나며 매일 이별을 생각하는 내성적인 소유자의 서른 여섯살의 잡지 기자이다. 그와의 섹스중,내 가슴 위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는 그의 체격에 눌린체 전화기를 타고 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젊은 제자와 눈이 맞아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의 쓸쓸한 뒷 모습과 슬픔을 가리려고 두텁게 화장을 해대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세호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나는 여러가지 직업'이라는 잡지 연재를 위해 항공관제사 연우와의 인터뷰를 한다. 나는 인터뷰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남자의 담배를 든 손가락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 사촌 오빠의 세번째 손가락으로 내 처녀성을 난도질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연우와의 시간이 조금씩 의미를 갖기 시작했고 이 남자와 만나면서 나와 인생의 주파수가 맞을 사람이란 예감이 든다.
그와의 만남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고 그와 처음 사랑을 나눈 침대 옆에도 와인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을 와인으로 하기로 했다. 향기로운 와인으로 내 외로움의 갈증을 목축여 주고 나를 사막의 메마른 골짜기의 와디로 만들어 주는 남자- 그의 품은 적당한 햇빛과 안개 ,습기와 향기를 갖고 있는 칠레의 풍요로운 포도밭이 된다 그와 만날수록 그는 점점 사람을 마비시키는 강한 도수의 와인으로 숙성되고 나는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작은 햇살에도 금방 녹아내릴 파마산 치즈가 된다. 이 사람을 사랑하면서, 삶이 노을지는 순간, 삶의 '생고 아 세트'시간에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와인과의 많지 않은 만남 속에 항상 여동생의 전화 벨이 울렸고 와인은 급하고 어두운 마음으로 내 곁을 떠나고 나는 와인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비노 베리타스 ,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라고 말하던 그는 보즐레 누보를 음미하며 첫눈을 맞이 하자고 하던 약속도 잊은체 나의 마음을 혼란 속으로 넣어버린다 혼자 첫눈 오는 거리를 걸으며 와인을 정리 하려고 마음 먹는다. 이 남자가 매력적이긴 하나 그를 통해 내면의 외로움이나 세속적인 욕망을 해소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 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며 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사랑할만한 존재가 아님을 여기며 현실적인 일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문득 문득 그를 향할 주체못할 그리움에 사로 잡힌다. 그러다 와인의 소포를 받는다.
영원한 불멸의 와인- ‘마데이라’이다 .
나는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한다 카브의 어둠,긴 터널에서 기다림을 가지며 익어가는 와인처럼- 포도송이 포도 껍질이 어둠 속에서 서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숙성되는 무거운 시간 앞에서 오래 숙성시켜야만 와인 특유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이 나듯 사랑의 모습도 기다림 속에서 금이 가지 않는 성숙되고 완전한 모습으로 굳혀 질 수 있으리라 침대 옆에서 와인을 두고 마시는 시간이 가장 아름답지만 햇볕이 사라진 카브 안에서 숙성되는 기다림의 시간동안 성숙 해져가는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임을 - <와인이 있는 침대 중>
비록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와인과 사랑이라는 소재로 잔잔하고도 파격적인 글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기지가 놀랍다 새로운 소재의 참신성과 작가의 오랫동안 연마해온 인내의 노련함이 금방 삭힌 와인의 맛이 아니라 긴 카브에서 오랫동안 견뎌낸 숙성된 와인의 맛이다. 긴 터널 속에서 숙성된 와인처럼 닦고 닦은 재능이 성숙한 감정의 와디와 결부되고 반짝 반짝 빛나는 영롱한 포도알이 되어 독자들로 하여 풍성한 와인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작가가 소유한 삶의 멋이 돋보인다 삶도 사랑도 숙성되는 알콜에 비유하여 찐한 예술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획일적이고 규칙화된 사회에서 벗어나 나만의 향기를 내어품는 야릇한 작가의 일상이 궁금하다 통속적이고 외설적일까 아니면 일상을 비웃으면서 나만의 일탈을 걸어가는 페미니즘일까 자신의 모습을 꽁꽁 숨겨두고 혼자 고뇌하며 일상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의 모습일까 요즘 뜨고 있는 와인의 대중화 속에서비록 관음적이고 상업적인 모습으로 비쳐질지 모르는 이 책에서 절대 외설스럽거나 경박한 냄새가 아니다 작가의 노련한 펜놀림이나 성숙된 감정은 숙성스럽다 못해 내 감정을 미묘한 카멜레온으로 변화시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병의 와인의 잔을 들이키며 카브속의 알콜들을 음미 해보며 성숙한 사랑과 삶의 모습을 그리워 했던가 내가 생각하는 작가도 한잔의 흔들림으로 글을 쓰고 자신의 감정과 펜을 종이 위에 펼쳐 놓았다고 했지않나 와인의 취기에 취해 내 감정을 정리 하기엔 너무 짦은 내 머릿속 능력이 속상하고 불멸의 마데이라를 꿈꿀 정렬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난 나의 취기를 대리 만족해본다 인생의 사랑은 와인처럼 인내와 고독이 필요하다 어쩌면 긴터널에서 숙성해서 은은한 맛을 내는 우리의 삶과 향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느끼는 이 향기나는 삶의 모습은 어떤 종류의 와인이 될까 와인을 마시며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의미가 없다고 했던가
작가는,와인은 감정의 술이라 했다 내 감정의 비밀을 열어주는 해독제와 같다 와인 코르코 마개를 딴다 코르코 마개를 따야 와인의 향을 음미하고 그 맛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와인 코르코 마개를 열면서 내 인생의 카브를 꿈꾸며 다가올 내 인생의 향기를 영롱하고 아름답게 숙성시킬 에너지를 축적하고 싶다. 작가의 상상처럼 갑자기 그리스로 가고싶다 로드리게스 음악을 들으며 코발트빛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않아 톡쏘는 맛의 우쪼를 마시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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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회상과 추리와 사색으로 되어있다. 밤의 카페에서 여자가 일 년 동안 만났던 한 남자를 추억하는 회상이 나온다. 진술보다 그때 그 상황을 현재형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은 마치 외국소설에서 보는 형식 같기도 하다. 남자의 실종으로 여자는 빈 침대에서 그 남자를 기다린다는 마지막 장면은 침대의 미학과 함께 고전적인 결말을 이룬다. 요즘 자극적인 소설에 대한 반항이라도 한 듯 작자는 고전적인 결말을 택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킨다. 쿨한 소설의 그 지겨운 방종에서 인간적인 보편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윤후명이 평하는 오랜 연마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와인입문서일 수도 있는데 그 예감은 시원하게 비켜간다. 남자와 여자관계가 통과의례로 비춰지며 우리들의 삶은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 반복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와인을 모티브로 하는 에세이나 만화 속에서 정말 우리들은 와인의 맛을 알고 마시는 것일까?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듯 이국적인 맛의 선호사상으로 와인을 흡수해 버린 것은 아닐까? 아파트에 다나에 그림을 그려놓고 침대의 남자를 기다리는 한 여자의 이면에는 와인과도 같은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가 섹스 앤 시티에서 열광했던 것은 비록 명품선호와 의상들, 전문직을 가진 골드미스의 선망은 아니었다. 한 남자를 찾아가는 모습의 긴 순례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인물들은 현대인의 정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지표를 보여준다. 불멸의 와인이란 대목은 그 와인이 실제로 존재하든 , 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불멸의 와인은 그래서 나를 설레게 한다. 이 소설의 아쉬움이 있다면 뒷부분의 스토리가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종이라는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작자의 의도인지, 이야기가 쏠린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의 소설읽기의 관점은 어디까지나 이전까지의 소설과 다른 독특한 개성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요즘 유행하는 칙릿과는 다른 보편적인 여자의 사랑에 대한 갈구와 희망을 노래하므로 빛이 난다. 침대 옆에 와인을 갖다놓으면 정말 기다리는 남자가 올까?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면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남은 양은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소설을 읽어야겠다. 붉은 빛의 표지 색상은 레드 와인 한 병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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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침대라는 책을 보자마자 사강의 '흐트러진 침대'가 생각났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사강의 유명한 말도 이 책의 첫 장에 나온다. 사강의 붉은 정열이 이 작가의 문장과 스토리에도 느낄 수 있었다.
독신녀의 삶이 명품과 쿨 한 하룻밤의 사랑이라고 외치는 저 수많은 된장녀들의 이야기들과 극명하게 구별되는 이 작가의 작가의식이 속이 시원할 정도로 마음에 둔다. 나는 솔직히 스타벅스의 비싼 커피 한잔도 마음 놓고 먹어본 일이 없다. 그 돈을 아껴 책 한 권을 사는 독자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나의 마음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는다. 한때 인터넷 소설이 판을 쳤지만 그 생명력은 너무나도 짧았다. 이제 된장녀의 이야기들은 종말을 고여야만 할 시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와인이 있는 침대는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순수하며, 그래도 고대로부터 내려온 불멸의 사랑에 대한 희망을 오래된 와인이라는 모티브에 적용시킨다. 와인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작가적인 발상이다. 이 소설의 문장은 쉽게 읽혀 내려가지만, 결코 쉽게 쓰여진 글은 아니다. 좋은 문장이란 읽기 쉽게 쓰여진다는 것을 터득한 연마가 느껴진다. 세상의 스터디셀러는 가독력이 필수조건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슬픈 카페의 노래, 감각의 미로 같은......
와인이 있는 침대는 와인으로 모티브를 시작했지만 '침대'의 미학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그래서 잘못하면 대중적인 냄새가 나는 '침대'라는 제목의 한계를 너무나도 미학적으로 넘어선다. 여자들은 동화속의 왕자를 꿈꾸는 유전자를 태고 때부터 갖고 있다. 그 불온한 바이러스를 영원히 추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세상의 소설은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관제사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겨울연가에 나오는 준상이와 비슷할 정도로 낭만적이고 순수하게 그려져 있다. 단지 손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다는 것이 틀릴 뿐....... 이 소설의 옥의 티라면 여동생과의 근친상관의 아픔이다. 그러나 이 옥의 티는 남자의 실종의 미스테리일 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비켜 지나갈 수 있다. 통속의 범위가 분명히 있는데 그 통속의 범위를 벗어나는 건, 역시 와인이라는 이 시대의 매력적인 키워드와 사색에 녹아있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규정이다. 나는 신의 물방울이 와인에 대한 경전인 줄 알았다. 이제 나는 책꽂이의 한 켠으로 신의 물방울을 정리한다. 그 빈 공간에 와인이 있는 침대를 꽂는다. 와인에 대한 시각을 문학적으로 올려준 이 소설을 연애에 몰두해 있는 나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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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침대는 와인의 맛을 알고 있는 사람이 쓴 것 같다. 와인이라는 술의 맛 이전에 와인이 태어나기까지 지하 저장고에서 숙성되는 과정을 견디어야 하는 속성을 모티브로 삼은 작가의 발상이 이채롭다. 작가지망생인 나는 와인이라는 모티브로 소설을 구사한 적은 있다. 그러나 스토리를 짜는데 실패했다. 김경원이라는 작가가 쓴 와인이라는 침대를 읽었을 때 그리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선이라면 굳이 내가 발상했던 소설을 내 손으로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작가나 예술가의 힘은 최초로 그것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면에서 나의 소설 모티브는 잃어버렸으나 안타깝지는 않다. 이 여성작가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소재를 삼아 재미있는 스토리를 아주 감각적인 문체로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침대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와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설이나 와인의 숙성과정. 보르도 언덕과 인비노 베리타스로 연결하는 감각은 마치 프랑스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와디'라는 묘사는 특이하고 문학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삼류소설 같이 쓰기 쉬운 그 오류의 범위를 벗어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감히 '침대'라는 명사로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다. 세컨드와인의 에피소드도 이 소설의 감각적인 비유다. 비유와 은유, 상징, 소설의 이론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써 내려가기란 얼마나 힘든 것인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소설 같이 보이지만, 결코 쓸 수 없는 소설이 바로 '와인이 있는 침대'이다. 와인은 돈 있으면 다 마실 수 있지만, 음미하면서 그 맛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잘 없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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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은 쾌락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다림에 의해 이루어진다.-사무엘존슨 우리가 사는 디지털시대의 이미지는 어떤것이 있을까? 초고속 인터넷, 웹 2.0, IPTV 등 참여와 개방성 그리고 스피드를 생명으로 여기는 이런 문화 트랜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런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진한 국물이 우러 나는 김치찌게가 떠오르는것은 왜일까? 정신없이 클릭되는 인터넷속의 수많은 정보들, 사랑 또한 쉽게 만나고 이별 또한 익숙해져버린 스피드시대. 숙성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와인처럼 우리의 삶과 사랑 또한 그런 기나긴 시간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까? 사랑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와인의 속성과 닮아있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들여다본다. 주인공 채다현. 34살의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서 가정이 있는 남자와 위험한 애정을 나누는 여성이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삶 자체를 방치하는 엄마. 가정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려 버린 아버지. 사촌오빠에게 학창시절 처녀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의 친구 은혜는 잡지사 편집장이면서 결혼생활속에서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나다 이혼을 하게되고... 책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한결같이 성적 쾌락과 만족만을 추구하는 현재 우리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잡지에 연재기사를 쓰게 되면서 취재 대상을 찾던 다현에게 항공관제사 연우와의 만남 이 이뤄지게되고 섹스이외엔 다른 것을 찾지않던 유부남 세호와의 관계는 끝나버린다. 와인 애호가인 연우와의 만남과 그때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와인과 함께 다현은 연우에게 매력을 갖게된다. 침대옆에 와인이 필수품이라는 것을 처음 가르쳐준 남자, 그래서 와인의 매력에 처음 빠지게 한 남자 연우. 하지만 그에게는 무슨 숨겨진 비밀 이 있는것처럼 느껴지고... 다현의 아버지는 폐암말기 선고를 받게되는데... 다양한 와인의 세계와 함께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사랑의 감정들, 그리고 가족사이의 문제들이 조금씩 밝혀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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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와인이란 술은 절제와 인내를 의미하는것 같기도 해요." 어린시절 사촌오빠에게서 받은 충격적인 상처가 어른이된 다현에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쾌락의 본질, 원나이스탠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의하는 남자들, 싸구려 와인같은 남자들, 불륜을 서슴지 않는 남자들.. 다현의 가슴속에는 이런 남자들의 그릇된 모습들이 가득차 있는 듯하다. 가장 가깝고 믿고 있었던 사촌오빠에 대한 분노와 아픔이 모든 남자들에 대한 분노로 자리해서 자신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오게된다. 와인처럼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조금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떤 비밀을 간직한것 같은 남자. 그녀가 그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녀와 비슷한 가족사와 아픔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로인해 다현은 인내와 절제를 배워가고 그동안 가슴속에 폭풍처럼 일었던 상처와 아픔을 딛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불멸의 와인 한병을 침대 곁에 놓아두듯이...
책속에는 참 많은 와인들이 등장한다. 샤토 네프 뒤 파프 폴지볼레03, 무통카테, 돔 페리뇽, 지르테토, 옐로우 테일.....등 정말 다양한 와인과 그 설명이 상황과 어울리게 적절히 드러난다. 내가 고작 알 수있는 와인이라면 매년 11월 출시된다는 보졸레 누보 정도일까? 와인이 가진 기다림의 미학과 우리시대 사랑에 요구되는 인내와 절제의 모습과 적절하게 어울려보인다. 너무 쉬운 사랑은 또 너무나 쉬운 이별을 부른다. 이혼율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숙성된 치즈와 와인, 우리의 김치가 그 만의 깊은 맛을 내고 사랑받듯이 사랑 또한 오랜 기다림으로 피어날때 더 깊은 맛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을 수록 가볍고 달콤한 맛보다는 깊고 얼큰한 맛을 찾고 원하게 된다. 우리 시대의 사랑도 깊고 얼큰한 그런 맛으로 다가 오기를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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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침대는 어쩐지 어울리는 듯하다.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도 표지와 비슷한 와인색 같은 인상을 준다.
트렌드를 반영한 소재의 선정에 관심을 두고 읽어서인지 와인이 어울리는 장소와 향을 의식하며 읽게 된다. 훤칠한 키와 고급차 그리고 평범치 않은 집안의 남자가 등장함에 와인에 대한 우아함은 한층 어울린다. 와인을 즐기는 독신남은 와인을 사랑하고 언제나 와인과 함께 사랑을 나눈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기며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치즈가 되고 여자는 남자에게 와인이라는 애칭을 부여한다. 와인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숙성된 와인을 매개체로 사랑 또한 그것처럼 믿고 기다리는 시간을 갖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책은 첫 장면부터 선정적인 대화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서른세 살의 독신녀로 프리랜서 기자다. 아버지는 대학교수로 제자와의 사랑으로 어머니와 그녀는 소외된다. 중학교 시절 사촌오빠와의 기억과 첫사랑과의 만나지 말았어야 할 재회, 그리고 유부남인 젊고 매력적인 변호사와의 관계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편집장이며 친구이기도 한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은혜는 잡지에 기고할 신종 유망 직업을 취재 하게 하고 주인공은 와인이라고 불리워 질 남자를 만난다. 둘은 만남을 가지게 되고 와인은 연락이 되지 않는 날이 많다. 여동생과의 아픈 사랑을 간직한 그는 그리스에서 소포를 보낸다. 모든 것을 잊고 이사를 하려던 날 받게 된 소포는 불멸의 와인이라고 불리는‘마데이라’이다. 그것을 계기로 그녀는 와인이 있는 침대에서 진정한 마음으로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와인의 오랜 시간의 발효와 숙성의 과정이 필요한 술이라는 점과 그의 사랑의 방식은 닮아 있다. 그래서 그와 사랑을 나눌 때면 항상 와인이 있다. 불멸의 와인 마데이라를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랑을 기다리며 끝을 맺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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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김영하, 김훈, 김중혁...(엇, 모두 김씨? ^^) 의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도저히 이런 글을 쓸 수 없으리란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작가의 글은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하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런 자신감을 팍팍 심어 준 소설, 와인이 있는 침대. *^^* 그런데 그거 아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첫 소설을 발표했을 때, 친구들이 말했단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이에 대한 무라키미의 반응. “그러나 그들은 쓰지 않았고 나는 썼다.” 그렇다~ 작가 김경원은 ‘와인이 있는 침대’를 썼고 나는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있다. --;;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꽤 여러 편의 소설을 쓴 분 같던데 내가 느끼기에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일기쓰기에서 조차 남발을 피한다는 ‘나는, 난, 내...’같은 말이 거슬리게 많다. 특히 대사들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서른세 살의 다현이 대학 시절 첫사랑의 연락을 받고 다시 만났을 때 첫사랑 왈) “세월이 흘러도 예쁜 건 여전하구나.” (오, 노우! 이런 대사를 날리는 남자는 뭐하는 사람일까. 알고 보니 다단계 회원 모집을 위해 만났던 것. 이런 에피소드, 2008년에도 먹히나? 너무 올드 해서 다시 참신해진 건가? 마흔 살의 내가 재밌게 봤던 톰과 제리를 요즘 애들이 재밌어 하듯 말이다.) (다현이 사랑에 빠질 남자와의 데이트에서, 그 남자 왈)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물어도 되나요?” “심각한 말인가요?” “오늘 밤 나랑 함께 있을래요? 당신은 그런 면에서 솔직할 것 같은데...” (이건 어느 시대 대화법일까? 와인과 음악과 무르익은 대사들로 로맨틱하게 이끌면 좋았으련만. 무르익은 대사, 물론 어렵다. 어려우니까 아무나 작가하는 거 아니다...)
서른 셋의 프리랜서 작가와 항공관제사 라는 그럴듯한 직업과 와인, 섹스, 고독... 소재는 세련됐는데 그것을 제련하고 세공하는 장인의 솜씨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문학을 순수냐 대중이냐로 나누는 것을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대중소설에 가깝다. 그렇다고 상큼하고 쿨한 칙 릿도 아니고... 소설은 사색의 장르가 아니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 슬프다, 고독하다, 인스턴트 사랑은 싫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단지 배경과 정황을 묘사하고 독자가 읽다보면 매직 아이(magic eye)처럼 슬픔, 고독, 진실...등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 와인이 있는 침대는 사색이 많다. 내가 뭘 몰라서 이렇게 신랄한 거 아닌가? 이쯤에서 중견작가 윤후명님의 글을 인용하며 꼬리를 내리련다. ‘오랜 연마가 한눈에 전해졌다. 잔잔히 이끌어가는 솜씨에 감탄했다...(중략)... 일상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삶의 날(刃)을 드러내는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격 있는 문학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