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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책 설명을 읽어봤다. 갑자기 화가 났다. 50점짜리 소설을 봤는데 100점이라고 우겨대는 해설을 읽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출판사 리뷰를 보니 가관이다. 이것만 보면 이건 이 세상의 걸작 중에 걸작이잖아. 대략 난감.
‘왕국 1’을 보고 느낀 것은 단 하나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세계적인 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 그동안 바나나는 몽환적이면서고 감수성 짙은 분위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걸로는 상을 못 받는다. 범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하면 확실히 포스가 떨어진다.
그래서 바나나가 선택한 것이 난데없는 문명 비판이 아닌가 싶다.
산에서 할머니와 살다가 내려온 소녀, 그녀가 아끼는 선인장. 지극히 ‘악’적인 현대인 몇 명 등장시키는데 그들이 선인장이 있는 집에 불내고, 더 많은 것을 보는 앞 못보는 점쟁이, 남녀간의 정신적인 교류. 또 문명 비판.
문장은 여전히 예쁜데 이런 도식적인 내용은 반갑지 않다.
더군다나 13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 한권! 세 권 모두 한꺼번에 보려고 챙겼는데 너무 했다. 세권으로 낼 필요 있었나? 다 합해도 ‘천 개의 찬란한 태양’보다 분량이 적다. 너무하다. 이렇게 사람을 돈 쓰게 해야 했니?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구? 설마 바나나가 이런 말 한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 실망할 거다…
근데 여기 보니까 이 책이 ‘요시모토 바나나 방한 기념 출간’이라는데? 이건 무슨 뜻이지?
2권 리뷰를 또 쓰겠지만, 이렇게 얄팍한 분량으로 3권 낸 건 정말 너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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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line 서점에서 책을 보지 않고, on-line 정보로만 책을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바나나 소설의 대부분을 읽었기에 최근작의 미진함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 책을 주문하여 받아 포장을 푸는 순간, 너무 황당했다. 이렇게 얇은 책 3권이라니...
2001년에 출판된 '암리타'와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암리파는 한 페이지에 24행 497쪽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왕국'은 한 페이지에 21행 3권 모두 합쳐 423쪽에 불과했다. 내용적으로 봐도, 1권으로 만들어도 하등 이상할 리 없는 것을 '암리타'보다 더 적은 분량을 3권으로 나누어 출판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출판사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면, 전문가들이 이런 책을 읽고 어떻게 3권으로 출판할 생각을 했는지.
이건 명백히 독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만약 시집이라면, 철학서적이라면 한 줄 읽고 생각을 깊이 해야 하니 얇아도 이해하겠지만, 이런 한번 읽고 다시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2권도 아니고, 3권으로 만들다니.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바나나의 전성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암리타'나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N.P''도마뱀','하드보일드 하드럭'까지 슬슬 지루하다가 '불륜과 남미'에서는 정말 돈이 아까웠다.
에쿠니 가오리와 마찬가지로 이름 때문에 사지는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정 '왕국'을 읽기를 원하는 분들은 지역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권한다. 한번 읽은 후, 다시 볼 일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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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많이 지쳤나 보다, 어른으로 사는 데 말이야…… .” 이 한 문장으로 그 동안의 모든 의문이 해결됐다. ‘아, 그런 거구나.’ 나 역시 어른으로 산다는 일에 많이 지쳤었나 보다. 힘든 이유를 몰라 더 지쳤었는데, 이제야 원인을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개운해진다. 내가 힘들 때마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찾게 되는 이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감당할 수 있는 힘도 갖게 해주고 긴장됐던 마음이 이완되게 해준다.
이 작품에 있는 문장을 인용해서 표현해보자면 “가시는 주위에 상처를 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탁하면 둥그렇게 끝을 구부려 주었다(73)”. 둥그렇게 가시의 끝을 구부린 선인장을 선물로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선인장은 좋은 친구이자 말벗이 된다. 경쟁 일색의 팍팍한 도시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바뀐 표지보다는 이전 표지가 훨씬 정겹다. 물론 바뀐 표지도 괜찮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의 분위기를 좀더 잘 살리는 건 이전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선인장이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나도 “안녕!”하고 기분 좋게 손을 흔든다. 이것은 나와 가에데를 둘러싼, 길고 이렇다 할 재미도 없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동화보다 유치하고, 우화라 하기에는 교훈이 없다. 어리석은 인간의 삶과, 약간 묘한 각도에서 바라본 이 세계. 결국은 좀 삐딱한 옛이야기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 속에 아주 사소하지만 좋은 것이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계가 신기하게도 가슴을 열어준다. 대개 하루하루는 그냥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가지만 그 안에 갖가지 연결 고리가 있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거미줄처럼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형태를 보여주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말라비틀어진 벌레도 있고, 언뜻 보기에 흉물스러운 것도 많다. 하지만 좀 더 큰 눈으로 보면, 모두가 둘도 없는 훌륭한 것이다(14).
이 책은 그 중 첫 번째 권이다. 현재 2권까지 읽었는데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선인장의 이름을 딴 ‘시즈쿠이시’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동화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고 정겹고 따뜻하다. 사소하지만 좋은 것들. 평범해보이지만 훌륭한 것들. 무심히 지나가지만 인연으로 연결된 사람들 간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따뜻한 음식처럼 영혼이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꽁꽁 얼어 경직됐던 몸과 마음이 긴장을 풀고 느슨해진다. 구름처럼, 저녁노을처럼, 어린애처럼 평화롭고 평화롭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모든 강박에서 자유로워져서 그 시간과 공간 자체를 오롯이 누리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책소개] 『왕국』1권 <안드로메다 하이츠>는 철이 나기 전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산속에서 살아온 주인공 시즈쿠이시가 산이 개발되어 도시로 내려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이 안 보이는 점술가 가에데와의 만남, 선인장과 교류하는 원예사 신이치로와의 불륜, 가에데의 동성 애인이자 후원자인 가타오카 씨와의 대립 등, 관계를 통해 인간을 이해해 가면서 소중히 여기던 것을 잃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위로로 희망을 배우기도 한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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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많이 들어보고 추천도 받아봤지만 그래서 기대를 했지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 삶의 의미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 정도? 단점이라면 책이 상당히 얇다. 끽해야 130페이지가 전부다 아무리 각각의 부재가 달렸다고는 하지만 물론 뒷 내용이 궁금해 참지 못하고 모두 사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각각의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한권 한권 읽을 수록 나 자신이 주인공 시즈쿠이시의 삶에 동화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참된 삶의 의미와 희망을 노래해주고 있다.
표지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인간이기에 아프고, 인간이기에 행복하다 확실히 맞는 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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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키친>이었다. 그 몽롱한 분위기가 좋아서, 그녀의 작품들을 대부분 읽어보게 되었다.
내 생각에 그녀의 소설들은 식물, 부엌, 남국, 영혼, 운명. 이정도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소설 역시 저 키워드중 식물, 영혼, 남국, 운명 정도의 키워드를 가진다. 그녀가 <몸은 모두 알고있다>에서 알로에를 통해 식물과 교감하는 듯한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선인장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산 속에서 차를 만들며 살던 주인공이 도시로 내려와 삭막한 회색빛 속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다. 아직 1권 밖에 못 읽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소설이 그랬듯, 역시 몽환적이다. 2권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다.
상당히 쉽게 읽힌 책이다. 페이지수가 쉽게 술술 잘 넘어갔다. 하지만, 그만큼 분량이 작았다. 왜 3권으로 분권을 했어야 했는지가 의문이다. 비록 일본에서는 시리즈물이라서 1부, 2부 이런식으로 나왔다지만.;; 1권에 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조만간 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2,3권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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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아르헨티나 할머니 한권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아주 짧은 단편이라서 조금은 아쉬움을 남겨준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마 내가 너무 짧은 단편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엔 왕국으로 요시모토 바나나를 다시 만났다. 그녀의 방한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었고 파스텔톤의 예쁜 표지에 선인장 그림, 왕국이라는 제목은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주인공 시즈쿠이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의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시즈쿠이시는 할아버지가 즐겨 재배한 선이장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왜 표지에 선인장이 나왔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약초를 가지고 차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는 차의 명인이었고, 시즈쿠이시는 할머니를 돕는 어시스턴트였다. 이후 산이 개발되면서 더이상 산에 살수 없게 되어 버렸고, 할머니는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섬으로 가는 길을, 시즈쿠이시는 독립해서 도시로 나와 사는 길을 택했다. 이후 가에데라는 점술가 밑에서 일하게 되고 그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즈쿠이시는 도시로의 발을 내 딛었지만 산골의 자연을 그리워 했다. 자연에서 멀어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게 되면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나마 자신과 함께 하는 선인장과 불륜관계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노바야시, 가에데가 있어서 조금은 힘겨움을 덜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에데와 시즈쿠이시의 사랑은 아니라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진 관계도 좋았다. 남자를 사랑하는 가에데지만 언젠가 시즈쿠이시와 사랑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만들었다. 항상 다른 것에, 알지못하던 것에 적응하는 데는 힘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적응기를 거치며 성숙해져 간다. 시즈쿠이시도 도시에 조금씩 적응하고, 조심스럽게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면서 이전보다 더욱 성숙해 졌던 것 같다.
이런 시즈쿠이시의 이야기와 함께 왕국에서는 자연의 파괴와 소중함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자연파괴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나도 자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푸르른 자연을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산에서 살다 어쩔 수 없이 도시로 나오게 된 시즈쿠이시가 자연을 그리워 하는 마음은 가끔은 문명화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왕국을 갖고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도시와의 경계선이 되는 그곳에 안착해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꿈꾸고 있다고.. 여러가지를 보여주었던 왕국,1권에 이어 2권 3권도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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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즐겨 재배한 선인장에서 따온 이름의 여자 "시즈쿠이시"는 책 도입부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부모님이 않계신 시즈쿠이시는 아빠 엄마가 없이 자랐다. 미인이라서 늘 인기 만점이었던 할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산에서 약초차를 만들어 할머니의 약초차의 효험을 구하는 아픈 사람들에게 약초차를 판매하는 생활을 하다가 산의 중턱까지 개발로 훼손되어 더 이상 약초로 차를 만들어 팔기가 여의치 않자 결국 산을 떠나 할머니와 떨어져 새로운 형태의 삶을 맞이하게 되고, 그 새로운 터전에서 시즈쿠이시는 점술가 가에데의 어시스트의 역할을 맡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맞게 된다.
[그렇게 가에데와 나는 이 세상의 X파일을 대충이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해결하고, 드높이 치솟은 봉우리 같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대해서는 그저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인생을 선택하고서 서로의 유대를 다져 가는 파트너이다. 우리 둘은 결혼도 섹스도 하지 않고, 다만 목숨을 건다는 각오만으로 이 세상의 비밀 속으로 들어간다.] 시즈쿠이시는 가에데와의 관계를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랑 가장 유사하다고 말한다.
시력이 약한 점술가 가에데는 시즈쿠이시와의 첫 만남에서 선인장 마녀인 할머니와 그 제자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시즈쿠이시에게 할머니는 가까이에 있으면 몸이 찌르르해지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하는 뱃속에서 힘이 용솟음치게 해주는 대상이다. 그 느낌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하는 말은 '자유'. 할머니는 몸은 말랐지만 두 볼은 윤기가 흘렀고, 자세도 무척 좋았으며, 늘 따스한 기운을 발산해서, 함께만 있어도 사람들은 안심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의 충실한 제자이자 가에데로부터 선택받은 어시스트인 시즈쿠이시에게선 뭔가 독특하면서 자연을 닮은 열린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 사랑스런 주인공이다.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들이 있었는데 가장 부각되는 능력은 선인장과의 각별한 관계라고 보여진다.
이 소설에서 선인장이란 키워드가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로 처음 접하게 된 김난주님의 문체 또한 매끄럽고 묘한 끌림이 있어서 더욱 <왕국>의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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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의 책들을 좋아하고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건 그녀의 동양적이고(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독특한 세계관이 좋아서였다.
NP도 그랬고,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도 그랬다.
화려하지 않은 간결하고 가벼운 문장과 흐름 사이에는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겨져 있었고.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되어야 하기에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왕국은 연작, 시리즈라는 요시모토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무엇하지만... 최근(5년전-_-)에 읽었던 하드보일드 하드럭에선 그녀의 역량이 이제 소진되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상업화에 물들어 버린것인가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너무나 부족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이름에 이끌려 판매량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왕국시리즈에선 요시모토가 드디어 틀을 깨고 일어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더욱 성장한 세계관을 볼 수 있다. 자신의 터전인 산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시즈쿠이시가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과 동떨어지게만 여겼던 현대사회 속에서 성장하듯이 말이다. 그녀 특유의 담백한 문체, 시즈쿠이시라는 소녀의 행보를 따라가는 여정과 그녀를 둘러싼 강한듯 약하고, 냉정한듯 섬세한 사람들.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왕국이라는 하나의 앙상블이 되어진다.
각박한 세상 속 자꾸만 메말라져 가는 감수성에, 인간애에, 이타심에 단비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눈으로 읽지 말고, 마음으로 느껴야만 할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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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키친> 을 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키친을 읽을 때 참 재밌게 읽었던지라 작가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 덕분에 이번에 나온 <왕국> 시리즈를 읽으려고 마음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 이상 되도록 작품은 다 읽어보고 싶은 욕심때문이랄까. 왕국 시리즈를 단번에 읽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1권 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중독성이 있는 책이라는 걸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책 한권이 굉장히 얇았다. 130 페이지 정도 될까? 들었을때 별로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고다니면서 틈날때마다 읽을때 이것보다 좋은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얇아서 금방읽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2시간 걸렸다. 대충 스쳐지나가는게 아닌 그 말에서 좋은 의미를 기억하고 되새겨보기 위해 읽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거 같다.
책을 읽기전까지는 책의 겉표지에 대한 인상에서 별 다른것을 느끼지 못했다. 선인장? 글쎄 뜻 깊은 의미는 두지 못한 채 책을 들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를 보니 선인장이 뜻하는 바를 조금은 알 듯도 했다. 읽기전에 본것과, 읽고 난 후의 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선인장에게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와 기분이 느껴진달까. 파란색 옅은 파스텔톤 색상에 선인장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가벼움, 편안함, 자연스러움을 느끼기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미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 읽었다면 하루빨리 읽어보길 권유해보고도 싶다. 역시 그녀만의 독특한 일기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나-선인장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 <왕국1> 여유로운 시간에 머리도 식힐 겸 읽어봄이 어떨지.
"가장 좋은 것을 찾도록 해라.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겸허해져라. 증오는 너의 몸 세포 하나하나 까지 상처를 입힐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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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하이츠에 살고 계신가요? 계절이 한층 예민해지고 있다. 창을 닫은 채 보내는 시간이 늘어간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점점 고맙게 느껴진다. 다른 계절보다 햇살이 유독 짧게 머물다가는 가을. 혹여 놓칠세라 자리를 옮겨가며 해바라기를 하는 것도 요즘 같은 때의 소일이다. 투명한 창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에 절로 노곤해진다. 몸도 마음도 한결 투명해지는 느낌이랄까. 읽는 내내 ‘무언가의 향기’같은 것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왕국1>처럼 말이다. 맑은 먹물 같은 향기(p.22)란 어떤 향기일까. 마른 햇살 같은 냄새(p.66)와 햇볕을 한껏 쬐고 물기를 한껏 품은 숲 속 나무 같은 냄새(p.83)는 또 어떤 느낌일까. 자연의 향. 스스로 발하는 고유의 향. 그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생기로움이다. <왕국1>에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다양한 향들이 등장한다. 무언가를 찬찬히, 지긋하게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여 마침내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럴 때 전해지는 온기가 책장 가득하다. 후각이 예민해지고 촉각이 곤두선다.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나쁜 종류의 자극이 아니다. 고요하지만 예리하게 온 몸의 세포를 깨어나게 하는 마법 같은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 유명한 <키친>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처음으로 만났던 책은 <아르헨티나 할머니>인데 어딘지 모르게 <왕국1>과 닮아있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 깜빡 졸고 일어나도 좋을 만큼의 안락함. 현실과 이상의 중간 즈음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든다. 세상에 찌들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들,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일시에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무얼까. 이런 좋은 느낌과는 달리 책에는 세상 사람들이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류의 사람 혹은 관계들이 등장한다(사실 이런저런 편견을 가지고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다).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지만 누군가의 완벽한 어시스턴트로 활약하는 시즈쿠이시, 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매력적인 독신의 젊은 초능력자(점쟁이) 가에데, 가에데의 동성 애인이자 후원자인 가타오카, 시즈쿠이시와 말하자면 불륜 관계인 노바야시 신이치로, 차(茶)를 매개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즈쿠이시의 할머니. 이런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모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놀랍도록 편안하고 진실하다. 어둠은 있는 그대로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낮 동안의 밝음과 부산함 속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 온 몸의 감각도 예민하게 깨어난다. 사물과 세상과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럴 때면 맡아지는 세상의 다단한 향기들.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한꺼번에 말을 걸어오는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는 사람들, 차(茶) 혹은 선인장과 같은 자연의 것들과 소통하는 사람들, 겉으로 냉정해 보여도 내면에는 맑고 깊은 샘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직업이 어떠하든, 그들의 관계가 어떠하든 ‘진심’과 ‘진실’로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이란 허울을 보기 좋게 허물어 버린다. 편견의 중심에 있을 법한 사람과 관계가 보여주는 편견 없는 세상. 그들이 함께 공들여 지어올린 세상, 그곳은 안드로메다 하이츠, 그곳이 바로 왕국이다. 시즈쿠이시는 가에데를 보고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친구를 겨우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친구, 처음 만난 동료. 세상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든든할 것이다. 빛이 되고 활력이 되는 존재. <왕국1>이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었다. 맑고 밝고 포근한 나만의 우주를 얻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