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못 봤지만, 영화 소개 프로에서 다루는 것은 봤다. 무슨 내용인지는 소개 프로를 봐도 모르겠더라. 그냥 뭔가 환상영화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화면들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이 책이 꽂혀 있는 걸 보고는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빌려왔다.
11살 젤리자 로즈는 아침이면 엄마 아빠의 마약 주사를 준비하고, 학교를 가는 대신 아빠가 도서관에서 훔쳐다 준 책을 읽고(이해도 못하면서.) 텔리비전을 보며, 머리 뿐인 바비인형 네개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과다. 그러다 어느날 엄마가 마약 과용으로 죽자, 아빠는 죽은 엄마를 침대에 그대로 둔 채 젤리자 로즈를 데리고 텍사스 시골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사를 하고도 아빠는 마약에 찌들어 멍하게 지내고, 젤리자 로즈는 머리뿐이 바비와 함께 집 주변을 탐사하며 혼자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아무리 봐도 암울한 이야기다. 그런데 젤리자는 즐겁게 지낸다. 하나도 즐겁지 않은 상황을 혼자만의 상상으로 채워가며 그럭저럭 일상을 알차게 꾸려가는 젤리자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일상이 얼마나 엉망인 상태인지, 얼마나 문제가 많은건지, 어른인 내 눈에는 이래저래 다 걱정인데 그걸 모르는 젤리자를 보고 있자니 옆에서 알뜰히 챙겨주고, 보살펴 주고 싶다.
환상의 세계와 스릴러, 그리고 순수문학 사이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젤리자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가, 비정상적인 주변 인물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실 때문에 불안했다가... 뭐 그런다. 한마디로 감정이입이 엄청 잘된다는 말이다.
약간은 열린 결말인 이 책은 다 읽고나면 정말이지 젤리자가 이제 그만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마지막엔 정상적인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던 것처럼.
어떻든 영화는 보게 될지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보겠지만, 굳이 찾아서 볼 만큼 보고 싶지는 않다. 젤리자가 만든 환상이 현실과 너무도 달라서 책으로 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듯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