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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죽는 자연의 순환을 담아낸 독특한 그림책
"나고 죽는 자연의 순환을 담아낸 독특한 그림책" 내용보기
11월 13일. 족제비로 보이는 동물이 죽었다. 새끼가 옆에서 울고 있다. 11월 14일. 홀로 남겨진 죽은 족제비 위로 비가 내리고, 파리 몇 마리가 나타났다. 11월 17일. 비 갰고, 여러 곤충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11월 25일. 더 많은 곤충들, 새와 쥐. 죽은 족제비는 꽤 해체된 상태. 12월  6일.  더 더 많은 곤충, 새, 쥐. 이들은 겨울 준비에 여념이 없고, 족제비는 알아보기
"나고 죽는 자연의 순환을 담아낸 독특한 그림책" 내용보기

11월 13일. 족제비로 보이는 동물이 죽었다. 새끼가 옆에서 울고 있다.

11월 14일. 홀로 남겨진 죽은 족제비 위로 비가 내리고, 파리 몇 마리가 나타났다.

11월 17일. 비 갰고, 여러 곤충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11월 25일. 더 많은 곤충들, 새와 쥐. 죽은 족제비는 꽤 해체된 상태.

12월  6일.  더 더 많은 곤충, 새, 쥐. 이들은 겨울 준비에 여념이 없고, 족제비는 알아보기

                힘들게 변해 있다.

1월 23일.   흰 눈 아래로 거의 뼈만 남은 족제비가 보이고 오소리인 듯한 동물이 족제비의

                 머리 부분을 입에 문다.

2월 26일.   덜 녹은 눈 사이로 드문드문 뼈와 털이 보이는 족제비. 곤충들이 다시 활동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3월 8일.    아주 성기게 보이는 뼈와 털 사이사이에서 꽃과 풀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곤충의

                움직임이 좀더 활발해 보인다.

4월 3일.    꽃, 풀, 곤충들이 화려한 봄을 수놓고 있다. 족제비는 흔적이 없다.

5월 12일.  만개한 꽃과 풀 사이 사이로 수많은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인다.

5월 19일.  다 큰 족제비 한 마리가 쥐를 잡아물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풀숲은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하다. 우거진 숲, 큰 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새끼 족제비에게로 어미가 

                먹이를 가져다준다.        

         

날짜를 제외하면 글자 한 자도 없는 책에 이런 구차한 설명을 붙여 보았다. 아이에게가 아니라 내가 내게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굳이 노장의 사상을 따르지 않는다 해도 나고 죽는 것, 누군가의 주검이 다른 생명에게는 자양분이 될 수 있으니 큰 자연의 틀에서 보면 슬플 일도, 특별히 즐거워할 일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살면서 그런 태도를 지니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슬프게도 보이고, 더러 끔찍하게도 보이는 이 책의 그림은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렇고, 동물의 주검을 해체해 가는 과정은 곤충이나 다른 짐승에게는 한바탕 파티나 마찬가지다. 사람을 제외한 동물들은 죽음에 대해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느끼게 해줄 수 있을 매우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얼마 전 출간된 <쨍아>라는 동시화집에서도 잠자리 한 마리가 죽자 개미들이 낱낱이 해체해 가는 상황을 화사하고 몽환적인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는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의 그림은 생태를 표방하는 만큼 사뭇 사실적이다.

 

 꽃을 좋아하나 그 밑에 묻힌 동물의 주검에서는 쉽게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의 자기본위적 시각을 은유적으로 꼬집으며, 아이들에게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독특한 책. 곤도 구미코의 생태놀이터 네 번째로 나왔다. 묵직한 주제를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특하게 다루는 이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p****1 2008.06.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