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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인가 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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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평민 지식인의 내면 세계를 탐구한 국내 최초의 본격 미시사"라고 한다. 라는 책을 번역한 백승종 선생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 출판사 리뷰가 과장이 좀 심한 것 같다. 저렇게 느낌표와 감탄사를 연발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얼마나 잘 쓰여진 역사책 혹은 전기라는 점에서는 딱히 토를 달기 어렵지만, 요새 이러한 시도 자체에 대해 나는 별로 매력을
"미시사인가 전기인가" 내용보기
이 책은 "한 평민 지식인의 내면 세계를 탐구한 국내 최초의 본격 미시사"라고 한다. <미시사와 거시사="">라는 책을 번역한 백승종 선생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 출판사 리뷰가 과장이 좀 심한 것 같다. 저렇게 느낌표와 감탄사를 연발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얼마나 잘 쓰여진 역사책 혹은 전기라는 점에서는 딱히 토를 달기 어렵지만, 요새 이러한 시도 자체에 대해 나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찬갑이라고, 남강 이승훈의 종증손이자 사학자 이기백의 아버지라고 한다. 이정도면 '평민'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가? 왜 백승종 선생은 미시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시사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3년동안이나 곰팡내나는 종이뭉치를 붙잡고 있어야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평민'과 '지식인'을 왜 병치시켜야 했는지도 해명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한 리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이 기존의 '전기'나 '평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 이찬갑이 아무리 '평범한' 식민지 지식인라고 해도 그는 읽고 쓸 줄 아는 계급의 평범한, 읽고 쓰는 자 중의 하나였을 텐데... 따라서 수많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이기백같은 걸출한 사학자의 아버지인데, 전기적 서술과 얼마나 갈라설 수 있는지는 궁금하다.본질적인 문제는 왜 이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인지. 혹은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이다. 제대로 된 아카이브 하나 구축되지 않은 나라에서 뭘 하자는 것인가. 우리는 왜 유럽의 물적, 제도적 기반에서 나온 새로운 문제의식을 어떤 맥락에서 수입하여 하는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썩어가는 문서더미 속에서 미시사적 접근이라는 자본을 쏟아부을 투기시장을 찾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모을 것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h******k 2002.1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