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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씨 안녕>, <요정 배급회사>, <마이국가>에 이어 네 번째 만나는 호시신이치의 플라보 시리즈이다. 30권이 넘는 플라보 시리즈가 나와있으니 겨우 발걸음을 뗀 정도이다. <지구씨 안녕> 을 처음 접하면서 독특함과 기발함의 매력에 다른 이야기 하나하나가 궁금해졌다. 작가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느낌이 있는데 예를 들어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하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고 호시 신이치의 이미지는 기괴하면서도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반전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책 띠지에 적혀 있는 이 글을 대표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유쾌한 웃음과 통렬한 풍속의 세계로 안내하는"이라는 말처럼 그의 글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함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위험하고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쇼트쇼트"라는 초단편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1000편이 넘는 쇼트쇼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수가 아닐 수 없다. 짧은 글이지만 다양한 소재로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반전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의미는 1000편이 넘는 쇼트쇼트를 쓰면서 1001편을 기념하는 책이 <도토리 민화관>이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던 <지구씨 안녕>에서는 우주와 다른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로 지금껏 읽은 플라보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었다. 작가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고 한다. 우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쓰기 시작했으니 그 소재나 상상력도 어려웠을 듯싶다. 그래서 새롭게 민화분위기의 작품을 시도한 책이기도 하다.
민화 분위기를 내기 위한 다양한 소재들을 볼 수 있었다. 가난의 신이나 영주의 딸이 변한 새, 하얀나비, 유령 등 민화에 나올만한 소재들이 있다. "대체 뭐야"라는 불평 한마디에 나타나 친절을 베푸는 남자 그 사람이 친절을 베푸는 이유는? 가난한 마을에 하얀 나비가 나타나면서 생긴 절의 비밀은? 유령이 나타나 피리를 불면 열매를 맺게 한다는 말과 그 피리를 들고 호기심 많은 임금님을 만난다면? 가난의 신이 나타나 비밀을 지켜라는 조건으로 그가 얻은 것과 비밀을 어겼을 때 생각하게 되는 점은? 너무 행운만 따른 인생에 불안을 느끼던 남자가 겪은 일은? 마술에 걸려 새로 변한 영주의 딸을 도와주고 아내로 삼은 남자는 행복했을까?
호시 신이치의 플라보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적는 것이 쉽지는 않다. 쇼트쇼트라는 형식 때문에 그 짧은 이야기 속 담겨있는 기발한 반전을 적게 된다면 글을 읽는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놀라고 재미를 느낀 부분이 그 반전에 관한 것들이라 어떻게 적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의 글은 어렵지 않고 쉬운 단어와 문체로 되어있으며 담담하고 무미건조한 듯한 문체가 글의 기괴한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독특한 반전과 기발한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플라보 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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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두 번째 만났다. 바로 스물네 번째 쇼트 쇼트 스토리의『도토리 민화관』이다. 모두 35편의 쇼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옛날 옛날에 아주 먼 아주 오랜 옛날에 ...가 살았는데 ...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옛날 이야기의 시리즈를 호시 신이치만의 독특한 문체로 엮은 쇼트 시리즈로 역시 호시 신이치의 작품이구나 싶을 정도로 짧은 글이지만 결말에 그만의 독특한 엉뚱함이 때론 맥 빠지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고 때론 어? 뭐야? 라는 결론으로 도저히 내 머리에선 결말지을 수 없는 독특한 결말로 그 글의 끝을 맺는다. 그만큼 호시 신이치의 글은 임펙트가 강해 한번 더 되짚어 생각해야 할 독특함이 있다. “대중이 없으면 천재도 존재할 수 없어. 천재가 늘어나면 대중은 소수파가 되지만, 바보인 것은 변함이 없어.” “빌어먹을. 빌어먹을이라니, 그 말은 급소를 찔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이지. 자기를 빌어먹을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거야.”의 ‘취중대화’에 나오는 이 대화들은 사회생활 갓 시작했을 때 동료들과 어쭙잖게 술 한잔 마시며 나누던 대화와 비슷해 갑자기 말장난 많이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역시 취중대화의 진수를 맛보는 듯 했다. 또한 ‘임금님’에서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평생을 산다는 것은 너무 재미없는 일이니 새로운 일을 찾아 보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딱히 목적지도 없이 길을 정처없이 걷다가 유령을 만나 곤란한 지경을 구해주고 무엇이든 즐겁게 해 주는 피리를 선물로 얻어 어느 성앞에 도착하여 그 성에 살고 있는 임금에게 공주와의 결혼을 청혼하고 임금에게 그 결혼을 위한 약조로 그 마을의 수입을 배 이상으로 늘려주어 청년의 재능을 높이 산 임금이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고 그 청년은 사위가 된다. 그러나 장인이 된 임금은 3일마다 주변 나라들과의 경계에 일정한 간격으로 돌을 놓고 윗 부분을 붉게 칠하러 가는 임금만의 할 일을 알게 되었고 선대의 임금은 보름달 밤에 날씨가 맑으면 탑 위에서 술을 뿌리며 달에게 절을 하여 홍수나 지진, 화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달의 의식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결국 자신도 피리부는 것부터 시작하여 이웃 나라의 경계를 돌며 색을 바르는 일과 보름달 의식을 죽을 때까지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야 백성들이 만족하고 또한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누군가의 덕분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호시 신이치의 이 글에 대한 결말은 또 나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이가 생겨 남자아이이면 죽기 전에 임종의 말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재미없으니 여기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할 것이며, 공주라면 적당한 때에 묘한 젊은이가 나타나 멋진 생활을 꿈꿀 것이라고 결말짓는데... 또 다시 허를 찌르는 여운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아쉬운 읽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이 저마다 다르겠구나 라는 결론을 갖는다.
역시 그는 전통적인 이야기도 새롭게 각색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토리텔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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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민화관’에 대해 글 쓰기에 앞서 ‘마이국가’와 중복되나 호시 신이치의 작품세계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상상력이 가득하고, SF 적인 요소가 강하며, 한마디로 기묘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한 개의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에는 인물의 감정이나 환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이름도 없이 그저 ‘N'씨 또는 ‘그 여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글속의 사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를 예상하며 글을 읽는데, 그의 글을 읽다보면 글의 결론에 실소를 머금거나 혹은 당황하게 된다. 즉 호시 신이치의 소설은 독자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주며 글을 읽은 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읽는 맛이 있으며 매우 매력 있다. 재미만이 아니다. 그의 글에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경우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이지만 글 전체를 보자면 오히려 작가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에 전부를 읽어 내기에는 부담스럽고 시간날 때마다 읽기에는 감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편소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호시 신이치의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SHORT SHORT 로 불린다고 하는데 원고지 30장 내외의 짧은 이야기로 읽기에 부담이 없다. 호시 신이치는 SHORT SHORT 소설을 일본에 정착한 이로 인정받으며 천개가 넘는 작품을 남겼다. 사망한지 10년 3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호시의 작품을 재평가하려는 작업도 한창이라 한다. 그의 작품 중 말 그대로 민화적 성격을 띄는 글로 구성된 책이 ‘도토리 민화관’이다. 우리 나라의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많은 우화나 민화처럼 ‘도토리 민화관’에도 권선징악이나 인간 개인의 사상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과 사회의 모습, 현 세계에 자연스럽게 이미 녹아있는 수많은 모순들 그리고 사람 사이의 소중함을 교훈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다. 나아가 ‘신기한 개’ 와 같이 부정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정작 그 자신들은 그것을 부정이라 느끼지 않는 정치인들의 비양심을 교묘히 비꼬거나, ‘절의 전설’ 에서와 같이 현재의 어떤 위대한 이가 진실로 위대함에서 시작된 것인지 어쩌면 절에 숨어든 산적처럼 그 상황이 그를 만든 것은 아닌지를 보여주는 글들이 있다.
약간은 어려운 결론을 주는 이야기도 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남기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그 어떠한 결론을 떠나서 매우 훌륭하다. 간결하며 유쾌하여 교훈도 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아끼지 않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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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어느 신선이 나타나... 노인은... 옛날 작은 왕국에..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께 즐겨들었음직한 옛날 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있다. 한편의 민화를 보는 듯, 친근하기도 하고 우리 일상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그런 달짝 지근하고 친근한 이야기들이 곰방대위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처럼 옛날 정취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시작은 여느 노인들의 그것처럼 미미 하지만 그 끝은 누구도 상상치 못할, 혹은 당황스럽기까지한 호시신이치 만의 매력 으로 가득하다. 만족할 만한 웃음과 반전, 그의 플라시보 시리즈만이 가진 특별함이 그 속에 있다. ![]()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교훈이 담겨있었다. 착하게 살자,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정직이 언젠가는 큰 복을 주고, 잘못에는 그 책임이 뒤따 르게 되어있다는...권선징악이 명백한 구조가 특징이다. 호시 신이치의 민화를 보는 듯한 이번 작품은 그런 면에서 그 이야기들과 어느정도 닮아 보인다. [신기한 개] 에서 "자수한 무리 속에 부정하고 부당한 돈을 갈취한 정치가는 한사람도 없군요" 라던 경찰관의 말속에 현실 사회를 꼬집는 눈이 들어있고, [지문 방정식]에 나오는 컴퓨터에 의지하는 비인간적인 삶이 표현되기도 한다. 민화를 보는듯 과거 정취에 사로잡히지만 그 이야기들 만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이 책의 내용들과 옛날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와의 유사성이 소재의 선택이라면, 그 차이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자유로운 기법과 상상, 호시 신이치 만의 독특한 결말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과 파격이 <도토리 민화관>에도 그대로 이어 진다. ![]()
이 책에서는 또 하나의 파격이 돋보인다. 그것은 [영원한 청춘]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다. 400~500자, 두 페이지도 채 안되는 극단적으로 짧은 쇼트쇼트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짧지만 강력한 메세지! 외모에 대한 집착과 젊음에 대한 무조건적 집착을 꼬집는다. 극단적으로 짧은 이야기이지만, 적절한 유머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절묘하게 담아내는 그만의 능력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도토리 민화관에 가보고 싶은데.... 정말로 도토리 민화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수아비 자리의 풀 한포기가 석엽으로 남아있고, 스님이 적어놓았다는 문제의 돌, 신비한 이야깃거리와 다양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도토리 민화관이 어딘가에 정말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인 [봄의 우화] 에서는 앞서 이야기 했듯 옛날 이야기속에 들어 있음직한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교훈, 여자는 누구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는 동물이다. 또 한 남자의 결혼 약속은 정치가의 공약과도 같다." 여성의 집착과 외모 에 대한 집념, 남자의 외모지상주의와 거짓된 약속, 정치인에 대한 우회적 비판! 이 한마디 말 속에 많은 교훈들이 담겨진다.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를 원하는 독자라면 호시신이치의 작품을 읽지 않길 바란다. 어떤 정형화된 틀 안에서 안정적인 재미와 교훈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만나지 않길 바란다. 다만, 평범함이 이제 지루하고, 특별하고 새로우며 혁신적인 작품을 원하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그 세계에 첫발을 내딛고 싶은 독자 라면 호시 신이치 라는 작가, 플라시보 시리즈, 쇼트 쇼트 라는 이름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거속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케 하는 그의 탁월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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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호시 신이치의 책과 만나게 됐다. 이번 편은 24번째 시리즈로 '도토리 민화관'이란 표제를 달고 나왔다. 처음 그의 책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10여권이 넘는 책을 읽었는데 어떨때는 처음의 기대감이 깨질때도 있었고 반대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주는 작품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편은 우리가 어렸을적 tv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들었던것처럼 일종의 민화를 주로 담고 있다. "옛날 옛적에~~"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 말이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아닌가 싶다.
쇼트쇼트 시리즈를 접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참 놀랍다. 매회 수십편의 쇼트쇼트를 묶어서 나오는 책이지만 가끔씩은 하나의 이야기에 관련된 것들을 내기도 한다. 이번편이 그에 해당한다. 도토리 민화관이라는 틀을 만들어놓고 그안에 담겨있는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도토리 민화관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수많은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 놓여져 있지 않을까? 그 속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그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토리 민화관은 그것들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보관소이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안내인의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은 조금은 실망이었는데 내 상상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이야기가 애매모호하게 끝난게 많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게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일지도 모르겠다. 전래동화처럼 끝맺음이 확실하지 않은게 일본 특유의 민화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번편은 색다른 느낌과 함께 석연치 않은 부분도 꽤 많았던 시리즈다. 하지만 국내에서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는 33권의 책으로 끝을 맺었다. 아직 갈길이 먼 것이다. 이제 고작 3분의 1을 달려온셈이다. 그의 작품을 모두 볼때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내려서는 곤란할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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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새로운 세계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어떤 글은 일상을 그저 끄적인 듯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각할 거리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또 다른 글은 충격적인 소재와 결말을 드러내면서도 막상 읽고 나면 '음.. 그렇군'하고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다. 어쩌면 그러한 것이 호시 신이치 만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쯤 생각해봤지만 그게 뭔지 몰라서 글로 옮기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가끔 그의 작품에서 비슷한 생각을 찾아내면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기쁜 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지구상에 또 있구나 하는 것이고, 서글픈 것은 내가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것을 이 사람은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작가를 선호한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것들, 정의 내리고 싶지만 명쾌한 말을 찾을 수 없어 그냥 묻어버린 생각을 정리하는 작가의 힘. 그런 것이 그의 작품에 가득하다. 도토리 민화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의 그런 능력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의 글은 단순한 세계를 복잡하게 꾸미기도 하고, 인간이 알 수 없는 내세와 전생에 대해서는 오히려 쉽게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사이의 간격에 우리의 '생각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과연 그 세계는 정말로 그러할까?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그런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의 생각의 폭을 양 옆으로 넓히는 것 뿐만 아니라 위 아래로 넓히고 있다.
그리고 내가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을 비롯한 몇몇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영혼을 속박하여 그 둘레 안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힘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인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 청년, 그 사람, 남자, 여자, 노인, 사람.. 이들은 행동반경은 그래서 자유롭다. 어떤 일을 벌일지, 어떤 생각을 지닌 인물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굳이 감정을 이입할 필요가 없다. 보여주는대로 보고 그대로 믿는다. 어설픈 감정이입을 통해 설득하려 하지도, 이해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이 맘에 든다. 마치 '나는 이런 사람, 그냥 보이는 것만 보면 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그것은 수 많은 독자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이리라. 너무도 객관적이기에 더욱 그들의 갈등과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저자의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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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의 일이였다...
흥분이랄까. 하지만 좋은 기분만은 아니야.
더 자려고 눈을 감고 침대에서 뒹굴어도 금새 눈이 떠진다.
귀찮은듯 몸을 일으켜 새워 샤워를 하고 설겆이를 해놓고 문득 현관문에 시선을 곷혔다.
나.. 지금 꿈꾸고 있는거 아니지?
갑자기 솓치는 소름.
이게 많약 꿈이라면 너무 생생한 꿈이라면..
.. ..
현관문을 열었다.
돌아다니는 파리와 벌레소리.
..
...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이세계의 느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동생이 곧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도 너무 생생했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이게 꿈이라고 믿지는 않게 되었다.
쇼트 쇼트 스토리의 대작 호시 신이치의 시리즈 중 한편인 도토리 민화관을 읽다 그런 착각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결코 슬프지도 웃기지도 않다. 다만 않쓰러움과 한탄 또는 답답함 그리고 가끔은 허무함이 전해져 올 뿐이다. 하지만, 가끔그의 스토리의 짜릿한 무언가를 느낀다.
이 책의 스토리들 중 한 스토리가 나의 뇌에선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 졌나보다. 심술맞은 성격의 남자가 파산위기에 놓이게 되자 있는 돈을 죄다 끌어모아 선술집에 가서 술을 퍼마셨다. 그러자 술집마담이 잘 맞히는 점쟁이가 있다며 소개시켜준다. 그는 믿지 않았지만, 투덜투덜 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속으로는 야속한 생각을 하면서.. ' 내가 행복해 진다고 하면 자살하고 내가 죽는다고 하면 죽을 기를 써서라도 살아야지.' 하지만 점쟁이는 그에게 좋은 미래가 있을것이라고 했고 그 남자는 자살을 했다.
병원에서 눈을 뜬 그 남자는 평범히 살다 친구에게 머리에서 떠오르는 음들을 불러주었더니 매우 마음에 든다며 그 음들을 곡으로 옮겼고 이내 그는 작곡사의 길로 들어가 매우 크게 성공하였다. 하지만 또 다시 그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된다. 세월은 벌써 몇십년이 흘렀다. 그는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 오랜 시간. 두달 후 다시 점쟁이를 찾아가보지만 그는 이다 두달전 죽었다는 소식을 그 점쟁이의 아들에게서 전해듣게 된다. 남자기 그 아들에게 사연을 얘기를 해주고 아들은'아버지에게 얘기해주고 싶지만 어쩔수 없네요'라며 바로 술 마시러 가자는 권유를 했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어쩔땐 모르고 넘어가는게 나을때가 있다' 는것 같다. 하지만 그런건 별로 기쁘지도 않고 속이 시원할리도 없다. 답답하지만 긍긍정정하면서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여전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하지만 어쩜 너무 냉정하고 않타까울 수 밖에 없는 결말이 가슴을 져려온다. 그의 스토리의 핵심을 곶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 또한 않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세계는 무한하다. 어딘가 잔인한면이 있으면서도 끌리게 된다. 어쩔땐 정말 마치, 최면술에 라도 걸린듯...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하지 못할만큼 착각에 빠져본 건 처음이다. 아니, 지금 블랙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혹시 꿈속에서 이러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라는 시시할듯 허무한 말은 않하겠다. 분명 난 현실에 있다. 오늘도 여느때 처럼 그저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
왠지 섬뜻하지만 새로운 경험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