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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체질을 물려 받았다, 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항상 몸의 어느 구석엔가 술기운이 남아 있는 채로 살았다. 한 삼 일 금주를 하고 빈속에 소주를 마셨더니 액체가 지나가는 몸속의 자리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래도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일 없었으니, 사십대 중반까지는 거의 매일 마실 수 있었으니 좋은 체질을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것은 새벽에 깨어나 마당을 쓰는 늙은 어머니들이다. 반면에 밀실에서 군인들을 증강시키고 군수물자와 무기들을 늘려 비축하는 회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들은 그 구실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그 증강의 본질은 더도 덜도 아닌 ‘전쟁’이다. 세상은 ‘적란운과 별똥별과 오솔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것과 뇌물과 회의’에 빠진 사람들로 나눌 수가 있다. 앞서의 사람들이 지구 자원을 사랑하는 착한 생태주의자들이라면, 뒤의 사람들은 지구 자원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려는 사람들이다. 뒤의 사람들 때문에 지구는 유례없는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문제는 뒤의 사람들이 자꾸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많은 자연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지구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는 큰일났다!“...』 (p.217)
장석주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 문학세계사 / 221쪽 / 2016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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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그 속에 어떤 책을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그러다가 책을 사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어디서 알게 되어 산 거지?' 생각을 해 봐도 모를 때가 많다. 특별히 메모를 해 두지 않으면 잊어 먹기 십상이다. 장석주의 이 책도 그런 과정을 거쳐 내게로 온 것이다. 어느 책에 어느 곳에 인연의 줄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걸 알면 읽기가 조금 더 조밀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 도시 생활을 스스로 청산하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유유자적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나이가 들면, 공직 생활을 은퇴하면, 그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게 아내의 희망사항이다. 텃밭도 일구며 소소한 농사도 지어보자고 한다. 그림이 괜찮아 보이긴 해도 시골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건 살아본 사람들이 모두 하는 말이다. 커피 내려 마시고, 책 읽고, 텃밭에서 오이랑 고추랑 따서 싱싱한 먹거리의 친환경적인 삶을 소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거다. 몸이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그저 얻어지는 게 없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고, 선험자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하긴 도심의 아파트라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몸이 배겨나겠는가. 게다가 책상물림, 소파물림의 몸둥아리가 쉽게 적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자체가 애당찮은 일인지도 모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망이 머리 속에 스멀거린다.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하얗게 핀 커피 꽃이 떠오르고, 마당 구석 닭장 속의 노란 달걀을 꺼낼 생각에 미리 설레고, 쫄래쫄래 나를 뒤따라 다니는 강아지들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나른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녀석들로 생각이 미침에야... ? 책을 읽으며 그런 소망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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