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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루트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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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아닌 책도 충분히 재밌다.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니까 재밌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는 어쩌면 재미일지도 모른다. 재미없는 것은 모두 사라져가고 과거의 유산이 되어 땅을 뒤집고 바다 속 깊이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충분히 재미가 보장되는 행위고 독서 또한 불멸의 재미를 지니고 있다. 예술에 관한 책? 말해서 뭘 하겠나. 적어도 세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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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아닌 책도 충분히 재밌다.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니까 재밌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는 어쩌면 재미일지도 모른다. 재미없는 것은 모두 사라져가고 과거의 유산이 되어 땅을 뒤집고 바다 속 깊이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충분히 재미가 보장되는 행위고 독서 또한 불멸의 재미를 지니고 있다. 예술에 관한 책? 말해서 뭘 하겠나. 적어도 세 배다.

 

책이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내용은 간단하다.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려요'를 보는 것 같다. 대충 쓱쓱 설명해버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참 쉽죠?"

 

이런. 그건 당신들이 대단해서 그런거라고. 요즘 무협은 10갑자도 우습고 천년 내공도 심심하면 나오는데, 이 1갑자의 플루트 심공을 연마하신 드보스트씨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내공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당신이 적을 때려죽일 때 공력이 딸린다면 그건 내공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아서죠. 언제나 내공의 3/4만을 사용하세요. 모든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호, 통제라. 중요한건 효율이다. 플루티스트가 굳이 심해잠수부의 폐활량을 지닐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고래의 숨을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올바르게 숨을 쉰다면 금붕어의 숨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플루트는 간단하다. 이 책은 설명서다. 플루트의 설명서. 물론 다른 제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오픈 식과 클로즈 식이 다를 수도 있으며 오픈 홀일 수도 있고 클로즈 일 수도 있다. 당신에게 브리치알트 키가 있건 없건 상관 없다.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플루티스트 당신, 본인이다.

 

과학은 악기를 분석하려 하지만 예술은 악기를 새로운 영역으로 올려놓는다. 누군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진동을 완벽하게 패턴화해서 전자 바이올린을 만들었다고 치자. 장담하건데 그건 원형보다 못하다. 나무를 벗어나버린 악기는 음악으로 스스로를 단련하여 풍부하고 깊어진다. 한낱 금속의 진동수와 전도율 따위는 중요한게 아니다. 플루트의 음은 악기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사람에서 나온다.

 

간단하게 자신을 믿고. 그리고 즐겁게! 플루트를 연주하자. 드보스트씨도 이렇게 말했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고통은 사절이다.'

 

내 몸 망쳐가면서까지 플루트를 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안 망치고도 즐겁게 연주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망쳐야 하는가? 전통과 올바름? 놀고 있네. 나만 편하면 장땡이다! 엠부셔 위치가 비틀렸다고? 내가 편한데 어때! 운지법이 정통과 다르다고? 내 손가락 편하고 소리만 같으면 됐지 이 사람아! 굳이 플루트를 불지 않더라도, 음악에 관심이 크게 없더라도 이 책은 깊은 교훈을 준다. 결국 세상은 내 몸 편하고, 재밌자고 사는 거다. '전통은 성공한 혁명'이라고 하지 않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플루트는 우리가 겁먹은 것 보다 간단하다. 입으로 바람을 불면 소리가 나고, 손가락을 놀리면 음이 바뀐다. 그리고 음이 바뀌는걸 잘 조합하면 그게 음악이다.

n*********t 2009.11.0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