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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상어]의 오사와 아리마사가 일본추리작가협회 이사장으로서 정말 멋진 서문을 썼다.
...미스테리는, 그것이 쓰여진 시대와 불가분이면서도, 뛰어난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과거를 무대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그 수수께끼의 매력은, 독자에게는 리얼타임 (실시간)의 것이기 떄문이다....
프로작가를 회원으로 하는, 일본추리작가협회는 매년 출판된 단편추리소설중에서 10여편을 뽑아 [ザ・ベストミステリー ]라는 앤솔로지를 발간하는데, 이 스페셜 드랜드 미스테리는 추리소설가들이 한명씩 70~90년도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아 해설까지 쓰는 시리즈이다.
1편은, 히가시노 게이고, 2편은 미야베 미유키, 3편은 온다 리쿠,
이번편에는, 의외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택했다는 것이 조금은 안어울리는 (그점을 그 스스로도 인정한), 그러나 멋진 작품 8편이 들어있다.
1. 마쓰모토 세이초 松本清張 - 신개지의 사건 新開地の事件
히가시노 게이고는 고등학교에 가서야 추리소설을 읽기시작했다고, 그때 누나 둘 (하나는 소학교선생, 하나는 스튜어디스..라 이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도 작품을 썼다)이 잘 읽던 소설이 마쓰모토 세이초라고.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였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꽤 평범한 것을, 논픽션 또한 썼던 작가였던지라 꽤 사회분석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슈를 제기하다가, 화자와 시점을 바꾸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꽤 임팩트있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역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전후 토지개혁 이전부터 시작한다. 나가노(長野)집안은 원래는 소작농이었다. 하지만, 나오지 (直治)는 토지개혁으로 땅을 얻고 또 규제대상인 쌀을 암시장에 팔아가며 부를 축적해 결국 꽤 많은 땅을 소유한 부농이되었다. 산골출신인 아내 히사 (ヒサ)는 몸도 튼실해 농사를 직접 지었다. 투자에 손실을 본 나오지는 땅의 3분의 2을 잃는 불행을 겪었지만, 신주쿠에서 전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이 마을의 땅은 점차 샐러리맨의 베드타운이 되고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며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차, 도쿄에서 꽤 유명한 양과자점의 먼 친척인, 타다오 (忠人)가 큐수에서 올라와 이 집에 하숙을 하고 양과자점에서 기술을 쌓다가 이들 부부 마음에 들어 데릴사위가 되었다. 나오지가 중풍으로 쓰러져 사망하고, 또 어느날 히사 또한 살해당하는데...
도시와 시골의 양상과, 범죄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다가 벌어지는 사건. 이 사건은 조서를 읽다가 뭔가 납득이 되지않는 부분을 물고 늘어진 검사에 의해 진실이 드러난다. 그닥 사건의 내용은 재미있지도 않고, 우리나라 사정으로선 번역이 될 것 같지도 않지만, 이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둘러싸고 부동산업자가 손님을 데리고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엔딩에 세월이 흐른뒤 또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짓는데, 작가의 글솜씨가 정말 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츠츠이 야스타카 筒井康隆 - 모자상 母子像, 1975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근데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화자인 '나'는 역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학자가 되었고, 학내소요로 인해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오모테산도에 있는 큰 집에서 저술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집은, 주위의 리노베이션을 따라하지않아 정원의 높은 나무로 인해 어둡다. 아내를 아가를 낳은지 얼마 되지않았고, 나는 어느날 집에 가다가 완구점에서 북치는 원숭이 인형을 사간다. 인형을 쭉 나열해놓은 중에 단하나 '알비노'같은 하얀 인형을...
어느날 아기를 들어올리는데 무언가 잡아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끝엔 원숭이 인형이 있었다. 아기의 손이 사라지는 환상을 보았던 그는, 어느날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아기가 사라져있음을 발견한다. 단순한 외출이라 생각했지만,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원숭이인형이 원인이라 생각한 그는 한손에 원숭이를 쥐고, 다른 차원에 있는 아내의 발을 끌어당기는데...
읽는 중간에, 남편의 신경이 뭔가 예사롭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부분에서, 그리고 맨마지막에까지. 단 하나의 하얀 원숭이 인형을 선택하는 것이나. 그러기에, 어쩜 이는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반은 망각, 반은 환상에 이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원숭이 인형이 진열된 상점의 바깥에서 원숭이 인형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면, 그 인형에 정말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것이 아니면...
여하간, 동급생의 추천이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 뛰어난 작품이었다,
3. 아카가와 지로 赤川次郎 - 쌍둥이의 집 双子の家
아카가와 지로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와 맥락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보다 대중적인 추리소설. 이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카가와 지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추리소설을 선택하고 또 그로 인해 다른 추리소설로 넓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이미 그의 유령시리즈 2탄 [유령수호대 (릴렉스~ (유령시리즈 #2))]에 올라있다. 40대의 경시청 경부 우노가 20대 여대생 유코와 함께, 기이한 쌍둥이의 저택에 초대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것. 엘러리 퀸의 트릭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꽤 흥미로운 소재이다.
4. 쿠사카 케이스케 日下圭介 - 비색 (심홍색)의 기억 緋色の記憶, 1985
이미 은퇴한 경찰 후지무라 세이사쿠에게 과거 아버지 타카미자와 타타오의 자살사건의 진실을 알고싶어하는 딸 아사미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고인은 자신의 저택 2층 서재에서 문과 창문을 모두 잠그고 그 안에서 공장의 재료을 음독하고 사망했다. 이후 새어머니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8살이던 아사미는 20대의 예쁜 처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의 관계자들이 하나씩 등장하며, 앞에 아사미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사미의 말은 없으나, 상대방의 말에 따라 조금씩 형상화되는데...
이런 비슷한 작품은 이 이후에도 있었다....만, 역시나 꽤 멋진 구성에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사건의 진실이 어떤지는 대강 짐작이 가지만, 눈내리는 산장의 살인이나 폭풍부는 무인도의 살인사건 만큼이나 가끔씩은 읽어보고 싶은 포맷.
5. 교코쿠 나츠히코 高橋克彦 - 호쿠사이의 죄 北斎の罪, 1994
'나'는 미술잡지 기자로, 동창이자 국회의원 비서인 츠루마키가 미술대학 교수인 하시모토에게 맡긴 호쿠사이가 그린, 망가가 담긴 화첩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상납을 받은 듯한, 공공연히 감정을 받을 수 없기에 교수에게 맡긴 것. 이틀동안 진위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서 교수와 15번째까지의 출판물에 대한 추리를 시작하고..
역사미스테리이다. 아마도 작품리스트를 보니, 호쿠사이의 전문가정도 되는듯. 여하간, 에도가와 란포 상 예선에서 통과할때 바로 이름이 옆에 나란히 있었다는 이유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는 친근감을 느껴 (ㅎㅎㅎ), 그의 작품들을 눈여겨본듯. 추리소설을 쓰다, 역사소설을 쓰고, 드라마 원작도 쓰다가, 호러소설을 쓰며, 각종 상을 휩쓰는 교코쿠 나츠히코를.
6. 렌조 미키히코 連城三紀彦 - 나를 찾아줘 ぼくを見つけて
경시청 통신지령본부에서 일하는 야스키 토시에는 퇴근직전 전화를 받는다. 이번에는 이전에도 그런것처럼 묘하게 싫은 느낌이 들면서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한것은 초등생 정도의 아이. 자신이 이시쿠로 켄이치, 9살이라며 유괴되었다고 도와달라고. 자신의 대강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말하곤 끝어버렸다. 형사가 파견되고, 종합병원 외과부장인 이시쿠로의 집에선 7살의 켄이치 (硏市)가 있는데... 실상 9년전 한자가 다른 켄이치 (建一)가 유괴되었고, 4일뒤 범인은 아이와 같이 차에서 가솔린방화로 자살한채 발견되었다. 부부는 영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형사들은 장난전화치곤 너무나 애절한 아이의 목소리에 당황해한다. 이윽고, 부부는 자기들만 있게 되자 엄청난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경시청에 계속 걸려오는 "유괴된 자신을 찾아달라"는 전화.
단편집 [顔のない肖像画(1993)]에 수록된 작품.
오오오, 완전 재미있었다.
7. 코스기 켄지 小杉健治 - 수화법정 手話法廷
역사소설도 쓰고, 법정물로 유명한 작가. 작품중에는 스토리가 좋아서 좋아지는 작품도 있지만, 등장인물의 매력 덕분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법정물로 유명하니 법관계자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있던데, 이건 변호사 미즈키 쿠니오. 신바시역에 사무실을 연, 이마가 넓고 눈이 가늘고 길어 지적으로 보이는 그런 인물인데, 첫등장부터 꽤 마음에 든다. 원래는 소개가 아닌 그냥 찾아오는 의뢰인은 안받지만, 눈과 귀가 부자유(장애라는 말보다는 부자유란 말, 정말 마음에 든다)인 청년타카시마 하츠오의 방문을 받고, 그가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앉는다든가, 차림새가 아닌 행동거지를 보고 찬찬히 듣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음 약속상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독촉하지않는다던가... 꽤 멋진 인물이다. 26살의 다카시마는 어릴적 중이염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필담을 할 수 있다. 그는 선반및 용접공으로 2년전 장애시설 볼런티어를 하던 유가와 마사루의 적극적인 소개로 야마테공업사에 취직했다. 유가와의 도움으로 따돌림도 안받고, 일도 잘하며 행복했지만 작년 9월 크레인사고로 그를 도우려던 유가와가 다쳐 하반신불구가 되었다. 그를 멀리하여 괴롭던중 회사로부터 교묘하게 자진사직의 음모에 빠져 변호사를 찾아왔는데...
변론의 컨셉을 잡는 등이 의외로 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법정에서 하나씩 모순을 따지는 미즈키변호사 꽤 멋지다. 문장이 꽤 편하게 읽혀서 눈여겨보기로..
==>의외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다정함의 이면에 있는 우월감...이라니. 추리소설은 오락이나 퍼즐만을 위함이아닌, 인간의 내면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겉과 정반대인 속에 호러마져 느꼈다.
8.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 선인장의 꽃 サボテンの花, 1994
[我らが隣人の犯罪 1990 우리 이웃의 범죄 : (데뷔작에서 간파했어, 당신의 싹수!)]에도 수록된 작품.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라는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명.
정말 뛰어난 작품을 선택하기엔 너무나 책임감이 따르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했다는 (누가 뭐라고 한다면 "좋아하는데 어쩌겠어? 내 취향이 그런걸~"하고 변명하기에 딱 좋다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명이 딱 맞듯, 그의 추리소설 역사와 결부된 작품과 그가 좋아할만한 소프트하고 대중적인 작품들이다. 해설에서 좀 투덜대서 좀..그렇긴 하지만, 다른 작가들은 또 어떤 작품들을 선택했을런지 꽤 궁금한 시리즈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당신을 대표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시리즈 구성. 9편에서 멈추지 말고, 오리하라 이치라든가 미츠다 신조 같은 작가들은 밀실추리물에 호러물까지 구성할것 같은데, 좀 일본추리작가협회가 더 노력을 했으면 싶다.
한 작가의 연작단편집도 나랑 맞기만 하면 꽤 재미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가의 글을 읽는 것도 꽤 유익한듯. 누가 나랑 맞는지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p.s: 일본추리작가협회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