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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손에 넣는다. 물론 때로는 아랫도리가 저려올 만큼 간절히 원하지만 절대 얻지 못하는 것도 있긴 하다. ‥‥‥찰흙 반죽처럼 말랑말랑한 나의 뇌를 아무리 주무르며 생각해봐도 내 것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곧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에서 제외된다. 여우의 신 포도에 관한 우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어차피 먹지 못할 것에 대한 적당한 모욕을 날려주고 미련없이 돌아서는 여유.(p.7)
11세의 소녀의 생각이다. 갖고 싶은건 가져야 하지만 가질수 없는 거라면 적당히 욕을 날려주고 미련없이 돌아서는 나름 똑똑한 소녀... 이 책은 한소녀의 성장을 다룬 성장소설에 가깝다. 11세부터 19세까지 2년에 걸쳐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은 시종 그녀의 독백에 가깝다. 그녀의 심경의 변화와 주변의 풍경이 그녀의 시선에서 처리되어 있다. 그녀 옆을 항상 쫄쫄 쫓아 다니는 병욱이와 아랫층에 사는 친구 소영과의 관계의 변화, 처음 뭔가를 도둑질 하는 모습부터 시작했고, 가정이 불완전했기에 아마도 불량 청소년으로 자라지 않을까~라는 나의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편부 밑에서도 꽤나 괜찮은 숙녀로 자라나는 모습이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행에게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면역체계가 생기기도 전에 녀석들은 또다시 떼를 지어 덤벼든다. 정 강한 모습으로 견딜 수 없을 때는 도망이라도 가야 한다. 불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나약한 인간을 가장 좋아하니까.(p.155)
그녀가 결코 가질수 없었던것.. 그래서 내게 필요없는거야~라고 미련없이 돌아섰던건 바로 『엄마』라는 이름은 아니었을까... 11세에 집을 나갔던 엄마의 죽음 앞에서 19세가 된 그녀는 불행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젠 정말 결코 가질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엄마라는 이름앞에서 그녀는 불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걸까.....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열아홉 살의 끄트머리에 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굳이 원하는 것들을 자르고 구겨서 나의 주머니에 맞춰 우겨넣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갖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거다.(p.172)
이 소설의 마지막 글이다. 수미상관식으로 처음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목으로 나는 그녀의 성장을 알 수 있었다. 갖는것과 소유한다는 것의 차이.... 내가 뭔가를 갖기위해서 나쁜짓도 불사하던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뭔가를 해치면서 갖는것의 무슨의미가 있는지를 그녀는 생각하기 시작한 것일까~
조금은 지루한듯한 이 소설을 읽어내는데(얇은 책임에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못내 아쉬운건 이 소설은 기껏 11살, 13살 소녀의 시선이었음에도...문체에 너무 많은 미사여구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전아리씨가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잠시 생각해본다...갖는것과 소유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