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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긴 세월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 어릴 때 겪은 일이 마음 속에 크게 자리를 잡는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거의 다 어렸을 때 겪은 일이 마음 속에 남아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음에 생채기를 낸 일은 세월이 흘러도 그냥 풀어지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었어도 다시 그 생채기를 낸 일을 되살려 어루만지고 다독거리면서 풀어야만 마음에 남지 않는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2007년에 만든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Lars and the Real Girl>는 어렸을 때의 일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아픔을 겪는 사내를 그리고 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인 사내. 아무도 어른이 되도록 가르쳐주거나 이끌어주지 않아 마음속에 새겨진 아픈 일이 사라지지 않고 늘 삶에서 맴도는데, 피붙이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풀어가면서 어른이 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2. 사내답게 잘 생기고 스물일곱 살이나 된 라스(라이언 고슬링)는 태어날 때 마음에 생채기가 난 일이 나이가 들었어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니 형수인 캐런(에밀리 모티메어)이 반갑다고 껴안으면 아프다며 뿌리치게 되고, 같이 교회를 다니는 나이든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가를 보내려고 애를 쓰지만 달아나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나오지 않고...교회에 가는 일 말고는 다른 사람들과 아예 어울리지 않는다.
마음이 닫힌 탓에 사람들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형 거스(폴 슈나이더)의 집을 마주한 창고 같은 아랫채에서 외롭게 혼자 지낸다. 그래도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아이가 떨어뜨린 노리개를 주워 주는 일은 잘 해서 착한 사람이다.
마음은 착한데 사람과 지내는 일이 영 서툴고 낯설어서 자꾸 달아나는 라스. 아우의 모습을 지켜보는 거스나 형수인 캐런은 가슴이 답답하다.
3. 외로움을 달래고자 라스가 인터넷에서 산 인형 비앙카를 보고 다들 놀란다. 사내가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인데, 밥을 먹을 때도 곁에 앉히고, 휠체어에 태워 바람을 쐬러 같이 가고, 교회에도 같이 나가고... 라스한테는 옆지기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거스 집의 방에 두고 잠자리만 같이 하지 않을 뿐.
일터 사내들은 잔소리 하지 않아서, 바람 피우지 않아서, 살갗이 야들야들해서 좋겠다고 하고, 마을 아낙네들은 "그게 있을 게 다 있어? 그럼 사람과 다를 바가 없네..." 하며 낄낄거린다. 거스는 "미쳤어..."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캐런은 "좀 두고 봐..."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람보다는 인형에 더 빠져든 라스. 비앙카가 한다는 말을 옮기는데 제 마음이겠지... 그런데 일터에 새로 들어온 마고(켈리 가너)는 라스를 보자마자 뿅 갔는지 자꾸 들이댄다.
비앙카를 사랑하는 라스와 라스를 좋아하는 마고가 세모꼴로 사랑을 쫓아간다. 귀엽고 발랄한 아가씨를 사랑해야지, 어찌 말없는 인형을 사랑하냐고 따지지 않아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4. 엄마는 라스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같이 살았는데 형 거스는 힘들다고 집을 나갔으며, 아버지는 마음이 아픈 라스를 제대로 가르치고 돌볼 수가 없었으니,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으로 갖추어야 할 마음은 아무 것도 배우지를 못한 라스의 어른되기 영화다.
비앙카를 사람처럼 여기며 돌보는 라스를 나무라지 않고 정신과 의사(패트리샤 클락슨)한테 보내고, 아픈 마음이 다 나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준 피붙이들과 일터와 마을 사람들을 보면, 한 사람이 어른이 되는 데는 많은 이의 숨은 뒷바라지가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온갖 일을 같이 하면서 비앙카를 사랑한 탓에 청혼까지 하게 되는 라스를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아기자기한 연기는 보기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마음이 따라가게 만든다.
라스가 비앙카를 어떻게 생각하든 꽁무니를 빼지 않고 따라다니며 꼬시려고 애쓰는 마고 노릇의 켈리 가너가 볼링을 치면서 엉덩이를 흔들 때는 웃음이 나오지만 사랑스럽다. 사람이 인형보다는 낫지...
비앙카도 나중엔 마을에서 할 일이 많아 바쁜 틈새에 라스와 마고가 볼링을 치고 나오는데, 라스가 "어른은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해" 하며 비앙카한테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자, 마고는 얼른 말한다. "괜찮아...나, 남의 사랑이나 빼앗아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온지 얼마 안 된 영화라 디브이디는 깔끔하다. 화면이나 소리도 깨끗하고, 보너스도 나름대로 좋다. 하나밖에 없지만 잘라낸 장면을 보여주고, 영화를 만들게 된 뒷이야기를 감독과 배우들이 들려준다. 예고편도 들어 있어 사라고 하고 싶지만, 나온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다 나가고 없다.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