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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를 모아 엮은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의 눈에 의해 걸러지고 묶여진 한 권의 책이다. 수많은 시집 중에 '안도현'이라는 국민 작가의 눈에 든 시들은 무엇일까. 안도현 작가의 책<연어>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들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고,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사무침은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되고 싶음이다.'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던 연어의 은비늘 사이로 투명하게 그려지던 섬세한 감수성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들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눈을 가진 이 중에 한 명이 바로 안도현 작가라 생각했다. 안도현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엮어진 다양한 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 두 편은 강미정 시인의 <참 긴 말>과 송승환 시인의 <지퍼>다.이 두 시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을 한편의 시로 풀었다는데서 공감지수를 한껏 끌어올릴뿐더러 그 표현 또한 참신하다. ‘엄마 언제 와? 묻는 말처럼 공복의 배고픔이 느껴지는 말이리/ 마른 입술이 움푹 꺼져 있는 숟가락을 핥아내는 소리같이 죽을 때까지 절망도 모르는 말이리.’이 시구가 유달리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엄마 언제 와?’라는 말을 한때 입에 달고 살았던 철부지 딸이었기 때문이다. 할 줄 아는 건 계란후라이 뿐이어서 계란이 떨어지면 곧장 칭얼거리며 엄마한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엄마께서는 항상 바빠. 알아서 챙겨 먹어. 라며 전화를 끊으셨지만 집에 오는 길에 뭔가 하나씩 꼭 사들고 오셨었다. 인상 깊었던 시 중 또 다른 한 편은 <지퍼>다. ‘건너편 사람 들 틈에 환영처럼 그녀가 있다/ 한번 벌어지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선로 위 끊임없이 지하철이 달려온다’ 그와 그녀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지퍼라고 표현한 것같다. 매우 짧고 담담한 어투지만 가만히 시를 들여다보면 그와 그녀 사이에 아득함이 철로처럼 뻗어있다. 닿을 듯 닿지 못할 듯 아슬아슬한 사이, 그러나 이어질 수 없는 평행의 관계 그것만큼 모진 사랑도 없을테다. 이 시집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나에게 시란 낭만과 메타포(비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답다의 또 다른 동의어가 시라고도 생각했고 시는 절대 더러운 것, 현실의 날 것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시들을 보니 시란 훨씬 더 넓은 것이었다. 어쩌면 시란 운율에 담긴 노랫말과 같은 것이다. 운율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발라드도 되고 댄스가요도 되듯 운율을 어찌 붙이느냐에 따라 조금 투박한 시, 부드러운 시가 나오는 것이었다. 시는 저 멀리서 자박 자박 걸어오는 머나 먼 무언가였는데, 이제는 내 옆에서 소근소근 말을 건네오는 동무가 된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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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햇살이 들어오다... 커피로 햇살이 들어왔다... 햇살이 쏟아졌다,커피 속으로... 커피에 담긴 햇살을 마셨다...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고은,"별똥") 이렇게 단 한 줄도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나는 그래서 시가 좋다. 문득 별똥이란 시 한 줄을 감상하다,커피 속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나도 시인의 마음이 된냥,이렇게 저렇게 글 퍼즐을 만들어 보았다. 이것이 시를 읽는 기쁨이요,즐거움인 것이다.
시는 어렵다? 시는 잘 모르겠다? 시인의 글은 너무 형이상학적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집을 대면 할때 하는 말들이다. 어려우면 그냥 넘게 버리면 된다. 잘 모르면,그 시는 나와 소통되지 않는 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형이상학적이라면,그저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보면 그만이다. 너무 건방진 생각인가? 그림 보는 것이 즐거워지면서,그림이 시랑 많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시도 사랑해보고 싶어졌다. 여전히 시는 어렵고,불편하고,어색하지만, 단 한줄의 말로 위로를 건낼 수 있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안도현시인이 선물을 보내왔다. 이름하여(내가 정한) 모듬시가 그것이다. 혹자는 이런 시집은 시집이 아니라고 말을 했다지만,내 생각은 다르다. 시와 친해지기 위해서 모듬시의 접근은 필요하다고 본다. 마치,그림이야기도 딱딱한 이론서 보다 그림에세이를 통해 부담(?)없이 친해 질 수 있는 것처럼.. 시인이 소개한 별똥이란 시를 보면서,울림이 없으면 어떤가? 나는 나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보게 했으니.. 시의 매력은 찾으면 찾을수록 무궁한 듯 하다.
이번에 소개된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에선 겨울풍경,참 긴말,사람이 사람에게,도보순례가 특히 좋았다. 이렇게 매력으로 들어 온 시는 시인들의 또 다른 시들이 궁금하게 한다.그리고 이것이 모듬시의 매력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시와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누군가 나에게 매일 시 한편 보내 온 다면 행복하겠다,고 생각 해 본다. 그래서,나는 매일 시를 읽는다.일기를 쓰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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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요즘, 수줍은 봄을 만났다. 알싸한 봄 내음을 터뜨릴 것 같은 시가 변덕스런 장마로 지친 마음을 잊게 한다.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라는 제목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속삭임 같다. 사실, 문장(http://www.munjang.or.kr/)에서 현재 문학집배원인 나희덕님이 보내주는 메일을 꼬박 꼬박 받고 있었지만 차분하게 듣고 읽어 내려가지 못했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 라는 문학 장르는 얼핏 우리와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척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매일 매일 시를 선정해서 배달하는 문학집배원 안도현 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안도현의 엮어 놓은 시는 왠지 믿음이 간다. 사실, 여기 수록된 52편의 시와 시인들은 내게는 많이 낯선 이름들이었다. 그 생경한 느낌을 문학집배원 안도현이 친절함을 베풀어 친근감으로 거들고 있다. 시를 읽어가면서 문득 시를 쓴 시인이 궁금해진다. 그는 어떤 사람 이길래, 이런 시로 세상을 흔들어 깨우고 세상을 아름답게 할까? 바로 이 시를 지은 시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 홍신선 2월의 덕소(德沼)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아,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 인 걸. 자꾸만 이 구절에 머문다. 시는 왜 이리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걸까?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이 시는 내게 그렇게 말을 걸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야채사(野菜史) - 김경미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맛없었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꽃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다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나왔든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시인지 모르겠다. 정말 내가 낙타였을까. 엉뚱한 상상이 이어진다. 우리의 인생이 사막을 건너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쩜 맞을지도 모르지 않나. 아침, 저녁 밥상에서 마주하는 야채가 감사하기까지 하다. 시가 가진 함축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자칫 시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기 마련인데 여기 담긴 시들은 그런 걱정을 덜게 한다. 또한 이 시집에는 육성낭송시집(CD)가 함께 있어 시를 읽고 듣는 두 배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시를 만나려고 부푼 마음을 먹고 있는 내게 여기 수록된 시는 새로운 시인과의 만남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요즘 사실, 시는 인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예전에 흔하게 책이나 시집을 읽으며 자투리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의 손에는 이제는 모두 핸드폰과 게임기가 자리하고 있다. 구세대로 속하고 있는 나는 그대로 여전하게 시가 좋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춘천(春川)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 녹다 만 눈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파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염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春川)이니까. 내게도 그저 춘천이니까로 이어지는 젊은 날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무료한 가을 날, 아무런 이유없이 춘천이 그리워 강의를 잊은 채 친구와 떠난 춘천행. 그러나 막상 떠난 춘천행의 기차는 김현철이 부른 ' 춘천 가는 기차'가 아니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은 입석으로 서울까지, 그리고 다시 춘천까지의 왕복은 고생 그 자체였다. 그래도 부서지는 햇살을 껴안은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나는 그 시간, 그 춘천이 마냥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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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다 침대맡에서 이 시집에 실린 많은 시인들의 많은 시를 읽었다.
처음엔 시만 읽었다.
시인의 시와 함께 안도현의 따스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리고 주말이 마무리되는 이 저녁 시간,
마음 시끄러울 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특히 제일 좋아한 시는 정윤천의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이었다.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것다. 요런 말 안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사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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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려서 시 낭송회에 끌려간 적이 있다. 정말 '끌려갔다'. 읽어본 것은 교과서의 동시가 고작이었던 나, 그저 놀고만 싶었던 시절, 풀밭에서 빨리 뛰어놀고 싶어 초등학교 백일장 시간에 갈겨썼던 시가(순전히 분량이 적어서 시를 쓰겠다 했다) 입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코찔찔이 저학년의 시가 좋아봤자 뭐가 좋았겠나)를 내게 되어 팔자에도 없는 시 낭송회에 끌려가게 되었던 것. 그 런데, 그렇게도 가시방석같았던 그 자리, 막상 낭송이 시작되자 웬걸, 퍽 좋은 게 아닌가.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고 음질도 좋지 않았던 테이프 레코더의 배경음악, 그리고 코찔찔이들이 써낸 시를 듣는 게 왜 좋았을까. 음표없는 음악, 시의 아름다움을 아마 그 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이 책,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는 그 때의 그 기분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컴퓨터에 동봉된 CD를 걸고, ''문학집배원' 안도현 시인의 선곡 아니, 선'시'를 한 편 한 편 듣는 게 왜 이리 좋은지. 1년간,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을 맡아 발송했던 저자의 고뇌가 담긴 선택이었기에 한 편, 한 편을 너무나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그 시를 지은 시인이 직접, 혹은 다른 시인의 시를 다른 시인이 낭송하기에 나올 수 있는 '시를 아는 사람이 낭송하는 시'의 전달력도 한 몪을 한다. 또, 국내 작곡가들의 배경음악 역시 참 어울렸고. 육성낭송시디트랙정보.html
동봉된 육성낭송시집 CD의 내용. 책에 실린 총 52편의 시 중, 35편이 오롯이 담겨있다. 누 구나 시의 아름다움은 안다. 하지만 솔직히 막상 접하기 쉽지만은 않은 것이 또한 시다. 그 함축적인 아름다움은 그렇기에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참 아쉽게도. 나도 마찬가지. 가끔씩 시집을 손에 잡고 읽으며 나름 감상하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시집을 접하면 손에 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 쉽게 읽고, 쉽게 다가오는 소설을, 혹은 실용서를 자꾸 잡게 된다. 그런 나같은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는 시의 아름다움을, 시를 듣고 읽는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 부디 이런 즐거운 기회가 더 풍부하게 나올 수 있기를. CD를 걸고, 시를 듣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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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면 '당신'이라는 말의 어감이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참 좋은 말이 당신이라는 말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부를 수 있는 말, 부모님을 떠 올리며 부를 수 있는 말...어느 대상이든 가슴 한 켠이 아련해 오는 단어이지 싶다.
이런 단어가 시를 만났다. '시'라는 녀석은 단어에 많은 말들을 함축하여 가슴 한 켠에 아련함을 전달해 주는 녀석이다. '당신'이라는 단어와 '시'의 만남은 더욱 가슴을 아련하게 해 주지 않을까 한다.
소개된 시들은 우리가 한 번 쯤은 읽은 적이 있는 시일 수 있고, 혹은 처음 보는 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들이 전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련해지면 되는 시들이다. 이 책의 제목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를 너무나 잘 드러내 주는 시들이다.
한 번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가슴 먹먹한 삶을, 혹은 시간을 가져 보고 싶으며, 이 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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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과 함께 읽는 시
손에 알맞게 감기는 하드커버에 예쁜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예쁘게 박혀있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정말이지 참 좋다. 지루하게 내리는 때 아닌 장맛비에 온종일 흐렸던 하루. 예쁜 시집 한권을 손에 들고 습기 가득한 날씨 따라 물먹은 마음을 달랜다. 내 마음에 햇살이 반짝한다. 내게도 비 오는 날이면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름을 부르기에는 어색했고, ‘자기’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러웠다. 오빠라고 하기에는 어정쩡했고, 아저씨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렇게 호칭을 놓고 망설이던 때에,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온 말이 ‘당신’이었다. ‘당신은, 당신도, 당신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당신’은 단순한 2인칭 대명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 말이 되었다. ‘당신’이라는 단어를 예쁘게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입에 붙은 ‘당신’이란 말은 때에 따라 새로운 의미의 옷을 갈아입기는 하나, 요즘도 내가 즐겨 쓰는 단어다. 친구, 선후배 등의 내 주변지인들은 가끔 듣는다. “당신도 안녕해요?”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려 진설 음식도 없이 맨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 사실 엮은 시집을 그리 즐겨하지는 않는다. 시인이나 평론가의 안목으로 뽑아서 엮어 놓았으니 버릴 것 없이 가득 찬 값진 시집은 되었지만, 가끔은 고추장 빠진 비빔밥을 먹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 하나의 시가 독립된 예술성과 의미로 존재하기는 하나, 보이지 않는 시인의 감정 고리들이 낱낱의 시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완성된 시집을 내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외따로 떨어진 시들에서 허기를 느끼는 모양이다. 어찌됐건, 시는 눈부시지만...; 안도현 시인이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받아먹은 후, 친절한 작품 출전 덕분에 한 시간쯤 서재 책장 앞에 서서 벌을 섰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몇몇 시인들의 시집만 살펴볼 요량이었는데,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책장 앞에서 서서 보냈다. 마음에 드는 시가 있는 시집 하단을 접어놓는 것은 시집을 보는 내 오랜 습관이다. 안도현 시인과 내 마음의 일치도를 테스트(?)해보고자, 작품 출전에 수록된 시집을 꺼내 내가 접어놓은 시 중에 안도현 시인이 엮은 시집에 수록된 시가 있는지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아쉽게도(?) 별로 일치 하지 않았다는 것. 사람마다 시를 대하는 마음이 다르고, 생각과 경험이 다르므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오늘의 결과는 내가 엮은 시집을 즐겨하지 않는 것에 또 다른 힘을 실어 주었지만, 타인의 시선과 안목을 곁눈질 하며 ‘함께 시를 읽었다’는 생각에 그리 허망한 시간은 아니었던 듯싶다. 아니,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월의 덕소 근처에게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어름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감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 홍신선, 사람이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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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지난 해 아쉬움과 함께 떠나 보냈던 여름이 바야흐로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기에 작년과 올해 우리 자신의 모습은 참으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우린 과거와의 결별에 지나치게 집착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끽해야 할 오늘을 망각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어리석을까?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하면 다소 무게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를 읽을 때면 세상의 많은 영역에서 통용되는 속도가 별 소용이 없다. 모든 글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시는 쓰여진 글자보다 늘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에 수록되어 있는 의미를 읽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도적은 ‘지체’이다. 문학 집배원으로서의 삶을 사는 이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는 마냥 단 음식을 즐기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담백한 것의 매력에 눈을 뜬다. 시도 유사하다. 아름답게 보이고자 화려한 수사어구를 덧붙인 시는 처음에는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쉽사리 질린다. 그렇지만 삶의 진실을 그려낸 시의 경우는 다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다소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만 읽고 싶고, 그래서 반복해 읽게 되고… 총 52편의 시중에서 몇몇, 다소 투박할 수도 있으나 우리네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들이 내게 깊이 다가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늙은 아버지를 아들이 오줌 누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상학이 똥은 맴생이똥 상학이 방구는 보리방구 상학이 똥은 퇴깽이똥 백 방도 넘는 보리방구 상학이 방구는 줄방구 올림픽 금메달깜 줄방구 마치 돌림노래마냥 입에 찰싹 달라붙는다.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순박함이 문득 그리워진다. 책이 뒷부분에는 CD가 부착되어 있다. 아직 들어보진 못했으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시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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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사이트에 연재되었던, 그리고 내게는 매주 메일로 배달되었던 안도현 시인이 가려뽑은 명시를 모은 책입니다. 한결 같이 소리내어 읽으면 스산했던 마음결 차분히 가라앉으며 문득 고요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만들 빼어난 시편들이지요. 이를테면 이문재 시인이나 허수경 작가의 글처럼 말입니다.
도보 순례자 - 이문재
나 이제 돌아가리라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지리라 지그시 눈감으며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깡그리 무시하리라
그리하여 나 돌아가리라 등한시했던 몸의 변두리를 찾아 두 발에게 두 손에게 머리 숙이리라 때와 장소를 자백하고 20세기에 태어난 그 어린 이름들도 불리라
하여 나 어서 몸이리라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반응하리라
맛에 겸손하고 촉감에 민첩하며 육감에 충실하리라
나 몸이리라 오로지 몸으로 더운 몸이리라 그리하여 낯선 나 나에게로 돌아가리라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일상에 치어 허우적거릴 때 심호흡 한번 하고 이런 시편 하나 읽다보면 웬갖 시름 잠시 잊을만도 할겁니다. 또 CD도 들어있으니 혼자 있을 때 걸어 놓고 음미하며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한번 느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