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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땐 100년 전에 써졌단 사실에 약간 실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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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류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선택의 영역이 너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고른 책이었고 그날 잠을 잘 못자서 더욱 맥없이 시작한 책이었다. 처음엔 재미없었다.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저자 제인 애덤스는 미국 여성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헐하우스는 그녀가 시카고 빈민 지역에 세운 사설 복지시설이다. 이 책은 1910년에 출간된 것으로 헐하우스 설립 백 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주해본이다.
그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초로 고등교육을 받은 소수 여성에 속했다. 다만 척추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배운 정의감, 지식욕이 강해 유럽 여행을 하다가 접한 영국의 사회복지 시설인 '토인비홀'에 강한 인상을 받고 스물 아홉살 때 시카고 빈민지역에 낡은 저택을 사들여 복지시설을 세우고 활동을 시작한다.
당시 그 지역은 대도시의 자국민 빈민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이 돌고돌다 결국 찾아들게 되는 곳으로, 교육수준, 문화, 소득, 위생, 사회의식 등 모든 면에서 환경이 열악했다. 헐하우스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었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빈민 구제활동부터 시작해서 무슨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 해도 결국 입법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타 단체들과 협력하는 등 입법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 지쳐 다른 아무것도 생각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그 자녀들이 더 악화된 인생을 살게되는 것을 보고, 교육, 친교, 생활환경 개선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조직하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이상을 추구하던 물정 모르던 상류사회 처녀에서 20년을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모든 정치나 종교적 편향을 떠나 그들 중 하나, 혹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과정을 다소 딱딱하다 싶을 만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에서도 백 년 전엔 네 살 어린아이가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고, 교원노조가 자리잡기 전에 긴 싸움이 있었고 그 과정에 우리와 비슷한 갈등이 있었고, 우리 어머니 대에 있었다는 신파조의 삶이 고단했고, 산재가 나도 미리 썼던 각서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심지어 사과도 기대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 여성에게는 참정권도 없었다.
그게 남의 나라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백 년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때 고종 순종 때였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에서 있었던 상황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한 참 후에야 발생했다. 그런 상황 다룬 소설들, 기사들 읽은 기억이 그리 오래지 않다. 그 나라가 처음부터 그렇게 생겼던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먼저 겪고 지나간 것이다. 우리는 똑같진 않겠지만 그 경로를 밟고 있는 거고.
또 미국이라고 해서 그런 상황들이 종료된 것이 아니고 첨단을 달리는 표면 아래에는 아직도 목숨걸고 국경을 넘는 남미의 아이들과 여자들이 여전히 있다. 그 뒤를 밟아나가면서 힘들어죽겠다고 하는 우리나라에도 미국으로 가는 남미인들과 같은 꿈을 품고 들어오는 동남아인들이 있고, 어느 곳에선가는 여전히 사람들이 굶어죽고 이념전쟁에 죽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로. 죽지 않더라도 죽지못해 사는 경우도 많고,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며 그저 연명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분명히, 어떻게 봐도 지금보다 낫진 않았을 그 시절에 그냥 개인적인 행복만 추구하며 살 수도 있었던 여자가 굳이 힘든 일을 자청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발적인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그런 과정들을 읽으면서 처음의 맥없음이 점차 경외의 마음으로 변했다. 쉽게 읽히진 않는 책이다. 그러나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어른이 되면서 가끔 듣는 얘기가 착한 사람 싫다는 말이다. 험한 세상에서 보기에 답답하기 때문이다. 근데 가만 보면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착한 경우가 많다. 자기가 그렇기 때문에 더 답답한 걸 수 있다. 안 착한 사람들한텐 착한 사람들이 호군데 왜 싫겠나.
나는 착한 사람이 좋다. 내가 안 착해서라기 보다는(그 착한 사람들에 비하면 좀 안 착한 건 맞는 것 같지만 ㅋ..) 그래도 그런 이들을 보면서 삶의 밝은 면을 볼 수 있고, 그래도 좀 살아볼 의욕을 느끼기 때문이다. 단지 그 착함으로 이용만 당하는 일이 없으면 하고 바랄 뿐. 참, 좋은 생각을 하면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댄다. 테레사 수녀를 생각만 해도, 심지어 위선이라고 악담을 해도 그저 테레사 수녀를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호르몬이 분비된다니 착한 이들 좋아할 만하지 않나? ^^
책을 읽다가 문득 쿡 찔리는 부분이 있어 접어논 글귀가 있다.
"단언하건대 우리가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은 생각과 실천의 괴리에서 오는 자책감이다."
앞뒤 문맥 생략하고 봐도 생각만 많고 게으른 내가 거울에 비춰진 모양이라, 두고두고 생각해야 할 말인 듯하다. (또 생각만..ㅋ..) 남을 위한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든 그 괴리감을 줄이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