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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속았다. ‘차모니아 출신 고피트 레터케를의 요리에 관한 동화를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새로 쓴 것을 발터 뫼르스가 차모니아어에서 번역하고 삽화를 그리다.’ 앞 표지에 써있는 작가가 원작자 아니었어?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없고 지명에 대한 무지함 때문에 난 작품을 읽기 전부터 작가가 말하는 진실과 설정 사이에서 우왕좌왕해야 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은 작품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음울한 슬라트바야. 온 거리에 병자들이 넘치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있는 도시. 이곳에 우리의 주인공 ‘코양이 에코’가 살고 있다. 돌봐주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삐쩍 말라 거리에서 구걸하던 중 소름마법사 아이스핀을 만난다. 이들은 서로 거래를 하는데, 한달 동안 마법사는 에코에게 최고의 먹거리와 잠자리, 환경을 제공해주고 그 후 에코는 마법사에게 자신의 기름을 주기로 한다. 즉 에코는 한달 후 소름보름달이 뜨면 죽어야 한다. 에코는 아이스핀의 성으로 가서 기대했던 것 이상의 대접을 받으며 생활한다. 아이스핀은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에코에게 먹이고 심지어 자신이 은밀하게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까지도 보여주고 가르쳐준다. 물론 이 모든 것에는 아이스핀만이 아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이미 평범한 물질로 ‘금’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연금술사였고 이젠 생명을 주관하는 그야말로 불멸의 존재가 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지방’을 수집하였고 마지막 단계까지 이르러 ‘영리한 코양이의 기름’만 있으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거래 후 초기 에코는 마법사의 계획대로 뚱뚱한 고양이가 되지만 우연히 외눈박이 수리부엉이 피요도르와 만난 후, 점차 예전의 날렵함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의 마지막은, 물론 예상하고 바랐던 것처럼 에코는 죽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스핀이 성과 함께 사라진다. 긴 작품을 읽을 때의 장점은 등장인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작은 캐릭터라도 독자에게 노출이 많이 되기 때문에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간다. 이 작품에서도 에코나 아이스핀 이외의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남았다. 피요도르, 소름마녀 이자누엘라, 가죽쥐, 삶은 유령 셔츠, 고통의 초, 백발 과부, 무당개구리 심지어 인식과의 황금 다람쥐까지 모두 작품에서 아주 중요하고 인상적인 역할들을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죽쥐는 철학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행동하는데 알듯 모를듯한 그 신비한 느낌만큼 묘한 매력이 있었다. “위는 아래고,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도 가죽쥐를 이해 못해! 아무도!” 라고 외치는 가죽쥐들의 마음이 헤아려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작품의 큰 매력으로는 삽화가 매우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글쓴이가 머리에 그린 장면을 직접 표현해서인지 정말 실재하는 것처럼 실감나는 그림이었고, 특히 분위기가 분위기이니만큼 오싹했다. 그런 오싹함과 더불어 이 작품은 나에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었다. 아사를 느끼던 에코는 끊임없이 제공되는 풍성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순간순간 극심한 허기를 느끼고 못견뎌한다. 몸은 비대해지지만 배고픔을 더 크게 느끼는 모순 속에서 현재 나와 주변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선과 악. 아이스핀은 확실히 악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한편 강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자누엘라와 백설 과부의 그를 향한 사랑이 이해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움찔했다. 그가 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지고 있고, 매우 지적이며 다재다능 해서였을까? 아니면 이미 사회가 너무 악해서 악에 무뎌져 있거나 중독되었나? 아무튼 에코가 살기를 바랐으면서도 아이스핀에게 일말의 여지를 주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플로리아와의 사랑이 이루어졌었다면, 에코를 살려주었다면, 이자누엘라의 마법에 빠졌다면…… 작가가 아이스핀을 없앰으로써 작품에 빠져 헤매던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힐데군스트 폰 미테메츠의 후기와 발터 뫼르스의 후기를 읽고 난 후에야 내가 작가의 마법에서 풀려났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뭐야? 발터 뫼르스가 모두 만들어낸 이야기잖아, 이사람 정말 마법사 아니야? 어쩌면 나를 이렇게 깜빡 속일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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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있었던 발터 뫼르스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가끔은 설렌다. 쨍한 가을에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곳을 발견하고 알게되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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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은 아마도 처음 읽어보는듯 하다. 발터 뫼르스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는거라 그런듯하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좋은 평들이 많았던 탓에 귀에 익숙해 있었는데 이 작가의 책이라는걸 책을 받아보고서야 알았다.
차모니아에서 가장병든 도시인 슬레트바야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코양이 에코와 에코의 기름진 기름덩어리를 필요로 하는 연금술사 소름마법사인 아이스핀. 에코와 아이스핀의 거래는 에코의 굶주림에서 맛있는 요리로 배를 채워주는대신 소름보름날 에코의 기름덩어리와 맞바꾸는 계약에서 시작된다. 에코는 굶어죽으나 한달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을만큼 먹고 죽으나 매한가지이므로, 일단을 배을 채우려는 욕심에 코양이 에코는 계약에 응하고 아이스핀의 성으로 들어가게된다. 그날부터 시작된 에코의 식사는 가히 진수성찬에 가깝다. 에코가 성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가죽쥐도 만나고 피요도르도 만나면서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뚱뚱해진 자신의 모습에 운동을 하고 탈출을 감행해보라는 피요도르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소름보름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죽음에서 벗어나려 계획을 모색하게된다. 그 계획에서 소름마녀인 이자누엘라와의 또다른 계약을 하게되고..
책사이사이 그려져 있는 무시무시한 그림들로 인해, 꿈을 잘 꾸지 않던 나는 책을 읽다 자던날밤 정말 마녀가 나오는 꿈을 꾸었지 뭔가. 아니다. 마녀가 아닌듯 하다. 하얀길다란옷을 펄럭이며 입가에 피가 있었던 기억으로 구미호가 맞는듯 하다. 꿈 스토리야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꿈에서 깨고나니 웃음밖에 나지 않더란 말이다.
무수히 많은 화학용어들이 나오고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들과 주문과 마술에 관한 상상속의 단어들과 이야기전개가 전혀 접해보진 못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너무나도 나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긴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등장인물들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튀는 이야기 전개가 읽으면서도 괜히 끈적끈적하고, 습하고, 어두운 동굴속같고, 괴기하고, 소름끼치고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상상력이 이리두 풍부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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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뫼르스의 차모니아이야기를 읽으면 늘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끝까지 읽어야만 했는데, 이 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1권에서 약간 어떻게 전개되려고 이러나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워낙 새로운 이야기라 지겨울 새가 없는데다가 일본범죄소설까지 섬렵한 나조차 소름끼치게 만드는 적당한 묘사의 잔인함에 스토리의 잔인함까지 가세해서 어느덧 먼 행성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상하게 생긴 코양이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함께 목숨의 위태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 거기다가 항상 소름마법사처럼 악당역을 맡은 캐릭터에게초차 애정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게 발터뫼르스의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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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결국 에코는 (이 도시에는 코양이가 멸종되었기 때문에) 암컷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피요도르도 암컷을 만나 새살림을 꾸미느라 없어졌답니다. 그런데 그새 새끼를 부화까지 시켰다는 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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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은 그림자가 있지. 그림자란 어두운 측면이야. 누구한테나 그런게 있어. 그림자는 우리랑 연결되어 있는 한 우리의 노예야. 하지만 주인한테서 떨어뜨려 놓는 순간 그 참모습을 드러내지. 사악해지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하고 위태위태 한 짓을 하기도 해. - 본문 중에서
* 내 속에도 그런 그림자가 있다. 사악하고 거칠고 위태위태한 짓을 하는 그림자. 때론 쭉쭉 커지기도 하고 때론 사라진듯 보이지도 않지만 그게 거기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우리들은 모두 그 그림자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내 삶은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내 것이어야 하니까. 그림자의 삶을 살기는 싫으니까.
차모니아 대륙을 배경으로 한 번외편 혹은 시리즈 이야기 <에코와 소름마법사> 루모이야기가 직립보행하는 개과 동물 '볼퍼팅'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모든 언어로 말하는 고양이과 동물 '코양이' 에코의 모험이야기다. 주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에코, 너무너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되자 다들 무서워하는 소름마법사와 계약을 맺는다. 다음 보름달이 될때가지 그는 에코에게 세상의 모든 진미를 대접하고 그때가 되면 통통하게 살이올랐을 에코는 제 몸의 지방을 그에게 제공하기로.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이니 맛난거나 먹고보자는 마음으로 계약은 했지만 미식을 즐기는 코양이 에코 역시 그냥 죽기엔 억울하다.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에코의 운명은? 차모니아의 요리 동화로 자처하는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재미난 풍경과 상상이 가득 펼쳐진다. 특히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변태식(變態食)이다. 변태식은 요리한 재료로 몸이 변하게 되는 요리로 박쥐오줌보튀김을 먹고서 박쥐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경험을 하거나 벌이 든 벌꿀을 먹고서는 벌이 되어보기도 한다. ㅋㅋㅋ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참치를 먹고 참치되어보기, 소고기 먹고 소되어 보기, 오리구이 먹고 오리되어 보기, 별로일까? 재밌지 않을까? 요리와 관련한 상상들과 에코의 계약에서 벗어나기가 주된 축이 되는 이 이야기는 앞서 나온 차모니아 시리즈들처럼 하나의 별개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연속성 안에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차모니아 출신 작가가 쓰고 그걸 다시 발터 뫼스르가 쓰고 그려 옮겨 놓았다는 이야기. 이 책으로 출간된 차모니아 시리즈는 다 읽었다. 재미있는 괴짜 발터 뫼르스의 이야기를 당분간은 더 만날 일이 없는 건가, 나온 건 다 읽어서 이제 좀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 다락방서 허뭄 |